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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 오페라 "신데렐라"
Opera 'La cenerentola' (일명: Cinderella) 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
결국 행복을 찾게 된 체네렌톨라는 마니피코와 그의 두 딸의 사과를 기쁘게 받아들이며 과거는 다 잊고 새롭게 맞이한 행복한 삶을 누리겠다고 한다. 경쾌하고 상쾌하게 마무리되는 장면으로 체네렌톨라의 빛나는 콜로라투라의 선율이 흐르고 곡이 끝난다. Nacqui all'affanno, al pianto. Soffrì tacendo il core; Ma per soave incanto, Dell'età mia nel fiore, Come un baleno rapido La sorte mia cangiò. (a Don Magnifico e sorelle) No no; - tergete il ciglio; Perché tremar, perché? A questo sen volate; Figlia, sorella, amica Tutto trovate in me. (abbracciandole) Tutti meno Cenerentola M'intenerisce e m'agita, È un Nume agli occhi miei. Degna del tron tu sei Ma è poco un trono a te. Cenerentola Padre... sposo... amico... oh istante! Non più mesta accanto al fuoco Starò sola a gorgheggiar. Ah fu un lampo, un sogno, un gioco Il mio lungo palpitar.
오페라 부파(opera buffa. 희극오페라)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는 열여덟 살에 볼로냐 음악원을 졸업하자마자 [비단사다리]를 비롯한 5편의 짧은 소극(笑劇, farsa. 교훈을 강조하는 희극보다 더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극) 오페라를 차례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음악적 실험을 토대로 곧 [세비야의 이발사], [신데렐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같은 본격적인 오페라 부파를 세상에 내놓기 시작하죠. 그런데 로시니와 대본가가 선택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주인공은 난롯가에서 혼자 울고 있는 청순가련형 소녀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씩씩한 신데렐라였답니다. 의붓어머니 대신 의붓아버지, 요정할머니 대신 철학자인 왕의 스승, 유리구두 대신 팔찌가 등장하고, 호박마차 따위는 나오지도 않는 버전이죠.
(오페라의 줄거리)
의붓아버지의 구박, 철학자 스승의 구원
온종일 집안일에 시달리는 안젤리나(Angelina)는 의붓아버지와 두 여동생에게서 늘 ‘체네렌톨라(La Cenerentola.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재투성이 아가씨’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의붓아버지는 전처가 첫 결혼에서 낳아 데리고 온 큰 딸 안젤리나에게 유산을 주지 않기 위해 안젤리나를 아예 딸이 아닌 하녀로 부리고 있죠. 안젤리나가 ‘Una volta c'era un re’(옛날에 어떤 왕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청소를 하고 있을 때 걸인이 찾아옵니다. 의붓아버지의 두 딸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걸인을 매정하게 내쫓으려 하지만 안젤리나는 구석으로 데려가 몰래 먹을 것을 준답니다. 걸인으로 변장하고 찾아온 라미로 왕자의 스승인 철학자 알리도로는 안젤리나를 왕자의 신부감으로 점찍어둡니다.
라미로 왕자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시종 단디니
와 옷을 바꿔 입고 이 집에 찾아와 청소하던 안젤리나와 마주치는데, 둘은 첫눈에 깊은 호감을 느껴 각자의 설레는 마음을 담은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곧 왕자로 변장한 시종 단디니의 행차가 이어지지요. 그는 ‘한 마리 벌처럼’이라는 신부감 찾는 노래를 부릅니다. 단디니는 이 온 가족을 궁전으로 초대하지만, 가족들은 안젤리나만 홀로 집에 남겨둡니다.
궁전에 간 돈 마니피코는 와인에 실컷 취합니다. 무도회에 초대받은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요란하게 꾸미고 단디니에게 다투어 아양을 떨지요. 두 딸 중 왕자의 신부가 되지 못할 한 사람은 시종 라미로와 결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단디니가 묻자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둘 다 싫다고 펄쩍 뜁니다. 그때 왕자의 스승 알리도로가 눈부시게 치장시킨 안젤리나가 무도회에 나타납니다. 마니피코 가족들은 이 처녀가 안젤리나일 리 없다고 믿으면서도 너무 닮았다며 당황하죠. 왕자 라미로마저 이 처녀가 진짜 안젤리나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하게 됩니다.
미덕이 내 치장, 사랑이 내 재산
한편 돈 마니피코는 벌써 왕자의 장인이 된 듯한 기분으로 자신이 누리게 될 호사를 상상하며 ‘Sia qualunque delle figlie’(두 딸 중 누가 왕비가 되든 이 아버지를 잊지 말아라)라는 아리아를 노래합니다. 화려한 차림의 외모에 반한 단디니가 청혼하자 안젤리나는 그 청혼을 거절하며, 자신은 왕자가 아니라 왕자의 시종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시종 행세를 하는 라미로 왕자가 “높은 지위와 큰 재산이 그대에게는 아무런 매력이 아니란 말인가요?”라고 묻자 안젤리나는 “미덕이 내 치장이며 사랑이 내 재산”이라고 대답하죠. “그럼 나와 결혼해주겠느냐”고 라미로가 묻자 안젤리나는 “이렇게 잔뜩 꾸민 모습이 아니라 내 원래 모습을 보고도 사랑한다면 결혼하겠다”고 답하며 한 쌍으로 된 팔찌 하나를 빼서 그에게 줍니다. 왕자는 결의에 차서 고음과 기교가 상당히 어려운 테너 아리아 ‘Si, ritrovarla io giuro’(그녀를 다시 찾고야 말 거야)를 부릅니다.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을 떠나지만, 12시면 마법이 풀려 다시 재투성이로 돌아갈까 봐 서두르다 유리 구두를 떨어뜨리고 가는 건 아니죠. 당당하게 자기 의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왕자인지 모르는 채로) 선택하고 떠난 것이랍니다.
한편, 빨리 두 딸 중 신부감을 정하라고 재족하는 마니피코에게 단디니는 자신이 왕자가 아니라 시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마니피코는 기절 일보직전이 됩니다(‘Un segreto d'importanza’ 중대한 비밀이 있는데...). 마니피코와 두 딸은 안젤리나 혼자 일하고 있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천둥번개가 요란한 가운데 왕자의 마치 바퀴가 부서지면서 라미로와 단디니가 찾아오지요. 안젤리나의 팔찌를 보고 확신을 얻은 라미로는 자신이 왕자임을 밝히고 정식으로 안젤리나에게 청혼합니다.
궁전에서 시종들은 선의 승리를 예찬하는 합창을 노래합니다. 안젤리나는 운명의 반전을 돌이켜보며 의붓아버지와 두 여동생을 따뜻하게 용서한 뒤, 밝고 힘차게 ‘Non piu mesta’(설움은 끝나고)를 부릅니다. 이 유명한 선율을 로시니는 원래 한 해 전인 1816년 [세비야의 이발사]
를 위한 테너 아리아로 작곡했지만, [신데렐라]를 1817년 1월 25일 로마에서 초연하면서 다시 갖다 썼답니다. 워낙 급하게 작곡을 하느라 초연 전날까지 서곡과 피날레 아리아를 미처 작곡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알마비바 백작의 아리아보다는 신데렐라의 아리아로 더 유명한 곡이 되었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 [신데렐라]의 안젤리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의 이사벨라 등 로시니를 대표하는 세 희극오페라의 여주인공은 모두 메조소프라노입니다. 순진하고 연약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대담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여주인공들이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총출동해 엄청난 혼돈을 연출하는 1막 피날레는 음량이 점점 커지며 템포가 빨라지는 ‘로시니 크레셴도’의 전형적인 장면입니다. 1막 초반에 두 자매가 서로 자기 치장을 도와달라며 ‘신데렐라, 이리 와 봐!’ 하고 안젤리나를 불러대는 장면은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을 듯한 빠른 템포로 관객을 포복절도(抱腹絶倒) 시킵니다. 내용을 모르고 듣는다 해도 랩보다 빠른 속도 때문에 저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기막힌 이 파를란도(parlando)가 이 작품에는 여러 번 등장합니다. 특히 고음가수들보다 바리톤이나 베이스 같은 저음가수들이 이런 파를란도로 노래하면 희극적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자기표절의 대가였던 로시니가 급조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음악 덕분에 [신데렐라]는 [세비야의 이발사]와 어깨를 겨룰 만한 불후의 명작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돈을 좇아 달려가는 우리 시대에, 돈이나 권력이나 꾸며낸 외모 등으로 결코 얻을 수 없는 인간의 가치를 보여주는 모처럼의 교훈극이기도 합니다. |
첫댓글 잘듣고 보고 쉬어갑니다. 좋은날 되세요 ***
킹 다윗님휴일을 겁게 보내시고 계시지요감상합니다
그렇습니다. 여기 나오는 로시니의 오페라를 감상하시는
것 또한 멋진 일이라 생각됩니다
멋진 오페라의 아리아를 감상했군요
감하며 잠시 머믈다 갑니다
거운 주말이 되시도록
수선화님 감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거운 주말을 보내세요
멋진 동영상들 매일 온종일 번갈아 들으며 행복해 죽을지경입니다... 감사 감사 드립니다^^(벌써부터 감사의 댓글을 올리고싶었지만 컴이말을 안들어 영문으로만 쓰여지는바람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