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참봉은 세상 부러울게 없는 천석꾼 부자다. 그러나 요즘 들어 걱정거리 하나가 생겼다. 일어서고 앉을때 무릎이 시큰시큰하고 허리도 뻐근해서 요강 하나 들기도 수월치않아 일어서다 말고 툭하면 엉거주춤 서있기 일쑤다. 소다리를 고아 먹는다, 흑염소탕을 먹는다, 겨우살이를 우려 마신다, 온갖 짓을 다하고,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가 별의별 처방을 다 받아도 백약이 무효~ 홍참봉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내 나이 쉰도 안되는데 벌써 굴신을 힘들어 하다니!” 홍참봉은 어느 날 탁발승의 방문을 받는다.
“참봉 어른~ 무릎이 시큰거리고 허리가 뻐근하다면서요?” “그렇소이다.” 컬컬컬~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승이 한달 만에 완쾌시켜 드리리다.” 홍참봉의 귀가 솔깃해졌다. 이튿날 마당쇠가 지게에 홍참봉의 옷가지 보따리를 지고 하인 둘은 홍참봉의 양팔을 부축해서 산 넘고 물 건너 탁발승의 조그만 암자에 다다랐다. 하인들은 내려가고 그날부터 홍참봉은 탁발승의 처방대로 동자승이 지어 주는 선식을 먹으며 하루에 열번, 부처님께 절을 했다. 특별한 처방도 없었는데 보름도 지나지않아 홍참봉의 증세는 몰라보게 좋아져 하루에 육십배를 하다가 삼백배를 하게 되었다. 한달이 되자 부처님께 하루에 육백배 절을 하고, 산속의 토끼길을 훨훨 날듯이 쏘다녔다. 홍참봉은 하산하며 탁발승에게 묵직하게 시주했다. 홍참봉은 집에 와서 가장 먼저 씨암탉을 푹 고아 먹고, 그날 밤 눈을 질끈 감고 뒤룩뒤룩 살이 찐 마누라 고쟁이를 벗겼다. 그렇게 입막음을 해놔야 첩들 집을 순회해도 잔소리가 없는 것이다. 이튿날은 첫째 첩 집에서 밤을 새웠다. 첫째 첩은 홍참봉의 첩으로 이십 여 년 째 살아 나이가 마흔 이 넘었지만 정염은 대단해서 새벽닭이 울도록 흐느꼈다. 다음날 홍참봉의 발걸음은 둘째 첩 집으로 향했다. 스물여덟 둘째 첩은 방중술 의 달인으로 홍참봉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 다음날~ 홍참봉의 종착역은 열여섯살 셋째 첩이다. 탱탱하고 매끈매끈한 셋째 는 버선 발 로 홍참봉 에게 달려와 안기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저녁상을 물리자마자 촛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 홍참봉은 발가벗은 셋째 의 뼈가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홍참봉의 무릎과 허리가 씻은 듯이 나았다는 소문을 듣고 고개 너머 감골마을 오첨지와 강 건너 이초시도 탁발승을 찾아갔다.
한 달이 지나자 홍참봉의 무릎은 또다시 시큰거리고 허리는 쑤셨다. 홍참봉은 눈물을 머금고 또다시 탁발승의 암자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멀쩡하게 무릎이 나아 씩씩하게 하산하는 오첨지와 이초시를 만났다. 오첨지와 이초시도 천석꾼 부자로 첩들을 거느리고 있었다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