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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4장,
강정식은 슈퍼마켓을 인수받기 위해 여러 가지 절차를 밟는다.
다행히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과는 안면이 상당히 친숙한 사이었다.
그는 강정식을 위해 여러 가지 편리를 봐주면서 자세히 절차를 알려주고 있어 강정식은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개업식은 따로 하지 않고 오시는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간단한 물품을 전하는 것으로 대체를 하기로 했다.
슈퍼는 단 하루도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전 주인이 손을 떼고 다음날부터 별다른 변동이 없이 강정식이 맡아서 운영하는 것으로 계약이 되었던 것이다.
슈퍼를 운영하고 있던 사람은 바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간의 시간이 있어 며칠 동안 강정식을 위해 슈퍼에 나와서 이것저것을 알려주면서 운영상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얘기 해 주면서 수고해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은철이와 은비 또한 학교가 끝나는 즉시 달려와 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은철이는 제법 계산대의 계산들을 척척 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숙달이 되어간다.
그러나 강정식은 아이들의 그런 도움을 받는 것을 마다한다.
“은철아!
그리고 은비야!
너희들은 가게 일에 신경을 쓰지 말고 공부를 했으면 한다.
아빠는 엄마가 없는 너희들이 언젠가는 돌아와 줄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공부를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빠!
저희들은 공부도 하고 아빠를 도와 돈도 열심히 벌고 싶어요.“
은철의 야무진 대답이다.
이제 초등학교 사학년인 은철은 제법 어른다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은철아!
돈은 아빠가 열심히 벌게!
너하고 은비는 열심히 공부만 했으면 한다.“
“네!
허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아빠를 돕고 싶어요.“
은철 또한 자신의 생각을 굽히려 들지 않고 있었다.
아이들은 슈퍼를 시작하고 나서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엄마가 없는 살림이었지만 그래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은비가 방안을 치우고 때로는 설거지를 하는 것을 보면 강정식의 마음은 통증이 밀려오는 것이다.
아직 엄마에게 매달려 어리광이나 부릴 나이인 은비였다.
그런 은비는 여자라고 제법 부엌일도 거들려고 나서고 집안을 정돈하는데 오히려 남자들인 자신이나 오빠보다 꼼꼼한 것이었다.
슈퍼에 달린 방은 그리 작은 방은 아니라서 세 식구가 살아가기에는 별 불편한 것이 없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역시 여자아이인 은비와 한 방에서 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강정식은 어떻게 하든 주인아주머니의 돈을 먼저 갚고 나서 살림집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늘아래 그 누가 이렇듯 선뜻 그 많은 돈을 내 놓을 수가 있을 것인가?
강정식은 세 식구 먹고 살아가는 생활비 이외에는 모든 지출은 최대한으로 절약을 하면서 매달 수입이 되는 모든 액수를 갚아나가고 있었다.
다행히 슈퍼의 수입은 생각보다 많은 수입원이 되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강정식은 새롭게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술과 담배를 끊었다.
술과 담배 값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 돈이면 아이들 영양 간식이라도 먹일 수 있는 액수였다.
동네 조그만 구멍가게가 아닌 슈퍼마켓은 강정식 혼자서는 운영이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강정식은 사람을 구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도 혼자서 운영을 해 나가고 있었다.
오전에는 그다지 어려운 것이 별로 없지만 오후만 되면 손님들이 많아지는 시간이었다.
다행이 은철과 은비의 손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입으로는 아이들이 슈퍼에 나오는 것을 마다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너무나 큰 도움이 되고 있기에 강하게 말리지 못하고 때로는 자신 스스로가 아이들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을 강정식 자신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창 분주하던 저녁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에게 슈퍼를 맡기고 나서 강정식은 저녁을 준비하러 방에 딸려 있는 작은 주방으로 들어가 밥을 한다.
은철과 은비는 슈퍼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조차도 꺼내어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팔면 얼마라는 돈이 들어온다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들이다.
강정식은 슈퍼를 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그 흔한 자장면조차 사 주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자신에게 이른다.
반찬이라야 그저 김치와 매장에 있는 마른 반찬과 두부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가 전부인 밥상이었지만 그것도 셋이서 함께 둘러앉아서 먹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 먹고 나면 식어빠진 밥상에 한술 뜨고 설거지를 하고 난 다음에 다시 매장으로 나가 아이들을 안으로 들여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정식은 그런 자신의 생활에 고달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라도 항시 아이들 곁에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생활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강정식은 시간이 나고 쨤이 있을 때마다 아내에 대한 생각뿐이다.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사라질 수가 있을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근처의 교통사고란 사고는 모두 뒤져보았고 경찰에 연락을 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다.
돈도 없이 가진 것도 하나도 없이 그렇게 사라져 버릴 수가 있는 것인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미리 가출을 할 생각이었다면 적어도 교통비라던가 자신이 갈이 입을 옷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세월이 지날수록 강정식의 머리에는 두려운 상상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행여나 소문에 떠도는 인신매매 단에게 끌려간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상상만으로도 온 몸의 피가 마르고 피가 솟구치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병원과 집 사이가 불과 얼마나 떨어진 거리에 있는가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어두운 저녁시간도 아니고 밝은 초저녁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은 시간이다.
그런 시간에 대로변에서 과연 그런 일이 발생할 수가 있을 것인가?
강정식은 머리를 흔든다.
그런 일이 있다 해도 지금까지 주인아주머니가 미순이 엄마가 모를 리가 없다.
더구나 미순이 엄마라는 여인은 안테나를 달고 있듯이 동네의 모든 일에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일들을 꿰차고 있는 여인이었다.
손님이 들어서는 것을 본 강정식은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리다 주인아주머니라는 것을 알고 반색을 한다.
“어서 오세요.”
“장사는 잘 되세요?”
“네!
아주머니 염려덕분에 생각보다 잘 되고 있습니다.“
“이거 아이들 먹이세요.”
미영은 손에 들고 있던 냄비를 내 준다.
“뭘 이런 것을.......”
“아무래도 아빠 손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힘들지 않나 싶어 우리 먹으려고 준비를 하다 은철이와 은비가 걸려서 조금 가져왔어요.”
미영은 사골 국을 끓이다 아이들이 걸렸던 것이다.
지금까지 아내의 손으로 밥을 먹었던 은철 아빠였다.
부엌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미영은 가끔 와서 냉장고를 뒤져보기도 하고 무엇을 해 먹었나 하고 살펴보기도 한다.
가끔씩 반찬을 해서 가져다주는 미영이었지만 그렇게 자식들하고 살아보려고 노력을 하는 강정식의 모습이 애처롭다.
아내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이 믿음직스럽기도 하지만 어디를 가서 소식도 없는 채소희가 야속하기도 한 것이다.
“번번이 아주머니의 신세만을 집니다.
이제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은철이와 은비하고 든 정이 얼만데 이런 것을 가지고 그래요?
혼자서 매장을 꾸려 가시랴 아이들 돌보시랴 고생이 많지요?“
“고생이랄 것이 있겠습니까?
집 사람이 돌아오는 날 더 이상 고생을 시키지 않도록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고생스럽고 힘든 것도 모르겠습니다.“
”은철이 아빠!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이겨내시길 바래요.
아마 은철이 엄마도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겁니다.
반드시 꼭 돌아오리라고 믿어요.“
“저도 믿고 있습니다.
그 사람 아이들을 두고 어디 갈 사람이 못 됩니다.“
강정식은 가끔 이렇게 들려서 용기와 희망을 주시는 주인아주머니를 참으로 고맙고도 인정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을 하면서 언젠
가는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에서고 기댈 곳도 없고 하소연 할 곳이 없는 강정식에게는 주인댁이 그 기둥이고 언덕인 것이다.
강정식은 슈퍼마켓이 자리를 잡혀가자 시간을 만들어 다시 아내의 행적을 찾기 시작한다.
그때 당시의 교통사고를 자세히 살펴보고 그 당시 신문들을 구입해 사건사고의 기록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아내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여보!
대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강정식은 아이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아내를 생각하면서 흘리는 눈물이 참으로 많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차마 내색을 할 수 없는 강정식은 아이들이 잠든 한 밤중에 깨어 어두운 매장의 계산대에 앉아 그렇게 아내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벌써 일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다.
아내가 집을 떠난 지가 일 년이라는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다.
아이들이 성장을 하고 난 다음 무엇이라고 설명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
자신의 삶이 어디서부터 이렇게 뒤틀리게 되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그렇게 살고자 노력을 하면서 부지런 하던 아내였다.
어린 아이들을 주인아주머니께 맡기고 단 하루도 쉬어보지 못하고 일을 나가면서 악착스럽게 돈을 모아 남들처럼 버젓하게 살아보는 것이 꿈인 아내였다.
자신만 한눈을 팔지 않고 똑바로 살아주었더라면 지금의 이런 불행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책을 하고 또 한다.
무슨 마음으로 그렇게 여자들만 보면 환장을 하고 바람을 피웠는지 알 수가 없다.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는지 자신이 죽이고 싶도록 미운 것이다.
지금이라도 아내가 돌아와 준다면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아내의 용서를 구하고 싶다.
아내의 가슴에 깊게 패여 있을 상처들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버려두고 아내를 찾아 나서고 싶었다.
그러나 어린 자식들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 어리고 죄 없는 자식들을 어떻게 모른 척하며 아내를 찾아 떠돌 수가 있을 것인가?
엄마 없이 살아가느라 많은 불편과 가슴이 상처가 난 자식들이다.
그런 자식들을 외면하고 아내를 찾아 나설 수가 없는 강정식이다.
아내를 대신해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자 노력을 하는 강정식이다.
그러나 아내가 그렇게 사라지기 전까지 가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강정식은 그나마 밥을 하는 것만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매장에 들어오는 반찬거리들을 보면서 그것을 사 가시는 아주머니들께 조리법을 물어보기 일쑤였다.
반찬을 한다고 하는데도 자신도 먹을 수가 없는 맛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은철이와 은비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먹어주고 있는 것이다.
“은철아!
은비야!
아빠가 너무 맛없게 만들었다.
먹지 마라!“
강정식은 음식을 내려놓는다.
“아빠!
우리가 먹지 않으면 이 음식을 버리실 거잖아요?
아무리 맛이 없다 해도 먹고 나면 배가 부른 것을 왜 버려요?
그리고 어떻게 입에 맞는 맛있는 것만 골라서 먹을 수가 있겠어요?“
은철은 다시 그 음식을 상위에 올려놓고 태연하게 먹는다.
“미안하구나!
아빠가 할 줄 아는 것이 너무 없어 너희들을 고생시킨다.“
”아빠!
그래도 우리에겐 아빠가 있잖아요?
그리고 아빠는 우리를 위해서 술도 담배도 다 끊으시고 열심히 돈을 벌고 계시잖아요.
우리는 하나도 불행하지 않고 슬프지도 않아요.
우리 엄마는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오실 거니까요.“
이제 은철이는 의젓한 어른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래!
우리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그리고 씩씩하게 살아가자.
이다음에 엄마가 돌아와서 우리 은철이와 은비가 멋지게 자란 것을 보며 놀라는 모습을 봐야겠다. 그치?“
강정식은 아이들에게가 아니라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었다.
세탁기를 들여놓은 공간이 없어 모든 빨래를 손으로 하고 있었다.
강정식은 빨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었다.
그저 비누질하고 손으로 비벼 빨아서 널어놓으면 그것으로 다 되는 것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세탁을 하고 나서 손질하는 것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지 못한 정식은 자신의 바지나 아이들의 옷들을 다림질도 하지 않고 되는 대로 입곤 한다.
어떤 옷이 다림질을 해야 하고 어떤 옷은 그냥 입어도 된다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눈이 없던 정식이다.
가정의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세심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간다.
슈퍼를 운영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일들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반찬거리가 있어도 몰라서 못해먹고 해 놓아도 제대로 맛이 나지 않는다.
이제 은철과 은비는 자신들의 운동화는 각자가 알아서 빨아 신는 것이다.
아빠에게 맡긴다는 것은 은철과 은비도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아직도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한 은비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챙기며 준비를 하곤 한다.
어떤 준비물이 있어도 아빠에게 말을 하기 보다는 오빠인 은철이와 얘기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이제 은철이와 은비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 빨리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철없고 떼를 쓰던 은철과 은비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아빠가 힘들까봐 부지런히 숙제를 해 놓고 매장에 나오기도 하고 은비는 저녁밥을 하려고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은철과 은비의 모습을 보면서 강정식은 눈시울이 뜨거워져온다.
밝고 맑게 자식들을 키우고 싶었던 강정식이었다.
누구보다 제일 밝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아빠였다.
“은비야!
아직 넌 어려서 밥을 할 줄 몰라.
아빠가 할 테니까 어서 들어가 숙제를 해!“
“아빠!
이제 나도 할 줄 알아요.
아줌마한테 배웠어요.“
은비는 제법 야무진 대답을 한다.
그리고 은비는 쌀을 씻어 밥을 한다.
강정식은 모른 척 하며 다시 매장으로 나간다.
아직 아홉 살의 은비지만 무엇이든지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반찬이야 있는 것으로 대충 먹어도 되는 것이다.
은비는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주인아줌마를 찾아간다.
언제나 따뜻하고 정겹게 맞이해 주는 주인아줌마는 은비로서는 엄마보다 더 포근하고 좋은 사람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주인아줌마의 품안에서 많은 정이 들었던 은비였다.
그런 은비가 이제는 가족들을 위해 밥하는 것을 알고 싶어 해서 미영은 자상하고 소상하게 몇 번이고 알려주고 직접 해 보게 하였던 것이다.
또한 간단히 끓일 수 있는 된장국과 콩나물 국 같은 것들도 직접 해 보게 하면서 알려주고 은비의 마음을 다독여주곤 하는 것이다.
이제 은비는 자신이 배운 대로 아빠와 오빠를 위해 밥도 하고 된장국도 끓인다.
슈퍼 매장에는 시금치도 있고 반찬을 해 먹을 수 있는 반찬거리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은비는 시금치를 가져다 다듬어서 깨끗하게 몇 번이고 물에 씻는다.
그러고 나서 된장을 풀고 멸치를 넣고 끓기 시작하자 시금치를 넣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된장의 양을 조절할 줄을 모르는 은비는 몇 번이고 맛을 보고 또 본다.
조금 짜다 싶어 다시 물을 좀 더 넣는다.
반찬이라야 김치와 멸치 볶음 그리고 된장국이 전부인 밥상이다.
은비는 밥상을 차려 놓고 매장으로 나간다.
손님이 뜸한 늦은 저녁이었다.
“아빠!
그리고 오빠!
밥상을 차려 놓았어요.
제가 가게를 볼게요.“
“우리 은비가 정말 저녁을 했어?”
강정식은 어린 딸의 손으로 한 밥을 먹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해져온다.
아직 어린 딸에게 너무 고생을 시키는 것만 같아 미안하고 죄스럽다.
“어서요!”
은비는 아빠와 은철이의 등을 밀며 방으로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은철아!
우리 어서 들어가 밥을 먹고 나오자.“
강정식은 아들의 손을 잡고 뒤편에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생각지도 않은 된장국까지 끓여놓은 것을 보자 강정식의 눈시울은 뜨거워져 온다.
“아빠!
정말 은비 혼자서 밥하고 국을 끓인 거예요?“
“그래!
아마 그동안 주인아줌마에게 이것들을 배운 모양이다.
어서 먹고 나가자!“
강정식은 은철을 데리고 밥상을 마주한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