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잠자면서 생시(生時)와 같이 보고 듣고 느끼는 정신 현상이다. 흔히 꿈을 깬다고 말한다. ‘꿈’을 영어로 ‘dream, vision, illusion'으로 표현하듯 우리말에서는 ’희망, 바람, 이상, 소망, 염원에 환영과 환상, 몽환‘까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꿈꾸다’라는 동사는 ‘어떤 일이 그리 되기를 바라거나 꾀하는’ 바람과 희망이다. 그래서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꿈꾸는 자 절대 권력과 종교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하거나 종교재판에 넘겨져 목숨을 잃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수난을 겪었다. 꿈꾸는 자는 순수하고 진보적이나 때로는 급진적이고 저항적이다. 나는 저항시인 송경동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2006년 ‘삶이 보이는 창’이 출판한 그의 첫 시집 <꿀잠>과 2011년 실천문학사가 펴낸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를 읽었다. 2014년 3월 한 달 동안 아내와 집 앞 장전동 주민 센터 문고에서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차례로 대출받아 윤독(輪讀)했다. 그리고는 5월 <태백산맥>의 창작 무대이자 송 시인의 고향인 벌교(筏橋)로 1박2일의 자동차여행을 다녀왔다. 현부자네 집과 소화의 집 아래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한나절을 머물면서 핸디북으로 나온 태백산맥 한 세트도 사고 그 쫄깃쫄깃하다는 벌교의 꼬막을 맛보았다.
‘꿈꾸는 자’는 긍정적 시각과 인식으로 정치와 종교에 시달리는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려고 한다. 또한 정의롭고 박애정신으로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하려는 제안에 공감하고 동참한다. 흔히 좌파라고 부르는 개혁과 변화를 지향하는 진보적 성향의 무리들이다. 유토피아를 쫓는 좌파의 인식과 가치관, 그리고 시대정신은 맹자의 성선설(性善說)과 프랑스 혁명에 불을 지핀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社會契約論)에서 선포한 자유, 평등, 연대, 이성, 인권, 민주주의 나아가서 공화국 가치와 사회정의, 정교분리와 환경보호, 평화의 가치를 품는다. 이와 달리 부와 쾌락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와 탐욕, 침략과 정복을 일삼은 자본주의가 역사를 뒷걸음질 치게 했다. 루소의 사상은 인간 본성을 자연 상태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인간 회복’에서 출발하고 있다. 성선설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백성의 저항을 옹호하는 계몽주의 이후 사회계약론과 상통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의 주도로 세속 지배 권력과 결탁하여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에 이르는 무고한 사람을 마녀와 마귀로 몰아 재산을 몰수하고 화형과 단두대에 올리거나 수장시켰다.
로마 가톨릭 교회 지도자들이 부귀에 눈이 어두운 부패를 비판한 교회 개혁가 얀 후스와 가톨릭 성인 잔다르크마저 이단으로 몰려 화형 당하지 않았던가. 당시 유럽에서는 이단으로 마녀로 몰려 많은 선각자들이 화형 당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고 발전시킨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어머니마저 마녀로 지목하였다. 케플러의 어머니 카타리나는 전쟁에서 상처를 입고 돌아온 남편과 앓는 이웃들을 위해 약초로 약을 만들어 돌보며 마을의 산파역을 맡았다. 그 일로 시기와 질투를 받아 어머니가 끝내 이단으로 몰린 가운데 케플러가 마녀 사냥에 대한 실상과 폐단을 고발한 역사소설, '꿈' 또한 문제로 삼았다. 소설에서 주인공 어머니는 혼령과 악마와 어울린 약장사다. 그 중 한 악령이 주인공을 달나라로 나가는 우주여행을 도운다. 주인공은 달나라에서 자전하는 지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악령과 친구라는 내용과 지구가 자전한다는 내용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당시 핵심 교리로 삼은 천주교 권력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눈을 나라 안으로 돌려보자. 박근혜 정부는 반체제인사를 좌파로 몰아 9,437명의 문화예술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블랙리스트의 수괴 이명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하수인 전 법무부장관을 거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부장관은 지금 감옥에 있다. 촛불정국 이후 ‘블랙리스트 진사규명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야당의 반대로 운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그 활동이 중단되고 ’예술인 지원권리 보장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송경동 시인은 지난 2월 11일 한겨레신문에 ’블랙리스트 대법원 참사, 정부 책임은 없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블랙리스트는 자유대한민국에서 밝힌 ’기회 균등의 원칙‘을 부정하고 ’표현과 양심의 자유‘를 짓밟은 헌법 유린 국가 범죄라고 전제하고 자유한국당의 조사 방해로 이 정부 들어 출범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 위원회가 제자리걸음에 멈춘 현실을 성토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360여 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이 잘 못 되었음을 고백하고 사죄했다.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은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첫 아카데미 수상감독이 되었다.
가디언지(The Guardian)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의 쾌거는 굉장한 반전”이라고 보도하고 워싱턴 포스트는 “블랙리스트가 계속되었더라면 기생충은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화를 즐기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부동산업자로 돈만 벌어 돈으로 체화된 트럼프가 재선을 노리는 유세에서 엉뚱하게 대통령 임기를 12년으로 늘릴 것을 주장하는가 하면 "올해 영화가 하나 있었다. 그들은 최고의 영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에서 온 영화를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What's that all about)?"고 비아냥거리면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얼마나 형편없었나. 승자는 한국에서 온 영화"라며 '기생충'에 대한 비판을 퍼부었다. 영혼 없는 트럼프는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콜로라도주 유세에서 영화 기생충을 두고 “빌어먹을(freaking) 영화”라고 비난하는 망말을 서슴치 않았다. 외교를 한갓 상거래로 돈 놓고 돈 먹기를 일삼는 부동산업자의 말이라 대수롭지 않긴 하지만 반문화적이고 불한당 같은 저질 대통령이 우리의 외교 상대이자 맹방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우방이라는 미국과 일본은 어떤 나라이고 식민지와 분단시대의 현실에 있어서 정치와 종교의 역할과 책임이 과연 무엇인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첫댓글 박수를 보냅니다..^^ freaking 이라는 표현밖에 한줄 모르는 불쌍한 영혼이죠..
건강 조심하시구요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