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불교의례
이제 불교의례에 대하여 간략히 고찰해 보겠습니다. 불교의 의례는 아주 다양하고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불교의례를 간단히 말할 수 없습니다. 일단 그 개괄적인 요소만을 언급해 보면 1) 봉불의례 2) 법회의례 3) 수행의례 4) 일반예절, 이렇게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봉불의례
불교의 특징은 불상을 거룩하게 모신다는 데 있습니다. 불상이라든지 어떤 형상을 모시는 종교는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가 대표적인 것입니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불상을 모시는 것은 첫째로 불상을 조성하는 일부터 상당히 엄중한 의례와 의식으로 시작이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두철미하게 공경심과 근엄성을 가지고 하나하나에 기도를 하면서 진행을 해 나가는 것이 불상조성 의식입니다.
다음에 부처님을 봉안(奉安) 하는 데 있어서도 세 분을 모실 경우에는 삼존불(三尊佛)이 되고 한 분을 모실 경우에는 일위로서 봉안이 되는데 봉안하는 데도 각별하게 조심을 하고 각별하게 신성한 의식을 봉행합니다.
또 봉불의식과 같은 격식으로 요탑(繞塔)의례가 있습니다. 요탑은 탑을 도는 것을 말합니다. 탑을 도는 것은 인도에서부터 있었던 예법입니다. 아주 존경하는 분에게는 인사를 하고 그 분을 중심으로 세 바퀴 이상을 돌면서 지나가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탑에 예배를 드리고 그 탑을 몇 바퀴 돌고 가는 것은 인도의 인사법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탑을 돌 때에는 반드시 오른쪽으로 돕니다. 이것을 우요삼장(右繞三匠)이라 말합니다. 탑의 주위를 대개 세 바퀴나 아홉 바퀴를 도는데, 이것은 다른 뜻이 아니고 탑 그 자체를 바로 불법으로 여긴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탑을 돈다고 하는 것은 항상 불법을 떠나지 않고 불법을 따르면서 불법 속에서 살겠다고 하는 의미입니다. 바로 정법을 수순한다는 뜻으로 탑을 도는 것입니다.
2) 법회의례
불교의 법회에는 (1) 기도법회 (2) 정기법회 (3) 천도(遷度)법회 (4) 방생법회 (5)화혼(華婚) 특별법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1) 기도법회
기도법회는 정초(正初)기도, 초하루 보름기도를 비롯하여 칠석, 동지, 관음재일, 약사재일, 지장재일에 올려지는 기도법회가 있습니다. 기도의 예법을 자세히 지적하자면 많은 내용을 언급해야 하겠습니다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합장(合掌), 삼배(三拜)입니다.
부처님께 정중히 합장하고 3배하는 것은 불교에서 모든 예법의 기초가 됩니다. 합장을 하는 것은 흐트러진 마음을 한데 모으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 3배를 올리는 것은 불교에서 불, 법, 승 삼보가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합장하는 태도를 보면 어떤 경우에는 합장이 너무 밑으로 내려간다든지 너무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경우에는 합장을 할 때 바로 가슴 가까이 모으지 않고 한 바퀴를 밑으로 빙 돌려서 모으는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흐트러진 마음을 합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 굳이 크게 원을 그려서 합장을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2) 정기법회
요즘은 월요법회라든지, 일요법회라든지 하는 정기법회가 있습니다. 이 정기법회에서는 맨 처음에 삼귀의(三歸依)를 하고 마지막으로 사홍서원(四弘誓願)을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정기법회에서 이 삼귀의와 사홍서원을 항상 빼놓지 않는 것은 부처님의 기본법에 의지해서 무엇이든 진행되는 것임을 뜻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상 큰 원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에서 사홍서원을 하는 것입니다.
(3) 천도법회
제사를 지낸다든지 49재를 하는 경우에 천도법회가 이루어집니다. 천도의식, 제사의식에는 중요한 불교의 사상, 중요한 불교의 교의가 다 나타나고 있습니다. 천도의식은 염불과 음식을 중심으로 합니다. 염불을 한다든지 또는 음식을 차린다든지 하는 것은 다른 뜻이 아니고, 바로 여러 가지 법식(法食)을 통해서 돌아가신 영가(靈駕)가 곧장 극락세계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법회를 하는 것은 천도법회이고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것은 정기법회인 것입니다. 천도법회의 염불 내용을 보면 대단히 중요한 말씀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염불은 이러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아차법식(受我此法食)
하이아란찬(何異阿難饌)
기장함포만(飢腸咸飽滿)
업화돈청량(業火頓淸凉)
돈사탐진치(頓捨貪瞋痴)
상귀불법승(常歸佛法僧)
염념보리심(念念菩提心)
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
나의 이 법식을 받으면
어찌 해탈식과 다르리오.
주린 배가 다 부르며,
업의 불길은 일시에 청량하리다.
탐진치를 한꺼번에 버리고
항상 불법승에 귀의하여
생각 생각이 보리심이면
곳곳이 극락세계이니라.
(4) 방생법회
요즈음 제법 문제가 많이 되는 법회 가운데 하나가 방생법회라 할 것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방생법회는 대개 물고기를 사 가지고 저 멀리 자동차에 싣고 가서 연못이나 아니면 바다에다가 살려 주고 오는 것입니다. 이 방생법회가 오늘날에 과연 적합하냐 아니냐, 여기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옛날부터 역사적 기원이 있던 것으로서 방생법회에 담겨 있는 정신은 자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자비는 모든 중생과 생명에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고통 받는 생명에게는 항상 자비심을 버리지 않는 것이 보살의 마음입니다. 이리하여 자비정신을 생활화하고, 의식화하는 것이 방생법회입니다.
그 출처는 『금광명경(金光明經)』에 나오는 유수 장자(遊水長者)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옛날에 유수 장자가 죽어 가는 물고기를 살려 주었는데 그 물고기들이 모두 해탈을 얻었다는 데서 방생의 출처를 찾습니다. 그리고 보살계에도 방생을 하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은 참 좋고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나 방생을 진행하는 과정에는 반성할 점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방생하는 장소에 가 봤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방생의식을 봉행할 때는 되도록이면 물고기가 덜 지치고 중간에서 죽지 않도록 시원한 물로 갈아 주며 의식도 간단히 하고 빨리 물에다가 풀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지체하고 오래 끌면서 늦게서야 물고기를 물에 풀어 주는 일은 반성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방생을 하는 가운데도 곧잘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무질서한 행태는 마땅히 시정되어야 하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방생을 할 때 물고기를 사도 조금만 사서 의식도 간단하게 하고 빨리 살려 주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여러 가지 번잡한 의식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5) 화혼 특별법회
화혼의식은 불교의 결혼식입니다. 결혼식을 불교식으로 올릴 때는 꽃을 부처님께 올리면서 예식을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옛날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성불하시기 전에 과거의 부처님께 꽃을 올리고 그 꽃으로 말미암아 전생에 야수다라를 만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야수다라와 현생에서도 내외가 되었습니다. 꽃을 부처님께 올림으로 말미암아 부부 인연을 맺는 예식을 시작하는 것이 불교의 화혼의식입니다.
3) 수행의례
수행의례로는 참선을 한다든지, 염불을 한다든지, 경을 쓴다든지, 경을 읽는다든지 하는 의례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것은 다 생략하고 경을 읽는 방법과 경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만 대략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전자를 독경(讀經)한다고 보통 말합니다. 독경은 일반가정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독경을 할 때는 『천수경』 중에 정구업진언,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그 다음에 개경게 그리고 개법장진언 옴 아라남 아라다까지 세 번씩 한 다음에 바로 읽고자 하는 경전으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사경(寫經)이라고 해서 경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부터 경을 한 자 한 자 조심스럽게 쓸 경우에 거기에 정신이 모아지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신심이 생기게 되어 영험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경을 할 때 일자일배(一字一拜)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자를 쓰면서 절을 한 번 하고 한 자를 쓰면서 절을 한 번 하여 한 자 한 자 쓰는 순간마다 절을 하면서 쓰는 것이 최고의 정성스런 사경입니다. 이런 수행의례가 중요한 것입니다.
4) 일반예절
끝으로 일반적인 예절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스님들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장례식에 참석하거나 불자들끼리 서로 만났을 때 어떤 예절을 지키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절에 대해서는 늘 하나하나를 관심 있게 보고 알맞게 실행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예절은 항상 불교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서 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절은 어느 예절을 막론하고 첫째로 정중하면서 여러 사람이 화목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에는 어떤 특별한 절대적인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불교의 근본정신에 입각해서 가장 알맞게 진행되면 그게 바로 훌륭한 예절이 되는 것입니다.
예절이 너무 간략하면 소홀하게 되고 또 너무 장황하면 복잡하게 되어서 다 예절에 맞지 않습니다. 예절은 너무 소홀하지도 않고 너무 간략하지도 않아서 항상 알맞고 적절하면 좋은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정중하고 근엄하며 여러 사람이 다 함께 화합할 수 있는 불교의 예절이 가장 바람직한 예절인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모두 부처님의 근본정신과 현실생활에 조화를 이루는 훌륭한 불교의 의례를 잘 봉행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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