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나는 당신, 괜찮아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계절입니다. 땀이 난다는 것은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하다는 뜻입니다. 기온이 상승하거나 운동하거나 긴장하면 땀을 흘립니다. 뜨거운 음식이나 캡사이신이 들어 있는 매운 음식을 먹어도 땀을 흘립니다. 땀을 흘리는 무더운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습니다. 이는 요로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땀 건강에 대해 알아봅니다.
☞ 땀샘은 손바닥과 발바닥, 이마, 겨드랑이에 많아
땀은 땀샘을 통해 배출됩니다. 땀샘은 피부의 진피에 있으며 끝이 실타래처럼 말려 있고 그 주위를 모세혈관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피부 넓이 6.5㎠당 평균 77개꼴로 존재합니다. 우리 몸에는 200만~400만 개의 땀샘이 있는데, 입술과 손톱 바닥, 질과 음경의 일부분을 제외한 몸의 모든 곳에 분포돼 있습니다.
땀샘에는 에크린(Eccrine)샘과 아포크린(Apocrine)샘이 있으며, 에크린샘이 대부분입니다. 에크린샘은 손바닥·발바닥·손등에, 아포크린샘은 주로 겨드랑이와 회음부에 분포돼 있습니다.
피지샘과 출구가 같은 아포크린샘은 지방산, 중성지방, 단백질, 당질, 요산, 암모니아를 포함한 점착성 분비물을 배출하며 그 자체는 냄새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비된 지방산과 피지가 피부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 체취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땀 가운데 약 1%만 겨드랑이에서 나옵니다. 다행스럽게도 손바닥 땀은 일반적으로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땀은 디톡스 역할해줘
땀의 역할은 참 많습니다. 먼저 땀은 체온조절의 약 80%를 담당합니다. 사람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살 수 잇는 항온동물이라서 체온이 37℃보다 높아지면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 체온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완두콩 크기만 한 땀 한방울은 혈액 1L의 온도를 1℃ 낮춥니다.
땀은 체온조절과 함께 피부 건조도 막습니다. 피부가 건조하면 가렵고 습진과 피부염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땀은 몸속 노폐물도 배출합니다. 운동이나 다른 신체 움직임을 통해 피부의 대사율을 높이면 그동안 몸에 쌓여 있던 납이나 카드뮴등 중금속과 노폐물이 땀과 함께 배출됩니다. 운동할 때 흘린 땀은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연료로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므로, 체지방이 연소된다는 신호입니다.
땀은 피부 각질 제거와 피부 재생을 돕습니다.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피부 표면에 대사가 활발해져 기존 각질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여드름이나 아토피피부염환자에게 땀은 좋지 않습니다.
땀의 산酸 성분 때문입니다.화장을 한 채 흘리는 땀도 좋지 않습니다. 땀이 피지, 화장품, 먼지와 함께 범벅이 되면 모공을 막고 여드름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 매운 음식을 먹으면 왜 땀을 흘릴까요?
매운 음식을 먹으면 대뇌가 매운맛을 미각이 아닌 통증으로 느낀다고 합니다. 캡사이신이 세포를 손상시켰다고 착각하면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피부 온도가 상승해 땀이 나는 것입니다.
☞다한증과 무한증… 무한증이 더 위험
더울수록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땀을 너무 많이 흘리거나 전혀 흘리지 않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을 다한증多汗症, 거의 흘리지 않는 것을 무한증無汗症이라고 합니다.
체질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 환자는 정상인보다 3~8배나 많은 2~5L(1일)의 땀을 흘립니다. 다한증이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큽니다. 다한증은 일차성 다한증과 이차성 다한증으로 구분됩니다. 일차성 다한증은 전체 인구의 0.6~1%에서 발생하는데, 아쉽게도 그 원인을 모릅니다. 또 다한증 환자 중 25~50%가 가족력이 있지만, 이차성 다한증은 갑상샘항진증, 비만, 당뇨병, 폐경기 등의 후유증이나 갈색종, 전립샘암등의 호르몬 치료 후에 발병합니다. 다한증은 항불안제나 수면제, 항콜린제, 보톡스 주사 같은 내과적 치료뿐만 아니라 땀샘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전도를 차단하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무한증은 다한증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땀구멍이 막혀 체온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무한증은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후천적으로 나타납니다. 무한증은 기립성저혈압, 다발성 경화증, 홍반성 루푸스 등의 병이 있을 때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건선, 아토피피부염 등과 함께 나타날 수 도 있습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피로감, 불쾌감, 두통이 생기고 점차 구역질, 현기증, 심계항진, 흉통 등을 느낍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쉽게 체온이 상승해 과도하면 일사병이나 소모성 열사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땀구멍이 막히면서 피부에 염증과 물집이 생기는 땀띠도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한증 환자는 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무한증 치료는 우선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약물에 의한 무한증은 약물을 교체하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밤에 땀 흘리면 역류성식도염, 당뇨병 신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땀은 질환을 알려주는 신호등 역할을 합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온몸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감기 등 감염질환(발열 동반)▶갑상샘 항진증 ▶말단비대증(손, 발, 턱, 코, 귀 등 인체 말단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당뇨병에서 저혈당 ▶심장 기능 저하 ▶뇌졸중 후유증 ▶갱년기장애 ▶자율신경불안증 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식은땀을 흘리면서 현기증이 나거나 가슴 또는 위胃에 통증이 있으면,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는 신호이므로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뇌졸중 후유증 환자는 장애가 있는 한쪽 몸의 발한發汗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땀을 많이 흘립니다.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땀을 흘리는 경우에는 감기와 같은 감염질환을 의심할 수 있지만, 수분섭취량이 적으면 땀을 흘리지 않습니다. 또한 갑상샘항진등이 있는 경우에도 땀을 많이 흘립니다. 밤에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위식도 역류질환, 당뇨성 저혈압, 단핵세포증, HIV·AIDS 같은 수많은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평소 식욕이 없고 체중이 줄면서 잠잘 때 미열을 동반하고 땀을 흘릴 경우 결핵이나 악성질환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땀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탈수 증상(설사, 구토, 식사량 감소) ▶갑상샘저하증 ▶뇌순환장애 ▶당뇨병 신경장애 ▶강피증强皮症(피부에 콜라겐이 침착해 피부가 딱딱해지고 두꺼워지는 병) ▶간장병, 말기 신부전증 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글/이병문 leemoon@mk.co.kr 매일경제신문 의료전문 기자입니다. 연금지 독자 가 긍금해 하는 건강정보를 전하는 건강지킴이입니다. 위 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행하는 월간'공무원연금'지 2018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