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님과 말뚝이
"말뚝이 : 쉬이, 양반나가십니다아 양반. 덩다덩더더쿵 쉬이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시고 삼정승, 육판서를 다 지내시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아 이런 양반인줄들 아지마쇼.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소반 반자 쓰는, 이런 양반들이 나오신다 이말이요.
샌님 : 야, 이놈 무엇이 어쩌고 어째.
말뚝이 : 아하하, 앗다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겠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시고 삼정승, 육판서를 다 지내시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아 이생원네 삼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 하였소."
조선시대 과거시험 대과의 과목은 사서오경과 표, 책문이었습니다. 사서오경의 근본 사상은 휼민정신, 애민정신, 민유방본의 정신입니다. 그런 공부를 하고 대과에 급제하여 관리가 되었으면 오로지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청렴하게 나라 일을 돌보아야 당연 했겠지만, 과거에 급제 한 후의 그들의 행동은 대부분이 자기 세도를 유지하려고 " 쉬이! 물렀거라! 사또나리 행차시다!"고 외치면서 그 반대의 길을 걸어갔지요. 백성들은 그들을 "영감, 대감, 땡감"이라고 빈정거렸지요. 봉산 탈춤에서 “쉬이 양반 나리 나오신다!”로 시작하는 말뚝이의 재담은 그저 웃고 놀자고 만들어진 말이 아니겠지요. 문인 작가가 되어 이게 세태를 풍자하는 구비문학이라는 것도 모르는 분들이 수두룩하지요.(시험 정답은 맞추지만 그 속에 담긴 정신은 모른다는 뜻)
오늘날 고위직 국가 공무원을 뽑는 시험인 행정고시, 사법고시 시험에는 반드시 헌법이 들어 있어요. 헌법 책에는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권, 평등권, 행복 추구권 같은 내용들과 언론,출판, 표현, 양심의 자유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제도인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독립, 국민의 대의 기구인 국회,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과 역할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하지요. 그런데 고시에 합격하고 난 대부분의 인간들이 걸어 간 길은 조선시대 사대부들과 똑 같이 자신의 권세를 유지발전 시키는 길로 걸어갔지요. 시민들은 이런 행태들을 알아듣기 쉬운 단 한마디의 말로 “관피아” “병피아” “법피아” “갑질”이라는 말로 오늘의 우리 사회 상층부를 점령하고 있는 그들의 정신세계에 대한 부패상을 폭로하고 있지요. 나라가 가장 부패했던 시대가 제 5공화국 시대인데 당시 초등학교 선생님들까지 촌지라는 이름으로 돈 봉투 받는 게 일반화 되어 있었어요. 돈 봉투 가져 오지 않으면 어린 제자를 왕따 시키는 선생 같지도 않은 인간도 있었지요. 교육의 근본정신이 썩었는데 나라가 제대로 될 리가 있겠어요? 이 나라가 오죽 했으면 “김영란법”이 만들어 졌겠는 지요. 부정부패를 개인의 일로 치부하면 고쳐지질 않지요.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것은 그 사회 전체 국민들의 보편적 의식이 부정부패를 묵인하거나 당연시하는 문화적인 풍토 때문이지요. "양잿물도 공짜라면 큰 것을 먹는다"는 민간의 속담이 왜 생겨났겠는지요.
그대로 두면 조선이 일본에 망하였듯이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걸 모르는 국민들이 아직도 너무 많아요. 그들을 두고 착하다 해야 할지, 한심한 정신수준이라 해야 할지, 불쌍하다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요. 명예혁명이란 지도자가 되려는 자들이 책에서 배운 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는 비 폭력적인 절차로서 그들을 공적인 지위에서 하차시킨다는 국민의 준엄한 의지입니다. 작가 문인이 되어서 표현의 자유가 뭔지, 왜 중요한지, 그게 얼마나 중요하길래 헌법에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블랙리스트가 왜 나쁜지 이해를 못합니다. 제가 이 카페에서 헌법 강의를 한번 해야겠습니다. 헌법은 "사회계약설"에 입각하여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국민 투표로 제정 된 우리 모두의 약속이자 법 중에서도 가장 상위법입니다. 헌법의 정신에 반하는 다른 모든 하위법은 효력이 없으며 취소 또는 무효가 됩니다.
힘이 세다고 여기시는 센 님 여러분!
“책대로 합시다!”
“배운대로 합시다!”
"계약대로 합시다!"
말뚝이 소리가 오늘의 시대에도 그대로 통한다는 게 슬프지 않으세요?
말뚝이가 양반 되고나더니 더 지독하게 양반행세 하는것은 아닌가요?(2017. 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