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오면 활짝 반겨주겠다며 아직은 수줍은 듯 꽃망울을 잔뜩 머금고 있던 개나리 진달래가
어여 오라며 잇몸까지 활짝 드러내 놓고 반겨준다. 너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그래서 웃으며 반기려 따듯한 봄기운 얼굴 가득 맞으려 애썼다며 나 어떠냐고 봐 달라며 반긴다.
약속을 지켜준 개나리 진달래가 고맙다. 유난히 노랗고 유난스럽게 살랑이는 개나리 진달래 꽃술이
첫사랑 그녀의 입술처럼 사랑스럽다.
그렇게 4월의 첫 수업이 시작되는 봄날이다.
첫 감상시. 지난주 예고대로 이승하 시인의 작품이다.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 / 이승하
볼품없이 누워 계신 아버지
차갑고 반응이 없는 손
눈은 응시하지 않는다
입은 말하지 않는다
오줌의 배출을 대신해주는 도뇨관(導尿管)과
코에서부터 늘어져 있는
음식 튜브를 떼어버린다면?
항문과 그 부근을
물휴지로 닦은 뒤
더러워진 기저귀 속에 넣어 곱게 접어
침대 밑 쓰레기통에 버린다
더럽지 않다 더럽지 않다고 다짐하며
한쪽 다리를 젖히자
눈앞에 확 드러나는
아버지의 치모와 성기
물수건으로 아버지의 몸을 닦기 시작한다
엉덩이를, 사타구니를, 허벅지를 닦는다
간호사의 찡그린 얼굴을 떠올리며
팔에다 힘을 준다
손등에 스치는 성기의 끄트머리
진저리를 치며 동작을 멈춘다
잠시, 주름져 늘어져 있는 그것을 본다
내 목숨이 여기서 출발하였으니
이제는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
활화산의 힘으로 발기하여
세상에 씨를 뿌린 뭇 남성의 상징을
이제는 내가 노래해야겠다
우리는 모두 이것의 힘으로부터 왔다
지금은 주름져 축 늘어져 있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하나의 물건
나는 물수건을 다시 짜 와서
아버지의 마른 하체를 닦기 시작한다.
이승하 시인은 1960년 경상북도 김천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교수로 활동중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화가 뭉크와 함께' 로 등단해 2020년 제18회 유심작품상과
2019년 제29회 편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는 마치 본인의 병간호 경험을 서술하듯 감정선이 드러나 있으나
본인이 실제로 겪은 상황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다.
’성기‘라고 하는 단어는 자칫 다루기 어러운 단어이나 작가의 단어 사용은 매우 훌륭한 전개를 하고 있다.
시를 쓸 때에는 단어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의미있게 선택해야 한다.
단어 하나에서 주는 의미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어의 선택은 그래서 중요하다.
배우는 입장의 작가라면 즉흥시를 바로 발표하기보다는 퇴고 과정을 거쳐
작품을 쓸 당시의 감정의 기복을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작품을 쓸 때에는 이미지를 응축하면서 서술해야 한다. 응축없는 서술은 안되는 것이 시이다.
교과서로 가보자
첫 학습 시. 윤종대 시인의 ’나무에 대한 변증법‘으로 시작한다.
나무에 대한 변증법 / 윤종대
숲속에 [나]가 있다.
숲속에 [무]가 있다.
숲속에 [나무]가 있다.
[나]와 [무] 사이에 숲이 있다.
그 숲은 이야기로 되어 있고
이야기의 사이사이에
이야기의 모양대로 생김새와 색깔이 다른
꽃이 피었다가 지곤 한다.
꽃이 지는 자리에는 언제나
물방울이 맺히게 되고
물방울 속에는 요정이 있어
물방을을 먹고 자란 흰 손이 나온다.
윤종대 시인은 1958년 경상남도 합천 출생으로 1993년 현대시에 <날개 소리가 들린다> 외
6편 발표로 등단하였으며 ’소금은 바다로 가고 싶다‘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시는 정반합(正反合)으로 나무를 표현하고 있으며 어렵지 않은 단어로 표현된 시이나
철학이 가미되어 있어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렇듯 시에는 철학이 내재되어야 한다.
두 번째 학습 작품. 안도현 시인의 ’봄똥‘과 ’옆모습‘
봄똥 / 안도현
봄똥, 생각하면
전라도에 눌러 앉아 살고 싶어진다
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
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주는
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
마른 비늘 같은 겨울을 툭툭 털어내고
솎아 먹는
봄똥, 찬물에 흔들어 씻어서는 된장에 쌈 싸서 먹는
봄똥, 입 안에 달싸하게 푸른 물이 고이는
봄똥, 봄똥으로 점심밥 푸지게 먹고 나서는
텃밭 가에 쭈그리고 앉아
정말로 거시기를 덜렁덜렁거리며
한 무더기 똥을 누고 싶어진다
옆모습 / 안도현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
등 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
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 모습만 보여준다.
옆모습이란 말, 얼마나 좋아
옆모습 옆모습 자꾸 말하다 보면
옆구리가 시큰거리잖아
앞모습과 뒷모습이
그렇게 반반씩
들어앉아 있는 거
당신하고
나하고는
옆모습만 단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
사나흘이라도 바라보자.
시인 안도현은 1961년 경상북도 예천 출생으로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활동중이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낙동강' 으로 등단, 2007년 제2회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를 쓸 때에는 기존의 사실을 파괴할 줄 알아야 한다. 새로운 각도에서 사물과 현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사물의 뒷모습, 뒷면, 옆모습, 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아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시를 씀에 있어 사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 틀의 파괴들을 공부하며 수업을 마치기전에
신입 이성애 쌤의 신작 발표가 있었다. 눈썹달을 주제로 한 숙제물이다.
이번 신입들의 열정은 숙제로 나타난다.
아울러, 송희수 선생의 계간 문학과 비평의 신인상 시상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문복희 교수님께서 해 주셨다.
오늘 수업엔 선배 김영주 선생님께서 처음 출석하셨다. 반가운 마음 그지없다.
지난 겨울방학 숙제 ’시경집전 필사하기‘ 숙제를 검사받는데 그간 보아왔던 김영주 쌤의
품성과 열정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필사 작품집이다. 문복희 교수님께서 표지에 친히 사인까지 해 주셨다.
지난번 교수님의 갑작스런 출간 소식과 선물로 주신 신간 ’어머니의 고백‘을 받자왔으나
미처 보답도 축하도 하지 못한 마음을 오늘에야 전하였다.
오늘도 여전히 주숙경 회장님께서 준비하신 아주 고급진 차로 월요일을 시작했다.
’햇목련꽃차‘. 말라있는 꽃잎이 뜨거운 물에 담기자 원래의 고운 자태로 살아나며 은은한 향을 자아낸다.
코로나로 두려움에 떠는 내 목젖이 최고의 예방접종을 맞는 듯 하다.
문교수님께서는 교내의 목련꽃에 취해 목련에 관한 작품을 쓰기 시작하셨고
등단작 제목도 ’백목련‘이라 하셨다.
아울러, 주숙경 회장은 목련의 향에 반해 차(茶)만들기에 입문하였다하신다.
목련꽃. 우아하고 고귀한 자태로 피었다가 처절하게 스러지는 목련꽃.
어느 가수의 노래가 입에 맴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이 고귀한 목련꽃차와 잔기지떡의 궁합.
회장님 간식거리는 언제라도 최고이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오늘 점심과 커피는 김영주 선생님께서 협찬하셨다. 그러나 김영주 쌤이 사주셔서 더 맛있을 학식을
회장님과 총무는 못 먹었다. 배식대의 밥이 하필 우리 앞에서 똑 떨어졌다.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영양사의 말을 뒤로하고 카페에서 문우들을 기다렸다.
“김선생님께서 사 주신 학식 맛있게들 드셨죠?” 이어지는 카페에서의 한담(閑談).
작품집 만드는 이야기, 야외수업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정을 쌓다가 각자의 생계를 찾아 흩어진다.
2022. 4. 5.화. 가천대 시창작반 총무 임병옥 정리.
첫댓글 정.존중.배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사랑
이 있는 가천시창작반에 입문하게 되어
즐겁습니다.
오늘도 열일 하신 총무님 고맙습니다
4월의 목련처럼 오신 여림 김영주 선생님, <시경> 필사 과제가 훌륭합니다. 점심과 커피까지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기지떡과 구운 계란과 목련꽃차를 정성으로 준비해주신 주숙경 회장님, 그 넉넉한 마음에 감사합니다. 가천식구들, 시집 출판을 축하해주셔서 감동입니다. 수업내용과 사진을 멋지게 올려주신 임병옥 총무님, 든든하고 센스있는 일꾼 중에 일꾼입니다.
시창작반 교실의 열정은 피어오르는 봄날의 꽃나무들 같네요~
졸필로 쓴 숙제, 중국고전에 다가갈 기회를 부여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총무님의 희생과 봉사 보석같은 멋진 시간들입니다~
감사합니다~♡
비번찾아 3만리 기억이 깜빡 깜빡 하네요~해서 다시 비번등록후 들어 왔습니다~
가천반의 사랑꾼 임 총무님! 덕분에 편하게 보내며 미안함도 가슴에 담아 놓겠습니다요~
가천반은 교수님의 사랑과 지식을 먹으며 더욱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지요~
새로오신 선생님이나 새각시 언니 들이나 모다 반갑게 사랑을 주시지요~
함께여서 감사하고 행복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