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여름, 국토 중주를 마치고
전명훈
신문에서 “대한민국 최연소 우승자 탄생” 이런 글을 볼 때나 아니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주변 사람들이 박수치고 눈물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한계에 도전하고, 영혼을 쏟아 부으며 노력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어려움과 난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뚫고 팀원들, 감독님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횡단하게 되었다. 거리는 약 310마일이었고, 이 긴 여정을 마치는 데는 단 4일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우리는 단 1초도 낭비하지 않았다. 이 놀라운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나는 일주일에 4번, 여름방학인데도 새벽 5시에 일어나 3시간씩 자전거를 탔고, 친구들과 새들이 잠든 사이에 나는 국토를 종단하기 위해 하루에 93마일을 탈 수 있도록 자전거를 훈련하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이미 수년 동안 훈련을 받았고 심지어 제주도를 횡단한 경험도 있었다. 솔직히 나는 실패에 대해 매우 소심했기 때문에 자신을 한계에 이르기까지 밀어붙이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그래서 길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견디는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나는 훈련을 하루하루 할수록 안팎으로 천천히 단단해지고, 발전하고 있었다.
드디어 7월의 어느 날 새벽, 부산에서 여주까지의 국토종주를 하기 위해 스타트라인에 섰다. 그리고 우리는 패달을 밟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참 흥미로운 스포츠이다. 자전거에 앉아 자전거를 타면서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 이것은 결국 10시간 동안 바퀴를 돌리면서 하루 종일 자전거에서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보기에는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고통스럽다.
둘째 날부터 내 다리는 화끈거리고 근육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키고 손은 아파왔다. 세 번째 날은 손은 아무것도 잡을 수 없었고 목은 석상처럼 뻣뻣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페달을 밟고 있었고 했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고 노력했다. 평화로운 강이 완벽한 거울처럼 주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고 호수 가까이 날아다니는 새는 내 생애에서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림자에 비추어지는 별들, 노을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히 새겨져 있다.
중간에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3일 째에 오셔서 응원해주셨고 팀원들은 서로서로 독려했고 코치님도 끊임없이 우리를 격려해주셨다.
또한 나는 천사들을 만났다. 우리가 들리는 식당들의 주인들은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과 얼음을 마음껏 주셨고 반대 방향에서 오는 다른 자전거 팀들의 응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큰 산을 넘어가야 했는데도 거의 굳어버린 것 같은 다리를 보면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날, 큰 한계에 도전하고 나니 비가 많이 왔는데도 마음은 평화로움으로 가득 찼다.
지금이 자신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생각할 때 주변을 둘러 보고 누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스태프, 코치님, 부모님, 낯선 사람들이 도와주어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내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 그리고 뜻밖에 마주치는 아름다운 자연들,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의 세계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부모가 지켜본 명훈이의 변화
안녕하세요? 명훈이 엄마 이주미 입니다.
그간 명훈이가 감독님으로부터 받은 교육과 팀원들과 함께한 훈련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간략하게 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글이 이후에 운동을 통해 좋은 영향을 받고 변화될 후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토피의 치료
명훈이는 어려서 아토피가 있었고, 땀을 흘리면 몸이 가려워서 격렬한 운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병원에서 양방과 한방치료를 받곤 했는데, 한의사 선생님이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이 아토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셔서 힘들지만 치료의 목적으로 감독님의 지도하에 달리기와 수영을 꾸준히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정말로 피부 아토피가 낫게 되고, 운동을 안 하면 아토피가 조금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완치는 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면 거의 아토피가 생기지 않아 결과적으로 몸도 건강해지고, 여러 가지 다른 운동에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진중한 성격이 보다 적극적인으로 바뀜
명훈이는 좋게 이야기하면 신중한 성격이었습니다. 확신이 들기 전에는 잘 시도하지 않거나 몸을 움직여 먼저 해보기 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 운동을 통해 기초 체력이 키워지고 단체운동을 통해 형, 동생들과 함께 어려운 도전들을 이기고 성취하면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거나 친구들을 독려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몇 번이고 주저했던 단체 사이클링 훈련, 스키강사 자격증 취득 과정, 사이클링 국토종주, 한강횡단, 1500m수영대회 등 감독님과 팀이 하나가 되어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을 이루어가면서 명훈이는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팀워크와 리더십의 함양
마라톤, 수영, 사이클 등의 스포츠는 혼자 할 수 있고,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도 있지만, 혼자 하다 보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하지 못하거나 의지가 꺾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또래의 친구들과 돕고 경쟁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은 운동 역량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좋은 배움의 장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친구들끼리 항상 사이가 좋을 수는 없고, 심지어 감독님의 채근이나 교훈에도 반발할 수 있지만 결국 감독님의 지도하에 아이들의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성숙이 함께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명훈이도 팀이 중요하고, 다른 친구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부분과 후배, 동생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고 올 바른 방향으로 생각을 모으는 부분을 익힐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이해와 새로움에 대한 도전
명훈이는 감독님과 같이 철인3종을 통해 아이언맨이 되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을 꼽으라고 하였더니 국토종주라고 하였습니다.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사이클링 종주를 하면서 육체의 한계를 이기기도 하였고, 힘들어 하는 후배를 챙기면서 함께 완주하기도 하였고,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연과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이 사는 세상이 매우 풍요롭고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새로운 도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올 가을에 미국의 대학으로 진학하게 됩니다. 힘들거나 낯선 환경에 대해서는 운동을 하면서 이미 여러 가지 형태로 이겨낸 경험이 있고, 자신감이 있다고 합니다. 명훈이가 어려워할 때에, 게으를 때에, 포기할까 고민할 때에 격려해 주시고 힘이 되어주신 이정훈 감독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다른 친구들도 훌륭한 훈련과 아름다운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어 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