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사회는 ‘Generation Z’, 즉 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신세대가 기존 세대와는 뭔가 다르다는 의미있는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이 사건은 2018년 2월 14일 플로리다주 남쪽 파크랜드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발생한 끔찍한 총기난사 참사에서 시작한다. 같은 학교 퇴학생인 니콜라스 크루스가 반자동 소총인 AR-15를 난사해 17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너무나 참담한 사건이었지만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이와 유사한 총기난사 사건이 미국에서 매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었기에 더글러스 고교 사건도 또 다른 대형 총기참사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대개 이러한 총기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은 순간적으로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미국 정치권은 총기규제에 대해서 찬·반으로 논쟁을 벌이고, 결국 아무런 재발대책이 만들어지지 않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포기하고 잊혀지는 패턴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 생존한 고등학교 학생들, 즉 Z세대의 미국 젊은이들은 기존 세대와 다른 모습으로 접근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언론에 나서서 근본적인 총기규제를 하지 않는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더 나아가 실제 사회변화 운동을 만들어냈다.
2018년 3월 24일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의 주도로 ‘March for Our Lives(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라는 이름의 총기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이날 수도 워싱턴 D.C.에서만 80만 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고, 현지 언론들은 50여 년전 베트남전 반대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청년 시위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날 시위에서 더글러스 고교 생존자이자 시위를 주도한 1999년생 엠마 곤잘레스의 연설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엠마는 숨진 친구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한 다음 4분 26초 동안 침묵했다. 이후 타이머가 울렸고 곤잘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나온 지 6분 20초가 지났다. 그날 범인은 공격을 멈춘 뒤 총을 버리고, 학생들에 섞여 탈출했고 체포 전까지 1시간 동안 거리를 돌아다녔다. 다른 누가 하기 전에 당신의 삶을 위해 싸우라”라고 호소한 후에 무대에서 내려왔다. 바로 6분 20초는 더글러스 고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진행된 시간이었다. 이 연설 이후 쿠마 이민자 가정의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엠마 곤잘레스는 미국 총기규제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미국 Z세대 핵심사건 : 글로벌 금융위기
‘March for Our Lives’라는 대규모 청년 시위를 경험한 미국 사회는 Z세대, 즉 1990년대 중반(1996년 이후 출생)부터 2010년까지 태어난 이 세대 집단은 무엇인가 다른 특징이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
이에 2018년 4월 「타임」지는 더글라스 고교 학생과 Z세대에 대해서 ‘Move Over, Millennials: Generation Z Will Change the World (밀레니얼을 넘어서 : Z세대는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라는 기사를 기재함으로써 이들 세대를 자세히 분석했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Z세대는 약 6천1백만 명의 인구로 구성되어 있고, 2020년까지 기업 인력의 약 20%, 미국에서 소비되는 쇼핑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미국 Z세대는 어떤 특징과 성향을 지니고 있을까? 세대 연구자들은 한 세대의 공통적 특징을 알기 위해서는 이들의 행동과 가치관에 가장 영향을 주었던 사건을 주목한다. 가령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케네디 암살 사건, X세대에게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9·11 테러 사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세대 연구가들은 미국 Z세대를 관통하는 사건에 대해서 ‘Great Recession’으로 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많이 언급한다. 이때 미국 Z세대들은 부모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고, 부모, 그리고 ‘돈과 빚’에 대한 대화를 어떤 세대보다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세대 연구기관인 Center for Generational Kinetics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35%는 20대에 은퇴를 대비한 연금가입을 계획하고 있고, 이미 12%의 Z세대는 은퇴를 위한 저금을 시작하고 있었다. Z세대의 다수가 여전히 1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로 이 세대한테 재정적 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임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외에도 미국 Z세대가 공유하는 주요한 사건은 동성혼 합법화, 테러와의 전쟁, 지구 온난화, 총기난사 등이다.
미국 Z세대 특징과 HR 시사점
2018년 미국인사관리협회인 SHRM(Society of Human Resource Management)은 인력관리 측면에서 Z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할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관련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각적인 피드백 | Z세대는 자라면서 시험 후 성적을 바로 온라인에서 확인한 세대이므로 즉각적인 피드백에 익숙하고 이를 기대한다. 따라서 빠른 피드백을 주는 성과관리 문화가 이들 세대에 적합하다.
금전적 측면 민감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Z세대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기에 이들은 부모의 해고를 목격하고 집값의 폭락을 경험한 세대이다. 따라서 Z세대는 금전적인 측면에서 민감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앞선 세대인 밀레니얼과 가장 다른 모습인데 밀레니얼은 직업을 선택할 때 돈보다는 자기실현과 개인적 삶에 대한 선호를 중시했다. 이에 반해 Z세대는 금전적 보상을 직업선택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 3분의 2는 즐기는 일을 하기보다 재무적 안정성이 높은 직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네이티브 | Z세대는 진정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이며, 이는 Z세대를 ‘iGeneration(iGen)’ 혹은 ‘Net Gen’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소셜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하고, 이메일보다는 유튜브를 통한 정보습득을 선호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상품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Z세대의 50%는 유튜브에 의존한다고 답한 반면, 이메일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답변은 25%에 그쳤다.
대면접촉과 인간관계 요구 강해 | Z세대가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디바이스에 익숙한 세대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들은 앞선 밀레니얼 세대보다 대면접촉(Face-to-Face)과 인간관계(Human Interaction)에 대한 요구가 강한 집단이다. 직원몰입과 교육전문 기관인 XYZ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Z세대의 다수가 대면접촉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8년 미국 경제지 「Forbes」에 실린 “How Generation Z Will Impact Your Workplace” 기사에 따르면 Z세대의 40%가 직속상사와 상시적 대면소통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HRM은 Z세대 직원 선발 시에 온라인 지원뿐만 아니라 대면 인터뷰 과정을 반드시 포함할 것을 조언한다.
다양한 세대 | 미국 Z세대는 기업경영의 커다란 숙제였던 인력구성의 다양성(Diversity) 이슈
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미 충분히 다양한 세대가 될 전망이다.
이들 세대는 최초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재임 시절에 자라났고, 동성혼 합법화와 같이 성소수자 권리가 크게 확대되는 경험을 가졌다. 인구통계적 측면에서 미국내 백인이 한 세대의 다수를 차지했던 역사도 Z세대를 끝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SHRM은 미국기업에게 다양성은 추구할 가치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조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앞으로는 인위적인 다양성 확보보다는 개별 직원이 가진 역량에 대한 강조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창업가 정신 높은 집단 | 미국 Z세대는 어느 세대보다도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Spirit)이 높은 집단이다. 이들은 태어나면서 IT발전과 같이 자라난 세대이므로 기술을 통한 스타트업에 별로 두려움이 없는 세대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대학생 61%가 기업의 직원이 되기보다는 스스로 비즈니스 만들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되어서 SHRM은 Z세대의 창업가 정신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젊은 직원의 몰입과 동기를 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치·사회 적극적인 목소리 참여 | Z세대는 앞서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이 총기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이끌었던 사례에서처럼 정치·사회변화에 적극적인 목소리와 참여를 내는 세대이다.
세대연구를 통해 마켓 인사이트를 발표하는 카산드라 리포트(Cassandra Report)에 따르면 미국 10대들의 49%는 최소 한 달에 한번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Z세대의 39%는 자선단체에 시간과 돈을 기부하는 것을 성공의 척도로 인식하였다.
또한 전문 리서치업체 콘 커뮤니케이션(CONE Communications)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94%는 기업이 사회와 환경이슈에 관여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같은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답변인 87%보다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여 최근 「Forbes」는 기업이 Z세대 인재를 고용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사를 기재하였으며, 이는 바로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Z세대의 특징과 이해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하겠다.
첫댓글 좋은 내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