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고운 말 쓰기에도 연습이 필요해요
우리는 매일 많은 말을 듣고 또 하고 삽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말의 양과 질도 매우 다양하지요. 대개 좋은 관계도, 나쁜 관계도 말에서 비롯될 때가 많습니다.
엄격한 관상 수도회인 트라피스트 수도자들은 오직 침묵과 기도의 삶에 몰입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말은 수화로 한다고 합니다. 말을 안 하는 만큼 말로써 죄를 지을 확률도 줄어들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늘 가까이 대하는 가족, 친구, 이웃끼리도 서로 편하게 여겨서인지 주고받는 말 때문에 깊은 오해와 상처를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면에 말을 잘못 해서 좀처럼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인간관계 속에서 말을 잘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병고에 시달리며 누워 있는 이에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로 괴로워하는 이에게, 또는 사업에 실패하거나 시험에 떨어져서 낙담하고 있는 이에게 적절한 위로의 말을 찾아 건네는 것이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나 감사의 말을 건네는 것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집니다. 합당한 말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막상 표현을 하자면 생각이 잘 안 나고 말이 궁해 답답해지는 것을 저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어설프게 위로하려다 오히려 상처를 주기보다는 아예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하는 말도 종종 듣지만 이는 너무 소극적인 태도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글을 배우고, 피아노를 배우고, 뜨개질을 배우듯이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좋은 말을 배우는 데도 많은 연구와 노력과 연습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평소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우리말을 공부 하고, 남의 말을 열심히 듣고, 좋은 책을 통해 좋은 말을 배우며 실제로 잘 활용하려 애쓴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의 언어생활이 더 아름답고 깊이 있게 변하리라 믿습니다.
우리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저속한 말, 너무 피상적이고 충동적이고 겉도는 말, 자기중심적이고 무례한 말을 습관적으로 하지 않으려면 우리 마음과 삶의 태도부터 맑고 곱고 선하게 바꾸어야 할 것 입니다. 우리의 말이 항기로우려면 우리의 삶 또한 향기로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끝없이 노력하는 언어의 수행가 되어야 하겠지요.
따라 쓰며 마음에 새기는 시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 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나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혜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의 난초를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 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의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중에서
이해인 지음
첫댓글 말에도 향기가 있다니
늘 향기로운 말만 하고 살고 싶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