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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개심사 청벚꽃을 보러 갔는데 – 개심사,일락산,석문봉,가야산,원효봉
1. 원효봉에서 조망. 왼쪽은 덕숭산(수덕산), 오른쪽은 뒷산, 그 뒤는 삼준산, 왼쪽 멀리는 오서산
가야산은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금북정맥(차령산맥)의 끝 부분에서 솟아 있으며, 서해안 5대
명산(마니산, 가야산, 오서산, 불갑산, 부안의 상봉)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옛날 중국에서 한국으로 항해할
때 제일 좋은 목표였던 주봉에 지금은 TV 중계소가 설치되어 있다.
주봉 가사봉(袈裟峰)에서 원효(元曉) ㆍ 석문(石門) ㆍ 옥양(玉陽)의 4대봉으로 연결된 능선에는 쉰길바위 등 기암,
단애를 이루는 지점이 곳곳에 있다. 석양에 산정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는 표현할 수 없는 절경이다.
계곡은 옥녀폭포(玉女瀑布)가 있는 골이 제일 좋고, 주변에는 남연군묘(南延君墓)와 보덕사 ㆍ 일락사를 비롯, 용현
리에는 유명한 마애삼존불상이 있다.
―― 김형수, 『韓國400山行記』(2002, 깊은솔), ‘가야산(伽倻山) 677.6m’ 개관에서
▶ 산행일시 : 2024년 4월 13일(토), 맑음, 미세먼지 약함
▶ 산행코스 : 개심사,금북정맥 주릉,전망대,일락산,604.5m봉,석문봉,가야봉,원효봉 중계소,헬기장,원효봉,
상가저수지,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11.9km
▶ 산행시간 : 5시간 4분(10 : 36 ~ 15 : 40)
▶ 교 통 편 : 다음매일산악회 버스(30명)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양재역 1번 출구 200m 전방 스타벅스 앞
10 : 36 – 개심사 주차장, 산행시작
10 : 50 – 개심사(開心寺)
11 : 10 – 금북정맥 주릉 진입
11 : 19 – 404m봉, 전망대 정자
11 : 49 – 일락산(日落山, 521m)
12 : 25 – 604.5m봉
12 : 40 – 석문봉(石門峰, 658m), 점심( ~ 13 : 00)
13 : 52 – 가야산(伽倻山) 가야봉(678m)
14 : 06 – 원효봉 중계소
14 : 25 – 안부, 헬기장
14 : 42 – 원효봉(元曉峰, △605m)
14 : 56 - 안부, 헬기장
15 : 25 – 상가저수지
15 : 40 – 주차장, 산행종료
19 : 05 – 양재역
2. 가야산 지도
3. 개심사 안양루에 전시한 그림
5. 개심사 청벚꽃나무
▶ 개심사(開心寺), 일락산(日落山, 521m)
개심사 청벚꽃은 전국에서 서로 구경하려고 몰려드는 명화라서 개심사로 가는 2차로 도로 중 1차로는 주차로 사용
되고 그 길이가 아마 2km는 족히 넘을 거라고 한다. 개심사로 하산할 경우, 버스가 주차장에 머무를 수가 없기 때문
에 그 먼 거리를 걸어 나와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당초 계획한 산행코스를 반대로 하여 개심사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일락산, 석문봉, 가야봉을 오른 다음 상가리 주차장에서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오산IC에서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하기가 퍽 어렵다.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다. 이 많은 차량과 이 많은 사람들이
혹시 개심사로 청벚꽃을 구경하러 가는 것은 아닐까, 저간의 진달래꽃을 보려고 덕룡산과 주작산을 갔을 때 겪은 그
와 같은 곤욕을 다시 겪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졸음마저 천리만리 달아난다. 양재역에서 개심사까지
120km 정도로 평소에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도로에서 지체하더라도 산행시간은 깎지 않고
그대로 주겠다고 한다. 산행거리 10.6km, 산행시간 5시간 30분이다.
개심사 주차장. 여기까지 오느라 3시간 36분이나 걸렸다. 예상대로 북새통이다. 차량과 사람들, 좌판 등이 뒤섞였
다. 금방 군중 속에 우리 일행들을 잃어버리고 만다. 주차장에서 일주문 지나 개심사까지는 0.6km 정도 되는 돌계
단 길을 가야 한다. 일주문을 지나기 전에 그 옆에 있는 안내문을 들여다본다.
“상왕산(象王山) 개심사(開心寺)는 백제 의자왕 1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며 고려 충정왕 때 처능대사
가 중창하고 조선 성종 15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중건하였다. 코끼리의 왕이라는 뜻의 상왕산(象王山)은 부처님
을 상징하며 ‘무아경(無我經)’을 설한 인도의 산 이름이기도 하다. (…) 봄이면 기와집을 배경으로 청벚꽃 왕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여름에는 백일홍,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이 방문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남한에 상왕산 또는 상왕봉은 이곳을 포함하여 5개가 있다. 합천 가야산의 상왕봉, 오대산의 상왕봉, 장성
백암산의 상왕봉, 완도의 상왕봉이 그것이다. 한자로는 상왕을 ‘上王’이 아니라 모두 ‘象王’이라 표시하고 있다. 나는
지난날 오대산 상왕봉을 올랐을 때 그 지명의 표기에 대하여 의문이 생겨 내 나름대로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 생각
은 변함이 없다. 다음은 그때의 내 생각이다.
상왕봉을 왜 ‘上王峰’으로 하지 않고 ‘象王峰’이라 하였을까? ‘象王’이란 작명에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제4장 끝
부분에 나오는 ‘象帝之先’이 떠올랐다. ‘象帝’라 하고 싶었겠지만 중국이 대국이라 감히 ‘帝’는 붙이지 못하고 ‘王’자
를 붙여 ‘象王峰’이라 했으리라.
노자의 『도덕경』 제4장 끝 부분에 “湛兮 似或存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이 나온다.
김학목 교수의 해석이다.
(도는) 깊으면서 맑아 존재하는 것 같은데도
나는 그것이 누구의 자식인지 모른다.
그러니 조물주(帝)보다 앞서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한 24살 전대미문의 천재라는 왕필(王弼, 226~249)의 주(김학목 옮김, 『노자 도덕경과 왕필의 주』)다.
“땅이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기능은 떠받치는 역할을 초과할 수 없고, 하늘이 그 상(象)에 흡족해 하지만 그
기능은 덮어주는 역할을 초과할 수 없다. 하늘과 땅 가운데 어는 것도 도에 미칠 수 없으니 또한 조물주(天帝)보다
앞서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본문의 조물주(帝)는 하느님(天帝)이다.(地守其形, 德不能過其載, 天慊其象, 德不能過
其覆, 天地莫能及之, 不亦似帝之先乎. 帝, 天帝也.)”
6. 왼쪽 멀리는 삼준산(489m), 그 오른쪽은 연암산(441m)
7. 봄빛. 오른쪽 위 끄트머리는 신창저수지
8. 왼쪽 멀리는 삼준산
9. 왼쪽은 수정봉(453m)
10. 앞 왼쪽은 석문봉 가기 전 604.5m봉. 오른쪽 멀리는 삼준산
11. 산빛이 곱다
12. 가운데가 삼준산, 그 왼쪽은 뒷산(449m), 오른쪽은 연암산
13. 멀리 가운데는 도비산(352.8m)
일주문 현판 ‘象王山開心寺’는 여초 김응현의 제자인 구당 여원구(丘堂 呂元九)의 글씨다. 멋있다. 개심사 가는
돌계단 길이 넓다. 이 넓은 길을 좁다 하고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오간다. 길 주변의 벚꽃은 이미 졌다. 개심사 절집
마당에 들어서기 전 안양루를 지난다. 그 현판 ‘象王山開心寺’는 해강 김규진(海崗 金圭鎭, 1868~1933)의 글씨다.
한자 5체에 묘경을 이루었다는 그의 현판 글씨는 드물지만 이름난 절에서 볼 수 있다. 해강의 이 글씨로 하여 개심사
가 명찰(名刹)로 더욱 빛난다. 안양루의 주련이 색이 바랬다.
眼皮蓋盡三千界
鼻孔盛藏百億身
天産英雄六尺軀
能文能武善讀書
太湖三萬六千頃
月在波心說向誰
눈꺼풀은 삼천대천세계 모두 덮고
콧구멍은 백억 화신 부처님을 전부 감추었네.
하늘이 신령한 영웅을 낳으니
문무에 능하고 독서도 잘하네.
삼면육천경 이랑의 넓은 호수 한복판에
파도 속에 있는 달은 누구에게 설할까?
白雲流水兩三家
芳艸桃花四五里
五岳圭稜河氣勢
六經根抵史波瀾
洗硯春波臨稧帖
焚香夜雨和閏詩
흰 구름 흐르는 물가에 두세 집안 옹기종기
향기로운 풀과 복사꽃이 사오 리에 피어 있고
오악은 높은 봉우리는 강물의 기세로다
육경은 뿌리이고 역사는 파란 많네
봄바람 불어올 때 벼루 씻고 계첩을 대하고
비오는 밤 향 사르고 도연명의 시를 읽는다.
개심사가 크지 않는 소박한 절이다. 고가의 기와지붕 당우가 한층 예스럽다. 청벚꽃은 피었을까? 왕벚꽃도 청벚꽃도
피지 않았다. 아직 멀었다. 내가 하는 일이 이렇다. 이곳 사정을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남들이 간다니까 덩달
아 따라왔다. 이제 산을 간다. 금북정맥 주릉에 오르는 길은 개심사를 중심으로 좌우로 났다. 왼쪽은 계곡 길이고 오
른쪽은 엷은 능선 길이다. 왼쪽 계곡에서 혹시 풀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없지 않았으나 시간을 저축하
고자 더 짧은 거리인 오른쪽 능선 길로 간다.
개심사 벗어나면 한적한 등로다. 제법 가파른 소나무 숲길 오르막이다. 더구나 한여름 날씨다. 금방 눈 못 뜨게 비지
땀 쏟는다. 안양루 전시 그림에서 보던 소나무 숲은 어디일까? 둘러보면 그와 비슷한 소나무 숲이다. 그러다 보니
금북정맥 주릉이다. 소나무 숲속에 팔각정이 있다. ‘내포문화숲길’ 안내판이 흥미롭다. 홍성 독고개에서 당진 장승배
기까지 37.92km, 소요시간 19시간 20분을 예상한다. 원래 내포(內浦)는 충청남도 가야산(伽倻山) 주위에 십현(十
縣), 즉 아산(牙山), 당진(唐津), 면천(沔川), 홍주(洪州), 덕산(德山), 해미(海美), 결성(結城), 보령(保寧), 서산(瑞
山), 태안(泰安) 일대를 총칭한 말이다.
정자 옆에 시판이 있다. 서산시 시(詩) 공모전 입상작이라는 황희영의 「개심사 풍경소리」다.
법당에 향을 사르고
돌아오는 길
솔숲에 내리는 풍경소리
부처님이 부르는 소리
풀지 못한 번민
목불 앞에 내려놓고
묵언 수행하듯
세심 다리를 건넌다
나는 묵언 수행하듯 산길을 간다. 우리 일행들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내가 맨 후미일까? 홀로 산행이다. 잰걸음
한다. 하늘 가린 숲속 길 임도다. 등로 주변 풀숲은 아직 풀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에 ‘전망대(0.1km)’가 등로
반대편(왼쪽)에 있다. 당연히 들른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404m봉 정상에 무덤이 넓게 자리 잡았고 바로 그 아래에
전망대 정자가 있다. 그러나 주변의 키 큰 나무숲이 둘러 아무런 전망을 할 수 없다. 평탄한 임도는 계속된다. 오르
막이 이어지자 임도는 오른쪽 산허리로 돌아간다.
나지막한 봉봉을 오르내린다. 그러다 길게 오르다 바위 슬랩을 핸드레일 붙들어 오르고 숲속 길 잠깐 지나면 일락산
정상이다. 정자가 있는데 일단의 등산객들이 먹고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일락산은 서해 낙조를 바라보는 명소일 것
으로 알았는데 나무숲 둘러 그럴만한 전망대는 없다. 일락산만 빼고 봉우리마다 낙조가 아름다울 것 같다. 일락산에
서 한 차례 길게 내리면 임도가 지나는 안부인 사잇고개다. 탁자 여러 개 놓인 쉼터다. 땡볕이 가득하여 머뭇거리지
않고 숲속에 든다.
14. 왼쪽은 삼준산, 오른쪽은 연암산, 앞 능선 너머는 한서대학교 캠퍼스
15. 오른쪽은 삼준산, 왼쪽은 뒷산
16. 옥양봉(621m)
17. 가운데는 수정봉, 오른쪽 멀리는 별학산(274m)(?)
18. 왼쪽은 뒷산, 가운데는 삼준산, 오른쪽은 연암산
20. 앞 왼쪽은 석문봉, 오른쪽은 가야산 주봉인 가야봉, 가운데는 원효봉
▶ 석문봉(石門峰, 658m), 가야봉(678m)
사잇고개 한쪽에 세운 김승재 시인의 시비 「山」을 들여다보고 간다. 부제로 ‘아라메길’에 부침이라고 했다. 낯선
‘아라메길’이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서산시에 있는 트래킹 코스로 바다를 뜻하는 ‘아라’와 산을 뜻하는 ‘메’를 합한
말로 바다와 산이 만나는 트래킹 코스라고 한다.
나 오늘, 바람이 되리
무거운 것 다 떨치고 훌훌
한 줄기 바람이 되어 山으로 가리
나무에게 가면 나무처럼
솔새에게 가면 솔새처럼
우쭐대기도 하면서
재잘대기도 하면서
바위를 만나면 바위 품에서
꽃밭을 만나면 꽃그늘에서
나비잠 꽃잠 잠도 자면서,
나 오늘, 꿈꾸는 바람이 되어
훨훨 훨훨 山으로 가리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계단길이다. 모처럼 산을 가는 것 같다. 오를 수 없는 암벽 암봉과 맞닥뜨린다.
604.5m봉이다. 왼쪽 사면을 도는 길로 간다. 이윽고 능선마루에 올라서고 등로 벗어났지만 조망이 트일 것 같은
604.5m봉을 들른다. 잡목 헤치고 바위 오른다. 빼어난 경점이다. 여태 못 보던 올봄에 처음 보는 가경이 펼쳐진다.
산 첩첩이 가슴 설레게 하고, 특히 골마다 화려한 봄빛은 눈부시다. 산골에 자리 잡은 한서대학교가 꽃대궐이다.
604.5m봉을 지나면 석문봉 오르는 걸음걸음이 경점이다. 노송 그늘 아래마다 등산객들이 휴식한다. 나는 내쳐간다.
산행 시작한 지 겨우 두 시간이다. 석문봉이다. 암봉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올랐다. 석문봉이 가야산의 중심이다.
왼쪽으로는 옥양봉1.33km, 오른쪽은 가야봉 1.48km이다. 옥양봉을 들를까 말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 그만 둔다.
거기 오른들 여기와 다른 조망을 볼 것 같지 않다. 바위 그늘에 들어 점심밥 먹는다. 탁주 독작하며 바라보는 봄 산
이 곱디곱다.
석문봉에서 가야봉 가는 길. 암릉이다. 바위 사이로 데크계단을 놓았다. 암봉마다 올라 봄 산의 고운 빛을 보고 또
본다. 살금살금 바윗길 내리고 안부를 지나 오름길 옆에 소원바위가 있다. 그 바위 주변에 무수히 쌓아놓은 조그만
돌멩이들이 저마다의 소원일 것. 이다음 커다란 바위는 거북바위다. 긴 데크계단이 시작된다. 계단마다 경점이다.
서산 내포평야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가야봉 정상 바로 아래 데크전망대가 정상 노릇한다. 가야봉 정상은 통신중계
소가 자리 잡고 있어서 접근할 수 없다.
21. 석문봉과 가야봉 가운데 계곡인 수원골
22.1. 솜나물
22.2. 석문봉
23. 원효봉
24. 원효봉과 가야봉
25. 원효봉과 가야봉 사이 (상가저수지로 가는) 계곡
26. 서원산(472.7m)
27. 왼쪽은 삼준산, 오른쪽은 연암산
28. 남산제비꽃
▶ 원효봉(元曉峰, △605m)
우리의 산행코스에는 원효봉이 빠져 있지만 나는 거기를 오르려고 한다. 그러려고 여태 산행시간을 최대한 저축했
다. 지도 자세히 들여다본다. 암릉 직등은 막았고 일단 잘난 등로 따라 내린다. 돌길이다. 산허리 잠시 돌다가 ┫자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한다. 산모퉁이 돌면 ┳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하산 길이고 오른쪽은 가야봉을 뒤쪽에서 오르
는 길이다. 원효봉 가는 능선은 거기로부터 이어진다. 한 피치 바짝 오르면 콘크리트 포장한 임도다.
임도 오른쪽 끝에까지 가본다. ‘元曉峰中繼所’라는 표지석이 있고 통신중계소 정문이다. 철문이 굳게 닫혔다. 임도
를 내린다. 한 차례 산모퉁이 돌자 임도는 오른쪽 사면을 멀리 돌기에 나는 지도 자세히 읽고 능선을 잡는다. 아무
인적 없는 가파른 잡목 숲이다. 절벽을 나뭇가지 붙들어가며 트래버스 한다. 사면 돌아오는 임도와 만난다. 산불감
시원이 검문한다. 어떻게 위험한 거기를 내려올 생각을 하셨나요? 임도는 멀리 돌기에 가깝게 내리려고 했습니다.
대체 어디를 가려고 하십니까? 원효봉을 오르려고 합니다. 거기는 험하기도 하여 비지정탐방로로 아무도 가지 못하
도록 막았습니다. 그렇지만 조망 좋은 거기를 오르려고 서울에서 새벽부터 왔습니다. 부디 허락하여 주시기를 간곡
히 부탁드립니다. 정 그러시다면 이번 한 번만 사정을 들어드리니 조심히 다녀가십시오. 감사합니다. 구두라도 라이
선스를 받은 터라 발길이 한층 가볍다. 임도 버리고 다시 잡목 숲 헤치며 지능선을 내린다.
바닥 친 안부는 헬기장이다. 원효봉 오르는 길은 물론 상가저수지 쪽을 오가는 길도 막았는데 여러 산행표지기가
떼로 등로를 안내하고 있다. 우리 안내산악회에서 원효봉을 산행코스에 넣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정표에
주차장 3.2km, 원효봉 0.8km다. 산행마감시간이 16시다. 지금 시각은 14시 25분이다. 1시간 30분에 원효봉을 올
랐다가 주차장까지 갈 수 있을까? 급하다. 간다. 배낭을 벗어놓고 가면 좀 더 빨리 갔다 올 수 있겠지만 도중에 주차
장으로 내리는 인적이 있을지도 몰라 메고 간다.
숲길 잠시 지나면 가파른 돌길 오르막이다. 숨이 턱턱 막히고 입안이 바싹바싹 마른다. 경사가 수그러들고 암봉이
다. 소나무 그늘 아래 여성 한 분 등산객이 쉬고 있다. 헬기장에 차 대놓고 혼자 올라왔다고 한다. 대단한 산꾼이다.
살짝 내렸다가 바위 슬랩 오르막이다. 낡고 가는 밧줄이 달려 있다. 끊어지기라도 하면 깊은 낭떠러지라 살아남지
못하겠다. 달달 긴다. 슬랩지대 지나면 가파르지만 위험한 데는 없다.
원효봉. 큼직한 정상 표지석과 그 옆에 1등 삼각점이 있다. 홍성 11, 1991 재설. 경점이다. 사방 조망이 훤히 트인다.
나 혼자 보기 아깝다. 덕숭산, 뒷산, 삼준산이 가깝고, 그리고 멀리는 오서산이 분명하다. 산벚꽃으로 산자락 수놓은
뭇 산들도 이 봄날에는 화려하다. 하산! 줄달음한다. 주차장으로 곧장 내리는 길은 없다. 안부 헬기장이 외길이다.
헬기장 도착시간 14시 56분이다. 산행마감시간 16시에 충분히 댈 수 있을 것 같다.
주차장 가는 길은 완만하고 부드러운 길이다. 산사면 돌고 계류 건너 가야봉을 오가는 길과 만나고 길은 더욱 탄탄
하다. 주변 둘러보는 여유가 생긴다. 울창한 나무숲이 볼만하다. 상가저수지 윗길을 간다. 상가저수지 둑에서 바라
보는 가야봉이 한 폭 그림이다. 상가저수지 내려 농로를 간다. 계류 건너 멀찍이 도로 옆에 남연군묘가 보인다. 남연
군(南延君)의 이름은 이구(李球, 1788~1836)로 고종의 생부(生父)인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의 아버지이다. 그
의 묘는 경기도 연천에 있었으나 흥선대원군이 충청도 덕산(德山)의 가야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에 절을 없애고 이장
하였다고 한다.
복사꽃 핀 돌담길을 지난다. 마을 고샅길이다. 곧 상가리 마을회관 앞 도로와 만난다. 이곳도 가로수 벚꽃은 다 졌
다. 이윽고 주차장이다. 넓다. 어제만 해도 이곳은 벚꽃 축제장이었다. 텅 빈 주차장에 우리 버스만 일행들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29.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도비산
30.1. 옥양봉
30.2. 원효봉
30.3. 덕숭산(수덕산, 495m)
31. 뒷산과 삼준산(뒤)
34. 상가저수지에서 바라본 가야산 주봉인 가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