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침투한 타기할 사행심
4년전 이맘때 나는 "이승훈 만세"를 외쳤다.(메뉴 '우리의 이야기들' 390번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행운 이전의 스포츠맨십에 감동먹고 그랬다.
4년이 흘렀다.
변수가 많은 쇼트 트랙(short track)과 달리 실력주의만 통하는 스피드 스케이팅(speed
skating)에서 이변이 없다면 이상화 외에는 우리 팀에 금메달은 없다고 나는 단언했다.
바꿔 말하면 이상화가 금을 따지 못하는 것만이 이변이며 다른 선수들이 금메달 따기를
바라는 것은 이상화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기 바라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말이다.
이변이 우리의 입맛에 맞게만 일어날 리 없지 않은가.
근거는 전번 올림픽 종료 후 4년간 쌓은 각고의 기록이다.
객관적인 기록미달에도 우리 선수 외의 모든 선수가 실수하는 이변만을 기대하는가.
이 무지렁이 늙은이도 알거늘 모를 리 없는 사계의 전문가들은 왜 금메달 찬가만을 목청
높여 부르고 있는 것일까.
스포츠에 침투한 타기할 사행심의 극치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같은 사행성마저도 기록을 겨룰만한 위치에 끌어올려놓은 후에나 희소하나마
가능할 일이다.
진검승부를 해서 영광의 주인공이 되겠다던 이승훈마저도 저조한 기록지를 디밀었다.
똑같이 행운의 주인공이 된 선수들인데도 이상화 외의 모두가 저조한 성적이다.
훈련을 소홀히 했는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러한가.
전자라면 응징이 있어야 하고 후자라면 엄격한 자질검증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비가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뒷바라지를 하기 때문이다.
불멸의 6회 아닌 불명예의 6회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 는 올림픽정신이 증발하고 정치적,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아마와 프로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올림픽.
올림픽은 비즈니스화 되었고 선수들은 고단위 경제가치의 메달 획득에 올인하게 되었다.
오직 올림픽 메달만이 목적이고 이에 더하여 금은동이 선수의 위상을 가리게 되었다.
체육연금과 남자의 경우 병역면제혜택까지 받게 되어 메달가치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올림픽정신이 죽어버린 박제 올림픽이라면 나도 속물이 되어야겠다.
'불멸의 대기록', '빙속 전설', '노메달 영웅' 등등, 신문 방송들이 사용 가능한 찬사를 다
동원하고 있는 한 선수, 이규혁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에 대한 칭송을 시기할 처지가 아니며 그럴 이유도 없는 늙은이다.
나도 다른 이들처럼 그의 영광스러운 퇴장을 바라지만 하도 많이 쏟아지는 찬사에 놀라
빈약하나마 내게 있는 자료를 통해서 그의 선수생활을 살펴본 것일 뿐이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금4, 은2, 동1, 세계 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1, 은2, 동1,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서는 보다 화려하게 금4, 은1 등의 메달을 획득했다.
1993년 국가대표가 된 후 2012년까지 20여년 동안에 딴 메달이 금9, 은5, 동2 등 16개다.
나의 한계로 누락된 메달도 적지 않을 것이다.
대단한 업적인데 왜 노메달이라 하는가.
이 모든 메달이 올림픽 메달 앞에서는 하찮은 쇳덩이에 불과하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면 그의 올림픽 기록은 어떠한가.
6회를 연속 출전했으므로 금.은.동 중 1를 딸 수 있는 기회가 1종목에 각각 6번 있었으며
매회 2종목만 출전한다 해도 각각 12번씩의 기회가 있었다.
이에 더하여 상위자의 실격에 따른 행운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도(4위) 12번이나 된다.
그러나 4위1, 5위1, 8위3, 9위1 등 메달과 멀지만 1자리수에 들기는 6번뿐이고 남어지는
2자리 수 멀리 쳐졌다.
올림픽 외의 경기에서는 기복은 있다 해도 화려한 그가 올림픽에서만은 왜 초라했을까.
경기 방식으로 보아 후배들에게 양보하거나 희생했을 리 없다.
후배들 뒷바라지 하느라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인가.
만일 그랬다면 그는 선수 자격이 없고 노메달은 자질 없음을 의미한다.
한데도 6회출전이 불멸의 기록이며 초라한 기록이 전설이며 메달0%가 영웅의 조건인가.
단지 2회째 출전해서 금과 은을 딴 후배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속말로 "똥차가 길을 막고 있기 때문에 새차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자성했어야 함에도,
"오랜 시간 도전을 이어오면서 올림픽은 내게 선수로서 활동하기 위한 핑계였던 것 같다.
메달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계속 출전했지만, 사실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어 올림픽에
나왔다. 선수로서 행복했다"고 덤덤히 소감을 밝혔다는 기사에 내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염치 없고 뻔뻔한 사람, 스포츠맨십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국민의 혈세로 선수 생활을 계속하면서도 메달 획득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보답하겠다는
의지는 없고 자기의 행복 추구만 했던가.
촉망되는 신인이 기량을 펼칠 기회를 잡지 못하게 한 그의 욕심이 세습인 듯 20년 이상을
활개친 것이 설마 빙상인 부모의 후광일까.
금을 무더기로 따다 바쳐도 내쳐버린 사람들(빙상연맹)이 금은 커녕 구리 하나도 따오지
못하는데도 기자의 표현을 빌리면 불멸의 6회를 보장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