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쌓였다는 반증일까? 범사(事)가 일상이 되었다.
매년 돌아오는 어버이날도 매일의 한 날이 되어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맞이한다. 카네이션을 대신할 상징물을 만드느라 분주한 딸아이를 바라보며 그 날이 다가옴을 알아차리고 달력을 보니 주일이 그날이다. 그냥 지날 수는 없고 날이 지나서 찾아뵈려니 늙으신 부모님 힘 빼는 일이 될 것 같아 당겨서 행사를 쉽게(?)치르기로 마음먹고 아버지께 집으로 오시라고 전화를 드리니 흔쾌히 O.K를 하신다. 종로에 출근부를 찍는 일도 쉽지 않으실 터인데 매일의 일탈에서 벗어나게 해 드림 자체가 ‘작은 효’라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해 하며 점심을 차려드렸다. 『아침 고요 수목원』에서 미리 사다 놓은 ‘카네이션 화분’을 손에 들려드리고 아직도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시는 아버지를 왕십리역에 내려드리고 돌아오는 기분은 ‘빨래 끝’을 외치는 CF의 한 장면처럼 상쾌하고 개운함마저 느끼게 한다.
며칠 전 산 붕어 몇 마리 중에 유난히 배가 불룩한 놈이 심상찮아 보여 격리를 해 놓았다. ‘실버채플’봉사를 끝내고 혹시나 하는 맘으로 들여다보니 새끼가 ‘우르르 우르르’ 작은 몸으로 꼬불꼬불 활기차게 헤엄을 치고 있다. 신기방기해서 들여다보고 또 보고 했다.
“깨톡” “깨톡” “깨톡” “깨톡” “깨톡”~~~~~~~~~~~
나이가 쌓였다는 반증 탓에 범시(時)가 일시가 된다. 여느 때와 달리 서두름 없이 손에 묻은 물기를 앞치마에 느릿느릿 꼼꼼히 닦았다. 주방일이 한바탕 끝났고 남은 밥으로 누룽지를 눌리는 중이었다. ‘에구구’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아 주머니에 든 전화기를 열었다. 할렐루야! 임신 5주차를 알리는 깨톡”이 붕어가 새끼 쏟아내듯 쏟아지고 있다.
오늘이 그날인데 찾아뵙지 못한 것이 죄스런 마음이 든다. 쓸쓸한 마음으로 계실 까 염려되기도 했다. 예배를 마치고 전화하니 기다리고 계셨다는 듯이 수화기를 드신다. 어버이날 꽃은 잘 받으셨냐고 물음 뒤에 예상치 않게 어버이날이라 노래를 불러드리겠다는 멘트가 나왔다. 스스로 당황스러웠지만 목청을 가다듬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오오생 하셨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 어머니의 사랑은 가이없어라~~~. 목소리가 떨렸고 뜨거운 것이 두 눈에서 왈칵 솟구쳤으나 끝까지 불렀다. 옆에 있던 남편의 울컥함마저 느껴진다. 전기가 끊어졌다 이어지듯 찰나의 순간 ‘고맙다’ 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처럼 느껴진다. 쉰도 훨씬 넘은 할머니가 될 딸의 짧은 재롱잔치였다. 뒤풀이로 그 햇살을 따라 엄마 아버지를 뵈러갔다. 돌아오는 저녁발걸음은 개구쟁이 스머프처럼 ‘랄랄라 랄랄라’를 부르면서 오늘의 행사 끝이다. 행사비는 그분이 챙겨주실 터. ♪♬
첫댓글 밝고 따스함이 글을 통해 전해옵니다 ^^
나름 가장 행복한 어버이날 이었습니다. 위로도 아래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