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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무모한 도전, 훗날 모든 이들의 길이 되다.
3,000m의 고봉을 넘나드는 일본 북알프스의 여정을 시작하며~!
두려움 앞에 우뚝 섰을 때만큼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경우도 드물 듯 하다. 물론, 두려움이란 경우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존재하고 발현되겠지만, 새로운 무엇인가와의 조우를 통해 뿜어내는 그 두려움은 아마도 설레임이 동반된 두려움일지니, 대표적으로 여행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의 수고스러움으로 수많은 우여곡절끝에 만들어진 여행의 길 위를 처음 걷는 초보자의 심정도 이러할 진데, 이 길을 처음 걸었던 개척자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를 헤아려 보는 것 또한 여행의 길을 이해하고 터득하며 마음에 담은 과정의 의식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러하다.
[규슈올레 다케오코스]
여행이 주는 설레임을 말해 무엇 하랴. 결과를 통해 얻어지는 개개인의 바람과 희망의 크기는 모두 다를 터, 그 희망과 바람의 시작을 꿸 수 있는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일련의 과정이다. 지난 2012년 2월, 일본의 서쪽 규슈(九州)라는 곳에 제주올레의 자매길인 규슈올레(オルレ) 가 우려와 기대속에 처음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총 21개의 코스가 개장이 되었고 이 모든 코스를 최초로 완주한 사람이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며, 그 한국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나름의 자부심, 그렇게 최초완주라고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선구자로서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두려움에 맞서며 이를 헤쳐나아가야만 했던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수많은 경험을 공유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고 지금까지 총 98회에 달하는 개별코스완주를 달성하였으며 2회를 더하면 100회째 완주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냐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숫자 속에는 그간의 노력과 시간, 가늠할 수 없는 비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알토란같은 결과물로써, 나만이 가지고 있는 이 결과물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공유하기 위해 내 스스로가 솔선수범하였고 이런 내 자취를 또한 공유하고자 나와 함께 길을 걷는 이들이 고정적으로 함께 길을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도전의 길에 올랐으니 바로 제주올레 26전코스 425km를 완주하는 계획이었다. 부산에서는 제주도로 향하는 것이 일본으로 향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요하므로, 1년여에 걸쳐 완주할 계획을 세웠고, 첫 발을 내 딛기 시작하여 1년만에 모든 코스를 완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까? 이를 발판삼아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선보여야 한다는 나름의 책임감과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선택한 길이 바로 일본 북알프스완주(北アルプス)이다.
[제주올레 1-1 우도코스]
[1차등정은 다테야마(立山)연봉 종주]
‘다테야마(立山)’는 특정 산의 명칭이 아니다. ‘북알프스’로 총칭하는 히다산맥(飛彈山脈)북부에 위치한 다테야마연봉(立山連峰)을 이루는 주봉(主峰)으로, 이를 일컬어 다테야마라고 부른다. 규슈의 아소산(阿蘇山)도 특정한 산의 명칭이 아닌 아소산을 이루는 5개의 봉우리를 아울러 아소산이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후지노오리다테(富士ノ折立/2,999m), 오오난지야마(大汝/3,015m), 오야마(雄山/3,003m) 세 봉우리를 다테야마라고 칭하며, 이를 중심으로 해서 벳산(別山/2,880m)과 죠도야마(浄土山/2,831m), 쓰루기다케(剱岳/2,999m), 다이니치다케(大日岳/2,501m) 등을 통틀어 다테야마연봉이라고 명명한다.
다테야마는 외국인들에게 '다테야마/구로베알펜루트'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다테야마/구로베알펠루트를 이루는 구간(다테야마역/立山駅 ~ 비죠다이라/美女平 ~ 미다가하라/弥陀ヶ原 ~ 무로도/室堂 ~ 다이칸보/大観峰 ~ 구로베다이라/黒部平 ~ 구로베댐/黒部湖 ~ 오기자와/扇沢)내에는 일반 승용차나 관광버스 등은 입산을 할 수 없고 각 구간마다 마련된 별도의 교통수단(케이블카, 로프웨이, 전기버스 등)을 이용하여 구간구간마다 이동을 해야 한다. 특히 입산규제가 해제(解除)되는 4월부터는 높이 20m에 달하는 빙벽을 무로도(室堂)구간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어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3천미터를 넘는 다테야마종주코스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역사(駅舍)인 무로도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쓰루기고젠(2,777m) ~ 마사고다케(2,861m) ~ 후지노오리다테(2,999m) ~ 오난지야마(3,105m) ~ 오야마(3,003m) ~ 죠도야마(2,831m) ~ 무로도산전망대 ~ 무로도터미널로 돌아오는 총 연장 12km이며, 총 소요시간은 10시간 내외이다.
[겨울설산의 풍경, 북알프스]
[무로도 미쿠리가이케호수에 투영된 다테야마연봉]
다테야마연봉을 당일코스로 종주하려면 다테야마의 ‘무로도’에서 숙박을 하는 편이 수월하다. 다테야마역에서 무로도터미널로 향하는 케이블카의 첫 운행시간이 08시이고 무로도까지 총 소요시간은 중간 비조다이라(美女平)에서 버스로 환승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1시간 30분정도가 소요되며, 무로도터미널에서 다테야마역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역시 오후 5시내외가 마지막편이므로 12km를 9시간내로 주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코스를 선택했다면 무로도의 산장이나 호텔에서 숙박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나는 시간단축을 위해 전날 오후에 다테야마역에서 케이블카와 버스편을 이용하여 무로도에 도착을 했고, 이날은 기상상태가 너무 안좋은 관계로 일몰도 빨랐을 뿐만 아니라, 무로도터미널에서 숙소인 라이쵸산소(雷鳥莊)까지는 약 1km, 다른 교통수단 없이 30분이 꼬박 소요되는 시간의 거리에 있기 때문에 안개가득하고 비내리는 악천후를 뚫고 겨우 숙도에 도착하여 몸을 쉴 수 있었다.
[라이쵸산장 바로 옆에는 지옥계곡이라 불리는 화산지대에서 화산가스가 용출한다]
아침 4시부터 이곳저곳에서 새벽산행을 준비하는 등산가들의 부지런함으로 산장내부가 분주하다. 5시에 일어나서 다테야마연봉이 바라다 보이는 천연온천에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며 일출을 바라보았고,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면서 마실 물과 여러가지 것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6시 조금 넘은 시간에 본격적인 산행길에 올랐다.
산장에 머물러 있던 150여명에 가까운 등반객들도 거의 모두 비슷한 시간에 숙소를 빠져 나가 자신들이 계획안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일부는 새벽등반길에 올라 후지노오리다테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헤드렌턴을 장착하고 산 중턱을 오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다. 산장의 위치가 2,400m에 자리하고 있고, 이곳에서 라이쵸자와(雷鳥沢/2,200m)까지는 내리막길의 돌길로 조성되어 있어 눈앞에 펼쳐지는 다테야마연봉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한 동안 머리속에 가득 담고 즐기는데 더할 나위 없는 오롯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숙소를 출발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라이쵸자와(雷鳥沢)를 향해~]
라이쵸자와에서부터는 길이 여러 곳으로 나뉜다. 각자가 계획코스대로 길을 터벅터벅 나서기 시작했고, 나는 다테야마연봉 종주코스 중 가장 길고 험난한 코스를 선택하여 이곳에서 부터 본격적인 다테야마연봉 종주의 길에 발을 내딛었다.
9월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해발고도가 2,500m를 오가는 곳이라 아침기온이 영하에 가까울 정도까지 떨어져 제법 한기를 느낄 만한 기온이었지만, 바람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하늘 탓에 해가 오르면서부터는 걷기 좋은 환경에서 시작을 맞이하게 되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돌길과 바위사이를 통과하며 50도에 가까운 급경사를 기어오르듯 나간다]
라이쵸자와(雷鳥沢)에서 쓰루기고젠(剱御前/2,777m)까지 이어지는 길은 2시간에 걸친" 고난과 험난함이 모두 함축적으로 모여있는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난이도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쓰루기고젠은 쓰루기다케(剱岳/2,999m)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만 하는 대문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곳으로 쓰루기다케로 오르는 2개의 등산로가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있고 이곳에서 쓰루기다케까지는 최고난이도의 등산길이 이어진다. 일본에서 일반등산객들이 오르기 위한 산 중 가장 험난하고 위험도가 높은 산을 '쓰루기다케'라고 한다. 산봉우리 전체가 깍아지르듯 칼과 창처럼 험준하게 들쑥날쑥하게 자리잡고 있어 정상에 오르는 길 자체가 목숨을 걸고 오르는 일일 수 밖에 없을 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산으로, 연중에도 추락사 등의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산이라 알려져 있는 탓에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필요한 각종장비를 반드시 챙겨가야만 한다. 특히 등산전용 장갑과 헬멧은 필수품이다.
길을 시작한지 2시간여 만에 첫 번째 목적지인 쓰루기고젠에 도착을 했다. 극도의 산세를 타고 오르는 것 조차가 인생의 첫 경험이었기 때문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두려움, 기대조차 가늠할 수 없는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가슴에 담고 그렇게 두 시간을 기어 오르듯 올랐다. 이후부터는 높고 낮은 능선을 따라 이동하게 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능선을 이루는 길 대부분이 험난한 바위들과 잔석들로 이루어져 있는 터라 길을 조금만 비켜 미끄러져도 바로 낭떨어지로 몰릴 수밖에 없는 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고난이도의 험준한 산길이 연속으로 이어져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쓰루기고젠에서 시작하여 3,000m급 다테야마연봉 능선을 따라 길을 걷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앞으로 펼쳐질 약 3시간의 풍경은 가히 압권이라 할 정도의 이국적이고 광활한 자연풍광을 선사해 주게 된다. 100여년전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지난 100년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올라 지금의 길이 만들어 졌을 터. 이 길이 만들어지기 까지 또 얼마나 많은 생명이 담보되어야 했음이 떠올려지는 순간, 숙연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산에 오르는 이들이 궁극으로 산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어느 산사람의 이야기가 떠 올려져 3천미터의 능선을 오가는 이 길 위를 걷는 내내 구름위를 걷는 듯 한 환상과 두려움, 그리고 숙연함이 일체가 되어 지치지 않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표고 2,880m의 벳산(別山)을 지나 2,861m의 마사고다케(真砂岳)까지 이어지는 능선의 길은 주변풍광을 빠짐없이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약간의 여유로움이 주어져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연실 주위를 둘러 보며, 한편으로는 긴장의 끈을 단단히 부여잡고 그렇게 1명이 걸어도 좁은 길을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앞에 펼쳐지는 다테야마연봉의 주봉인 후지노오리다테와 오오난지야마, 오야마의 산세가 지금까지 걸어온 능선의 벳산과 마사고다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예리함으로 시야에 들어 온다.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깊은 숨을 들이 쉬며 다시 발길을 내 딛는 순간부터 바위길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커다란 바위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바위에 규칙적으로 표시를 해 둔 "0"표시를 따라 길을 걷는다. 가지 말아야 할 길에는 여지없이 붉은 "X"표시가 새겨져 있다. 인위적으로 길을 낸 것이 아니고 태초부터 있던 길 위를 수많은 사람들이 걸으면서 좀 더 안전하고 수월한 길 위에 "0"표시를 해 두어 뒤에 오는 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배려가 가득 담겨 있는 그러한 길이다.
후지노오리다테(富士ノ折立)는 표고 2,999m의 기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겉 모습으로만 봐서는 작은 야리가다케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외형이 야리가다케와 무척이하 흡사해 보였다. 야리(創)는 '창'을 뜻한다. 창처럼 Qy족한 암벽을 '야리가다케'라고 부르는 것이다.
[풀한 점 자라기 척박한 바위암인 후지노오리다테(富士ノ折立/표고 2,999m)
이곳까지 이르는 길은 한 사람 걷기에도 부족한 좁은 길 양 옆의 낭떨어지가 연속으로 이어져 있던 길로 사진을 찍고 할 겨를조차 없을 만큼 긴장하며 걸었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상부근 옆에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준비해 간 물통에 가득 담긴 시원한 물을 실컷 들이키며 한 숨을 돌리고 주위를 바라보니 멀리 구로베호와 구로베댐의 전경이 들어오고, 무엇보다도 저 멀리 구름 사이로 후지산의 정상과 야리가다케의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이 뒤따랐다. 이 기세를 몰아 오오난지야마와 오야마를 단숨에 오르기로 하고 다시 가방을 맨 후 발길을 내 딛었다. 역시나 험준하고 위험한 길. 역시나 누군가의 배려로 꼼꼼히 표시가 되어 있어 나름 안심하고 오를 수 있는 길. 이 길이 그러하다.
[가을의 북알프스를 즐기기 위한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오오난지야마에는 이곳이 다테야마연봉에 가장 높다는 표식인 나름의 표식목이 있는데, 허름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 허름한 표식목 하나가 내가 그 어려움과 험난함을 뚫고 이곳에 우뚝 설 수 있었다는 것을 증명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표식임을 상기시키니 그저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다테야마연봉의 최고봉인 오오난지야마(大汝/3,015m), 등반이라는 목적으로 내 스스로의 힘으로 오른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3,015m 산 정상에서 발 아래로 흘러 가는 구름의 장관은 더할나위 없는 풍경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 능선을 따라 걸으니 목전의 눈 앞에 보이는 목적지까지의 이동시간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아무래도 예측불가능한 길의 상태때문도 있겠지만 거칠 것 없는 시야도 한 몫 한다. 탁 트인 시계에 오로지 내가 가야 할 목적지만이 존재하고 그렇게 존재하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가쁜 숨소리와 가끔 마주하며 오가는 등산객들이 건네는 반가운 인삿말을 위안삼아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데 힘을 얻는다. 오오난지야마를 뒤로 한 채 오야마로 발길을 옮기는 내내 밀려오는 허기로 정신이 멍 했다. 아무래도 초반 4시간에 걸친 강행군과 체력소모탓인 듯, 오야마에서 짐을 풀고 점심을 해결하기로 계획했던 탓에 서두름 없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오야마로 몸을 향한다. 그렇게 머지않아 도착한 곳이 표고 3,003m의 오야마(雄山)이다.
[오야마로 이르는 길은 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험준하다]
출발점이었던 라이쵸소(雷鳥莊)에서 중간중간 잠시의 쉼을 제외하고는 꼬박 4시간 30분만에 계획했던 점심식사장소인 오야마에 도착을 했다. 산길을 걸어본 경험이 적었던 터라 막연하게는 규슈올레를 비교대상으로 삼아 시간계산을 했던 것이 착오였다. 보통 규슈올레의 경우 길이 아무리 험난하고 난이도가 있어도 1km를 평균 20분정도에 소화해 냈던 것에 착안하여 넉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역시 산길은 얏 볼 것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되면 늘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좋은 경험을 얻게 되는 순간이다. 오야마정상에는 작은 신궁이 하나 세워져 있다. 이곳은 다테야마산신(立山山神)을 모시는 신사의 총본산으로 다테야마산신은 쓰루기다케와 후지노오리다테, 오야마, 죠도야마 등에도 별도로 재신으로 모시고 있어 일본인들에게는 신토신앙의 일부로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관광객이니 이런 복잡한 것들은 그냥 패스, 광활하고 드 넓은 자연만 눈과 마음에 담아 본다.
[어느곳에서 출발하던 오야마정상이 중간지점이 된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의 쉼을 위해 30여분정도 할애했다. 이제부터는 완전히 급경사의 내리막연속이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난 후의 체력은 처음 출발했을 때의 그 상태 그대로인 듯 한 자신감으로 다시 충만하여 발걸음 가볍게 경사 50도에 이르는 바위산의 내리막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역시나 자연을 지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길을 내지 않았다.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오로지 "O"표시 하나에 의존하여 인식하고 몸을 이동한다. 내려가는 길 조차도 이리 두렵고 험난한데 이 길을 오르는 자들의 심정이 어떠할까는 이 등정길에 오르던 초반 2시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저 배려하는 마음으로 힘겹게 오르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오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며 그렇게 조심스럽게 길을 내려 1시간여 만에 분기점인 ‘이치노코시(一ノ越)’에 도착을 했다.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다르다. 혼선을 막기 위함이고, 낙석을 예방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치노코시산소(一ノ越山荘)에는 무로토터미널에서 반대로 길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험준한 산행에 앞서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곳으로, 수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산재해 있어 의외의 번잡스러움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치노코시에서 무로도터미널로 바로 하산하는 길은 약 1시간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이 길을 제쳐 두고 ‘죠도야마(淨土山)’를 거쳐 무로도산전망대를 돌아 무로도터미널에 이르는 길을 처음부터 계획했던 터라 하산길에 오르는 이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다시 오르막길에 몸을 올렸다.
[왼쪽 쓰루기다케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오른쪽 오야마산 정상까지 걸어온 길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왼쪽 허벅지에 갑자기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해서 한 동안 몸을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수반되어 오도가도 못하고 그자리에 멈춰 서서 시간가기만을 기다리고 서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이 증세가 조금 호전되어 다시 길을 제축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반대쪽 허벅지인 오른쪽 다리에 똑같은 증세가 발생해서 그곳에서도 옴짝달짝 하지 못하고 멍 하니 고통을 참아 내며 먼산 바라보고 우두커니 서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약 30분정도는 족히 되었던듯 싶다. 챙겨간 근육진통제를 복용한 탓인지 차츰 근육이 이완되어 고통도 사그라들고 조금씩 다리를 움직이니 이내 평온을 되찾은 듯 두 다리 모두 이상이 없음을 감지하고 다시 죠도야마를 향해 조심스럽게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길은 지금까지의 길 중 가장 무난한 길이다. 양 옆에 우거진 수풀도 제법 발달해 있고, 가파르지 않은 나즈막한 동산같은 느낌의 죠도야마(浄土山)에 이르는 길은 해발고도가 약 2,831m에 달하는 고산(高山)에 속하지만 그런 느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나름 평안하고 무난한 느낌을 주는 길의 연속이었음으로 기억된다.
죠도야마를 뒤로 한 채 다테야마연봉 종주코스 총 연장 12km의 마지막 3km는 온전한 내리막으로 이어져 있다. 그렇다고 이 길이 수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 종주코스에서 당초 계획은 무로도터미널->무로도전망대->죠도야마->이치노코시 처럼 오늘 걷고 있는 코스방향이 아닌 반대의 코스로 종주를 시작하려 했는데, 부득이 라이쵸소에서 숙박을 하게 되면서 오늘의 종주길에 이르게 되었고, 이런 선택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선택이었는지는 이 길의 종착점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마지막에 이어지는 3km의 하산길은 극강의 난이도가 포함되어 있는 그런 길이었음으로 기억한다. 특히 죠오야마에서부터 무로도산전망대입구까지의 길은 길이라 하기에 너무나도 그 형태가 제각각이어서 이 길을 오르는 이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를 길을 마친 이후에야 알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역으로 길을 올라 지금에 다다르게 된 것에 대한 안도의 마음이지 싶었다. 집채만한 바위들의 연속이고 그 바위틈을 사람 몸집만한 바위들이 길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 바위에 몸을 의지해서 길을 오르고 내려가야 하는 연속의 난이도가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종주의 마지막,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황이라 중간지점에서 느꼈던 양쪽 다리의 경직된 고통을 떨쳐낸 후라 언제 또 그런 증상이 되풀이될지 모를 상황이어서 긴장감이 거의 극에 달했던 시간이었다.
산을 내려오니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해서 무로도를 덮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불과 30분전까지만 해도 쾌청하고 맑았던 하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시간에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모습의 풍광을 선사해 줌에 작은 감사를 표하며 나의 첫 북알프스등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렇게 나의 북알프스완주에 대한 계획은 첫 단추를 무난히 꿰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제야 비로소 시작이라는 단어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위치에 섰음에 감사하며, 머지않은 설레임가득한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처음 계획했던 야리호다카코스의 종주. 시간이 허한다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그 풍광을 마음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며, 다테야마역으로 향하는 버스편에 몸을 싣고 지나온 10시간동안 걸었던 12km의 길을 찬찬히 리뷰해 본다.
儒林의 周遊列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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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하십니다.~^^
나중을 계획하시는 분들 보다 이자리에 조금 더 일찍 섰을 뿐입니다. 늘 고생이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