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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눈 쌓인 겨울에 안내산악회 설악산 산행 계획 중 B 코스인 '한계령 → 한계삼거리 → 끝청 → 중청 → 대청 → 오색탐방센터'의 15.8km 구간을 7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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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국립공원
1970년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국제적으로도 그 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1982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지역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총면적은 398.237㎢에 이르며 행정구역으로는 인제군과 고성군, 양양군과 속초시에 걸쳐 있는데 인제 방면은 내설악, 한계령~오색방면은 남설악, 그리고 속초시와 양양군 일부, 고성군으로 이루어진 동쪽은 외설악이라고 부른다. 설악산은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하여 소청봉, 중청봉, 화채봉 등 30여 개의 높은 산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 국립공원공단
더는 갈만한 산이 없을 때가 아니면 한번 갔던 산은 다시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중이나, 그럼에도 일 년이면 몇 번씩 가는 산이 지리산과 설악산이다. 물론 서울 근교의 산도 몇 번씩 가지만, 그건 갈 만한 산을 찾지 못해 오르는 것뿐이다. 그리고, 애초 국립공원은 다시 오르지 않는 산 목록에는 없으나, 두 산을 제외하고는 일 년에 몇 번씩 가지는 않는다. 어쨌든 지리산 천왕봉은 신년 산행으로 1월 9일 거림에서 시작해 대원사로 종료하는 거대종주로 다녀왔다[산행기]. 그리고 설악산은 작년 말부터 황철봉이 당겨, 백두대간 북설악 구간 산행 또는 무박 설악산 종주 산행에 따라나설 생각이었으나, 년 초에는 일정이 맞는 계획이 없어, 5~6월에 가기로 했다. 그렇다고 설악산 신에게 신년 인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청봉에 오를 생각이었다.
이후 여느 때와 같이 안내산악회 게시판을 두리번거리다가 가격으로 승부하는 산악회가 진행하는 설악산행 공지를 발견했다. 물론 저렴한 비용이 장점인 안내산악회답게, 회비가 왕복 버스비에도 미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대개 산행에 7시간을 책정하는 다른 안내 산악회와는 달리 최고 9시간을 책정한 게 마음에 들어 신청했다. 그런데, 그 공지를 발견한 시점이 너무 늦어, 12일 출발하는 다른 안내산악회의 홍천 오음산행을 신청한 후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산행이 성원 미달로 취소나 연기될 확률이 높다. 물론 이 산악회의 설악산행도 수요일이나 돼야 출발 여부를 알 수 있다. 어쨌든 A부터 F까지 총 7개 코스 중 하나로 진행하면 되는 산행으로, 한계령에서 시작해 귀청을 거쳐 장수대로 내려갈지, 끝청, 중청, 대청을 거쳐 오색에서 마감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신년 설악산행인 만큼 정상인 대청봉이 끼어 있는 코스로 약간 마음이 기울었다.
어느 코스로 가든, 이번 겨울은 특히 설악산이 있는 강원 영동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려, 설악산 주요 탐방로가 개방하는 날보다 통제한 날이 더 많았을 정도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전면 통제 중이다. 그거야 월, 화 대설주의보 발효로 그렇지만, 기상청 중기 예보에 의하면, 산행 일인 2월 11일 일요일은 흐리기만 할 뿐 비나 눈 소식은 없다. 그리고 금, 토는 화창하다는 예보다. 고로 폭설로 인한 통제는 없을 거로 기대하지만, 매일 확인하는 유럽, 독일, 미군의 전 세계 기상 예보로 한국의 기상 정보를 알려주는 유튜브에 의하면, 일요일 폭설이 내릴 수도 있을 거란다. 고로 최소한 사흘 예보가 나오는 금요일쯤이나 폭설 여부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설악산은 눈이 왔다 하면, 폭설이라, 통제로 산행을 못하니, 준비할 것도 없지만, 눈이 내리지 않아, 탐방로가 정상 개방돼도, 그동안 내린 눈이 빙판을 이루고 있을 확률이 높다. 해서 심설과 빙판 산행에 대비해 준비한다. 그리고, 점심은 아직 두 개나 남아 있는 발열 도시락을 가져갈 예정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연신내 연서 시장의 마약 김밥과 뜨거운 차 조합이 될 수도 있다. 장수대로 하산하면, 식당이 없으니, 하산주는 없다. 하지만, 오색으로 하산하면 식당까지 좀 멀기는 하지만, 하산주를 마실 수 있다. 이게 대청봉 코스가 당기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하산주 시간을 고려한 산행을 해야 하지만.
산행 이틀 전인 금요일 현재, 다행히 산행일 날씨는 유럽 기상 센터의 중기 예보와는 달리, 기온은 영하 10℃를 오르내리지만, 약간 구름 낀 날씨로 눈이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내린 폭설이 정리가 되지 않아, 주요 구간의 통제는 여전하다. 특히 이번 산행 출발지로 생각하고 있는 한계 삼거리가 중간에 있는, 중청에서 남교리까지의 서북 능선은 개방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일단 산악회에 산행 취소를 요청했다. 물론 오색에서 대청을 찍고 원점회귀는 가능하나,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산행이고, 오색에서 대청을 찍은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중청 대피소에서 1박 한 산행을 서너 달 전에 했다[산행기]. 혹시 산행일 하루 전 서북 구간이 개방되면, 다시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산행 일인 2월 11일 현재 통제는 여전하다. 고로 산행에 참여한 36명은 오색, 대청 원점회귀나, 주전골, 흘림골 산행 중 하나를 해야 한다.
마침 2월 4주 차 목요 오지 산행이 이미 다녀온 남병산이라, 수요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산 팔봉산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설악산 신에게 신년 인사를 마냥 미룰 수는 없어 그걸 설악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산행이 어떤 게 있는지 안내산악회를 뒤적거리다가, 같은 날 설악산으로 출발하는 산행 계획을 발견했다. 해서 대중교통과 안내산악회의 장단점을 자세히 따져보고, 안내산악회가 주어진 시간이 7시간으로 짧지만, 장점이 더 많아, 산악회를 선택했다. 고로 우여곡절 끝에 2월 21일 대기업 안내산악회와 함께 설악산에 간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아직도 통제 중인 한계령삼거리 통제가 산행 일 이전 풀릴 것인가로, 페널티를 물면서 이번 산행을 취소하는 일이 없기를 설악산 신에게 빌 뿐이다.
2월의 일이라서 이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2월 21일 가기로 했던 설악산행도, 5월 22일로 연기됐다. 아마, 폭설로 통제라 연기했을 확률이 높다. 덕분에 지난겨울 설악산 심설 산행은 결국 못하고 말았다. 고로 대청봉 산행은 산방이 끝나는 5월 16일 이후에 가야 한다. 그럼, 굳이 혼자 갈 이유가 없어, 작년 즉 2023년 9월 친구의 제안으로 1박 2일 대청봉에 오르기로 했다가 우천으로 수렴동과 흘림골만 다녀왔었다. 당시 그 친구가 대청봉 정상석 앞에서 사진 찍는 게 소원이라고 했는데, 비 덕분에 못 하고, 내년 즉 2024년, 올해로 연기했다. 고로 그 친구와 같이 가면 된다. 해서 5월 2일 텔로 그 친구에게 네가 원하는 날을 잡아, 소청 대피소 예약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다른 친구였으면, 무박으로 가거나 당일 산행으로 올라도 되지만, 그 친구가 그럴 형편이 아니라, 대피소 예약은 설악산행에 가장 중요한 변수다. 해서 세익이 매일 예약 현황을 감시하다가 그나마 금요일이나 토요일보다 예약 경쟁이 덜한 일요일 두 번의 대기를 거쳐 6월 2일자 소청대피소 예약에 성공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강원도 영서는 토요일 종일, 영동은 토요일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그나마 다행은 일요일 오전만 내리고 그친다는 건데, 이건 단기 예보가 나오는 금요일 오전에나 다시 확인해야 한다. 5월 16일 무박으로 가려고 했던 설악산 황철봉 산행도 대설주의보로 연기되는 바람에 못 갔는데, 올해 들어 설악산과는 궁합이 잘 안 맞는 듯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록 우중 산행을 하는 한이 있어도 강행할 예정이다. 다만, 오색으로 올라, 구곡담으로 하산할 예정인데, 비 때문에 구곡담이 통제되는 일이 없기를 빌 뿐이다. 1박 2일 산행이라, 당연히 짐이 많다. 여름 날씨나 정상은 추워 겨울용 옷을 준비하고, 다행히 대피소는 난방으로 따뜻하니, 침낭 내피를 가져갈 예정이다. 그리고 첫날 점심은 김밥으로 설악폭포 부근에서 먹을 예정이고, 저녁은 훈제 오리와 대피소표 햇반, 다음 날 아침은 봉정암 공양, 점심은 수렴동에서 라면을 끓일 생각이다.
6월 1일 토요일, 기상청 설악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2일인 일요일은 종일 흐리고, 기온은 영상 8~9℃, 바람은 2~3m/s, 월요일인 3일은 흐리다가 오후부터 개고, 기온은 영상 7~10℃, 바람은 1~3m/s라는 예보다. 고로 일요일, 월요일 이틀 모두 6월답지 않게 다소 추울 예정이나, 산행에는 오히려 좋을 거라는 생각이다. 와중에 1일 23시부터 24시까지 시간당 6mm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그 비가 하산 코스인 구곡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당일 오색등산로행 시외버스는 40석 중 36석이 예매된 상태인데, 그 모두가 설악산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안내산악회까지 고려하면 꽤 많은 등산객을 만날 거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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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30분 동서울터미널 발 오색등산로 행 버스라, 6시 36분 연신내 발 오금행을 타면 돼, 알람을 5시 35분에 맞춰놓고 잤다. 하지만,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도 5시가 되기 전에 눈이 떠졌다. 억지로 자려고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잘 알아, 자리에서 일어나 아지트로 와 볼일을 보며, 밤새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설악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11시부터 13시까지 시간당 2mm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전날의 예보 흐림이 비로 바뀐 거다. 우중 산행이야 각오했던 거고, 이 사실을 친구에게 알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제 와서 취소할 거도 아니라,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초미세먼지는 '자료 없음'이고. 미세먼지는 '좋은'이라 날씨만 좋다면 조망은 좋을 거라는 정보다. 작년 설악산행 중 날이 좋았던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그런 적이 없었던 듯하다. 어쨌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어제 창고에서 꺼내 1박 짐을 넣은 배낭을 둘러메자, 오랜만의 박 배낭이라 그런지, 묵직한 게 약간 부담스럽다.
배낭에 공간이 없어, 비록 더웠으나, 겨울용 바람막이 입은 후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연신내역으로 향했다. 불광역으로 가도 되지만, 연서시장표 김밥이 가성비가 좋아, 연신내로 갔다. 이후 시장에 들러 김밥 한 줄 사 배낭에 넣고, 연신내역 승차장으로 가자, 막 열차가 들어온다. 애초 타기로 한 6시 36분 차가 아니라, 6시 31분 차다. 해서 그냥 보낼 생각으로 열차를 구경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빈자리가 많아, 그냥 타고 가기로 하고 열차에 올랐다. 이후 을지로3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7시 14분경 강변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강변역에서 나와, 동서울터미널 5번 승차장으로 가, 조금 있으니, 속초 행 7시 30분 발 버스가 들어와, 먼저 배낭을 짐칸에 넣었다. 그리고 주변에 흩어져 있던 등산객이 버스로 모이는 걸 구경하며 친구를 기다려, 7시 25분경 도착한 친구와 같이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아, 잠을 청했다.
설악은 11시부터 비가 내린다는데, 설악으로 향하는 도로 주변은 너무 햇볕이 강해, 버스의 창을 커튼으로 꼭꼭 가리고 잠을 청했으나, 오래 자지 못하고, 8시 30분경 잠에서 깼다. 다시 잠을 청해봤지만, 잠도 오지 않았으나, 버스에 오르는 순간부터 입을 열기 시작해 한계령에서 내릴 때까지 주둥이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여섯 명의 일행 덕분에 잘 수도 없었다. 해서 가끔 커튼을 조금 젖히고 창밖으로 현재 위치를 가늠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의외로 도로에 차량이 없어, 9시 10분경 원통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고 원통에서 20분까지 휴식하는 동안, 화장실에 들른 후 버스 시간표가 있는 곳으로 가 작년과 달라진 게 있는지 눈으로 대략 훑어봤다. 정확한 건 아니나, 적어도 내 관심 지역의 버스 시간에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그걸 확인하고 9시 17분경 버스로 돌아가 자리에 앉자, 10분 조금 넘게 휴식한 버스는 9시 20분 원통을 출발해 장수대, 한계령, 흘림골 순으로 등산객을 내려준 후 9시 59분에 우리의 목적지인 오색등산로 정류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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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등산 앱의 트랙 기록을 터치한 후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들고, 발 빠른 등산객의 뒤를 따라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옆의 쉼터로 갔다. 이후 쉼터 평상에 배낭을 내려놓은 후 겨울용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등산화의 끈을 조이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친구 또한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두 개 등산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574m~551m, 둘의 오차는 26m, 대청봉의 높이가 1,708m니, 고도차는 1,134m~1,157m로 역시 설악산답게 한국에서는 드문 고도차 1,000m가 넘는 산행이다. 물론 오차는 있겠지만, 해발 959m인 한계령에서 시작하면, 749m만 올리면 된다. 그래서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정차지 중 한계령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내린 걸 거다. 등산 준비가 끝나 당장이라도 대청봉을 향해 올라가면 되나, 친구가 아직이라,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탐방지원센터 주변을 둘러봤다. 이번 1박 2일 설악산행은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는 건 산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 인내는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등산객 때문에도 필요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친구라, 혼자였으면, 찍지 않을 기념사진을 남겨주고 싶어 차례를 기다리는 것 또한 엄청난 인내가 필요했다. 특히, 포토 존에서 딴짓하는 등산객들! 평소라면 한마디 했겠지만, 아침부터 얼굴 붉히기 싫어,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포토 존이 비어 친구의 사진을 찍은 후 탐방지원센터 문을 통과해 본격적인 설악산행을 시작했다. 그 시각이 10시 11분으로 버스에서 내린 지 12분이 지났다. 앞서가는 중년(? 환갑이면 노년이 아니라 중년?)과 노년 등산객의 뒤를 따라, 가장 후미에서 산행을 시작해, 10시 20분 첫 번째 쉼터를 통과하고, 10시 28분 두 번째 쉼터에서 1차 휴식을 취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이번 산행에서 탐방지원센터부터 대청봉까지 몇 개의 쉼터가 있는지 기록하는 산행이 됐다. 작년 같은 코스를 올라갈 때는 몇 개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았다. 그만큼 이 구간은 대청봉까지 가장 짧은 거리지만, 그렇기에 지옥의 코스라는 얘기다!
2 쉼터를 떠나, 급경사 등산로를 올라가는데, 15분 단위 또는 1km마다 음성으로 거리와 고도, 현재 시각 등을 알려주는 등산 앱의 음성 메시지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현재 고도가 470m대라고 알려준다. 응? 지원센터에서 30분 이상 올라왔는데, 오히려 고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등산 앱을 꺼내, 현재 고도를 확인했다. 472m~503m! 올라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지원센터 기준 71m~79m 내려갔다.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트랭글', '램블러'의 GPS가 정확하지 않아, 그나마 산꾼이 많이 사용한다는 '산길샘'을 선택했는데. 이것도 그 둘과 다르지 않다! 그럼, 정보가 더 많고 친절한 트랭글로 돌아가?! 어쨌든 10시 36분 남설악 3 쉼터에 도착해 앞서가던 등산객과 같이 휴식했다. 그리고 4 쉼터는 지나치고, 10시 50분 5 쉼터를 거쳐, 10시 54분 대청봉으로부터 4.0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했다. 고로 지원센터부터 고작 1km 구간에 다섯 개의 쉼터가 있으니, 200m당 쉼터가 하나씩 있는 셈이다. 물론 쉼터에서만 쉰 게 아니라, 그 사이사이 가던 길을 멈추고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기도 했다.
10시 58분 남설악 6 쉼터에서 쉬고, 계속 올라, 11시 21분경 머리를 들어 위를 보니, 저 위로 하늘이 열리는 게 능선이 멀지 않았다. 그리고 11시 22분 안부에 도착하니, 과거 쉼터라 거기서 잠깐 휴식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자, 쉼터다. 그런데, 남설악 쉼터는 6개로 끝나고, 제1 쉼터로 변했다! 남설악 쉼터는 과거 쉼터까지 포함하면 일곱?! 제1 쉼터 옆에 있는 '탐방로 안내'에 따르면 대청봉까지 남은 거리는 3.2km다. 고로 지원센터에서 1.8km 왔다. 거의 매 쉼터와 그 사이사이 쉬면서 여기까지 왔으나, 산행 경험이 많아 보이는 다른 두 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으니, 친구의 체력도 괜찮은 편이다. 제1 쉼터를 지나자, 비록 짧은 구간이나, 지금까지 딱딱한 돌을 바닥에 깐 등산로에서 걷기 좋은 흙길로 바뀌어 갈 만하다. 와중에 배도 슬슬 고파와, 11시 35분경 점심을 먹기로 한 설악폭포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길목에 쉼터가 있고, 생각보다는 멀지 않다. 11시 37분 그 쉼터에 도착하자, 제2 쉼터가 아니라, 'OK 쉼터'다! 쉼터 이름을 붙이는 규칙이 있기는 한 건가? 뭐가 Ok라는 걸까?
'OK 쉼터' 옆 이정표에 의하면 대청봉까지 남은 거리는 3.3km다. 아래 제1 쉼터 옆 '탐방로 안내'는 3.2km! 고로 거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중이다. 경험상 그나마 탐방로 안내가 비교적 근사치에 가깝다. 쉼터를 떠나, 10분가량 가자, 산경표에 있는 갈림길이다. 물론 직진하는 길은 비탐방로라, 경고문이 서 있고, 정규 탐방로는 우회전한다. 우회전해 3분가량 가자, 등산로는 무릎에 부담을 주는 딱딱한 돌길로 다시 변했다. 그런데, 물소리도 들리고 등산로에 돌을 깔 정도라면 계곡이란 얘기고, 계곡이면 설악폭포가 멀지 않다! 그 길을 따라 200여 미터를 더 간 후, 등산 앱으로 설악폭포의 위치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100m 내외의 거리다. 그런데, 분명 작년 10월 중청대피소 1박 산행 때 설악폭포로 가는 길이 있었다. 해서 그 갈림길을 찾으며 가는데, 그 사이 등산객의 출입이 거의 없었는지, 희미한 인적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잡목이 울창한 너덜지대로 들어가,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와중에 지나던 등산객이 왜 들어갔냐고 묻는다. 처음엔 요원이라 생각해 깜짝 놀랐는데, 퇴근하는 요원과는 10여 분 전에 인사를 나눴다는 게 생각나, 그거야 무시했는데,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폭포로 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다시 등산로로 돌아왔다. 12시 9분 대청봉 2.7km 이정표를 통과해, 12시 13분 통신 탑이 서 있는 고개에 올라서, 힘들어하는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가 고개에 올라서는 걸 보고, 다시 길을 재촉해 고개를 내려가자, 갈림길이다. 여기다! 여기가 설악폭포로 가는 갈림길이다. 물론 이정표 따위는 없다! 와중에 등산 앱의 지도는 설악폭포를 이미 지나친 거로 나온다. 해서 작년에도 여기가 설악폭포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었다[산행기]. 어쨌든 12시 17분 설악폭포 상단에 도착해, 배낭을 벗어 두고, 폭포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았다. 이후 배낭에서 겨울용 바람막이 꺼내 입은 후,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싸 온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물론 에너지원인 막걸리도 마셨으나, 술을 마시면 산행을 못 한다는 친구는 맛만 보고, 거의 한 병을 내가 비웠다.
대략 25분 정도 점심을 먹은 후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설악폭포 계곡을 떠나, 정규 탐방로로 돌아가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기상청 일기예보대로 고도가 높아지자, 비록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비구름 속이라 보이는 게 없다. 그런데, 작년에도 그랬다. 어째 설악산 1박 2일 산행에서 첫째 날은 늘 이 모양이다. 보이는 게 없으니, 찍을 것도 없으나, 그래도 무언가를 남기기는 해야 할 거 같아 찍기는 찍었다. 1시 20분 낙석지대라, 철책을 세운 구간을 지나, 1시 25분 대청봉 2.0km 이정표에 도착했다. 온 거리가 남은 거리보다 1km 길고, 3km 오는데, 3시간 15분 정도 걸렸다. 점심시간 25분을 빼면, 대략 시간당 1km를 왔다. 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15시 25분경 대청봉 도착이다. 그럼, 도착 목표인 17시보다 1시간 반 이상 빠르다. 어쨌든 등산로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와 같이 출발한 3명의 노년 친구 팀이 점심을 다 먹었는지, 파장 분위기다. 물론 막걸리 냄새가 여기까지 난다. 그 모습을 조금 지켜본 후 걸음을 돌려 대청봉으로 향했다.
작년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심히 공사하고 있던 갑판 계단으로, 정상으로 향해, 1시 39분 설악폭포 상단 쉼터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쉼터가 몇 개였지? 남설악 6, 제1, OK, 설악폭포 위에 또 있는지는 모르나, 과거 쉼터를 제외하고 9개다. 조망이야 어떻든, 눈에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기며, 계속 전진하다가, 높이가 궁금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1,272m~1,247m, 울창한 숲속에서는 실제보다 크게는 50m 이상 차이가 나니, 1,300m대다. 그럼, 400m 남았다! 그걸 확인하고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는데, 저 앞에 10번째 쉼터다. 이번에는 제2 쉼터! 쉼터의 이름이 오락가락하는 거로 봐선, 설악폭포와 OK 쉼터는 다른 쉼터가 만들어진 후에 설치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제2 쉼터는 2단으로 아래는 노년 팀에게 양보하고, 우리는 위의 쉼터에서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골랐다. 숨만 고르고 다시 산행을 시작해 조금 올라가자, 등산로가 돌계단으로 변했다. 생긴 것만 보면 대단히 위협적이나, 다양한 높이의 계단이라, 보폭에 맞는 계단을 찾으면 갑판 계단보다 더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다.
네 그루의 소나무가 거의 정사각형을 만들고 있는 모습과 과거 산불의 흔적인 고사목,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이 중국 산이라 착각하는 당단풍 잎을 사진에 담기도 하며 가, 2시 47분 바위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비구름 속이라 보이는 게 없어,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2시 48분 해발 1,492m 이정표에 도착해, 등산 앱 지도의 고도는 얼마인지 확인했다. 자주 비교해야, 실제 데이터와 근사치를 계산할 수 있어, 이정표에 고도가 표기되는 국립공원에서 가끔 비교한다. 1,486m~1,513m 웬일로 두 앱의 사잇값이라 놀라며, 흙길로 변한 등산로로 가다가, 3시 8분 1,573m 이정표에서 다시 두 등산 앱과 비교해 봤다. 1,491m~1,523m로 이정표보다 50m 이상 낮게 나온다. 경험상 이게 정상이고, 두 앱 사이에 있던 앞의 데이터가 비정상이다. 정상적인 산행이라며 데이터 비교는 한 번 정도 하고 마는데, 이번 산행은 남아도는 게 시간이고, 혼자서 먼저 가는 건 의미가 없어,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평소 안 하던 짓을 많이 했다.
3시 11분 정상 0.5km 이정표 아래에서 노년 팀이 인증 찍는 걸 도와준 후, 이것도 기념이라, 친구의 인증도 남겼다. 정상까지 500m 남았으니, 전체 거리의 1/10이 남았지만, 남은 0.5km가 5km처럼 느껴지는 깔딱이 기다리고 있다. 이건 설악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 대부분이 그렇다. 말인즉 마지막 고비다. 거의 죽어가는 친구가 따라올 수 있도록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수시로 지도도 확인하며 올라, 3시 30분 '동절기 안전장비 착용 장소'에 도착했다. 그 안내문에 의하면 정상까지 300m라는데, 그럼 200m 올라오는데, 18분 걸렸다! 와중에 두 앱 지도에 의하면 올려야 할 고도가 거의 80m에 달해, 남은 300m는 얼마나 걸릴지 예측이 안 된다. 어쨌든 비구름 속의 철쭉과 화채능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정상으로 향해, 3시 36분 갈림길을 지나며, 기록을 남기고 있는데, 여성 등산 유튜버로 보이는 한 쌍이 촬영하며 내려온다. 그래 저 정도는 해야 구독자가 늘지 생각하며, 잠깐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3시 38분 2018년 8월 봉 감독과 둘이 경고를 무시하고 갔던 화채봉 갈림길에 도착했다[산행기].
대청봉에서 분기하는 화채능선이니, 갈림길에서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라, 먼저 앱의 지도로 남은 거리와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알고 있는 대로다! 친구를 추월하기도 하며,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3시 41분 십여 명의 등산객이 인증을 찍느라 정신없는 정상석 아래에 도착했다. 친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배낭을 벗어 두고, 바위에 주저앉아 정상석 부근에서 벌어지는 일을 구경하다가, 그걸 배경으로 거의 영화를 찍는 등산객이 많아 인증 하나 남기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산행의 주인공에게 필요한 게 정상석 배경 인증이라,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참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3시 43분 모습이 보여,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리고 친구가 정상석 바로 앞에 배낭을 내려놓고, 차례를 기다리는 걸 보고, 그곳으로 갔다. 거기는 성소수자로 보이는 등산객부터 다양한 사람이 인증을 남기고 있는데, 인당 2분 이상 걸렸다.
쭉 참고 지켜보다가,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노년 팀의 도움으로 먼저 친구의 인증을 찍은 후, 둘이 같이 인증도 남겼다. 그리고 3시 52분경 미련 없이 정상석을 떠나, 우리의 숙소 소청대피소로 향했다. 대청봉에 3시 45분에 도착했으니, 남설악탐방지원센터 기준 5시간 35분이 걸렸다. 국립공원 기준이 4시간이니, 그보다 1시간 35분이 더 걸린 산행이다. 그런데, 난 왜 국립공원 기준을 5시간으로 알고 있었을까? 어쨌든 비구름 속의 정상을 떠나, 소청으로 향하는데, 오한이 나,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 아래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에서 겨울용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와중에 남녀 한 쌍의 것으로 보이는 배낭이 있는데, 주인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아, 혹시 사고가 나지 않았나, 약간 걱정되기도 했으나, 아마 다른 이유로 없어졌을 확률이 더 높아 보여 신고하는 민주 시민의 영광을 포기하고 그냥 갔다. 과거 중청대피소로 향하며, 비록 비는 내리지 않으나, 비구름 속임에도 그나마 보이는 눈잣나무와 주변 경치를 기록으로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눈잣나무의 이름이 눈에 짓눌려 누운 잣나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누운 잣나무의 준말이라는 걸 안내문을 보고 알았다. 그런데, 둘이 같은 의미 아닌가? 거기다 이 안내문을 몇 번이나 보고, 기록으로도 남겼는데, 메모리에는 왜 엉뚱하게 기록되어 있을까? 4시 13분 철거 작업이 한창인 과거 중청대피소를 지나며, '공사 안내'를 읽어봤다. 그런데, '공사 기간'은 검정 페인트로 지웠다. 그리고 그 밑의 '사업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철거가 아니라, '철거 후 신축'이다. 응? 신축? 하긴 어떻게 신축하는지에 달린 거니 두고 봐야 할 사항이다. 그런데, 안내의 조감도는 과거 중청대피소보다 규모가 더 크다?! 소청대피소로 향하다가, 뒤로 돌아 공사장을 보니, 철거는 끝나 듯하고, 쌓여 있는 자재는 신축용인 듯했다. 과연 처음 목적대로 철거하고 신축할까? 4시 16분 끝청봉 갈림길, 설악산 서북능선 분기점을 지나, 백담사 방향으로 우회전했다. 역시 친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비구름 속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고, 소청봉에 들른 후, 4시 37분 희운각 대피소 갈림길에 도착했다. 지금은 아닌 듯하지만, 과거에는 여기가 소청봉 인증 장소였다.
목표 달성, 즉 성원을 성취했으니, 축하주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때를 대비해 막걸리 두 병을 원통터미널에서 휴식하는 동안 산 거다. 그중 한 병은 설악폭포에서 반주로 내가 거의 90%를 마셨고, 세익이 10% 정도를 마셨다. 그리고 한 병은 고이 모셔왔다. 그런데, 생수야 대피소에서 병나발 불면 되나, 막걸리는 그게 안 된다. 고로 막걸리는 대피소가 아닌 곳에서 마셔야 한다면, 소청 대피소 직전 경치 좋은 전망 갑판이 최적지다. 해서 거기에 퍼질러 앉아, 막걸리를 꺼내 김치를 안주를 축하 자작을 했다. 물론 나야 대피소에서 생수를 마실 예정이라, 구경만 했다. 거기다 혼자 마시기에도 한 병으론 부족하다. 물론 오가는 등산객이 부러운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렇게 대략 10분간 마신 후 내일을 위해 막걸리 한 잔 정도를 남기고, 다시 포장해 배낭에 넣고, 4시 52분경 갑판 전망대를 떠나, 바로 아래 보이는 소청대피소를 향해 출발했다.
갑판 전망대를 떠나 급경사 등산로로 대피소로 내려가는 중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보니, 20m 등고선 두 개가 채 안 된다. 고로 수직으로 40m가 안 되는 곳에 대피소가 있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내려가, 5시 4분에 도착했다.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니, 서서 조리하고 먹어야 하는 취사장은 텅 비었으나, 식탁과 의자 일체형 외부는 등산객으로 꽉 찼다. 해서, 대피소 끝으로 가 갑판에 주저앉아 세익이 오기를 기다리며, 배낭에서 버너, 코펠과 먹거리를 꺼내 일단 조리를 시작했다. 목표 달성 기념으로 술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하느라 5분가량 늦게 도착한 친구가, 먼저 대피소 방 배정을 받고, 햇반 두 개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와 훈제 오리와 세 종류 김치를 반찬으로 저녁을 먹었다. 대피소 요원이 주기적으로 음주 확인을 위해 순찰하는 와중에, 이슬이를 마시지 못하는 친구를 빼고, 가끔 목이 막혀 나만 이슬이 병나발을 불었다. 와중에 식탁에 자리가 없어 바닥에 자리를 편 팀이 우리 포함 세 팀인데, 그중 일곱의 중년 혼성팀이 술을 마셨다 요원에게 발각됐다.
다른 팀은 티를 안 내고 마시는데, 이 팀은 누가 봐도 술이다. 요원이 술을 달라고 해 받아 들고 술이 맞는지 확인한다. 그러자, ‘야관문주’라고 실토하자, 그걸 땅으로 쏟아버리겠다고 한다. 다행히 등산객의 기분을 아는 요원이라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폐기하는 선에서 끝내려는 거다. 해서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내 입에 버리라고 한마디 해, 그 동네가 웃음바다가 되고, 분위기 좋게 음주 사건은 마무리됐다. 물론 야관문주는 요원이 땅에다 쏟아버리고 병은 돌려줬다. 밥도 거의 다 먹어가고, 배도 부른데, 세익이 얼큰한 국물을 먹고 싶단다. 응? 얼큰한 국물? 그럼, 내일 점심용으로 들고 온, 라면인데! 그걸 지금 먹으면, 오늘보다 긴 구곡담 코스인데, 점심을 제대로 못 먹으면 문제라, 인원이 많은 아까 야관문주를 뺏긴 팀에게 혹시 남는 라면 있는지 물었다. 자기들은 라면이 없다고 하자, 그 옆에 있던 두 명의 남성 친구팀에서 라면 하나 남는다며 준다. 그걸 받고 하다못해 돈으로라도 보답하려는 데, 사양해, 몇 번이나 고맙다 인사하고, 그 라면을 끓여 세익이와 같이 먹었다.
5시 23분 상을 펼치고, 7시경 상을 접었으니, 1시간 30분가량 저녁을 먹고, 우리가 있던 자리를 깨끗이 치운 후 숙소로 갔다. 그리고 배정받은 침상에 세익은 침낭을, 난 침낭 내피를 바닥에 깐 후 옷을 입은 채 그 속으로 들어갔다. 숙소가 혼숙이라 옷을 벗는 짓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세익이 외부에서 구경하는 동안 취해서 잠이 든 나는 더워서 내피 밖으로 나왔으나, 바닥이 차가워 내피를 깔고 잠을 청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다들 더워서 못 잤다고 할 정도로 난방이 잘되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어쩔 수 없다. 고로 침낭이 아니라, 매트리스를 가져온 등산객이 승자다! 어쨌든 그렇게 잔 후 2시 30분경 잠에서 깨, 옆자리를 보니, 친구가 없어 주변을 둘러봤다. 통로에서 자고 있다. 일단 친구가 이상 없다는 걸 확인하고, 밖으로 나가 볼일을 보며 새벽하늘을 보니, 북두칠성과 이름 모를 별이 손에 잡힐 듯해, 찍어봐야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온다는 걸 알면서도 핸드폰을 가져 나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볼일 보고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는데, 잠이 안 온다. 7시간 조금 넘어 잠이 들었으니, 평소 습관대로라면 2시 반경 일어나는 게 정상이다. 말인즉 잘 만큼 잔 거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줄 수는 없어 억지로 잠을 청해, 다시 잠이 들어, 5시경 일어나, 충전 중이던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 일출 직전 내설악의 모습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친구를 깨워, 짐을 다 정리한 배낭을 둘러메고 나왔다. 물론 침상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이후 대피소 갑판 입구에서 어제는 못 본 수도를 발견하고 물 한 모금하고, 소청대피소에 작별을 고하고 봉정암으로 향하다가 오른쪽을 보니, 공룡과 울산바위라 가던 길을 멈추고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길을 재촉하다가, 등산 앱의 트랙을 다시 기동하지 않은 걸 깨닫고, 기동했다. 이후 가끔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장성 위에 우뚝 선 진신사리 탑과 왼쪽의 귀청을 사진에 담으면 봉정암으로 향해, 5시 55분 적멸보궁에 도착했다.
적멸보궁으로 들어가자, 신자 둘이 불공을 드리고 있어,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전면의 창으로 가 건너편의 사리탑을 관찰했다. 물론 사진도 찍고, 그런데, 동해에서 막 떠오른 해가 방해해 사진에서 사리탑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어쨌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 했으니, 이제는 공양간을 찾아가 아침 공양을 할 차례라, 적멸보궁에서 나와 계단 앞에 벗어 두었던 배낭을 다시 둘러메고 공양간으로 갔다. 그리고 그릇을 들고, 갓 지은 밥과 미역국, 오이지 등을 담아, 배불리 먹었다. 얻어먹었으면 보답해야 하는 게 인간이라, 세익은 와이프 이름으로 공양미를, 난 애들 이름으로 초를 사, 그걸 들고 사리탑으로 올라갔다. 물론 그 길목에 있는 산령각에 들러 산령에게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사리탑이 있는 곳에 도착해 초에 불을 붙이려고 보니, 산불 위험 때문인지 초를 두는 곳이 없어져, 사진만 찍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적멸보궁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은 후 배낭이 있는 공양간으로 돌아갔다.
먼저 불을 붙이지 못한 초는 절에서 불을 붙여 적멸보궁 앞에 놓아두라고 공양함에 넣었다. 물론 세익의 공양미는 사자마자 공양함에 넣었다. 그리고 배낭을 둘러메고 봉정암을 나와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구곡담과 봉정암을 연결하는 지옥의 너덜을 향해 가는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정표가 눈에 띈다. 정확히는 과거에는 시간에 쫓겨, 이정표를 제대로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 이정표 기둥에 '사자바위' 명패가 붙어 있다.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사자바위 아니면, 정상에 사자 형상의 바위가 있다는 뜻이다. 친구 덕에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사자바위를 찾아 동영상을 촬영하며, 이정표 뒤 암봉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정상에서 사자, 아니 해태를 더 닮은 바위를 발견했다. 먼저 그걸 사진 찍고, 바위 전망대에서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암봉에서 내려와, 지옥의 너덜로 갔다. 그런데, 예상외로 철봉을 바위에 박아 기둥을 만든 후, 다시 철봉을 가로로 연결한 안전시설이 있고, 너덜도 계단식으로 정리했다. 응? 언제 이렇게 바뀌었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르든 내리든 최근에 이 구간을 지난 건 기억이 안 나고, 1980년대 후반 학창 시절에 다닌 것만 떠오른다.
그럴 리가 없어, 이번에는 산행기를 찾아봤다. 있다. 2016년 비박 서북능선 종주 때 여기로 하산했다[산행기]. 그리고 당시는 내가 기억하는 그 지옥의 너덜이었다. 그럼, 그 이후 대규모 공사를 벌린 거다. 봉정암에서 했을까? 공단에서 했을까? 과거의 기억과 달리 아주 편하게 내려오자, 그 입구 이정표 기둥에 '해탈고개'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그렇지, 과거에는 분명 해탈고개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명칭이야 뭐든, 해탈고개를 내려오면 구곡담이다. 구곡담 하산이야 코스가 힘들어 지체하는 게 아니라, 구경할 게 많아 지체하는 구간이라, 친구의 페이스 맞춰 유유자적 내려갔다. 가끔 쉬었다가 가자는 친구의 요청을 몇 번은 무시하고 가, 7시 15분 과거에는 본 적 없는 마른 '지혜의 샘'에 도착했다. 사용하지 않으면 샘이 마르듯 지혜도 마른다는 뜻인가? 어쨌든 7시 31분에는 구멍이 맞지 않아 잠기지 않는 자물쇠가 무뢰한으로부터 구급약을 보호하고 있는 구급함을 지났다. 그리고 7시 39분 울창한 숲 사이를 흐르는 구곡담 첫 번째 폭포를 발견했다.
그걸 사진에 담고 계속 내려가, 7시 43분 구곡담 최고의 폭포라는 쌍용폭포에 도착했다. 당연히 다양한 위치에서 쌍폭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았다. 이후 앞을 가로막고 있는 용아장성을 사진에 담기도 하며 내려가, 7시 56분 백담사 8.4km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 속도로 가면, 12시 이전 백담사에 도착할 확률이 높다. 처음 계획은 수렴동대피소에서 점심을 먹는 거니, 백담사에는 2시경 도착하는 건데, 너무 빠르다. 그렇다고 속도가 빠른 게 아니라, 길이 좋아서 그렇다. 고로 점심이 애매해, 일단 몇 시가 됐던 수렴동에 도착하면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하산 중 만나는 폭포의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을 남기며 가다가, 친구가 목도 축이고 허기도 채우기 위해 오이를 먹고 가자고 해, 계곡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고 앉아,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먹었다. 하산 중 처음으로 앉아, 쉬면서 간식을 먹은 후 다시 길을 재촉해, 8시 52분 백담사 6.5km 이정표를 통과했다.
구곡담을 내려가며, 작년 영동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린 폭설로 망가진 폐허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낙석 위험을 감지하는 시설인데, 이건 아직 복구를 못 한 듯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7분가량 내려가자, 목책에 '출입금지!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라고 쓴 플래카드가 인상적이다. 저기가 용아장성으로 올라가는 주 비탐로다! 그렇다면, 수렴동대피소가 멀지 않다는 얘기라,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맞다. 바로 아래다. 9시 15분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해, 야외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배낭에서 코펠과 버너, 라면 등을 꺼냈다. 그리고 라면을 끓여 나눠 먹은 후 잠깐 쉬었다가, 다시 길을 재촉해, 10시 7분 오세암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백담사까지 남은 거리는 3.5km에 불과해 거의 다 온 거나 다름없다. 다른 건 몰라도 퇴근 시간에 귀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반갑다.
10시 12분 영시암을 지나, 10시 43분 곰골 입구를 지났다. 그리고 10시 43분 백담사 2.7km 이정표를 통과하자, 세족하고 가자는 친구에게 내가 여기 오면 알탕을 하는 게 아니면 늘 세족하는 장소가 있으니, 거기서 하자고 달래, 계속 내려가, 11시 17분에 도착했다. 당연히 계곡으로 내려가, 윗도리를 벗어부치고, 물로 들어가, 1박 2일 설악산에 흘린 땀을 백담계곡으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11시 19분경 계곡에서 나와 얼마 남지 않은 백담사로 향해, 11시 30분 구 백담산장에 도착해, 거기 있는 저울로 배낭의 무게를 재봤다. 8kg, 그럼 집을 나설 때는 12kg 정도 됐다는 얘기다. 배낭의 무게를 확인하고 유유자적 백담사 셔틀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용대리로 출발하는 셔틀이 승차장으로 들어오는 게 보여 뛰어 정류장으로 갔다. 그리고 11시 39분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는 거로 1박 2일 친구의 버킷리스트 설악산행을 마감했다.
3
용대리행 셔틀을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내려가며 보니, 막 도착한 셔틀이 승객을 내려주고 있는데, 월요일임에도, 거의 만원이라, 약간 놀랐다. 그리고 승차장에도 여기로 올 때 본 셔틀이 서 있어, 표를 사면서 매표원에게 몇 시 차인지 물었다. 11시 40분이다. 응? 지금이 11시 40분인데, 그런데, 승객이라고는 봉정암에서부터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여성 등산객과 다른 한 명의 남성 등산객 두 명에 불과해서인지 기사가 버스를 출발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어쨌든 거의 텅 빈 버스에 타, 백담계곡이 잘 보이는 제일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려니, 한참 공사 중인 백담사 인부로 보이는 여섯 명이 탔다. 알고 보니 버스는 이들을 기다렸던 거다. 해서 예정보다 5분가량 늦은 11시 45분경 셔틀은 정류장을 출발해 용대리로 향했다.
셔틀 제일 뒷자리에서, 셔틀이 다니기 이전의 과거 또는 산방 기간이라, 셔틀이 다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걸어 다니며 감상했던 백담계곡을 감상하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버스 내부라는 한계 때문에, 원하는 그림은 아니나, 그래도 만족했다. 와중에 반대편에서 백담사로 향하는 셔틀과 교차하기도 했는데, 정원을 채우면 시간에 상관없이 출발하는 셔틀인데, 앞 차와의 간격이 채 20분도 안 될 정도로 승객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분명 오늘 월요일인데, 승객 모두 나와 비슷한 처지인가?! 그리고 작년 방문했을 때 한참 공사 중이었던, 갑판 도보 길에는 생각 외로 도보여행을 즐기는 등산객도 많이 보였다. 편도 7km, 왕복 14km! 걸을 만한 구간은 맞다. 하지만, 정기 대중교통이 있는 차도는 절대 걷지 않는다는 주의의 인간이라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저 길을 걸을 일은 없다.
12시 1분 용대리 셔틀 기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후 주변을 둘러보고, 동서울행 버스 매표소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며,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분명 동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인제와 원통만 정차했는데, 오후에 동서울로 향하는 버스 중 많은 수가 거기에 더해 많으면 셋, 적으면 두 곳의 중간 기착지가 있어, 차를 잘못 타면 올 때보다 30분 이상 더 걸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고로 신중하게 버스 시간을 골라야 한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그런데, 백담사터미널은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없어, 어느 버스가 인제부터 동서울 직통인지 시간표만 보고는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원통 시간표는 중간 기착지를 표기하고 있어, 두 시간표를 비교했는데, 도대체 알 수가 없어, 일단 터미널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마신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해서 작년 10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중청대피소 1박 산행[산행기] 후 들렸던, '백담황태구이' 식당으로 가 황태구이 정식과 더덕구이 정식을 주문했다. 물론 세익은 막걸리, 나는 이슬이도.
내가 좋아하는 나물류 위주의 밑반찬이 깔리고, 조금 있으니, 더덕구이와 황태구이가 하나의 뜨거운 철판에 담겨 나왔다. 응? 뭐 일행이니 이해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이상해 차림표를 보니, 애초 그런 메뉴가 존재했다. 그걸 식당 사람들은 '하나하나'라고 불렀다. 이 식당이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가 황태구이 정식이나, 더덕구이 정식을 주문하면, 별도의 메뉴인 황탯국과 순두부를 반찬으로 제공한다는 거다. 물론 요청하면 다시 채워주기도 한다. 중간에 버스 시간 관련해서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며, 이슬이 두 병과 막걸리 한 병을 마시는 동안 모든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1시 50분경 식당을 나와, 편의점을 겸하고 있는 용대리 버스 매표소로 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게 창에 붙어 있는 시간표를 사진으로 남긴 거다. 애초 14시 10분 시내버스로, 원통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15시 버스가 있는 걸 보고, 주인장에게 왜 15시 20분대 원통 발 동서울행 버스는 없는지 물었다. 분명 15시 버스가 15시 20분경 원통을 거칠 텐데, 원통 시간표에는 없어 물은 거다. 그러자 동서울 직통이라 그렇단다!
그 답을 듣자, 작년 10월에는 기사가 실수하는 거로 착각했었다는 것도 기억났다. 그때는 17시 동서울 직통이었다. 해서 서둘러 세익이 표 두 장을 산 후 편의점에서 나와 그 앞 평상 그늘에 누웠다. 그런데, 승객이 속속 도착하더니, 우리와 같은 차표를 사는 듯했다. 문제는 이게 시간이나 좌석이 고정된 차가 아니라, 먼저 타는 사람이 임자인 시스템이라, 아차 하면 16시 10분 모든 곳을 경유하는 차를 타야 한다. 해서 간성 기준 남은 자리를 확인해 보니, 16석이 비었다. 그런데, 여기서 표를 사는 승객은 벌써 10명을 넘어섰고, 버스 시간이 가까워지자 여기저기서 승객이 나타나, 그늘에 누워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길을 건너 버스 승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버스 정차 지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예정보다 조금 늦은 3시 5분경 도착한 버스에 타고 보니, 생각보다 빈자리가 많아 다 타고도 대여섯 자리가 비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건 온라인이 되지 않는 앞선 경유지가 좌석을 선점했다가, 승객이 없어 벌어지는 일이다.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3시 45분경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하는 순간 잠에서 깼다. 그리고 볼일을 보고 난 후 휴게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들고 탔다. 빈자리가 여기저기 보여, 날도 더운데, 굳이 줄이 붙어 앉아 있을 이유가 없어, 중간에 내가 텅 빈 뒷자리로 옮겨 둘 다 자리에 여유가 있었다.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잘 달린 후 늘 그렇듯이 서울에 진입하고 터미널까지 거북이걸음으로 가, 7시 30분경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 원래 하차장으로 가야 하나, 버스 회사가 있는 홍천으로 가기 위해 바로 승차장에다 승객을 내려줬다. 어디든 터미널에 내렸으니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이후 터미널을 나와 한 잔 더 하자는 친구를 달래서 강변역으로 가, 서로 다른 방향의 열차를 타는 거로 1박 2일을 설악산 대청봉 산행을 마감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색탐방지원센터 → 설악폭포 → 화채봉 갈림길 → 대청봉 → 소청봉 → 소청대피소(1박) → 봉정암 → 쌍용폭포 → 수렴동대피소 → 백담사탐방센터 → 백담사 버스정류장 (→ 용대리)'의 39.02km(산길샘) 구간을 25시간 37분 동안 즐겼다. 이동 21시간 57분, 휴식 3시간 40분!
소청대피소에 도착한 17시 6분 기록 중이던 트랙을 '일시 중지' 상태로 바꾸고, 다음 날 5시 34분 소청대피소에서 100여 미터를 지난 후 '기록 계속'을 터치해 트랙 기록을 다시 시작했다. 고로 12시간이 넘게 기록 중지였는데, 어떻게 저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내가 자는 동안 충전 중이던 핸드폰이 설악산을 돌아다닌 건가? 트랭글, 램블러, 산길샘 뭐 하나 믿고 쓸만한 등산 앱이 없다! 어쨌든 시작과 종료 시간, 총 소요 시간을 제외하고 믿을 수 있는 통계는 아니다!
2023년 5월 시작된 친구의 소원인, 설악산행이 두 번의 실패 [산행기] 라는 우여곡절 끝에 2024년 6월 2일, 3일 1박 2일 산행으로 끝났다.
첫날은 기상청 예보와 달리 비가 내리지는 않았으나, 비구름 속의 산행이라 보이는 게 없이 그저 앞만 보고 올랐고, 대신 다음 날은 쾌청하고 맑을 날씨였으나, 구곡담과 백담계곡 산행이라 보이는 게 없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다.
덕분에 2024년 대청봉 산행 목표는 달성했고, 황철봉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