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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시낭송예술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제1회 재단법인 한국불교법륜종 가야사 주최
2024 제1회 ‘깨달음의 시’ 전국시낭송대회
◆ 대회취지 및 시 주제
시낭송예술의 발전적 확장을 위하여 선사의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과정이나 체험의 한시를 모티브로, 조시•집시하고,
그 예지의 육화의 향기를 마음과 영혼의 안식처로 보급하고자 현대어로 첨삭함.
(이 지정시들은 국내외 선사들의 원문을 모티브, 모방한 것임을 공지함)
■본선대회
º 일시 : 2024. 10. 13(일) 14시 (입장은 13시까지, 신분증 대조 후 번호표 수령)
º 장소 : 가야사(주소)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상 가 1길 13-10
º 낭송 순서는 예선 접수순
º 점심 무료 제공(12시, 국수)
º 참가자격 : 제한 없음
º 낭송시 : 지정시(34편) 중 1편, 배경음악 없음
■대회 일정
º 신청기간 : 현재부터 ~ 2024. 9. 20(금). 18시까지
º 신청방법 : 신청서, 낭송음성파일(mp3)을 이메일(mannaja2@hanmail.net)로 제출
º 신청서 양식은 젤 아래 [ 첨부파일 ]
녹음자료 파일명 : 낭송자 성명, 시 제목, 지은이
º 예선발표 : 2024. 9. 30(월). 11시 개별 통지
º 참가비용 : 30,000(입금계좌 : 농협 351 1302 1963 13)
예금주 : 한국불교법륜종 가야사➺ 타인명의 입금 시 통보
º 심사 기준 : 20점 만점,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항목을 세분화 했음
9점: 호흡(3), 발성(3), 발음(3), 8점 :억양(고저, 장단, 강약, 2), 완급(2), 쉼(사이 2),
모아읽기와 띄어 읽기(2), 3점: 진정성(1), 제스처(1), 태도(1)
➺ 점수 동일 시, 낭송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우선함
➺ 낭송 시간은 제한 없음
➺ 암송위주로 하되, 시원문을 모니터에 올림(모니터를 보고할수 있지만 낭송의 깊이를 심사함)
º 주최.주관 : 재단법인 한국불교법륜종 가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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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 시상 :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특별상
º 대상1(100만원), 금상1(30만원), 은상1(10만원) ➺ 각각 1명, 상장 및 시낭송가 인증서 수여
º 동상3(5만원) ➺ 동상(3명). 장려상(5명). 특별상(3명) --상장 수여
º 동상, 장려상, 특별상은 상황에 따라 인원수 가감될수 있음
º 시상금은 대회 다음 날 통장으로 입금
✪ 연락처 :010-6611-0766(김환겸)/010-9430-2213(호재스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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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詩전국시낭송대회 지정시 3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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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랑비 젖은 노송 / 취미 수초, 백곡 처능, 용담 조관
산은 나를 모르고
나 또한 산을 알지 못한다
산과 내가 서로 잊고 사는 곳
우리는 서로 얽매이지 않는다
산사를 벗어나 한참 걸어 나오니
꽃 떨어지는 시냇물에 새가 운다
안개 낀 모래밭에서 갈 길을 잃고
온 산을 적시는 빗속에 외로이 서있다
산 가랑비 내려 어슴푸레한 곳
새 재잘거리며 지저귈 때
일어나고 잦아드는 마음을 돌아보는데
바람이 늙은 소나무 가지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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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얏고 선율을 타고 / 진묵 일옥, 청허 휴정
하늘 덮고 산 베고 땅 위에 누웠다
구름 병풍, 달빛을 등불 삼아 해주(海酒)를 마신다.
마음껏 취하여 비틀비틀 춤추려다
어허! 소매 길어 최고봉에 걸리겠네
그대 가얏고를 안고 노송에 기댄다
노송은 한결같은 마음이라서
천지자연 그대로다
긴 노래를 부르려고 푸른 물에 앉는다
푸른 물은 거리낌 없는 마음이라서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 끝없는 자유를 만끽한다
마음이여, 마음이여!
한결같이 고운 마음이여!
나 그대 속에 머물러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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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을 강에 마음 띄우다 / 득통기화, 작자미상
아득한 마을, 신선 계곡이 둘러싼 곳에
개울물 흐르는 나무다리 여덟 개가 있는데,
소나무 가지 끝에 걸터앉은 단풍나무잎이
다리 아래 맑은 물에서 푸른빛과 다투고 있다
수려한 산, 황금빛 들판, 푸른 강의 가을
저 멀리 물마루 위의 조각 배 하나
끝없이 펼쳐진 기이한 광경은
돛 그림자 하나 물속의 누각이로다
갈댓잎 그림자를 강물 위에 띄우고
봉우리 하나 조각배에 싣는다
비끼어 부는 바람 흔들리는 가랑비에도
마음 하나 오직 낚싯대 끝에 모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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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을비 뜨락에 내려앉다 / 고운 최치원, 상월 새봉
가을바람 괴로운 생각을 시로 읊지만
온 세상에서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 없고
밤은 깊은데, 창밖에 비는 내리고
등잔불 앞의 마음은 까마득하다
이내 몸 오로지 산사에 머물어
꿈속 같은 세월, 달 아래 학처럼 깃드네
서리 내린 후, 댓잎 더욱 푸르고
눈 온 후, 소나무 더욱 청청하다
슬프다 늙어짐을
어릴 적부터 부처님만 보고 살았네
인간사 겉모습은 다르지만
천지의 도는 산사의 뜨락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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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름 가는 곳 / 청허 휴정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바람 고요해도 꽃 떨어지고
새 울어도 산은 다시 고요해
하늘은 흰 구름과 함께 밝아오고
물은 명월과 함께 흐르네.
눈 내린 들판 한가운데를 걸어갈 때도
발걸음 어지러이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반드시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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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꽃향기는 예지의 미소 / 나옹 혜근, 벽송 지엄
드넓게 펼쳐진 바다, 끝없이 이어진 언덕
희끄무레한 구름 뒤덮인 알 수 없는 경계
그 안개 속에 갇혀 버둥거린다
어둠을 거침없이 가르고 진실을 명백하게 드러내어
앉으나 서나 눕거나 수행하거나 항상 밝고 선한 마음으로
수 천 년 이어온 예스러운 모습과 풍취를 펼쳐가리라
꽃의 웃음이 섬돌 앞에 비처럼 내려
그 멋스러운 향기가 마당 한가득 피어오른다
사방 막힌 담장 밖에서 부르짖는 바람 소리는
사철 푸른 소나무의 앞서 깨우친 진리의 노래
어쩌면 이렇게나 심오하고 미묘한 진선미의 발현인지
여기 하나하나가 삶을 꿰뚫는 지혜의 실현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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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그네 구름 / 매월당 설잠
구름 높은 산마다 새벽빛 들어오고
바람 높아 나무마다 가을이 물드는데,
마을 밖 물가에 낚싯대를 드리우니
일렁이는 잔물결이 뱃전을 두드리네
등 넝쿨 엉킨, 산 깊은 외딴집에
구름에 갇힌 뜰은 잡초 무성하고
등불 밝힐 스승 없어 애석하구나
깊숙한 골짜기 산 너머로
새 구름 외따로 떠돈다
올해엔 이 절에서 머무는데
내년엔 어느 산사로 향할지
미풍에 소나무 단아하고
향불 꺼진 선방은 한산하다
이미 이승 인연 끊어져
흔적은 물구름 되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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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달빛 그림자 / 야부 도천
고요한 밤, 산가에 앉아 있노라니
고요하고 텅 비어 그 자체로 평화로다
무슨 까닭인지 하늬바람은 숲과 들을 흔들고
기러기 추위에 떨며 광막한 하늘에서 운다
대나무 그림자로 뜰을 비질해도
흙먼지는 층계에 그대로다
달빛이 연못 바닥까지 뚫었으나
흔적 하나 없어라
기나긴 낚싯줄을 곧게 드리우니
파도 한 번에 일만 물결이 일렁인다
고요한 밤 찬물에 고기는 걸리지 않고
빈 배 가득히 밝은 달만 실어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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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달빛에 그린 음표 / 왕유
붉은빛 복사꽃은 밤비를 머금고
초록빛 버들가지엔 봄 안개 자옥하다
아이가 떨어진 꽃잎을 쓸고 있는데
산 꾀꼬리 울음 속에 나그네는 쉬고 있다
개울 옆 인적 없는 시냇가에서
나무 끝에 연꽃이 붉어
저 홀로 피고 지고, 피고 진다
텅 빈 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다만 산짐승 소리만 메아리치는데
저물어 가는 햇볕은 숲으로 들어와
푸른 이끼 위에 사뿐히 앉는다
대나무 울타리 빈터에 홀로 앉아
긴 시를 현악기 가락 위에 얹는다
초목 우거진 어슴푸레한 숲에서
보름달과 사람만이 서로 기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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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두견새 우는 밤 / 다이구 료칸
이끼 낀 좁은 길에 꽃노을 지고
먼 곳, 베 짜는 산새 울음 따라
하루해는 창에 기대어 무너지고
고운 향로 연기가 곧게 피어난다
식은 화로 뒤적여도 불 숯은 보이지 않고
외따로 핀 등잔불도 다시 밝아지지 않는다
쓸쓸하고 고요한 밤 절반은 지나가는데
멀리서 계곡물 소리가 벽을 뚫고 들어온다
저물어 가는 휑한 봄의 문을 홀로 닫는다
등나무 대나무가 하늘을 덮어 어둡고
무성한 다북쑥에 묻힌 한적한 산길에서
밤을 새워 두견새는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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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미소, 세상을 적신다 / 운파 익화
봄빛의 그 화사한 미소는 대지를 열어
희망과 평화와 사랑의 마음을 키운다
손을 이마에 얹고 찬찬히 바라보니
제멋대로 자란 푸성귀조차 더욱 새로워라
침묵에 갇힌 계룡산에 비가 내려
지난밤에 세상의 티끌들을 촉촉이 적셨다
메마른 육신에 봄비 스며들어
보드라운 숨결은 어둠을 뚫고
이제야 깨어난 넓은 시야는
드넓은 세상을 뚫고 펼쳐진다
구름이 가는 것이지 하늘은 움직이지 않는다
배가 갈 뿐, 언덕은 가지 않는 것을...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
어디에 기쁨, 슬픔이 있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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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바람에 실어 / 영가 현각
그 무엇도 집착하지 말고
마음 가는 곳으로 흘러가라
모든 것은 덧없고 부질없으니
이것이 바로 큰 깨달음이다
험준한 산 그윽한 노송 아래
깊은 산속 난초와 같이 거처하며
넉넉한 마음 초막에 정좌하니
더없이 고요하고 개운하다
강에 달이 비치고 솔바람 부는
푸른 하늘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순수한 본마음을 깊이 새기면
안개 이슬, 구름, 노을이 다 나의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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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벗은 언제 오려는지 / 청허 휴정
수천만 조각의 배꽃이 나부끼며
빛을 따라 빈 담장 안에 떨어지고
소 모는 피리는 앞산을 지나는데
목동이나 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
흰 눈같이 고운 손이
몇 가닥 줄 위에서 춤을 춘다
연주는 멈추고 여운은 남아
빛은 가을 강에 광채를 내며
푸른 산봉우리를 그린다
그대는 밤 깊도록 오지 않고
새는 잠들어 온 산이 고요한데
달은 소나무 사이로 꽃을 비추고
온몸엔 붉고 푸른 그림자가 아롱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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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비 내리는 명사십리 / 청허 휴정
금강산 오색구름이 명사십리에 비로 내린다
해당화 흩어진 갯벌에 두서넛 사람의 그림자
한밤중 활짝 핀 이야기꽃은
천 개 진주가 옥쟁반에 구르는 듯하다
서두르는 스님 지팡이에 산 그림자 저물고
한기 서린 물소리가 바람에 실려온다
슬픔과 기쁨은 베개 한 곳의 꿈이요
만남과 헤어짐은 십 년의 정이다
말없이 고개 돌려 떠나가니
산꼭대기엔 흰 구름만 머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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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빛 한 줌 / 경허 성우
누가 이것을 물이라 하고 저것을 산이라 하는가
산과 물은 하나의 경치라네
우주는 끝없는 한 덩어리 빛이라
물과 산은 하나의 점일 뿐
빈 종이에 긋는 선 하나 끝없이 이어가고
새벽 해는 동쪽 창을 비추어 온다
맑아진 산에 물은 저절로 푸르고
신선한 바람에 흰 눈 고요히 내려
저무는 하루해는 너럭바위에 머문다
이 세상 무엇을 다시 바라겠는가
아무 일 없는 것이 일이라
문 닫아걸고 낮잠을 잔다
깊은 산 속의 새 그림자
나 혼자인 줄 알고 창에서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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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산에서 사노라네 / 괄허 취여, 선월 관휴
빈 골짜기에 사는 산 사람은
부들자리가 여자의 나들이옷이다
푸른색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흰 구름이 휘장처럼 떠 있는 산 속에서
아침에는 떨어진 솔잎을 줍고
저녁에는 풀이나 나무를 채취한다
돌 틈의 샘물은 차고 싸늘하여
내 이가 저절로 깨끗해지고
세상의 교류 오래되고 멀어져서
험한 세파도 선방에는 들어오지 못한다
아른거리는 끝 간데 모를 하늘,
깊고 가파른 산에 소나무 한 그루,
젖 사슴 숨어다니는 길가 버들에 얹힌 눈,
폭포수 안개 흩뿌리는 돌 누각 길,
마음 열고 유유히 지나가는
긴 피리 소리가 산 영령을 울린다
이런 정취를 알고 있는 사람 있을지,
무덤덤하게 홀로 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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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거울 속의 내 모습은 / 한산자, 백운 경운
어느 누가 한산도를 묻는데
그곳으로 가는 길은 없다네
여름에도 얼음이 녹지 않고
해 돋아도 안개로 몽롱한 그곳에
그대가 나 같다면 갈 수 있으련만
우리 마음은 형체가 없는 것이라네
만일 그대 마음이 나와 같아진다면
언제든지 그곳으로 갈 수 있으리라
한 생각도 나지 않으면 전체가 나타나려니
이 본체를 어떻게 말할 수 있으리요
물속 달빛은 허공에서도 볼 수 있으나
무심의 거울은 비추어도 항상 허공이로다
골짜기 흐르는 물은 쪽물인 것 같고
문밖의 청산은 자연 그대로인데
산색, 물소리에 전체가 드러났으니
그 속에 생멸(生滅) 없음을 깨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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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석별 / 소요 태능, 허정 법종
오래도록 병들어 자리보전하며
찬 기운이 두려워 집 안에서 머무는데
학동이 돌연 해가 짧다고 알려와
산을 보니 초록 잎 말라가고 있다
작년, 산꼭대기 오두막집에서 헤어졌는데
오늘 그대를 가시나무 물가에서 보낸다
두 마음은 서로 떠나 말이 없고
꽃은 지고 새 울며 또 세월은 간다
새는 서산으로 지는 해 따라 둥우리에 깃들고
사방으로 부는 찬 바람에 이 몸 서성인다
개울녘의 밤은 달빛 비추어 맑고
흰 눈 덮인 암자의 등잔불은 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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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세월은 계곡물에 쓸려가고 / 운파 익화
인간 세상 번영과 쇠락은 흩어지는 바람 같고
술에 취해 산사에서 갈지자로 오고간다
비틀거리는 삼월에도 시간은 지나가고
허송세월과 희롱하다 나이만 쌓여
마치 오래된 그림 속의 천신같이 어렴풋한 형상이다
온 대지가 꽃과 풀로 뒤덮여 있는 곳
채소밭이 감싸 안아 보이지 않는다
산 꽃잎 쌓여 깊숙한 토굴
가운데 우뚝 앉아 삼매에 들어 있는 나그네
본래 그 어디에도 없는 마음을 찾는다고
야단법석 떨어도 자연은 아득하고 고요하다
마음은 본래 변함이 없는 그대로이고
새 날아가고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먹구름 몰려가는 산마루에 시선을 두고
이미 서쪽으로 넘어간 황혼을 생각하는데
글 배우는 아이가 내게 와서 말하기를
밥 먹으라는 북소리가 이미 들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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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소나무에 얹힌 정취 / 추사 김정희, 설암 추봉
이른 새벽에 세수하러 나가니
오래된 우물 붉기가 불에 타는 것 같다
복사꽃 만발한 것을 알지 못하고
황사 깔린 샘물인 줄 알았다
약초 군락지는 아득한 산길에 있고
처마 덩굴줄기는 구름안개에 덮여있다
외로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날아가던 꽃잎이 돌아와 대작해 준다
고요한 밤, 쓸쓸한 산에 온갖 소리 잠기고
홀로 깜박이는 등잔불 아래서
읊는 시 한 수가 적막하다
뜰 앞에 홀로 서 있는 푸른 소나무만이
내 시 한 토막에 마음의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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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시 한 구절 읊조리며 / 매월당 설잠
야생초 우거진 골짜기에 꽃은 푸른데
십 년 떠돌아다닌 눈엔 먼지만 덮이고
새 울음 한 번에 한가한 꿈은 깨져
쏜살같은 세월이 곤혹스럽구나
달빛 밝은 산가는 대낮 같아
홀로 정진하니 온갖 생각 맑아지고
세상없는 노래에 화답하는 그 누가 있을까만은
물소리는 솔바람과 어우러지누나
돌난간에 진달래꽃 피고 지고
온 집이 텅 비어 곳곳이 느긋하다
말 건네도 대답 없는 꽃 사이로
보슬비 오는 청산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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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애도가(哀悼歌) /기암 법견, 초의 의순
우물가 오동잎 떨어지는 한 조각 가을 소리에
노승은 놀라 서쪽으로 가는 바람에 말한다
“아침에 시냇가를 홀로 걸어보니
칠십 년 세월이 수경 속에 담겼구나!”
시냇물은 산 밖으로 흘러가고
상엿소리는 구름 사이로 들어가는데
황천은 어느 곳에 있는지
떠난 사람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
해 질 무렵, 이별한 후 귀갓길에
안개로 몽롱한 마음은 가랑비에 스며드는데
흩어지는 빗물 따라 가을마저 떠나고
떨어지는 꽃을 뒤로하고 말없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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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어디에든 달은 떠오른다 / 설담 자우
산은 열려 마음 어진 이가 가는 길이고
물은 맑아 지혜로운 사람의 마음이다
경문 읊는 소리는 어느 곳에서 들리는가
조그마한 암자는 우거진 숲에 가려져 있다
손을 맞잡고 돌아가는 길을 묻자
드넓은 강을 건넌다고 말하면서
강물이 끊기지 않고 흐르는 동안에는
몸은 떠나도 마음은 남아있다고 한다
승려는 흰 눈 덮인 아름다운 쌍계사에 앉아있고
나그네는 다섯 그루 버드나무 사이로 사라진다
두 사람은 서로 꿈속처럼 아득히 느껴지는데
초승달은 초가집 앞에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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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연못가를 거닐며 / 무의자 혜심
감미로운 바람의 입김이 소나무를 감싸며
청아한 퉁소 소리를 낸다
다시금
엄숙한 슬픔이 물밀듯 밀려오고
희고 밝은 달빛에 마음의 물결이 일렁이며
세속의 때가 씻겨 더없이 맑고 깨끗해지누나
보고 들려오는 것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여
저절로 나오는 시를 읊조리며 홀로 산보한다
이윽고
흥은 그쳐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고
고요히 앉아 있는 가슴의 열은 식어,
온 주위가 불 꺼진 재처럼 사위가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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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옛 절을 찾아 /경허 성우,매월당 설잠
숨 고르며 갈래 길을 묻는다
해는 산을 넘는데 노인은 말이 없고
어딘가에서 물결의 여음이 쓸쓸하다
절 입구의 비석 하나 으스스하고
푸른 산 그림자 속의 아침은 어둡다
떠나간 스님의 자취 묻는 사람 없고
해는 기울어 소와 양은 아랫마을로 내려간다
잠자리 잡는 아이, 고택을 매만지는 노인
개울가에서 가마우지가 몸을 씻는데
산길도 끊어진 아득한 귀로에
지팡이 하나 비스듬히 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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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저잣거리에서 /운파 익화
술김에 영웅호걸인 체 시를 읊으면서
저잣거리 무리 속에서 나그네 정을 보낸다
넓고 큰 강은 천리를 달리는데
치솟은 봉우리와 가파른 절벽이 가로막는다
탁한 구름 지나가다 희고 밝은 곳을 뒤덮어
오랜 세월 누각 위를 꽃놀이로 붉게 물들이네
유혹의 바다에 휩쓸린 미망의 나그네가
장차 그윽한 마음의 문을 열고
어찌 색즉시공의 진리를 깨우칠 수 있을지
천지자연의 이치와 어진 품성을
그 누가 제대로 받들 수 있을까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문장이라도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자유를 속박하는 영예로운 이름도
주저 없이 떨쳐버리고
너그러운 구름과 학을 따라
여로를 유유자적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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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지팡이를 세우고/ 다이구 료칸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을 찾아 종일토록
밥을 빌어 이 집 저 집 다닌다
해는 저물고 산길은 먼데
세찬 바람이 콧수염을 자르려는구나
오래된 가사는 헤져 너덜거리고
오래 들고 다닌 바리때는 기괴한 형상이다
배고프고 추운 고생을 마다치 않는다
예로부터 으레 그러하였으니
오랫동안 번성하던 이곳도
시간 따라 퇴락해 가는구나
연못의 누각이 허물어지듯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다
산은 평야에서 그 모습을 다하고
물줄기는 석양을 따라 돌아온다
끝없이 반복하는 천년의 부침 속에
지팡이를 세우고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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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참뜻은 그 어디에/범해 각안, 심문 담분
아궁이에 불붙이는데 홀연히 부뚜막이 밝아진다
눈 밝아진 후엔 인연이 와도 물들지 않으리라
누군가 달마가 왜 서쪽에서 왔냐고 묻는다
바위 밑 샘 소리, 그 소리는 물에 젖지 않는다고…
맑고 높은 밤하늘, 티끌 한 점 없고
뜰에 가득한 가을 달빛이 창창한데
인적 없어 고요하고 외로운 등, 밤은 깊었다
바람 담담하고 서리 맑아서 꿈 못 이루는데
종이 창발 그림자가 침상 위로 몸을 던진다
산과 돌이 가로막아 길이 없을까 했는데
길을 돌아 흐르는 계곡에 마을이 따로 있다
겹겹산 너머로 피리 소리 퍼져 나가고
검은 연기 오르는 저녁에 또 황혼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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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청풍명월은 도반 / 환성 지안, 운담 정일
온종일 고요히 좌선하니
천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벗들이 초가집을 찾아오니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다
지팡이를 끌고 한적한 곳을 찾아
봄을 마음껏 즐기고 돌아올 땐,
옷소매에 가득 담긴 향기 따라
나비가 집까지 따라온다
자연스레 구름과 함께 거처하고
기약 없이 달과 어울린다
어느 정도의 풍치와 멋스러움을
오직 도반만 알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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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측은지심 / 청매 인오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가을 하늘은
하나의 동그란 거울 같다
홀로 가는 짝 잃은 갈까마귀는
자신도 모르게 그 흔적을 남긴다
남쪽 따뜻한 곳에서 이 소식을 듣고
먼 동쪽에 부는 봄바람에
애석한 마음을 띄운다
바람 같은 나그넷길에 항상심을 짚고
속세의 인연일랑 구태여 외면했는데
어김없이 찾아오는 사시사철,
연분도 물 따라 바람 따라 오고가는가
대숲 속에서 시(詩)와 찻잔과 더불어,
소나무와 벗하고 거문고 소리 즐기다 보니
덧없이 가는 세월에 낡은 수레바퀴 되어
가을의 교교한 달빛만 앙가슴에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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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파초의 꿈 /무경 자수,다이구 료칸
고찰에 등불 켜고 문 닫으려 할 때
동쪽 봉우리에 달이 뜨고 황혼이 사라진다
홀연히 개울길에 인기척이 들려오니
산 뒤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늙은이라 밤늦은 꿈에서 놀라 깨어나곤 한다
등잔불 가물거리며 한밤이 지나가는데
베개 껴안고 파초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어느 누가 이런 시정을 함께 나눌 수 있을지
눈 감으면 일천 봉우리는 저물고
만 가지 인간의 근심은 사라진다
무심히 바람벽에 기대어
가만히 빈 창과 마주한다
긴 밤 향은 사라지고
이슬 젖은 풀밭을 헤치며
좌선에서 일어나 뜰을 걷는데
달은 가장 높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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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한 조각 구름에 누워 /청허 휴정, 월성선사
홀연한 소쩍새 소리에 창밖을 보니
봄빛 물든 온 산이 고향이구나
물 길어오는 길에 문득 머리 돌려보니
수많은 청산이 흰 구름 속에 솟았네
푸른 잎 서리를 능멸하나
가을이 되어야 아름다운 것을,
깨끗한 연못, 그 빛깔 끊임없고
울타리 없는 뜰엔 많은 꽃이 피어있네
홀로 있는 선실 창문 아래로 어느덧 해 저문다.
해질 무렵, 봄의 꽃비가 난무하는 신비로운 정경은
천상계에 떠 흐르는 밝은 달빛 같은 누각이로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처럼, 늘 청정한 소나무 같은,
거문고의 청아한 음률은 참다운 피안의 세계이로고
천지 간 세상만사가 한 웃음 속에 담겨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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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험준한 산속 /청허 휴정
회오리바람에 날아오르는 짝 잃은 기러기
그 싸늘한 그림자가 가을 허공에 떨어진다
해 질 무렵,
지팡이는 산 비에 서두르고
아득한 강바람이 나그네 삿갓을 기울인다
계수나무 무르익는 향기가 달빛에 솟구치고
서늘한 소나무, 그림자 구름에 스치운다
산속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일들을
그 어떤 속인이 알 수 있겠는가
바람에 떠 가는 구름 같은 누각
유유히 흐르는 물에 드러누운 다리
날마다 산속 승려는
길게 놓인 무지개다리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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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호숫가 암자 / 소동파, 야운 시성
안개 밖에서 종소리 들리고
절은 보이지 않는다
은둔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풀잎 이슬에 짚신만 젖는구나
사려 깊은 산마루의 달만이
매일 밤 오고 가며 비춘다
먹구름이 산을 다 뒤덮기 전에
소나기가 구슬 되어 쏟아진다
그 구슬, 불어닥친 바람에 흩어지고
조망대 아래 호수는 마치 하늘 같다
멀리서 푸른 산봉우리는 하늘을 지탱하고
긴 강은 땅을 가르며 몰려간다
날 샐 녘, 호젓한 빗소리에 취해
바람 부는 난간에 근심스레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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