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고철 부처
-윤동재
내장사 스님들끼리 다투다
부처님 계시던 대웅전
천년의 빛과 숨결까지 모두
서로의 마음에 일어난
불로 다 태우고
아무리 치워도 치워지지 않는
검은 재가 남아
여름 햇살 아래
가늘게 쉼 없이 타오른다
부처님이 잠시 다른 절에라도
가 계신 줄 알았는데
절집 식구들
재빠르게
철제 조립식 큰 법당 하나 뚝딱 마련해
거기다 모시고
불전함 관리 잘하시라고
불전함도 부처님 무릎 앞에 놓아두었다
이 한여름
불볕에 달궈져
살이 타는 듯 비릿한 냄새 가득한
철제 조립식 큰 법당 안에서
구슬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부처님 체면에
부채도 못 부치고
덥다고는 해도
인도 고향 더위에야 미치랴만
절집 식구들이 보기에
부처님이 하실 일
기껏
불전함 관리뿐인가?
부처님 불편하시지요 하니
난 부처 아니야, 부처라고 부르지 마
난 고철 덩어리야
그러더니
갑자기 나한테 엎드려 절한다
부처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안 되다니? 안 될 게 뭐 있나?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데
안 될 게 뭐 있나?
부처님은 평생
맨발로 걸어 다닌 분이야
어디서든
앉아 있는 이는 부처가 아니야
걷는 네가 부처야
봐, 봐,
그늘을 찾아가
앉아 있지 않고
불볕 절집 마당
맨발로 걷는 저분들
모두 부처야
한 걸음 한 걸음
발자국 하나하나가
경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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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 몽유기행시
몽유기행시
<내장사 고철 부처>내장사 스님들끼리 다투다 부처님 계시던 대웅전 천년의 빛과 숨결까지 모두 서로의 마음에 일어난 불로
푸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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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0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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