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진 살인사건
정리 김광한
책소개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혼진 살인사건』.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유명한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최초의 사건을 담아낸 추리소설로 정식 계약을 거친 완역본이다. 말끔하지 못한 모습을 지닌 데다가, 말까지 더듬지만 명탐정으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 속으로 안내한다. 저자만의 개성이 물씬 드러나는 불안한 사회, 추악한 욕망, 그리고 일본풍 소품으로 엮어낸 트릭이 돋보인다. 명만 높은 여관 혼진을 지켜온 이치야나기 가문의 장남 겐조가 가족의 반대에도 옛 소작농 딸 가쓰코와의 결혼한 후 그녀와 함께 피투성이가 된 채 밀실에서 발견된 살인사건을 그린 <혼진 살인사건>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두 편도 실었다.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가
1902년 고베(神戶)에서 태어났다. 구제국오사카약전을 졸업하고 가업인 약국에서 일하며 틈틈이 작품 투고를 해오다가 1926년 일본 추리소설계의 선구자 에도가와 란포의 권유로 쿠분칸(博文館)에 입사, 편집자의 일을 시작한다. 이후《신청년》《탐정소설》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1932년에 퇴사해 전업작가의 길을 걷는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추리소설 전문지《보석》에 발표한 《혼진 살인사건》은 제1회 탐정작가클럽상 장편 부문을 수상했으며,《문예춘추》에서 역대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로 선정한 《옥문도》를 비롯하여 《이누가미 일족》《팔묘촌》《악마의 공놀이 노래》 등의 명작을 차례로 발표해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후에 잠시 붓을 쉬었지만 1976년 영화 <이누가미 가의 일족>이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폭발적인 요코미조 세이시 붐을 맞았고 거장으로서의 재평가도 이뤄졌다. 2000년 문고본만으로 이미 판매량이 6천만 부를 넘어섰으며 그가 창조해낸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본의 국민 탐정으로 불린다. 1981년 영면.
출판사서평
미공개작 2편 수록, 국내 유일 정식 완역본
제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대표작 《이누가미 일족》을 비롯하여 《팔묘촌》《밤 산책》 등 연이어 히트작을 선보이며 국내 독자에게도 친숙한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 그가 창조해낸 일본 제일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첫 등장하는 역사적인 작품 《혼진 살인사건(원제: 本陣殺人事件)》이 정식 계약, 완역본으로 출간되었다. 1946년 당시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잡지 《보석》에서 연재, 제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 총 세 번 드라마화, 두 번 영화화되며 이후 77편에 이르는 방대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대중적인 인기를 견인하였다. 중편소설로는 유일하게 ‘최고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10위권에 선정, 독자와 평단 모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역작이다.
표제작 외 국내 독자에게는 처음 공개되는 와 은 초기 중편소설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다. 는 일본에서 네 번째로 선보인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로 《이누가미 일족》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다. 서간문과 기사로만 구성되었다는 점, 긴다이치가 간접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사건 전개와 의혹에 잠식되어가는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는데, 다소 실험적인 형식이 오히려 독자의 흥미를 증폭시키는 장치인 셈이다. 여덟 번째 시리즈인 은 초기 중편 중에서도 백미로 손꼽히며, 중편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드라마화되기도 하였다. 서문에 얼굴 없는 시체 트릭, 1인 2역 트릭이 있다는 것을 독자에게 미리 밝히지만, 추리의 재미와 공정함을 잃지 않는 놀라운 작품이다. 작가 자신을 투영한 추리소설가 Y씨와 긴다이치의 첫 대면을 그려 팬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다.
불안한 사회, 추악한 욕망, 일본풍 소품으로 엮어낸 트릭
이미 첫 작품에서 완성된 작가만의 개성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명망 높은 여관 ‘혼진’을 지켜온 이치야나기 가문. 마흔이 넘도록 미혼이었던 이치야나기 가의 장남 겐조는 집안의 강경한 반대에도 옛 소작농 집안의 딸 가쓰코와의 결혼을 강행한다. 혼인 첫날밤, 별채 신방에서 심상치 않은 비명과 섬뜩한 거문고 소리가 터져나온다. 굳게 닫혀 있는 문을 가까스로 열어 별채에 들어서니 피투성이가 된 신랑 신부는 이미 숨을 거둔 채 쓰러져 있다. 방 안에는 가보인 거문고와 세 손가락으로 찍힌 혈흔만이 남아 있고, 밤새 내린 눈 위에는 족적 하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밀실살인이다. 전날 이치야나기 저택의 위치를 묻던 세 손가락의 사내가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경찰은 그의 행적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가쓰코의 숙부 긴조는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이치야나기 사람들이 못 미더워 이제 막 사설탐정으로 이름을 알린 긴다이치에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달라고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