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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삶을 더불어 꿈꾸기 위해 새들생명울배움터 연구소는 2017년 상반기 정기세미나 ‘오래된 미래-대안을 살다’를 시작한다.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공생적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를 재건하고자 노력해온 잡지, ≪녹색평론≫을 함께 읽으며, 주변의 환경을 가꾸고, 생명을 돌아보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다. ≪녹색평론≫에 실린 글(누리집에 공개된 글과 공개되지 않았으나 녹색평론사의 동의를 구한 글)을 기본으로 하여 아홉 개의 분과-경제성장과 민주주의, 금융자본주의와 자립경제, 전쟁과 평화, 환경과 에너지, 환경 생태, 안전한 먹거리, 농업과 식량주권, 교육, 문화와 이데올로기-로 나뉘며, 모든 참가자들이 스스로 분과를 선택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책임지고 먼저 공부한 후, 다른 참가자들에게 발표하는 형식으로 2017년 4월 7일부터 6월 30일까지 총 12회 진행된다.
열번째 마당은 '문화와 이데올로기'분과가 준비했습니다. 매 회 진중하고 알찬 내용과 창조적인 발제 형태로 참가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이번 시간은 '새들 뉴스룸' 형태로 거대한 '문화'와 '이데올로기'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최한솔 앵커
#1. 새들 뉴스룸 제1부 두둥~ 최한솔님이 1부 앵커로 '이완용과 안태훈, 같은 가치 다른 삶'이란 내용으로 뉴스를 열었습니다.
재지사족(在地士族), 지방에 머물며 벼슬을 하지 않고, 유교적 정치 이념에 충실하려고 한 안태훈 선생 같은 선비를 일컫는 말입니다. 당시 유학자들이 그러했듯 안태훈 선생 또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서는 동학운동을 적대시 했습니다. 헌데 동학군이 패하자 동학운동에
가담한 한 청년을 피신시킵니다. 그 청년은 바로 청년 김구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안태훈 선생은 김구의 인품을 알아보고
인재를 잃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동학운동은 찬성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애국심은 의심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지요.
이처럼 유교적 가치를 진정으로 실현했던 안태훈 선생과는 달리 죽을 때까지 유교를 신봉했으나 유교적 가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산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이완용입니다. 조선을 약하다 여기며 경시했고 부국강병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 왕조를 무시했고 일제의 권력에 편승했습니다. 효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민중의 요구를 압살해버렸습니다.
백성을 아끼는 민본주의, 생명을 존중하는 진정한 유교적 가치를 구현하려 애썼던 안태훈, 김구, 안중근, 신채호, 장일순..
이에 반해 유교적 철학을 갖고 있었다고 하나 실제로는 근대화와 물질문명에 혈안 되어 권력에 편승하고, 사리사욕 앞에서는 자국의 민중에게도 돌아섰던 이완용, 박제순, 송병준, 이용구... 같은 이데올로기 속에서도 다른 가치를 구현해 냈던 사람들.
2017년 6월, 여러분은 어떤 문화와 이데올로기 속에서, 어떤 가치를 구현하며 살고 계십니까?
▲ 이명구 기자
#2. 밀착 카메라_ 우리의 밥상은 인간적인가?
안전한 먹거리는 세계화 시대를 사는 우리의 고질적인 질문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의 밥상은 인간다운가." 이주노동자들 없이는 밥상에 국내산 돼지고기 한 점 올릴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들에게 얼마나 인간적일까요? 밥상의 근원, 그 눈물의 뿌리를 밀착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경상북도 군위군의 한 산자락. 골짜기 안으로 들어갈수록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돼지 4천 마리가 쏟아내는 똥냄새가 가득합니다. 지난 5월 12일, 네팔에서 온 농업 이주노동자 두 명은 똥 더미로 막한 집수조 구멍을 뚫다가 독성가스로 인해 숨졌습니다. 안전장비는 커녕 마스크도 없이 작업하다 변을 당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있는 곳은 돼지농장뿐이 아닙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ㄱ씨는 고양시의 비닐하우스에서 일 했습니다.
그는 시금치와 쑥갓을 수확해 포장하는 일을 하다가 손에 동상을 얻었습니다. 월 평균 300시간이 넘도록 일했지만 월급은 110만 원이었습니다. 시급 3500원 꼴이었습니다. 그해 최저 시급은 4860원이었습니다. 상추, 열무, 돼지고기, 복분자, 명태, 참치 등 우리의 밥상을 채우는 식재료들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우리에게 옵니다.
농업 노동에 이주노동자들의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농업 개방 압력이 커진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부가 농업 구조조정과 생존방안으로 영농 대형화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FTA 이후 이러한 대규모 농업화 현상은 심화되었습니다.소농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농부들은 망하든가 이주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세계화·국제화 현상으로 사람이 인력, 즉 효율성으로 취급받는 현실은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25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카카오 농장에서 노예처럼 혹사당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커피는 전 세계에서 하루 25억 잔씩 소비 되며 베트남 생태계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열대우림을 개간함으로써 숲이 파괴되고 동물과 곤충들이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은 커피 농장에 뿌려집니다.
소농들은 자신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던 땅에서 쫓겨나 대형 농장의 노동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식량을 생산하는 농토는 줄어들고 그 자리에 옥수수, 커피, 카카오 등 선진국에서 필요로 하는 작물 농장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땅은 황폐화 되었습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대우 받기보다 노동력으로 계산됩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 소농과 같은 작은 공동체들은 깨어졌습니다.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따지는 문화 속에 사람들은 굶주리고 울부짖으며 죽어갑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밥상이 인간다운가를 물어야 할 때 입니다.
#3.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오늘의 초대석_과학 기술과 좋은 삶
▲ 김재광 기자
한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 -> 과학 기술 _김재광 기자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바둑대전인 알파고와 중국 커제의 맞대결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알파고로 상징되는 이른바 AI 인공지능, 기계화, 자동화 기술이 과연 도대체 어디까지 와 있으며, 이것은 현재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산업혁명 시대 영국 중부와 북부 면직공장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공장에 들어선 기계들을 때려 부수자고 벌인 운동입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기계화가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전후방효과라고 하는데요. 기계화가 새로운 산업을 불러온다든지, 생산 원가 절약으로 판매가가 낮아지면 새로운 소비를 부추기니까 또 다른 생산을 부추긴다든지 이런 산업 확산 효과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된 것을 감안해야겠지만, 20세기 100년은 가히 일자리의 대 확산 시대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 이런 추세가 흔들리고 있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그러니까 21세기 초반 10년 사이 미국의 경우 10년 동안 미국 내의 일자리 증가율이 zero였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컴퓨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중요 요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무어의 법칙을 설명하며 단순 반복 작업에서 예측 가능한 모든 업무로 기계화가 기존의 노동 범위를 훌쩍 뛰어넘고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한 초밥식당 '쿠라'를 예로 들며 과거 노동자가 기계라는 도구를 이용했다면 지금은 기계가 도구뿐 아니라 노동자 역할까지 하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애플의 사장 팀쿡이 "인공지능이 컴퓨터에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지만, 인간이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것이 더 걱정된다."라고 한 말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등 모든 국민의 소비행태, 의료정보, 검색 결과, 심지어 말과 행동까지 자료화시키려 합니다.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가 역설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사람의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알고리즘의 세계로 변환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알고리즘화하는 세상인데 여기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자동화 기술이나 인공지능 가운데 사람의 역할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고 이것은 삶의 방식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입니다.
▲ 새들 과학상점 운영자 신수임
금요 문화초대석- 좋은삶 _경기도 안양 비산동 새들 과학상점 운영자 신수임
과학상점은 간단하게 말하면 주민들이 과학에 관한 모든 것을 묻고 의뢰하는 곳입니다.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무자비한 화학전을 펼치는 것을 보며 과학지식이 소수에 의해 독점될 때 어떤 위험성을 지니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과학자들이 이를 반성하며 좀 더 평화적이고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된 과학기술을 꿈꾸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과학상점에서는 과학 지식에 관한 주민들의 문의나 의뢰가 있을 때 주민들에게 필요한 연구를 무료로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석유 안 쓰고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트렉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을 주민을 위해 트렉터용 태양광 충전기를 개발하거나 주민이 연구결과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지역에 뿌리내린 과학을 추구합니다. 이런 과학상점을 시작한 계기는 신문에서 본 광고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저를 대신해 기계가 음악도 선택하고 영화도 골라주지요. 여기보시면 심지어 제 기분에 맞춰 대화도 해줍니다. 그렇게 저는 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틈도 없이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아버립니다. 과학을 통해 우리는 늘 “정확하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삶에서 행복은 중요한 요소지요. 다만, 이 행복을 주장하는 이데올로기가 누구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벤담의 최대다수 최대행복이라는 사상은 17세기 과학혁명이 있었기에 가능 했고 통계의 등장은 사람을 일정 규모의 인구로 인식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인구란 집단을 통제하는 것으로 통치술이 전환되었고 벤담 이후 행복은 측정 가능한 영역이 되었습니다. 21세기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국가와 자본의 통치는 인간의 심리를 통제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요. 행복한 삶이 좋은 삶일까요. 과학이 추구하는 바는 인류의 어떤 행복일까요. 자본을 이용해, 데이터를 이용해, 세계화된, 보편적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질문을 하게 됩니다. 관계의 단절 속에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노동에서, 자연에서, 사람에게서, 사람을 소외시키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과학은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과학은 가치 지향적입니다. 과학은 과학을 하는 사람을 닮는다고 합니다. 과학자가 이웃과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결국 과학의 내용을 결정하게 됩니다. 과학은 결국 과학자라는 사람이 하는 학문으로 과학자 자신과 그의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호작용 속에 있게 됩니다. 사랑하는 이웃에 필요한 과학은 자신이 몸 담아 살고 있는 지역의 나무나 꽃, 계절의 변화를 속속들이 알 때 가능해집니다.
#4. 건강한 삶, 행복한 삶(새들 뉴스룸 제2부)
▲ 윤희윤 앵커(좌), 이학진 기자(우)
팩트체크_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민간요법으로 아픈 아이를 치료하며 기르자는 안아키 논란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 이슈 입니다. 일명 자연주의 요법이라고 하며 아토피가 있으면 유해 물질이 있을지 모르는 제품은 아예 쓰지 않고, 피부에 진물이 나면 햇빛을 쬐거나 소금물에 담급니다.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늘어가고, 최근 아이가 심한 화상을 입고, 열이 40도를 넘어가도 민간요법만으로 아이를 치료하는 극한 사례가 전해지며 아동 학대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런 치료법을 전파하는 맘닥터들은 전문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입니다. 안아키 카페를 처음 만든 김모 원장은 카페 회원 수가 6만 명을 넘어서자 회원 가운데 일부를 뽑아 자체 교육을 시키고 맘닥터라는 지위를 줬습니다. 맘닥터들은 카페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아이들의 병명을 진단하고, 김원장이 주장하는 안아키 치료법을 전파하는 겁니다. 아토피가 심해 진물과 피가나는 아이는 햇빛을 쬐는 것으로 폐렴은 찜질방에서 놀다오는 것으로 치료를 제시합니다. 안아키의 또 하나의 쟁점은 예방접종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입니다. 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맞는 예방접종이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예방 접종 부작용 신고 사례는 1432건에 달했습니다.
한 시민단체는 김원장을 비롯한 안아키 회원들을 최근 아동학대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아키 측은 일부 과장된 사진이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치료법이 왜곡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안아키 카페는 잠정 폐쇄됐지만, 김원장과 맘닥터들은 자신들의 치료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겠다고 합니다.
▲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 내과 연구 간호사 장미진
팩트체크_약 부작용에 대한 현대 의학적 대응
약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보통 약물 복용 1~2시간 후부터 얼굴부종, 두드러기, 발진. 심하게는 호흡곤란과 전신 쇼크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하게 됩니다. 이런 증상들은 약물치료로 대부분 호전되지만 왜 이런 이상반응을 보이는지, 어떤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증상이 발생하는지 그 원인은 아직 규명된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약물치료로 환자가 호전되고 나면 환자에게 복용한 약제가 무엇인지 묻고 그 약과 같은 성분의 약을 쓰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전에 확인하는 방법은 항생제 같이 이상반응을 많이 일으키는 약제만 미리 약물반응검사를 하고 대부분 먹는 약들은 복용 전 에 확인해보기 어렵습니다. 약물이상반응과 관련한 질환 중 흔치는 않지만 드레스 증후군이 있는데 생명에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드레스 증후군 환자들은 특정 약물에 즉각적인 이상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잠재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전신 증상으로 발생하여 급속도로 위독해지는 질환입니다.
이를 보면 약을 한번 복용했을 때 괜찮았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잘 쓰던 항생제, 신경안정제 등이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증상으로 이어지는지 그 기전은 알 수 없지만 증상이 발생하면 화상 환자 수준의 입원치료를 받고, 증상이 재 발현 되지 않도록 주기적인 외래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약물 사용에 경종을 울리는 대표적인 질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약이 처방될 때 약전의 빼곡한 설명과 달리 실제 환자에게 의료진이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입니다. 설령 설명한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니까 괜찮다 생각하는 안일한 자세에서 의사뿐 아니라 환자 역시 자유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약전에 있는 모든 내용을 설명하기에는 실제 의료현자에서의 제약이 너무 큽니다. 때문에 약 사용과 관련한 부주의는 의사나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과 구조의 문제입니다.
▲ 건강행복 연구소 상임연구원 이승은(좌), 새들 몸살림 연구소 권경아 소장(우)
새들 뉴스룸 전문가 대화_우리 의료를 사로잡고 있는 문화와 이데올로기
경: 네, 저는 몸살림에 대한 연구를 해오면서 크게 깨달았던 것이. 병은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부분이었어요. 반드시 아픈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 원인이 개선되지 않으면 완쾌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헌데, 현대 의술이나 안아키의 치료법을 찾았던 사람의 일부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그저 증상만 호전시키려고 했던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짚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체 삶의 맥락을 아는 것과 더불어 몸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대의학은 말할 것도 없고 안아키도 그런 관계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댓글로 처방을 내렸던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이 안아키 문제를 민간의술의 문제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지요. 열이 나는 것도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인데 무조건 해열제를 처방하는 것과 다름없이 열= 관장, 공식을 대입하듯이 접근하게 되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안아키 자체를 문제 시 하기 보다는 우리 의료의 깨어진 관계성,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의식과 문화의 문제를 짚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승: 네. 저도 2013년에 문을 연 안아키 까페가 점차 왕성해지고 2017년 현재 6만에 이르는 회원이 대안적 치료를 선택한 것이 놀라워요. 그러나 지금도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설명 끝에 질문을 한답니다. 이런 치료가 과학적입니까? 한의학이 과학적입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한의학과 과학을 짝 짓는데 어색함을 느낄 것 같아요.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라고 말하는 분도 많을 것 같구요.
이 시대에 '과학적'이라는 말은 다른 의견을 압도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검증'이라는 단어까지 붙으면 더욱 막강해저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의 힘이 상당함을 느낍니다. 특정한 말은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로 작용하기 때문인데, 건강 관련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과학적’ 의료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일제하에서 형성 되었어요. 1899년 고종황제의 명으로 광제원이 설립되어 서민들의 질병을 치료하게 했고 서양의학 보급도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을사늑약 이후 당시 고문관이던 일본인 의사장이 예고도 없이 서양의학 시험을 보았고 후 낙제했다는 명목으로 우리 의사들을 광제원에서 축출해 버렸습니다. 이는 수천 년 동안 민족의 건강을 돌보아 왔던 의사들, 즉 지금의 한의사들이 일본인에 의해 공공의료 부문에서 강제 축출된 사건으로 한의학계서는 중요하게 기록하고 있어요. 이때부터 한의사 양성기관을 폐지하고 양의사에게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장하게 됐습니다.
해방이후는 미군정 3년을 거치면서 미국식 의료체계가 이식되고, 이로 인해 의료에 대한 ‘자본주의적 개념’이 들어섰습니다. 그러면서 국가는 의료의 대부분을 민간에 위탁한 채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민간이 중심이 된 의료 시스템에서는 예방이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 치료 위주의 의학이 성장하게 되었고, 전문의 제도를 도입해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의료관이 형성되었습니다. 일제 식민지와 미군정 때 현대 보건의료체계가 기형적으로 태생한 것이 지금과도 이어져 있는 것입니다.
앵커: 예, 결국 의료 시스템도 역사의 흐름 속에 자리 잡게 된 문화와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되었다는 것이군요. 저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의사협회의 대응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두 분은 어떠셨는지요?
권: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안아키를 찾은 사람들의 근원적 필요에 대해서는 고민해보지 않는 것일까? 하는 부분입니다. 사람들이 현대의학이 제공하는 의료에 만족하고 문제가 없었다면 아마도 안아키는 생겨나지 않았을 겁니다. 1-2분도 채 되지 않는 진료시간, 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는 병원, 치료를 기대하며 먹었던 약으로 인한 원치 않는 부작용..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질병을 앓으며 고통받았던 이들이 나름의 살 방도를 내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안아키였고 6만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안아키를 찾았습니다.
현대의학은 민간의술을 비과학적이며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하려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의사에게 가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 수두룩하고, 또 가서 고칠 수 있는 병이라 하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면서도 우리나라 의료관계법은 의과대학을 나온 의사가 아니면 누구도 의료행위, 즉 병을 고치기 위한 시술행위를 못하게 하고 있고, 그에 위반하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픈 이들을 정말 고쳐주고 싶은 건가 의심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현대의학이 열린 자세로 근원적 질병 치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아키 아니면 병원 이런 식의 구도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는 거죠.
승: 네. 권 소장님 말씀처럼 3분도 안 되는 진료시간으로 어떤 환자들은 저 의사가 나를 사람으로 대하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자원은 거의 90%가 민간투자에 의한 것으로 그 폐해가 너무나 광범위합니다.
무엇보다 민간주도 의료서비스 개발과 발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의료가 ‘돈벌이’를 위한 ‘상품’으로 되는 것입니다. 이에 고가 의료 장비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수많은 비급여 시술을 권유합니다. 앞서 약 부작용 사례들과 같이 실제 현대의학 치료로 고통 받는 사람 수는 안아키 문제와 비교도 안 되게 많습니다. 국가적 통계는 물론이고 계속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수많은 제도와 보건의료기관은 이를 입증합니다. 건강을 지키려고 만든 것들이 계속해서 문제가 심화되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많은 에너지를 쏟는 이런 소비적 형국입니다.
앵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안아키에 문제가 있다 없다를 따지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몸을 지키는 방법, 몸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정말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 통증은 몸이 살기 위해 보내는 신호와도 같은데요. 왜 아픈지를 돌아보고 돌이키라는 생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게 삶을 바꿔 내려하기보다는 그저 통증을 모면하는 식으로 약을 찾게 하는 문화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아파도 쉴 수 없는 직장인들은 일을 하기 위해 빨리 통증을 해결해야 하니까요. 삶을 바꿔내는 부단한 노력을 하기 보다는 그저 통증만 잊고 싶은 개인의 욕구와 경제성장주의, 경쟁이 판치는 사회의 구조가 우리의 의료체계를 만들었고. 이것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지 해주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 저는 11년 간 의료계에서 있었는데, 실제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이 수많은 부작용과 합병증으로 고통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극심한 무릎 통증으로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았지만 수술부위 염증이 발생해 동일부위 수술을 10번 넘게 해도 낫질 않아 남은여생을 더 고통스럽게 보낸 분도 계시고, 한 분은 백내장 수술을 하셨는데 백내장 수술이 내 눈의 렌즈인 수정체를 없애고 인공 수정체를 넣는 수술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에요. 병원에서 안경 벗게 해드리게요, 더 편하게 살게 해드릴게요, 수술이 한 시간도 안 걸리고 금방 끝납니다. 민간 보험 들었으면 수술비도 다 지급이 되요. 이렇게 쉽고 가볍게 병원에서 이야기하니 당장 불편한 부분이 있는 개인은 거절하기 힘들지요. 그런데 이런 수술들로 더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이 분은 수술 후 상황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로 인한 분노와 억울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알고 충분히 설명을 듣고, 직접적으로 신체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고려하여 본인의 건강을 스스로 책임지기 어려운 문화 속에 있는 것입니다. 당장 아이가 아픈데 병원에 안 가고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결론적으로, 결국 건강이란 누군가가 대신 지켜 줄 수 없습니다. 병원을 가거나 자연주의 요법을 선택하는 것은 각 사람의 상태와 때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맥락 위에서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선택 돼야 합니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즉시 고통을 해결하거나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고차원적 영역이지요.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체계와 각자의 삶을 사로잡고 있는 건강에 대한 문화이데올로기와 더불어 본인이 주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위해 총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삶의 양식, 습관을 분별해 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신체와·마음·영적 측면까지 면밀하게 살피고 그 신체와 연결되어 있는 온 우주·사회·가까운 관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갈지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건강한 삶과 행복한 삶은 다르지 않습니다.
경: 이승은 연구원님의 말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자기 자신이 몸과 삶의 주인이 되지 않고서는 우리는 결코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들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여 더 많은 이들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새들 연구소 산하의 몸살림 연구소는 이런 꿈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삶의 실천을 이어가고 있는 곳인데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더욱 부지런히 공부하고 실천하고 나누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앵커: 멀게만 느껴졌던 의료문제. 사실은 우리 몸과 가장 밀접한 문제임에도 몸에 대한 주체성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두 분과 함께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게 됩니다. 오늘 두 분, 감사합니다.
▲ 최한솔 앵커
#5. 앵커 브리핑(마무리)_ 김구 선생의 세 가지 소원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나라가 되는 것’이 백범 김구 선생의 첫 번째 소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아름다운 나라이지 결코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는 패권을 누리고 부국강병을 도모하기보다는 남들과 더불어서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자는 소국 사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소국사상은 전통사회를 통해 전해져온 오래된 농민의 인생관이자 세계관입니다.
김구 선생은 두 번째 소원으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세 번째 소원으로는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되는 상태'를 이야기 합니다.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한 문화의 힘, 전통사회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이어져온 소국 사상, 120년 전 이미 동학농민운동을 통해 제시 되었던 역사적 과제가 어쩌면 우리에게는 이미 문화적 국가를 이룰 힘이 내재되어 있는 건 아닐까요.
(이렇게 발제는 마쳤습니다. 서로 얼굴 맞대어 공부하고, 지식추구만이 아닌 삶의 변화와, 대안 문화를 창조해 가려는 많은 벗들이 있어 참 행복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6. 나눌 거리
각 분과 주제별로 ‘OOO과 관련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와 이데올로기’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함께 나눈 다음 짧은 상황극을 만들어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각 분과별로 말로 다 표현 못할 창조적인 상황극과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셔서 까페에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는지 상황극을 보는 참가자들의 사진 몇 장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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