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사건 이후, 통진당을 해산시켜야 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내란을 모의(謀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정당이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계속 유지하는 데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통진당을 해산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국민행동본부, 재향군인회, 대령연합회 등은 법무부에 통진당 해산 촉구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에는 국민 11만명이 서명했다.
- 지난 9월 10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국민행동본부 관계자들이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우파 시민단체가 법무부에 통진당 해산을 청원하는 이유는 헌법규정 때문이다. 헌법 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통진당을 해산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를 대표해 법무부가 헌재에 제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법무부는 9월 초 ‘위헌 정당·단체 관련 대책 특별팀’을 구성했다. 법무부 차관 직속으로 꾸려진 특별팀은 서울고검 공판부장이 팀을 이끌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과거 사건과 최근에 드러난 혐의는 다르다”며 “특별팀을 구성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팀을 구성한 지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며 “특별팀을 구성한 것은 통진당이 해산될 경우 국회의원 신분문제 등 법체계의 문제점을 검토해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으나, 이미 19대 국회의원 임기는 거의 절반을 향해 가고 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일은 2016년 5월로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기존 통진당 의원들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설령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더라도, 헌재의 결정이 상당기간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 지난 9월 5일 광주(光州)시민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광주광역시 광주공원 시민회관 앞 광장에서 통합진보당 해체와 종북세력 척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헌재의 입장을 밝혔다.
—헌재로 넘어가면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주요 사건의 경우 내부지침이 있어요. 이를 적시(適時)처리지침이라고 합니다. (결정이) 지연될 경우 국가 혹은 지자체에 중대한 손실이 오거나 사회 전체에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경우 빨리 처리합니다. 재판관들이 밤을 새워서라도 처리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BBK특검법 위헌 논란은 2주 만에, 노무현 탄핵 위헌 사건의 경우 2달 만에 선고를 했어요.”
—최종 결정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요.
“헌재는 법원과는 달라요.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고 입증한 것만으로 판단을 하지만 헌재는 여러 가지 연구조사를 합니다. 국내외 논문, 해외 사례 등을 폭넓게 조사, 연구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결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정당해산심판은 오래 묵힐 사안이 아닙니다.”
헌정질서를 흔들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통진당은 헌법의 튼튼한 보호를 받으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도 나오고 있다. 녹취록이 공개돼 여론이 불리해진 통진당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주장하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법률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헌법 37조 2항)할 수 있기 때문에 통진당의 주장은 헌법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증거를 제출하느냐에 따라 통진당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