迎秋(영추)
彼此落栗掌中玉(피차낙율장중옥)-여기저기 떨어진 밤은 손바닥 속의 옥이 되고
絳縐遊偶波斯菊(강추유우파사국)-고추잠자리는 코스모스와 짝하며 놀고
朶朶紅柿處處秋(타타홍시처처추)-홍시는 주렁주렁하니 곳곳이 가을인데
且染丹楓忽然覺(차염단풍홀연각)-홀연 (나) 또한 단풍 들었음을 깨달았네.
오복님(吳福任)
오색수(五色繡)로 단장하는 가을
아름다운 한시(漢詩) 시구(詩句)를 모아놓은 추구집(推句集)에
계절을 상징하는 자연(自然)의 모습들을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추구(推句)
春來梨花白(춘래이화백)-봄이 오니 배꽃은 희고
夏至樹葉靑(학지수엽청)-여름이 다가오니 나뭇잎이 푸르구나.
秋凉黃菊發(추량황국발)-가을이 서늘하니 노란 국화가 피어나고
冬寒白雪來(동한백설래)-겨울이 차가우니 흰 눈이 내리도다.
오복님 시인이 가름 밤(栗)을 “손바닥 속의 옥(掌中玉)”이라고 했는데,
한말(韓末) 일제(日帝)에 의해 국권피탈(國權被奪)이 되자 국치(國恥)를 통분하며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음독 순국한 매천(梅泉) 황현(黃玹)의 매천집(梅泉集)에도 가을 밤(栗)을 옥(玉)으로 예찬(禮讚)한 시(詩)가있어,
가을을 벼만 누렇게 익은 황금물결이 아니라, 황금 밤구슬(栗玉)이 주렁주렁한 계절임을, 예나 지금이나 시인(詩人)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노래하고 있다.
古人贊良玉(고인찬량옥)-옛사람이 좋은 옥(玉)을 예찬하면서
其黃如蒸栗(기황여증율)-그 노란 색깔이 삶은 밤 같다고 하였다
每當劈栗時(매당벽율시)-그래서 매양 밤을 쪼갤 때마다
想象認玉質(상상인옥질)-옥의 바탕을 상상해 보곤 하였다
遂以栗爲玉(수이율위옥)-드디어 밤으로써 옥을 대신하여
綴佩當琫珌(철패당봉필)-꿰어서 차니 훌륭한 칼집 장식 같았다
매천집(梅泉集)
700년전의 고려 후기의 문신 이인로(李仁老)도 가을 밤(栗)을 옥(玉)에 비유(比喩)했는데, 가을밤을 볼 때마다 “풋밤은 숙취에 좋고” 삶은 황금색 밤에 침을
꼴깍 넘기는 필자 같이 먹는 것만 생각사람과는 계절을 느끼는 정서(情緖)가
다르다.
가을밤
霜餘脫實亦斕斑(상여탈실역란반)-서리 뒤에 터진 밤톨 반짝반짝 빛나니
曉濕林間露未乾(효습림간로미건)-젖은 새벽 숲 사이엔 이슬 아니 말랐네.
喚起兒童開宿火(환기아동개숙화)-꼬맹이를 불러서 묵은 불씨 헤집으니
燒殘玉殼迸金丸(소잔옥각병김환)-옥 껍질 다 타더니 황금 탄환 터지누나.
이인로(李仁老)
고추잠자리
一陣朱蜻來又去(일진주청래우거)-한 무리 고추잠자리 왔다가 가고 나니
雲高日燥見秋生(운고일조견추생)-높은 하늘 마른 햇살에 가을이 생겨나네.
이규상(李奎象)
코스모스
送友漢江上秋風(송우한강상추풍)-친구를 보낼 때는 한강에 싸늘한 가을바람 불어오고
離別懷情萬里重(이별회정만리중)-이별의 정을 나누려니 만리길 겹쳐오누나
霜降小庭南歸雁(상강소정남귀안)-작은 정원에 내린 서리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大波斯菊情一封(대파사국정일봉)-코스모스 못다한 정을 편지로 붙이고 싶네!
농월(弄月)
홍시(紅柿)
飽霜方爛熟(포상방란숙)-서리 먹어 잘 익은 홍시
濡及病中脣(유급병중순)-병든 내 입술 촉촉이 적셔주네
膚砑紅綃色(부아홍초색)-비단 같이 붉은 껍질 속에
膏流赤玉津(고류적옥진)-붉은 옥 같은 진액이 흐르네.
이규보(李奎報)
마당에 맨드라미와 봉선화가 피어 있고, 텃밭에 파란 박 넝쿨 늘어지고,
자줏빛 가지가 열린 위로 빨간 고추잠자리 날고, 코스모스 한들거리고, 빨간 반시(盤柿)가 매달린 계절, 꼭 찌르면 추르르 흐를 것만 같은 하늘은 가을임을 말해 준다.
아 가을이구나 !
數莖白髮又秋風(수경백발우추풍)이라
또다시 부는 가을바람에 늘어나는 백발이여 !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