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밤은 아깝다
아름다운
야생화가 별처럼 쏟아 진다
바람도 분다
향기가 코를 괴롭힌다
추운 겨울은 정랑 가는 것이 고통이요
여름은 냄새가 지독하고 구덕이 운동장이다
어릴 때 새벽 또는 저녁 통씨룰 가면 할머니가 밖을 지켜 준다
꼬꼬 닭에게 빈다 해가 있는 아침에 가게 했달라 빌고 빈다
그러나 근심을 풀어주니 속이 편안하다
그리워 질 것 같다
달빛에 하얀 박꽃이 미소를 짓는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자연스러움
귀여움, 예쁨, 상큼함, 바랄함, 밝음
눈과 기억을 담아간다
쿵하는 소리 세상 근심이 살아진다
대구에 사는 사촌들 할매, 할배 집에는 먹거리가 넘친다
수박, 참외, 옥수수, 감자, 고구마, 밤, 곶감 등 압맛을 달구지만
통씨길이 무서워 마음을 내지 못한다
온갖 생각을 다 한다
길에는 야생화가 앙증맞고 은은하고 상쾌한 향기로 피어난다
내 온 영혼을 사로잡는다
숲속의 나무들이 빙글빙글 돌며 인디언 춤을 춘다
두팔을 활짝펴고
우리를 맞이 하는 초원
내 마음 뜰락에는 평안함이 가득하다
내 마음 뜰락에는 비가 촉촉히 내려 마음을 젓신다
내 눈에는 야생화 하늘 거린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에서 나의 별을 찾는다
골목길은 바람이불고
별들이 촘촘이 내려와 꽃을 피운다
시골집에 가면 밤이 아까워 잠이 오지 않는다.
사막이나 몽골처럼 별들이 반짝인다
처음 보는 북극곰처럼 온통 검은 밤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새벽이 깊어도 옥상을 오르락내리락. 밤하늘에 시력을 맞춘다.
내가 오래 안간힘을 쓰면 별들도 안간힘을 써서 점점이 돋아 온다.
북두칠성이라도 보이면 마음으로 소리친다. 거기 있어 줘서 고맙습니다,
큰절을 하고 싶어진다.
옛날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밤만은 지난날이 좋았다.
어릴 적 동네는 전기가 곧잘 나갔다. 어둠에 잠긴 집집에는 촛불이 번졌다.
우리 집 마루 찬장의 두 번째 서랍. 식구 누구라도 알고 있었던 양초 한 자루,
손전등 하나. 어둠을 더듬어 환하게 밝히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별빛 달빛 한 오라기만 있으면.
칠흑의 어둠 속에서만 깊어지는 평화가 있었다.
누가 원하는 것 다 줄 테니 말해 보라면 주저없이 답하겠다.
함지박으로 별을 퍼붓던 하룻밤을 달라고.
창을 걸어 잠가도 인공조명이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밤.
가만히 눈을 감아 볼밖에. 꿈길에 내가 다녀올밖에.
촛불 한 점에 아무것도 무섭지 않던 거짓말 같은 그 별밤으로.
골목길에 핀질경이 꽃이 고향 친구 처럼 반긴다
수레가 다니는 길에도 잘 자란다는 차전초車前草
골목길에 도시의 숨결이 피어난다
골목길울 쓸고가는 일렁이는 바람
밑밭처럼 잔잔한 틈이 시작의 결을 이룬다
집앞 화단에 저마다 예쁜꽃을 피운다
채송화 봉숭아 , 나팦꽃, 꽃과 꽃이름이 좋다
담장에는 능소화가 붉게 피고,
골목길 담장으로
호박넝쿨이 전봇대를 휘감아 오르고
감나무는 담장 밖으로 땡감을 떨어 뜨린다
똥씨집붕에는 한얀 박꽃이 호롱불을 컨다
마당 쌀 평상에는 고추가 익어간다
옆집에서 부치게 냄새가 피어 오르고
손주 보는 할아버지는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아스팔트 틈사이에 핀 개망초는
도시의 질기고, 슬프고, 따뜻한 삶의 애횐이 묻어 있다
날개 잃은 추억은 무모하다
마음을 쌓기 보다는 그리움으로 삼으면
봉숭아 꽃 물들이는 추억은 이웃을 불러 모은다
'첫 눈이 내리날 첫 사랑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골목은 늘 추억이 잠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