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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뱀과 바람의 대화
장자(壯子)의 추수(秋水)라는 편(篇)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실려 있습니다.
(외발가진) 기(夔)는 (수많은 발을 가진) 현(蜆)을 부러워하고, 현(蜆)은 (발이 없는) 뱀을 부러워하고, 뱀은 바람을 부러워하고, 바람은 눈(目)을 부러워하고, 눈은 마음(心)을 부러워한다.
기가 현에게 말했다. “나는 깨금발로 폴짝대도 얼마 멀리 가지 못하는데 자네는 그 많은 다리를 어떻게 (그리 능숙하게) 부릴 수 있나?”
현이 말했다. “내가 부리는 것이 아닐쎄. 침방울이 흩어지는 걸 보게. 침을 뱉으면 큰 것은 구슬같이, 작은 것은 이슬같이 서로 뒤섞여 떨어지는 수많은 방울들을. 지금 나는 생래적 메카니즘(天機)을 가동할 뿐, 그게 어떻게 움직여지는지는 모른다네.”
현은 뱀에게 말했다. “나는 수많은 다리를 놀려 나가지만 다리없는 당신을 따라잡지 못하오. 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오?”
뱀이 말했다. “주어진 생래적 메카니즘을 따를 뿐, 내 맘대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그러니 다리가 있단들 어디다 쓰겠오.”
뱀은 바람에게 말했다. “나는 등뼈와 가슴을 다리처럼 움직여 나아가는데 당신은 (그런 것도 없이) 북쪽바다에서 휭하니 일어났다가 남쪽바다로 휭하니 사라지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그렇소. 나는 북쪽바다에서 휭하니 일어났다가 남쪽바다로 휭하니 사라지오.
손가락으로 찔러 나를 이길 수 있고, 발로 밟아 나를 이길 수 있지만 아름드리 나무를 뿌리째 뽑고, 대궐을 날려 버리는 일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오. 그리하여 자잘한 굴복이 커다란 승리인 바, 이는 오직 성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오.”
이 글에는 자연에 대한 외경과 찬탄이 짙게 배어있습니다.
가령 지네같은 절족류는 그 많은 다리를 어떻게 착오나 엉킴 없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보다 더 신기한 건 도대체 다리도 없는 뱀이 어떻게 지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담을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요. 그보다 더더욱 놀라운 건, 어떻게 모양도 형체도--물론 발도--없는 바람이 홀연히 지구 끝에서 일어나 홀연히 지구 끝으로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요.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발로 밟아도 아무런 저항도 없이 지고마는 약하디 약한 존재이면서도 성이 났다하면 거대한 나무의 뿌리를 뽑고 큰 집을 날려버리는 그 불가해한 힘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장자의 눈은 자연의 자발성이 지닌 신비를 겸허하게 쫓고 있습니다.
장자는 뱀이 등뼈와 가슴뼈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간다면서 다리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믿고 있을 테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뱀에게도 다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같은 파충류인 도마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뱀에게도 다리가 있지만 쓰이지 않아 퇴화되는 바람에 거의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뱀의 발을 가리키는 한자말인 ‘사족(蛇足)’을 “쓸모없는 군더더기” 정도로 알고 있는 듯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족’이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물건이나 사태” 같은 것으로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같은 오해는 발생의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사전적 인상에 치우친 결과입니다. |
첫댓글 역시 한문도 수준이 있으시네요~저는 남에 집에가서 읽어보구 내용이 좋으면 그냥 가져오거든요~우천님께서는 뜻을 제대 로아시고 올려주시는 한문의 좋은말씀 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