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어울리는 타투 하고 싶어 타투이스트 만났지. 내 얼굴을 곰곰이 보더니 그는 진단 내렸어. 날갯죽지로부터 팔까지 이어지는 공작새 날개를 그려줄게요.
그건 더운 나라에 사는 새이고, 나는 겨울과 어울리는 마음이 갖고 싶은데. 타투이스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당신은 더 행복해질 필요가 있군요.
벌 수 없는 걸 주겠다는데 별수가 있나. 얇고 매혹적인 한 자루의 바늘. 그런 건 없고 타투이스트는 머신건 들고 다가왔어.
무서워하지 말라고 그는 말했지만, 그것은 오래전에 잃어버렸고. 주머니를 벗어난 것들은 한 번도 다시 돌아온 적이 없는데. 잃어버릴 수 없는 날개를 갖게 되었네.
내게 더 많은 행복을 주기 위해서 그는 나로부터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어.
치과에 온 아이의 눈빛으로, 둘 데 없는 시선을 종이컵의 물속으로 가라앉히는 심정으로. 내 피부를 수놓는 소리에 눈을 담그고.
두 팔을 펼쳐보세요. 밝은 조명 앞에 나를 세운 채, 그는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내게는 보여주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눈이 내렸어. 겨울 같은 건 나와 어울리지 않아서 두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나는 걷는다.
나를 부풀리면, 슬픔도 함께 커질 테지만. 두 팔을 벌리고 잠을 청한다. 한쪽 날개가 찢어졌어도, 여전히 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새처럼.
공중이 내게 박두할 거라는 한 조각 믿음을 쥐고.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5.01.24. -
누구나 펼치지 못한 날개를 몸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 그 날개는 행복이라든가 꿈이라든가 이상과 같은 단어로 불릴지도 모릅니다. 펼쳐보고 싶은 멋진 날개를 품고 있지만, 현실의 세계는 "겨울" 처럼 차갑기만 합니다.
언젠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거라는 “한 조각 믿음을 쥐고” “날갯죽지”에 “공작새 날개”를 그려 넣는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자주 겨드랑이가 가려운 우리는 “잃어버릴 수 없는 날개”를 품은 자들입니다.
〈최형심 시인〉
Goodbye Yellow Brick Road- Elton John/ cover by Tinal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