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죽음은 젓가락 끝에 달려 있다 약초 연구 최진규
https://blog.naver.com/wun12342005/221293570768 나팔꽃 씨는 독이 많고 매우 강한 설사약이다. 한때 나팔꽃 씨가 살 빼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달여서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래 전에 살집이 많은 한 여자가 살 빠지는 약을 한 첩을 구해서 나한테 갖고 와서 거기에 들어 있는 대로 처방을 해서 탕제원에 맡겨서 달여 달라고 부탁을 했다. 뚱뚱한 사람들이 이것을 먹고 살이 많이 빠졌다는 것이다. 봉지를 열어보니 나팔꽃 씨가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내가 말했다. “이 처방대로 지어서 탕제원에 맡겨서 약을 지어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처방이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검증을 해 보아야 합니다. 검증을 해 보고 나서 약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 주십시오.” 나는 나팔꽃 씨를 건재상에서 구해서 반 찻숟갈에 물 한 되를 넣고 끓여서 먹어 보았더니 설사가 총알 같이 나오고 마치 오장육부가 다 뒤집히는 것 같았다. 꼬박 일주일 동안 설사를 좍좍 쏟았다. 나는 그 처방대로 약을 달여 줄 수가 없었다.
음식을 돼지같이 마구 먹고 몸집이 드럼통 같아서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가 이름난 한의원에서 지어 주는 다이어트 약을 하루에 세 번에서 다섯 번을 화장실을 가고 한 달 만에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 빠졌다고 하였다. 아마 그 중에 숙변이 빠져 나온 것이 7-8킬로그램쯤 될 것이다.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똥만 빠져 나온 것이다. 게다가 소변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손등이나 장딴지 같은 피부가 쭈글쭈글해졌다. 탈수증상이 아주 심한 것이다. 그래서 그 약을 한 번에 한 봉지를 다 먹지 말고 반 봉지씩만 먹으라고 하였다. 다른 약재는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첩약 봉지를 갖고 오게 해서 풀어 보았더니 살펴보았더니 나팔꽃 씨 말고 진피만 가득 들어 있었다. 진피는 약재 중에서 값이 제일 싼 것이다. “이것을 계속 먹으면 당장 살은 빠지겠지만 10년 뒤에 암에 걸릴 것입니다. 그래도 이것을 계속해서 먹겠습니까?” “그렇다면 나팔꽃 씨만 빼고 먹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효과가 전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음식 습관을 바꾸십시오. 모든 달콤한 음식과 달콤한 과일을 먹지 말고 달걀, 우유, 닭고기, 소고기, 오리고기, 등푸른생선, 두부, 아이스크림, 튀김, 버섯, 커피 같은 것을 먹지 마십시오.” “주로 그런 것만 먹고 살아왔는데 먹지 말라고 하면 재미가 없어서 어떻게 삽니까?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고 살 빼고 건강해지는 방법은 없습니까?”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그 여자는 실망해서 그대로 돌아갔다. 나팔꽃 씨가 들어 있는 그 다이어트 약을 살 빠질 때까지만 먹어보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해야 잘못된 음식습관을 고칠 수 있는가? 음식을 먹는데 제일 잘못이 많은 것은 손이다. 맛난 음식이 나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먼저 간다. 손목이 문제이고 손가락이 문제다. 사람은 오른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다. 물론 왼손잡이는 왼손으로 먹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제가 묻힐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내 손이 음식이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여 몸에 병이 나게 했다면 손목을 잘라 버려야 할 것이다. 몸은 본래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므로 몸한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은 아무 잘못이 없다. 숟가락과 젓가락에 내 몸의 생사(生死)가 걸려 있다.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먹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다. 그러므로 손가락이 문제다. 손가락으로 이쪽에 있는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찌고 병이 들고 죽을 것이고 다른 쪽에 있는 음식을 먹으면 날씬하고 건강하고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이쪽에 있는 음식은 살을 찌게 하는 음식이고 다른 쪽에 있는 음식은 날씬하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음식이다. 생과 사는 숟가락과 젓가락 끝에 달려 있다. 하나는 살 길이고 다른 하나는 죽을 길이다. 오른손이 이 음식을 먹으면 죽을 것인지 살 것인지를 알고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 오른손은 알지 못한다. 왼손이 오른손이 하는 일을 감독하는 감독관이다. 아랫사람이 일을 잘못하는 것은 윗사람이 감독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 나쁜 음식에 손이 가면 왼손을 내어 놓고 손바닥을 아프도록 때려라. 사람은 매를 맞으면서 배워야 한다. 매를 맞지 않고 배운 것은 금방 잊어버린다. 아프게 배워야 뼈에 새긴다. 칭찬을 들으면서 배운 것은 금방 잊어먹지만 매를 맞으면서 배운 것은 일생동안 잊어먹지 않는다. 오른손으로 나쁜 음식을 집어 먹을 때 못 먹게 해야 하는데 왜 말리지 않았는가? 왼손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임무태만이다. 오른손이 음식을 잘못 먹은 것은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왼손의 잘못이므로 벌을 받아야 한다.
내 몸은 본래 멍청한 것이다. 오른손은 몸이 시키는 대로 하는 머슴일 뿐이다. 그러므로 왼손이 오른손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감독을 해야 한다. 오른손이 나쁜 것을 먹으면 왼손으로 숟가락을 뺏든지 손목을 붙잡든지 해서 못 먹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벌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왼손을 때려 주어야 한다. 내 몸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지 못하므로 손발이 알아서 판단을 하라. 주인이 멍청하면 머슴이라도 똑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장군은 마부를 잘 두어야 장군 노릇을 잘할 수 있다. 정승보다는 정승집 문지기가 정승보다 세도가 더 센 것이다. 정승이 일을 잘못하는 것은 문지기가 잘못했기 때문이다. 주인마님한테 온 손님이 도둑놈인지 아닌지를 모르고 들여보내 주니까 주인은 누군지도 모르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왼손한테 벌을 주어야 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손발을 다스려서 잘못된 음식습관을 고쳤다. 왼손이 감독을 잘못해서 오장육부가 병이 난 것이므로 왼손한테 벌을 주었다. 왼손을 아프도록 때리고 몸한테 이렇게 말을 해 주어야 한다. 왼손한테 책임을 묻고 벌을 내렸으므로 오장육부는 이제 노기를 풀어라. 이렇게 하는 습관을 들였더니 나쁜 음식으로 손이 가는 일이 없어졌고 그 덕분에 건강하게 되었다. 나는 열 다섯 살 무렵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열 여섯 살에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날마다 술에 취하여 아무 데나 쓰러져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면 토해 낸 것에 얼굴을 쳐박고 길바닥에 자빠져 있기 일쑤였다.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이 없었고 많이 마실 때에는 하루에 23도 짜리 소주를 스물 두병을 마시기도 했다. 나는 스물 한 살 때 이 방법으로 술을 끊었고 지금까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왼손한테 책임을 물어 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고유의 사랑방문화 중에 하나인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90퍼센트 이상 사라진 것이다. 민요나 민담 같은 것에 지혜가 들어 있는데 그런 지혜가 없어졌다. 부인들이 빨래를 하면서 부르거나 머슴들이 작대기 장단에 맞추어 부르던 노래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속에 담긴 무궁한 지혜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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