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쉼표
석야 신웅순
집사람이 유월 초 문인화 첫 개인전을 갖는다. 아내는 문인화 나는 서예, 처음엔 이렇게 부부전을 열 생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
아내는 나를 40여년을 뒷바라지해왔다. 불현듯 아내를 빛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했던 부부 전시회를 갑자기 아내의 개인 전시회로 바꾸었다. 뒤에서 응원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집사람이 빛 날 것 같았다.
첫 개인전이니 만큼 아내에게 멋진 시화첩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이 될 것 같아서이다. 아내 그림에 내 시를 부쳤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그림 때문에 시가 빛났고 시 때문에 그림의 구색이 갖추어졌다. 말하자면 화중시요, 시중화이다.「꽃, 여백,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아내의 예술 세계를 조명해주었다. 나는 찬조 몇 작품만 올리기로 했다.
여지껏 남의 작품만 해왔지 아내의 작품은 한 번도 해설해 본 적이 없었다. 등하불명이 따로 없었다. 이번 아내의 표지화 작품, 장미「그대의 쉼표」가 화룡점정일 듯 싶다. 아내는 소나무와 매화, 장미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장미는 사랑과 열정의 상징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프로포즈하는 인생 최고의 꽃이기도 하다. 늘그막에 와 아내는 그림으로나마 우아한 꽃을 피우고 싶었던 것일까. 남편과 아내 같은 두 송이 장미와 자식 같은 두 봉오리 장미를 그렸다. 일부러 그랬을까만, 우연치고는 참 묘한 우연이다. 이제사 늘그막의 꽃에 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꽃잎으로 꽃잎을 가린 여인.
못 만나고 못 헤어진 그런 인연, 또 있을까.
아내는 낮에는 선생님으로 밤에는 가정일로 40여년을 바쁘게 보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으나 여건이 되지 못해 그동안 하다말다를 되풀이해왔다.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퇴임 이후부터였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 대표로 그림대회에 나갔고 대학교 때는 경필대회에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수구초심, 예술도 사람도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인가.
이제 아내도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자식이며 손주며 남편이며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여자의 모성애가 이렇게도 강한 것인가. 그래서 나는 어머니와 아내를 작은 성자라 주저하지 않고 부르고 있다.
-여여재, 석야 신웅순 서재, 2023.5.9.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 . .
참 귀감이세요.
대성황 이루시길 기원드립니다. ^^* ♡
잘 계시지요?
항상 따뜻한 방문 감사드립니다.
축하 고맙습니다.
작품명 (그대의 쉼표)
아름다운 작품 을 예쁘게 잘 보았습니다!
장미향기 뿜어
아름답습니다! 또 사랑스럽습니다!
언젠가 매화 작품도 소개 해주신적 있었습니다. 지금쯤에는 매실 열매로 가고있겠지만요..
향기의 장미 아름다운 꽃 그대의 쉼표
향기와 아름다움 을 축하 드립니다!
행복하게 읽고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그림이나 글씨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이도 큰 행복이 아닐까요.
따듯한 채찍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