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곡 다녀오는 길
추석 연휴로 이어지는 구월 중순 일요일이다. 예년 이맘때면 아침저녁 기온이 떨어져 반 팔 옷차림은 서늘하게 느껴질 터인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간밤에도 에어컨을 켠 채 책을 보고 글을 쓰다 잠들어 새벽에 일찍 깼다. 하루 동선 시간 배분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보내기로 하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오전에 부곡으로 온천욕을 다녀와 오후는 북면 최윤덕도서관에 머물 참이다.
올여름 두 차례 찾았던 마금산 온천도 들릴만하나 부곡 온천 대중탕은 수량이 풍부하고 널찍해 좋았다. 아직 날씨가 무더워 샤워로도 되겠으나 종아리 아래가 시큰해 온천수에 몸을 담가서 최면 효과라도 누려보고 싶어서다. 연전 퇴직 후 귀촌을 앞둔 친구가 필요하던 표고목 벌채를 돕다가 통나무가 무릎에 부딪힌 충격으로 불편을 겪는데 온천욕은 병원 치료만큼 효험을 보고 있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소답동에서 북면 마금산 온천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마금산도 대중 온천탕이 있긴 하나 시간 여유가 나면 부곡까지 가기도 한다. 예전에는 본포에서나 오곡에서 걸어서 강을 건너 부곡까지 가서 온천장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본포에서는 학포로 본포교를 건너고, 오곡에서는 함안보 건너 길곡에서 온정리로 가는데 날씨가 무덥기도 하고 체력이 부치기도 했다.
북면 마금산 종점에는 창녕읍을 출발해 영산과 부곡으로 오가는 영신교통이 하루에 세 차례 다닌다. 본포나 오곡에서 걸어서 가면 서너 시간 걸려도 신촌 종점에서 버스를 타면 반 시간이면 부곡에 닿는다. 가끔 타 본 창녕 군내버스 이용객은 몇 되지 않아 두세 사람에 그쳤다. 북면까지 타고 간 창원 시내버스는 환승 혜택을 받지 못해도 편도 900원이니 왕복에도 2천 원이 못 미쳤다.
대중탕 목욕비는 마금산은 언제부터인가 8천 원으로 올랐다. 그즈음 부곡에서도 오르긴 해도 6천 원이면 된다. 부곡 온천은 군민은 6천 원에 입욕이 되고 외지인은 8천 원인데 나는 창원에서 가도 창녕 군민 대접받는다. 가까운 마금산 온천수를 두고 일부러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부곡까지 찾아갔으니, 현지에 사는 사람만큼 적용받을 권리를 내세울 만하기도 해 할인 혜택을 누린다.
아침 이른 시각에 집을 나서 마금산 온천장에 닿으니 날이 희뿌옇게 밝아왔다. 마금산 종점에서 들녘으로 나가 바로 앞에 펼쳐진 백월산 풍광을 바라보고 들녘을 잠시 거닐다가 정한 시각 나타난 영신교통 버스를 탔다. 승객은 내 말고 고작 둘이었다. 영산 텃밭으로 가 농사를 돌본다는 이와 대중탕을 찾아가는 중년 여인은 서로 아는 사이라 차 안에서 여름 농사 얘기들을 나누었다.
본포교를 건너 학포에 이르니 명절을 앞두고 귀성한 모녀가 목욕 도구를 챙겨 삽짝 밖에서 할머니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2일은 밀양 장날이고 3일은 창녕 장날로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푸성귀 보따리를 안고 저자에 내다 팔려는 한 할머니가 있었는데 무싯날이라 보이지 않았다. 인교와 수다를 거쳐 고개를 넘어간 부곡에서 면 소재지를 거쳐서 온천장에 닿아 대중탕을 찾았다.
온천수가 콸콸 솟는 대중탕은 너르기도 하고 입욕객이 적어 냉탕과 사우나실로 드나들며 느긋하게 보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 젊은이와 중년 사내들도 보였다. 입욕객이 더 붐비기 전 대중탕을 나와 버스 정류소 쉼터로 나가 아침에 마금산 노점에서 준비한 옥수수빵으로 간식을 겸한 점심으로 때웠다. 창녕읍을 출발해 영산을 거쳐 부곡에 닿은 버스를 탔다.
아침에 건넜던 본포교를 다시 건너 북면 종점에서 무동 최윤덕도서관을 찾았다. 내일부터 내리 사흘은 추석 연휴로 열람실이 휴관이라도 오늘까지는 문을 열었다. 지난번 창원의 책 후보 코너에 비치된 책들 가운데 못다 읽은 ‘지켜야 할 세계’를 마저 읽었다. 작가는 현직 초등교사로 교육 문제를 다룬 소설이었다. 해직과 장애아를 다룬 사건 전개에서 공감이 가 콧잔등이 시큰했다. 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