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하루치의 수고를 닫아 건
캄캄한 골목길 오늘도 우성세탁소 안은 환하다
……다림판 앞에 서서 구겨진 허물
정성껏 펴는 아저씨 얼굴이 성자 같다
그의 등 뒤로 활짝 펴진 생들이 천장 가득 하늘거리는데
무거운 짐을 펴는 그의 등은 누가 펴줄까
하늘을 보니 별빛 몇 모여 세탁소 간판을 걸었구나
“수고하고 구겨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활짝 펴 주리라”
-『중앙일보/시(詩)와 사색』2025.01.25. -
몸이 옷을 입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은 말을 입는 듯합니다. 고맙다는 말, 꼭 다시 오겠다는 말, 종종 생각났다는 말, 늘 응원하고 있다는 말. 이런 말들이라면 보드라운 스웨터를 입은 것처럼 한 시절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든 말이 나를 감싸주는 것은 아닙니다. 자꾸 간질거리는 말이 있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말도 있고 살을 에는 듯 날카로운 말도 있습니다. 오염된 말은 벗어두어야 합니다. 탈탈 털어내야 합니다. 깨끗하게 빨아서 빛과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널어야 합니다.
평평한 곳에 올려 두고 주름과 구김을 편 다음 반듯하게 개어두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새 아침, 우리는 다시 새 말을 입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