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 정병경.
ㅡ탐방ㅡ
단풍과 함께 순식간에 떠나버린 가을이 아쉽다. 여름 장마와 겨울철에는 도서관이나 책방이 제격이다.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 때문에 2년 동안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올 여름과 가을엔 한양도성과 조선왕릉 탐방으로 대신했다.
올 겨울엔 포천 지역을 비롯해 강원도 철원과 화천 일대를 다녀볼 예정이다. 철원 동송읍 토교 저수지에 가면 철새 무리를 만난다.
지난해에 철원 일대에서 흔치 않은 철새들을 보았다. 장관이다. 토교 저수지는 수만 마리의 철새가 서식하고 있다. 1500만 톤을 저장하고 있는 인공 저수지는 반세기 가까이 철새들과 동고동락이다.
호수에서 날아오르는 새들이 하늘을 덮을 땐 귀를 찢는다. 철원 벌판은 희귀새들의 천국이다.
멸종위기 1급인 쇠기러와 재두루미도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 떠나볼 예정이다.
포천과 철원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이룬다.
채석장을 공원으로 만든 포천 아트밸리를 최근에 두 번 다녀왔다. 예술을 겸비한 공원이다. 야외 공연장에서 전통 무용을 흥미롭게 보았다. 스카이레일과 조각 공원이 있어 겨울에도 운치가 있다.
ㅡ주상절리ㅡ
철원은 활기가 넘친다. 최근에 오픈한 주상절리柱狀節理길이 있다. 철원과 포천, 연천을 잇는 한탄강(25.1km)에 관광명소가 탄생했다. 주말에 관람객 수만 명이 운집했다. 차량이 몰려 통제가 어려울 정도다.
3일 전에는 드르니 매표소에서 순담매표소 방향으로 잔도를 걸었다. 시간이 부족해 일부만 걸었다. 오늘은 반대길로 걷는다. 3.8km 절벽에 투입된 자재와 인부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해본다. 철원의 명물이 탄생해 주변에 눈길을 끈다.
전국에 분포해 있는 주상절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제주 중문 대포 해안의 주상절리대는 바닷길 3.5km다. 광주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약 7000만년 전에 형성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라고 한다. 경북 포항과 울산 등에도 있다. 모두가 자연적인 현상으로 이루어진 주상절리다.
경기도 포천 비둘기낭폭포, 연천 재인폭포, 강원도 철원 직당폭포와 울릉도 남양동의 국수바위 등이 주상절리 명물이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는 부채형이다. 사진으로만 접했는데 기회가 되면 다녀올 예정이다.
주상절리는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한 여러 모형의 모습이다.
화산 폭발 후 식는 과정에 수축하면서 형성된다. 기둥 모습인 주상과 암석이 갈라져 생긴 절리를 합쳐 주상절리라 부른다. 자연이 조각해놓은 예술품이다.
햇빛이 있는 날은 오전에 드르니 매표소로 진입해야 한다. 순담 매표소를 향해 잔도를 걸어야 눈에 담을 게 많다. 오후에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맞은편 절벽의 기암괴석을 햇빛 반사로 보기가 어렵다. 약간 흐린 날은 상관없다.
왕복은 시간 낭비다.
경로 우대는 입장료 5천원에 상품권 2천원을 돌려준다. 일반은 1만원인데 5천원 상품권을 받는다. 철원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쿠폰이다. 지역 경제에 활성화 역할을 해주는 아이디어다.
즐길 거리가 많은 은하수교 부근 주차장으로 향했다. 발디딜 틈없이 만차다. 쿠폰을 쓰기 위해 제빵소와 장터엔 인파가 몰린다. 철원 쌀로 만든 간식거리가 풍부하고 생필품이 다양하다.
은하수다리 건너 언덕에 올라서니 가슴이 열린다.
한탄강 주상절리는 눈으로 보기 전에는 설명이 길다. 강폭은 좁지만 큰 수해에도 견디며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국보급 강이다.
"나그네 바람따라
쉼터로 달려간다
마음을 뺏겨버린
한탄강 주상절리
오감이
행복한 철원
유유자적 노을 속."
서쪽산에 걸린 해는 하루를 마감하고 임무 교대한다. 반쪽 하현달은 점점 빛을 낸다. 불빛을 밝히고 돌아가는 차량행렬은 줄을 잇는다. 하루를 집어삼킨 철원은 겨울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명품 고장이다.
2021.11.27.
첫댓글 포천의 토교 저수지 철새들이 오고가듯
계절이 간다고 아쉬워 마시고 철 따르는 객으로
주상절리 만끽하여 보세요
아트벨리의 누워있는 남근상이 이 추워지는 날씨에
얼마나 추울까 웃어봅니다
철원의 주상절리 유리교를 긴장하며 다녀와야겠습니다
언제나 좋은 발길에 함께 눈길 담아주신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