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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붕괴된 이후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떠난 P세대!
러시아의 최고 인기 작가이자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빅토르 펠레빈의 작품 『P세대』. 여기서 ‘P세대’는 1991년 소련 해체를 전후해 태어난 신러시아인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갑작스러운 국가 붕괴를 겪은 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한 카피라이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인을 꿈꾸던 청년 타타르스키. 국가가 붕괴되면서 불멸하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함께 해체되고, 그는 자본주의의 시인이라 할 수 있는 카피라이터의 길을 걷게 된다. 러시아 전통 문화와 설화를 응용한 광고문구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바빌론의 여신을 받드는 비밀스러운 조직이 접근한다. 그리고 방송과 정부를 장악한 그들의 엄청난 힘이 드러나는데….
저자 : 빅토르 펠레빈
저자 빅토르 펠레빈은 1962년 11월 22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군사학부 교수인 아버지와 중등학교 영어 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985년 모스크바 에너지 공대 전기공학과를 졸업, 1988년 고리키 문학대학 창작 세미나 과정을 들으며 이듬해 『과학과 종교』 지에서 편집 일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동양의 신비주의에 관한 원고를 담당하게 되고 1989년 첫 단편 「마법사 이그나트와 사람들」을 발표한다. 1991년 첫 단편집 『푸른 등불』로 러시아 소(小)부커상을 받고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둔다. 연이어 『오몬 라』 『벌레들의 삶』 『공포의 헬멧』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크고 작은 문학상을 휩쓰는 동시에 큰 인기를 모으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오르게 된다. 1994년 『뉴요커』가 뽑은 ‘세계의 젊은 작가 6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고, 2000년에는 러시아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2009년 한 온라인 잡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뽑혔다. 현재 러시아 작가 중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역자 : 박혜경
역자 박혜경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학교 러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강-문학적 형상과 기억들』 『현실과 기호의 이질동상성』(이상 공저)이 있으며,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와 도스토옙스키의 『악어 외』(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P세대
드래프트 포디엄
티하마트-2
이슈타르의 세 가지 수수께끼
가난한 사람들
자신에게 이르는 길
호모 자피엔스
조용한 항구
바빌론의 우표
보브치크 말로이
양봉 연구소
바지를 입은 구름
이슬람적 요인
위기의 나날들
황금의 방
투보르 맨
해설|P세대-펩시와 호모 자피엔스 세대
빅토르 펠레빈 연보
“빅토르 펠레빈, 사이버 시대의 사이키델릭한 나보코프.” _<타임>
포스트소비에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러시아 최고의 인기 작가 빅토르 펠레빈의 『P세대』(1999)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다. 현재 러시아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펠레빈의 대표작으로, 그를 추종하는 열혈 독자들을 만들어내며 출간 첫 주 만에 2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P세대’는 1991년 소련 해체를 전후해 태어난 신러시아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펠레빈이 작품의 제목으로 삼으며 널리 쓰이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국가 붕괴를 겪은 후 공산주의 유토피아에 대한 믿음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한 카피라이터의 이야기가 러시아 문학의 전통 위에 신화와 환상, 종교와 철학적 사유의 씨실로 촘촘히 직조된다. 이 작품으로 펠레빈은 리하르트 쇤펠트 독일 문학상을 받았으며, 2011년 빅토르 긴즈부르크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작가와 작품 소개
1962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빅토르 펠레빈은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성공한 작가로 손꼽힌다. 자국에서뿐 아니라 해외, 특히 영미권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몇 안 되는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전화번호부 외에는 아무것도 들고 다니지 않는 요즘 사람들조차 (그의 작품은) 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특히 큰 지지를 얻고 있으며, 기존의 문학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철학적 주제와 종교적 사유, 신화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열광적인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1999년 『P세대』를 발표한 직후인 2000년에는 러시아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며, 2009년 <오픈 스페이스>라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진행된 설문에서는 그 자신이 특별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1위로 뽑혔다.
문학평론가 알렉산더 게니스는 ‘펠레빈 현상’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러시아 문학의 전통에 기반하면서도 기존 작가들과는 다른 보편적인 감성을 가진 것”을 그의 특별한 인기의 이유로 분석했다. 1994년 『뉴요커』가 선정한 ‘세계의 젊은 작가 6인’에 선정된 바 있으며,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독일, 일본, 중국 등으로 주요작이 번역, 출간되었다. 현재 시인 예브게니 옙투셴코와 함께 러시아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동양 철학과 불교에도 관심이 많아 숭산 스님의 제자로 들어간 후 한국의 사찰에서 동안거를 지내기도 했다.
“빅토르 펠레빈 최고의 소설……
펠레빈의 ‘모스크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파리, 테리 길리엄의 브라질과 나란히 놓인다.” _<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영화 『P세대』(2011)
『P세대』는 1999년 발표한 첫 주에 20만 부가 팔려나가며 수많은 펠레빈 추종자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페레스트로이카라는 역사적 변혁에 직면했던 러시아의 새로운 세대가 주인공이며, 제목의 ‘P세대’는 소련에 처음으로 수입된 서구 상품인 펩시콜라에서 유래한 ‘펩시 세대’ 혹은 ‘피즈데츠(헛소리, 말짱 꽝 등의 뜻을 가진 러시아어 욕설) 세대’라는 중의적인 의미로 책 속에서 풀이된다. 이에 더하여 몇몇 평론가들은 ‘페레스트로이카 세대’ 혹은 ‘펠레빈 세대’로 뜻을 확장시켜 이해하기도 한다(펠레빈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어떤 설명도 거부하고 인터뷰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P세대』는 새로운 시대의 도덕적 가치관과 정체성 탐색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이야기 전개로 폭넓은 독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작품이다. 실제 러시아의 페레스트로이카는 모든 소련인들에게 갑작스럽고도 엄청난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70여 년 동안 삶을 지탱해온 체제와 가치관, 공산주의 유토피아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믿음이 한순간에 무의미해져버렸고, 러시아인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생존의 문제를 걱정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P세대』는 이러한 혼돈과 부패가 절정이었던 1990년대 초, 옐친 시대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다. 파스테르나크의 책을 읽으며 시인이 되기를 꿈꾸던 문학청년 타타르스키는 국가의 붕괴와 함께 하루아침에 어떤 미래도 없이 거리로 내던져진다. 타타르스키와 같은 소련의 젊은 지식인들은 공산주의 가치의 완전무결함과 영원성을 믿도록 교육받고 자랐지만, 완전히 상반되고 적대적인 두 개의 체제를 동시에 경험하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돈과 더불어 삶의 무게에까지 짓눌린 세대가 된 것이다.
그 후, 그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건 하나가 조용히 일어났다. 타타르스키가 직업을 바꾸기로 결심했을 즈음, 국가의 혁신과 개선 작업을 시작했던 소련이 지나치게 개선이 된 나머지 그만 존재 자체를 멈추어버린 것이다(만약 국가가 열반에 이를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그러한 경우였다.) (p.16)
영화 『P세대』(2011)
길거리 간이매점에서 담배를 팔며 살아가던 어느 날, 타타르스키는 우연히 만난 대학 동기의 소개로 광고업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소련의 이데올로기 시인을 꿈꾸던 그가, 자본주의의 시인이라 할 수 있는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어 서양에서 들여온 제품을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선전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소련 시절에는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주장하던 소비지상주의였지만, 서구의 무차별적인 상품 공격과 그 광고들은 어느새 러시아인들의 의식 속에 서구의 풍족한 삶을 동경하게 만든다. 작가 펠레빈은 작품 속에서 강신술로 불려나온 ‘체 게바라’의 영혼과, 마약을 하며 환각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신화 속 동물 ‘시루프’의 입을 빌려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호모 자피엔스’ ‘바빌론의 우표’ 장 참조). 러시아의 경제 몰락, 정치 부재, 소비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광고의 혹사, 마약 중독 등 당시 러시아 현실의 구체적인 현상이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단지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차를 타고, 이런저런 집에 살며, 이런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다’라고. 자기 정체성은 단지 소비된 상품의 목록을 통해서만 규정되며, 변형은 단지 목록의 변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100만 달러가 필요한 이유는 비싼 지역의 집을 사기 위해서이고, 집이 필요한 이유는 빨간색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기 위해서이며, 빨간색 슬리퍼가 필요한 이유는 집을 사고, 또 그곳에서 냉정함과 자기 확신을 찾아 빨간색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100만 달러를 벌게 해줄 냉정함과 자기 확신을 찾기 위해서이다. (pp.146~147)
소련 시절 화면으로 전송되는 모든 정보를 신뢰하도록 세뇌된 러시아인들은 여전히 방송에서 나오는 모든 정보를 무한히 신뢰한다. 그들은 카피라이터가 만들어내는 광고 문구를 믿고, 그들이 소개하는 상품에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는다. 그리고 카피라이터로 승승장구하던 타타르스키는 이러한 힘을 이용하는 비밀 조직에 합류하게 된다. 결국 방송 조작의 최고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며, 어지러운 정치 상황 속에서 시장자본주의와 맞물린 미디어의 강력하고 절대적인 힘은 신격화된 힘과 다름없다. 새로운 가치관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타타르스키는 권력의 정점에서 결국 광고 속 이미지로만 존재하게 되며, 그의 의지와 별개로 환상의 공간과 수많은 가상의 존재들에 의해 대신 삶이 꾸려진다.
펠레빈은 『P세대』를 통하여 러시아인들을 사로잡은 물질적 풍요의 약속의 허위성, 광고의 미디어를 통한 현실의 조작과 왜곡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동시에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혼란한 시기를 겪은 젊은 세대들의 삶과 고뇌를 연민의 시선으로, 자조 섞인 유머로 그려냈다. 펠레빈은 이 작품으로 리하르트 쇤펠트 독일 문학상을 받았으며, 2011년 빅토르 긴즈부르크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줄거리
문학대학을 졸업하고 시인이 되기를 꿈꾸던 청년 타타르스키에게 어느 날 일어난 사건, ‘국가가 붕괴되었다.’ 소련이 해체되고 그와 함께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신념과 가치관도 한순간 무의미해져버렸다. 싸구려 코카인을 흡입하고 간이매점에서 담배를 팔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타타르스키는 우연히 대학 동기인 모르코빈을 만나게 되고, 그의 소개를 통해 광고 카피라이터의 세계로 입문한다. 타타르스키는 러시아 문학과 설화를 응용한 문구로 팔리아멘트 담배와 디젤 청바지, 스프라이트 음료 같은 서양의 상품을 러시아의 소비자들에게 광고한다. 그러던 중 한 기묘한 상점에서 플랑셰트 점판을 구입하는데, 강신술로 나타난 ‘체 게바라’의 영혼은 그에게 시장경제 체제에서 미디어와 광고가 어떻게 소비자의 의식에 침투해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이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타타스르키를 모르코빈은 ‘양봉 연구소’라는 기묘한 건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조직의 보스인 아자돕스키를 소개받고, 그는 TV에 종종 등장하며 타타르스키에게도 낯이 익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타타르스키는 이들 조직이 정재계의 주요 인사에서부터 반군 테러리스트에 이르기까지 방송 조작을 통해 조종해왔음을 알게 되는데……
해외 추천사
빅토르 펠레빈, 사이버 시대의 사이키델릭한 나보코프._<타임>
빅토르 펠레빈 최고의 소설…… 펠레빈의 모스크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파리, 테리 길리엄의 브라질과 나란히 놓인다._<로스앤젤레스 타임스>
포스트소비에트 문학의 앙팡테리블 빅토르 펠레빈은 문화의 까치이다. MTV의 최신 유행하는 포즈와 비트 시의 불만에 찬 은어들을 물어와 위대한 민족을 연상시키는 요소에 결합시켰다._<뉴욕 타임스>
펠레빈은 날카로운 위트와 혹독한 도덕주의로 러시아의 혼을 위한 전투를 각색하며 도스토옙스키의 영혼을 불러냈다._<워싱턴 포스트>
『P세대』는 우리 조국의 유아기를 비추는 거울이다._안드레이 넴제르(문학평론가)
『P세대』는 쉽게 읽히며 재기발랄한 유머로 독자를 만족시킨다. 그와 동시에 깊이 있는 철학적 관념으로 풍요로운 영혼의 양식이 되어준다._레오니트 카가노프(SF 소설가)
빅토르 펠레빈이 추구한 것은 ‘좋은 산문’이 아니라 ‘새로운 산문’이다. 그것은 문학 외적인 색다른 기술에 바탕을 둔 산문이다._레프 루빈시테인(시인)
타타르스키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영원이란 어쨌든 변하지도 않고 파괴되지도 않으며, 덧없이 흘러가는 지상의 영역과는 무관한 그런 것이어야 했다. 예를 들어 그의 삶을 바꾸어놓은 파스테르나크의 얇은 책이 이미 영원 속으로 들어와 있다면 어떤 힘으로도 그것을 밖으로 던져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영원은 타타르스키가 진정으로 믿는 한에서만 존재하며, 사실 믿음의 경계 너머에서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영원을 진정으로 믿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도 이 믿음을 공유해야 했다. 아무도 공유하지 않는 믿음은 정신분열이라고 불렸다. (p.17)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쪽은 미래에 대한 무서운 전망이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무서운 오늘의 현실이다. (p.136)
“원칙은 아주 간단해.” 모르코빈이 말했다. “사회의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지 소유하는 돈의 전체 규모만 조절하면 돼.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제자리를 찾을 거야. 그러니 그 무엇도 간섭해서는 안 돼.”
“돈의 규모는 어떻게 조절하는데?”
“우리 수중에 최대한의 돈이 있도록 하는 거지.”
“그게 다야?”
“당연하지. 우리가 최대한의 돈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았다는 의미야.”
(pp.288~289)
모든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이다.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고, 무한히 명료하고 순수하고 단순한 생각 하나만이 있을 뿐이다. 그 안에서 영혼은 물컵에 떨어진 잉크 방울처럼 소용돌이친다. (p.366)
첫댓글 빅토르 펠레빈 지음 / 역자 박혜경 옮김 /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