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총동창회 등산 대회 2부 이벤트에서 백일장 상 받은 일이 springday 방춘일 친구에게 들켜 가지고 3기 카페에 올려지는 바람에 천상 그 사연을 써서 친구들의 관심에 답해야 되겠다 싶어 이 글을 올립니다.)
4월 17일
부산고 총동창회 등산 대회의 날입니다.
9시 30분에 동아대학 뒷편 대신 공원 관리소 앞에서 출발
기수별로 많은 동문들이, (혹은 가족 동반까지 하여) 이야기 꽃을 피우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 하루를 만끽하였습니다.
길이 잘 닦여진 대신 공원 상향 길은 초량뒤의 구봉산 정상까지 이릅니다.
산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하여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무더기 무더기 피어 황홀한 꽃구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엊거제 15일날 대티역에서 만나 승학산 시약산 산행시에 만난 그 진달래들을 다시 만난듯 합니다.
만발한 진달래를 보면 언제나 두 편의 명시가 생각납니다.
내가 가진 영어시집에는 진달래를 보며 지은 시가 전혀 없는 것을 보면 아마 진달래를 두고 읊은 시는 이 두 편의 시가 세계적인 명편일시 분명합니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우리 민족의 애송시 김소월의 진달래지요.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나물캐는 아가씨야 저 꽃을 보거던
꽃만 말고 내 마음도 함깨 따가주
파인 김동환의 시는 명곡이 뒷받침이 되어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렇게 구덕산 - 구봉산 사잇길은 온통 진달래 축제 마당입니다.
동문들의 눈에, 마음에 꽃물이 듭니다.
구봉산 꼭대기에는 봉화를 올렸던 봉화구가 있고 부산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있습니다.
부산 남항 북항 그리고 영도구 중구 서구는 물론이고 저 멀리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까지 눈아래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아시아의 관문 부산항이 눈아래 펼쳐져 있지요.
부산고 운동장에 도착한 것은 1시경
운동장에는 20 여개의 텐트가 ㄷ 자로 설치되어 각 기수들이 제 자리로 찾아들고 있습니다.
7인조 여자 국악 밴드들이 한복을 입고 풍악을 울리며 흥을 북돋우고 있습니다.
어느 이벤트사에서 나왔나 봅니다.
15회라 쓴 텐트 아래 우리 15 기 24 명은 허문구 친구가 여자 둘을 놉들여 차려 놓은 먹거리들을 먹으며 얘기꽃을 피웁니다.
행사때마다 먹거리 준비는 허문구 친구의 차집니다.
연전에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친구가 어디가서 예쁜 여자들을 구해 와서는 우리의 눈까지 즐겁게 해주며
김밥, 음료수, 과일, 생탁, 여러 가지 안주 거리를 펼쳐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자의 진행으로 동창회에서 준비한 행사가 시작됩니다.
각 기수들은 먹기를 멈추고 텐트에서 운동장 가운데로 나가 열을 섭니다.
15회도 꽤 긴 줄을 만들어 은근히 다수 참가상을 받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마는
9회 선배들이 40 여명으로 1등상을 받습니다.
70 대 중반이신데 이렇게 많이 참가하니 후배들의 모범이 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단상에 앉아 계신 분들의 인사 차롑니다.
1회 김흥두 선배 - 여전하십니다.
1회니까 여든 서넛은 되시죠.
- 청조인 여러분 언제나 건강하십시요. 반갑습니다.-
정말이지 흥두 선배님 언제나 건강하셔서
오래 오래 청조 등산대회에 참석해주세요.
다음에는 5회 박조열 선배님.
역시 여전하십니다. 멋진 은발을 쓱 넘기시며
- 제가 25 년전 동창회장 할 적에 시작한 이 등산 대회가 올해로 25 년을 맞았으니 참 감개 무량합니다. 청조인 여러분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그게 건강의 바탕입니다.-
전 부산의대 학장이요 정신 신경외과 의사다운 말씀이십니다.
그 다음에는 정의화 국회 부의장의 인사말
- 정말 반갑습니다. 우리 동문님들 언제나 화합하여 부산 지역사회의 일꾼이 됩시다.-
그 역시 국회 부의장 다운 말 아닙니까.
인삿말들이 끝나고 이번 대회에 현금 혹은 현물 협찬 동문들을 소개합니다.
100 만원 낸 동문이 두어명, 50 만원 내신 분 다수, 30 만원 내신 분 다수, 단체로 협찬금을 낸 기수들 ~ 어림 잡아 1,500 여만원은 될지 싶습니다.
현물을 협찬한 동문들도 많습니다.
타올 700 장, 말탁 이란 새로 생긴 막걸리 몇 10 박스, 물 수건 수 백장, 스포츠 음료 수백병 등등.
협찬시 언제나 빠지지 않는, 대선 소주 사장 우리 동기 주양일 친구
오늘도 대선 소주 수십 박스를 제공했습니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 텐트로 돌아가 이야기 하고 먹기를 계속합니다.
여자 국악 밴드들은 운동장을 돌며 풍악을 울립니다.
백일장을 시작한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나오고
시 쓸 종이가 도우미 학생들에 의하여 돌려집니다.
- 우리 나이에 백일장이 뭐야 ? 류근모 늬나 써라.
친구들이 권하는 바람에 널름 종이를 받아들고 머리를 굴려봅니다.
시제는 두갭니다.
개나리, 구봉산
구봉산을 택하였습니다.
개나리는 마지막 글자 리가 두운으로 적당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구비구비 올라왔네 열일곱부터 일흔까지
봉마다 땀이요 봉마다 눈물이었건만
산너머 그 산너머 오늘도 넘어가네.
시조의 운율을 약간 차용한 간단한 삼행십니다.
열일곱에 여기 구봉산록에서 인생을 시작하여 오늘 칠순에 이르기까지
고달픈 인생길을 구봉산에 빗대어 읊어 본것이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장원급제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20 만원 짜리 현대 세정기 (비데) 를 상품으로 받았습니다.
친구들의 박수를 받아 기분이 그저 그만인데다가 어제가 마침 아내의 생일이라 생일 선물로도 괜찮아 보입니다.
깨끗하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 아닙니까.
모든 행사가 파하고 동기들과 함께
초량 시장 근처의 음식점에서 소고기 전골 안주에 맥주 몇 병을 쏘았지요.
텐트 아래서 워낙 많이 먹고 마신데다가 아직 술시가 아니어서 예닐곱병으로 좋아하더라고요.
- 수천년 묵묵히 솟아 있는 아름다운 뒷동산아
시시때때로 올라 오면 마음의 꿈을 길러 준 곳
영원히 잊지 못할 뒷동산은 내마음의 어머니.-
구봉산 기슭은 영원한 우리들 마음의 고향입니다.
첫댓글 남계친구 ! 늦게나마 축하하오. 이렇게 기쁠 수가 있을까? 한 참동안 방문하지 않았다가 늦게 들어오니 그 구수한 글 솜씨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구려. 얼마나 즐거웠으랴! 이제 우리나이에 기쁘고 즐겁게 사는것이 최고가 아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