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진주, 순간을 살고 있다
정정숙
하늘 우러르며 이렇게 살고 있다. 노을 중 가장 아름답다는 황혼의 언덕에 서서…….
유수 같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감정은 빙점氷點을 이루었는가, 가슴은 흑돌 되었을까.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도,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는 마음도 아무런 생각(무념)이 없다.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를 대신해서 친정을 등에 업고 칠전팔기七顚八起 산다는 것이 고달팠을까.
친정을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 넓은 반려자를 소망하며 결혼을 했다. 남편이 관직생활로 지방근무를 하는 동안, 아이 셋을
키우며 교육을 돌보았다. 진정 오늘 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그러는 동안 내장에
생성된 분신! 눈물의 여왕 흑진주(종양)를 은은한 보석이 되도록 연마하며 살고 있다.
1984년 대장종양 개복수술은 오진이었다. 그 수술 후유증이 소화기 기능성장애로 진통이 진행 됐다. 투병! 자기 틀 속에
갗인 감옥사리가 이어졌다. 분신 진주에는 침, 쑥뜸, 핫 팩이 애인이 되었다. 쑥뜸, 화상물집 터지고 아물고. 검붉은 반점꽃
을 피우며 살고 있다. 가끔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느냐’는 문우들의 전화가 살맛나게 고맙다. 그런대로 살아 있으니 좋다.
삶의 결정체인 흑진주! 앙금처럼 굳어버린 지워지지 않는 검붉은 상처를 안고도 이젠 가슴 아린느낌 없이 살아가니 좋다.
무릎관절염으로 속으로는 눈시울 적실 때가 많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배움의 전당 노인복지관 버스를 탈 수 있어서
좋았다. 심한 건조증 눈알에는 인공눈물을 달고 살지만 볼 수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아직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려있고,
씹을 수 있는 이빨 몇 개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실어증, 언어장애를 가졌던 벙어리가 말할 수 있으니 역시 사람이 희망이다.
아침이면 아! 오늘도 살았구나 하면서 눈을 뜬다, 밤이면 살아있음을 감사함으로 보금자리에 잦아든다. 지척이 천리인가.
가족을 가까이 두고도 홀로서야 하는 30년의 세월, 인간관계성과 사회성이 부족한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며, ‘인생을 잘못
산것은 아닐까’ 자문자답한다. ‘아니야 괜찮아, 이만 하면 괜찮아’ 라고 자위도 한다. 이왕이면 심성도 얼굴도 뒷모습도 고운
노을처럼 물들고 싶다. '삶이란' 어제를 추억하고 오늘을 사랑하며 내일을 꿈꾸며 소망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제를 기념하며 축하할 수도 없고, 내일을 기념하며 축하할 수도 없으니, 오늘을 기념하며 축하해야 하지 않을까?"
한 무명의 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 그리고 오늘은 선물(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and today is a gift)이다. 그래서 '오늘'을 영어로 프레즌트(present)라고 한다. 그러기에 오늘은 영원히 존재할
것처럼 꿈꾸고, 내일이면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날 것처럼 순간을 살고 있다. 인생이 짧든 길든 하루가 평생을 좌우한다.
순간순간의 삶은 신이 사람에게 준 선물이다. / -청향
음악 리아킴 : 위대한 약속
세상에 주라 / 최상의 것이 돌아오리라.
첫댓글
청향님의 옛글 가져와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