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차량을 막아주는 힘의 위력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와 처음으로 객지 생활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무언가 일할 것을 찾아 이곳저곳 배회하고 다니다가 어렵게 만난 일자리가 있었다. 화교가 경영하는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마치 주방에서 접시를 닦을 사람을 모집하고 있어서 중국 사람 주인에게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퉁명한 모습을 지으며 허락해 주었다.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뭘 듯 기뻤고, 그날 당장 주방으로 들어가 생전 해보지도 않은 일을 밤늦도록 열심히 했다.
일하는 동안 주인은 주방을 들락거리며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의 일하는 모습을 감시했고, 그러든 말든 나는 하는 일에만 열중했다. 일을 마치고 나니 벌써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힘들게 하루 일을 마치고 대충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중국 사람 주인이 자기 식구들끼리 중국말로 뭐라고 소곤거리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무언가 나에 대해 의논을 하는 표정들이었는데, 식당 한구석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나를 손가락으로 부르더니 다짜고짜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 이유는 없었다.
하루 종일 일을 부려 먹고 돈 한 푼 쥐어주지 않으며 일을 그만두라고 하니, 갑자기 서러운 생각이 북받치고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식당 일을 겨우 하루 채우고 강제로 쫓겨나다시피 한 나는, 거의 실신한 사람처럼 정신없이 식당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큰길을 건너고 있는데, 늦은 밤이라 몇 대 안 되는 차량들이 밤길을 재촉하며 총알처럼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총알처럼 달리는 차량들이 쌩쌩 질주하는 큰길을 나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겁 없이 건너고 있었다. 일자리를 놓치고 눈앞이 캄캄해진 나에게는 빠르게 질주하는 차량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빠르게 달리던 차량들은 도로를 건너고 있는 나를 용케 잘 피해 가고 있었는데, 그 중 차량 한 대가 미처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급속으로 달려오다가, 2~3미터도 남겨 놓지 않는 가까운 지점에서 급정거를 하며 멈추어 섰다. 끽! 하며 요란한 굉음과 함께 차가 급정거하는 모습을 보니 차량 꽁무니 쪽이 공중으로 치켜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급박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데, 사색이 된 차 주인이 겨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사정없이 나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 사람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지금 달리고 있는 차들이 시속 몇 킬로나 되는 줄 알아? 모두 백 킬로가 넘는단 말야. 그런데 겁 없이 도로를 지나다니면 어떻게 해. 지금 네 행위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지금 너는 운이 좋아 살게 된 것이 아니라 하늘이 도와주어 살아난 거야. 하늘이 너를 살려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어!"
그 차주의 차를 살펴보니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고급 차종의 승용차였다. 잘은 모르지만 차주의 신분은 정부의 고위급 인사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차주의 꾸짖음에 고개만 숙인 채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눈물만주르륵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차주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기사에게 차를 도로가로 이동시켜 세우도록 지시하고 내 손을 잡아 이끌면서 이렇게 말했다.
“차가 달리는 도로 한복판은 위험하니 어서 길 밖으로 나가자.”길 밖으로 나를 데리고 나온 차주는 내게 몇 가지를 질문했다. 나의 대답을 듣고 시골에서 이제 올라와 어렵게 살아가는 처지를 알게 된 차주는 두 팔로 꼭 껴안아 주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자네처럼 힘들고 어려운 젊은 시절을 보냈다네. 그래서 누구보다 나는 자네 처지를 잘 이해할 것 같구나. 부디 어렵더라도 학업만은 포기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군... 그리고 지금은 온 나라 국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어렵게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잘 사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네... "
“자네도 지금은 어렵겠지만 꿈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도록 하게... 그러면 반드시 지금 고생하며 살아가는 보답을 얻게 될 것이니까..."
그리고 차주는 기사에게 시켜 상당한 용돈을 내게 쥐어 준 후 차를 몰고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중에 그 용돈을 세어보니 3개월 정도 생활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이었다. 차주로부터 용돈까지 받았지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도로가에 한참을 주저앉아 흐느껴 울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벌써 날이 밝아 먼동이 트고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은 그때까지 단잠에 빠져 있었다.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동생 옆에 자리를 펴고 잠이 들려 하는데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네가 입은 은혜는 평생을 두고 마음에 간직하며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너도 나중에 크게 성장하거든 어려운 이웃들을 모른 체 말고 힘껏 보살피며 사랑을 베풀도록 하여라. 이웃에 대한 사랑은 네 영혼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임을 명심해라.‘
빛과 무한이론의 세상을 지배하는 주인공들 - 도선당(백마신선) 저
첫댓글 감사합니다
이웃과 나는 하나 우주의 동일 유기체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