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Farm) 행성 놈들은 아주 말을 한 번 해선 못 알아듣는다니깐.”
내가 ‘흰 머리의 망나니’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가며 들은 말은 대충 이러했다.
“그러게 한 번 말해서 들었으면 서로서로가 좋은 거잖아.”
“맞아. 아무튼 간에 범죄자 출신들은 이래서 이곳에 오면 안 돼.”
지들끼리 웃어가며 쑥덕거리기 시작했지만, 난 아랑곳 않고 다시 방어자세를 취했다. 광대가 어찌나 부어올랐던지 내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이내 ‘흰 머리의 망나니’ 머프만이 보잘 것 없다는 듯 입을 연다.
“너희 팜 행성 출신들은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하지, 정작 자기네들 위치는 생각지도 않고 말이야.”
주변에서 사람들이 동의했다. 특히 저 키 작은 아줌마 둘. 저 둘은 아까부터 계속 날 흉보고 있었다. 내가한번 눈길을 주자 고개를 돌리며 귓속말로 흉을 보기 시작한다. 이내 난 저 아줌마들을 지목하며 머프만에게 말했다.
“저 아줌마들 보니까, 뉴 테라(New tera)행성 사람들이나 팜 행성 사람들이나 쓰레기들은 다 거기서 거기네요. 안 그래요 쓰레기 아저씨?”
못생긴 아줌마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 해대며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해댄다. 아직은 충분히 몇 대 더 맞을 수 있다. 예상한대로 머프만의 주먹이 내게 꽂혔다.
퍽-!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머프만의 육중한 주먹에 맞고 땅바닥에 구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엔 심기가 조금 불편했나보다. 하긴 쓰레기들은 자신들을 쓰레기라고 절대 인정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이제 다시 한 번 더 일어나 머프만을 도발할 차례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지만, 별 수 있으랴, 이래야만 내가 돈 벌 수 있는데.
“세상에, 이 행성은 취 할거 다 취해가면서 이웃 행성 사람들에게 주는 보답이 주먹질밖에 떠오르지 않나요? 다른 좋은 것들도 충분히 많을 텐데.......”
다음 말을 잇기도 전에 주먹이 또 한 번 들어오는 바람에 아쉽게도 끝맺지 못했다.
퍽-!
“네 놈은 정말이지 입만 살았구나. 그렇게 맞았으면 이젠 알 법도 한데.”
이번 타격으로 한동안 일어나질 못했다. 광대뼈가 으스러졌나? 이쯤 되면 으스러질 법도 한데. 하지만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니까 주변 쓰레기들이 또 흉보기 시작했다. 마치 날 야만스럽다는 듯이 눈에 힘을 팍 주며 날 경멸하고 있었다.
“꼬마야. 네놈이 끈기하나는 내 인정해 줄만 하다. 근데 앞으로는 이곳에 오기 전에 유서 한 장 써두고 오는 습관을 가져라. 언제 생매장 당할지 모르니까.”
이내 구겨 접은 수표 한 장이 내 검 갈색 머리에 튕겨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대충 글씨를 보니 10만 티르. 그래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 이정도면 충분히 번 셈이지. 머프만이 뒤돌아 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주울 상황이 아니다. 이것이 팜 행성사람의 마지막 자존심. 주변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면 줍는다. 난 절대로 그들의 기억 속에서 비굴한 모습으로 남겨지긴 싫다. 난 최대한 당당한 모습으로 남겨질 것이다. 그래야 다시는 팜 행성사람을 무시 못 할 테니까. 다행히도 모든 사람들이 떠났다. 이젠 이 지긋지긋한 골목에 쥐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주울 타이밍이다. 허리를 숙여 구겨진 수표덩어리를 줍는다. 10만 티르 두 장. 나쁘진 않군. 광대가 좀 나간 것 같지만, 팜 행성이었더라면 사흘 밤낮으로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다. 난 기분 좋게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제 다시 팜 행성으로 돌아가야겠다. 벌써 저녁이다. 아 물론 팜 행성이라면 아침이겠지만. 요 며칠 사이 바이오 리듬(Bio rhythm)이 완전히 깨졌다. 뉴 테라와 팜 행성간의 성간시간격차 때문에 처음에 이곳에서 며칠 생활할 때 익숙해지느라 고생 좀 했는데, 두둑한 주머니를 보니 고생한 보람은 있는 것 같다.
뉴 테라 사람들은 뭐든지 돈으로 해결한다. 팜 행성사람과 지나가다 부딪혀 시비가 붙을 경우 뉴 테라 쪽에서 힘이 얼 만큼 강하건 약하건 간에 그들은 일단 돈부터 꺼내들고 본다. 우리가 가난한걸 아니까. 그저 돈 한 푼 받겠다고 이리저리 굴려 다니는 하루살이들 같은 존재니까. 팜 행성사람들은 자신들의 비굴함을 알면서도 돈으로 협상을 끝낸다. 그것이 일상적이다.
그런데 난 좀 특별한 케이스다. 난 내가 뉴 테라 사람에게 시비를 걸며 버는 돈을 절대 비굴하게 번 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내 나름의 생활방식이고, 또 이렇게 해서 돈을 쏠쏠하게 벌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맞는 걸 좋아 한다던가 하는 건 또 아니다. 나도 맞을 때만큼은 고통스럽다.
이제 정류장 도착. 3박4일간의 정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엄마한테 자랑해야지. 어떻게 벌었냐고 묻는다면 항상 그래왔듯 장사해서 벌었다고 해야겠다. 뉴 테라사람들이 팜 행성의 농사기구를 좋아할 일은 절대 없겠다만, 순진한 우리 엄마는 그걸 믿는다.
흉터는 안보이게 지우면 된다. 어떻게 지우냐고? 뉴 테라의 과학 기술력이 있지 않은가. 2만 티르만 지불하면 흉터가 말끔히 사라진다. 대신 뉴 테라사람 인 양 연기해줘야 한다. 안 그러면 2만 티르 지불해서 치료받긴 커녕 20만 티르를 뜯길 수도 있으니까.
벌써 오후가 끝나가고 저녁이 온다. 붉은 해가 정류장 옆 바다 한복판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바다 짠 내 음이 코를 적신다. 피곤하다. 그냥 자고 싶다.
“팜(Farm) 행성 놈들은 아주 말을 한 번 해선 못 알아듣는다니깐.”
내가 ‘흰 머리의 망나니’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가며 들은 말은 대충 이러했다.
“그러게 한 번 말해서 들었으면 서로서로가 좋은 거잖아.”
“맞아. 아무튼 간에 범죄자 출신들은 이래서 이곳에 오면 안 돼.”
지들끼리 웃어가며 쑥덕거리기 시작했지만, 난 아랑곳 않고 다시 방어자세를 취했다. 광대가 어찌나 부어올랐던지 내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이내 ‘흰 머리의 망나니’ 머프만이 보잘 것 없다는 듯 입을 연다.
“너희 팜 행성 출신들은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하지, 정작 자기네들 위치는 생각지도 않고 말이야.”
주변에서 사람들이 동의했다. 특히 저 키 작은 아줌마 둘. 저 둘은 아까부터 계속 날 흉보고 있었다. 내가한번 눈길을 주자 고개를 돌리며 귓속말로 흉을 보기 시작한다. 이내 난 저 아줌마들을 지목하며 머프만에게 말했다.
“저 아줌마들 보니까, 뉴 테라(New tera)행성 사람들이나 팜 행성 사람들이나 쓰레기들은 다 거기서 거기네요. 안 그래요 쓰레기 아저씨?”
못생긴 아줌마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 해대며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해댄다. 아직은 충분히 몇 대 더 맞을 수 있다. 예상한대로 머프만의 주먹이 내게 꽂혔다.
퍽-!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머프만의 육중한 주먹에 맞고 땅바닥에 구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엔 심기가 조금 불편했나보다. 하긴 쓰레기들은 자신들을 쓰레기라고 절대 인정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이제 다시 한 번 더 일어나 머프만을 도발할 차례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지만, 별 수 있으랴, 이래야만 내가 돈 벌 수 있는데.
“세상에, 이 행성은 취 할거 다 취해가면서 이웃 행성 사람들에게 주는 보답이 주먹질밖에 떠오르지 않나요? 다른 좋은 것들도 충분히 많을 텐데.......”
다음 말을 잇기도 전에 주먹이 또 한 번 들어오는 바람에 아쉽게도 끝맺지 못했다.
퍽-!
“네 놈은 정말이지 입만 살았구나. 그렇게 맞았으면 이젠 알 법도 한데.”
이번 타격으로 한동안 일어나질 못했다. 광대뼈가 으스러졌나? 이쯤 되면 으스러질 법도 한데. 하지만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니까 주변 쓰레기들이 또 흉보기 시작했다. 마치 날 야만스럽다는 듯이 눈에 힘을 팍 주며 날 경멸하고 있었다.
“꼬마야. 네놈이 끈기하나는 내 인정해 줄만 하다. 근데 앞으로는 이곳에 오기 전에 유서 한 장 써두고 오는 습관을 가져라. 언제 생매장 당할지 모르니까.”
이내 구겨 접은 수표 한 장이 내 검 갈색 머리에 튕겨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대충 글씨를 보니 10만 티르. 그래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 이정도면 충분히 번 셈이지. 머프만이 뒤돌아 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주울 상황이 아니다. 이것이 팜 행성사람의 마지막 자존심. 주변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면 줍는다. 난 절대로 그들의 기억 속에서 비굴한 모습으로 남겨지긴 싫다. 난 최대한 당당한 모습으로 남겨질 것이다. 그래야 다시는 팜 행성사람을 무시 못 할 테니까. 다행히도 모든 사람들이 떠났다. 이젠 이 지긋지긋한 골목에 쥐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주울 타이밍이다. 허리를 숙여 구겨진 수표덩어리를 줍는다. 10만 티르 두 장. 나쁘진 않군. 광대가 좀 나간 것 같지만, 팜 행성이었더라면 사흘 밤낮으로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다. 난 기분 좋게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제 다시 팜 행성으로 돌아가야겠다. 벌써 저녁이다. 아 물론 팜 행성이라면 아침이겠지만. 요 며칠 사이 바이오 리듬(Bio rhythm)이 완전히 깨졌다. 뉴 테라와 팜 행성간의 성간시간격차 때문에 처음에 이곳에서 며칠 생활할 때 익숙해지느라 고생 좀 했는데, 두둑한 주머니를 보니 고생한 보람은 있는 것 같다.
뉴 테라 사람들은 뭐든지 돈으로 해결한다. 팜 행성사람과 지나가다 부딪혀 시비가 붙을 경우 뉴 테라 쪽에서 힘이 얼 만큼 강하건 약하건 간에 그들은 일단 돈부터 꺼내들고 본다. 우리가 가난한걸 아니까. 그저 돈 한 푼 받겠다고 이리저리 굴려 다니는 하루살이들 같은 존재니까. 팜 행성사람들은 자신들의 비굴함을 알면서도 돈으로 협상을 끝낸다. 그것이 일상적이다.
그런데 난 좀 특별한 케이스다. 난 내가 뉴 테라 사람에게 시비를 걸며 버는 돈을 절대 비굴하게 번 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내 나름의 생활방식이고, 또 이렇게 해서 돈을 쏠쏠하게 벌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맞는 걸 좋아 한다던가 하는 건 또 아니다. 나도 맞을 때만큼은 고통스럽다.
이제 정류장 도착. 3박4일간의 정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엄마한테 자랑해야지. 어떻게 벌었냐고 묻는다면 항상 그래왔듯 장사해서 벌었다고 해야겠다. 뉴 테라사람들이 팜 행성의 농사기구를 좋아할 일은 절대 없겠다만, 순진한 우리 엄마는 그걸 믿는다.
흉터는 안보이게 지우면 된다. 어떻게 지우냐고? 뉴 테라의 과학 기술력이 있지 않은가. 2만 티르만 지불하면 흉터가 말끔히 사라진다. 대신 뉴 테라사람 인 양 연기해줘야 한다. 안 그러면 2만 티르 지불해서 치료받긴 커녕 20만 티르를 뜯길 수도 있으니까.
벌써 오후가 끝나가고 저녁이 온다. 붉은 해가 정류장 옆 바다 한복판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바다 짠 내 음이 코를 적신다. 피곤하다. 그냥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