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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동굴이면서 석회암동굴 흔적
당처물동굴 내부의 화려한 모습.<제주도 제공> 천연기념물 제384호로 지정된 당처물동굴은 용암동굴이면서 석회암 동굴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제주도의 용암동굴들은 대개 구조가 유사하고 형성원인도 동일하다. 그러나 당처물동굴은 화산지대에서 형성된 용암동굴이면서도 지질학적, 동굴생물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발견 당시 북제주군(현 제주시)은 종합적인 학술조사까지 실시했다. 당처물동굴내의 동굴 생성물은 석회동굴 내에서 발견되는 동굴생성물과 모양이 비슷한 듯이 보이나, 자세히 관찰하면 석회동굴 내에서 발견되는 동굴 생성물과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 세계적 동굴로 평가 받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비공개 동굴이다. 당처물동굴의 위치와 형태당처물동굴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1459번지 일대에 위치해 있다. 1994년 월정리 주민이 밭농사를 위해 터고르기를 하던 중 발견됐다. 발견 당시 당처물동굴의 길이는 110m였다. 그러나 과학적 조사 결과 추가동굴이 발견됐다. 따라서 당처물동굴의 총길이는 360m(기존 당처물동굴 110m+추가 당처물동굴 연장 250m)이며, 동굴의 폭은 5~15m, 높이는 0.5~2.5m 정도다.
장관을 이룬 당처물동굴 종유관과 바닥의 석순, 그리고 석순 군락지. <제주도 제공> 당처물동굴 입구는 해안가와 인접해있다. 제주시에서 동회선 일주도로 1132번 도로를 따라 40여분 걸린다. 제주시 구좌읍 공예단지 삼거리에서 만장굴 진입도로 반대편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농경지 한가운데 동굴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입구는 철판으로 폐쇄돼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당처물동굴의 탄산염 동굴 생성물. <제주도 제공> 해발고도는 12m다. 동굴 방향은 남쪽에서 서쪽 방향이었다가 다시 북쪽으로 가면서 동쪽으로 휘어진 상태로 애벌레 모양이다. 입구를 중심으로 동굴 지상에는 월정리 사구층이 형성돼있다. 동굴 내부 천정과 벽면은 대체로 사다리꼴 또는 돔 형태의 방패 모양을 하고 있다. 벽면의 하단부는 수직 또는 급사면을 이루거나 천정과 바닥이 맞닿아 벽면이 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필자도 당처물동굴 발견 당시 전문가들과 함께 동굴 탐사에 동행한 적이 있다. 사다리를 타고 동굴 안으로 내려서자마자 마자 펼쳐진 종유석과 종유관 등 쳔연의 휘황찬란한 모습에 저절로 감탄사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동굴 명칭 유래와 형성과정월정리 서부 지역에 당처물이란 연못이 있었다고 주민들이 전하고 있다. 그 연못은 동굴 입구에서 남쪽으로 60여m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연못의 명칭을 따서 당처물동굴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일부 월정리 주민들은 동굴 인근에 연못이 없고, 단지 당처물이란 지역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동굴이 위치한 일대가 ‘당첫물’로 불리는 지역이었는데 이를 따서 당처물동굴로 부른다는 것이다. 연못을 매립해서 농경지로 쓰고 있다는 지역주민의 증언도 있는 만큼 연못 유래설이 맞는 것 같다.
발견 당시의 당처물동굴. <제주도세계자연유산관리단 제공> 당처물동굴을 배태하고 있는 현무암은 온평리현무암으로서 김녕사굴과 만장굴을 형성한 현무암과 동일한 것이다. 이들은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것으로 생각되며, 하나의 동굴계에 속하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당처물동굴의 지역은 제주화산도의 용암동굴군 분포지역 중 김녕용암동굴군내에 분포하고 있다. 동굴 생성물당처물동굴은 동굴입구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주민이 밭을 개간하기 위해 포클레인 작업을 하던 중 입구가 드러난 이후 상당기간 외부에 노출되면서 일부 종유석과 석순 등이 도굴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 당처물동굴의 동굴생성물은 잘 보존돼있다. 특히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산호 등 탄산염 성분의 동굴 생성물이 다양하게 발달해있다. 천연 비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처물동굴 내부의 화려한 모습. <제주도세계자연유산관리단 제공> 당처물동굴은 용암동굴이지만 용암동굴 내에서 보통 발견되는 용암종유, 용암석순 및 용암석주와 같은 특징적인 동굴생성물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단 용암곡석, 새끼줄 구조, 용암선반 등은 관찰할 수 있다. 해안으로부터 바람에 의해 운반돼온 탄산염퇴적물이 당처물동굴의 위를 피복하고 있어서, 이에 의한 영향으로 탄산염 성분이 동굴 내로 유입됐다. 이 때문에 석회동굴 내에서 발견되는 여러 종류의 동굴생성물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동굴 생성물로는 종유관, 용암종유, 석순, 석주, 동굴산호, 커튼, 유석, 휴석, 월유 등이 있다. 하지만 많은 종유관, 종유석및 석주는 일반적으로 석회동굴 내에서 발견되는 형태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들은 많은 기형의 형태로 발달하며, 이러한 모습은 당처물동굴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들 탄산염성분의 동굴생성물들은 세계 최고를 뽐낼 정도로 당처물동굴의 자랑거리다. 동굴의 생물상과 환경당처물동굴 주변의 식생은 사구층으로 단순하다. 이 때문에 동굴생물 서식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동굴동물은 모두 13종으로 거미류가 우점종이다. 제주굴아기거미와 장님노래기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다. 동굴생물을 생태적 측면에서 보면 진동굴성은 없고, 호동굴성이 5종, 외래성이 8종으로 정착률은 38%로 보고됐다.
당처물동굴 내부 동굴산호 <제주도세계자연유산관리단 제공> 당처물동굴 발견 당시 북제주군은 인근 토지를 매입해 지표상에 모래 퇴적층을 보강하고 잔디를 심었다. 그 결과 지금은 내부 환경이 매우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처물동굴 지상의 보호구역 토지현황을 보면 국유지 및 도유지가 99.8%로 제주도 용암동굴 가운데 공유지 보유율이 가장 높다. 동굴 위를 직접 교차하는 도로나 농로도 없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2007년 유네스코는 제주도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의 아름다움을 뛰어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로 인정했다. 특히 경관이 아주 뛰어난 점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유네스코가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고민하던 차에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 갑자기 발견되면서 세계자연유산으로 거리낌없이 낙점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당처물동굴의 화려한 자태. <제주도세계자연유산관리단 제공> 당처물동굴은 규모는 작으나 희귀한 경관과 신비성 때문에 관광개발의 유혹을 안고 있다. 그러나 관광개발은 동굴환경 오염과 파괴를 불러오는 만큼 절대적으로 허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동굴내의 생태환경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관광객에게 제공하거나, 인근에 동굴형 건축물을 구축하고 동굴생태환경을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삼는 방안 등 다양한 활용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과학적 조사로 추가동굴 발견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은 2009년 당처물동굴 인근에서 신규 동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당처물동굴 인근에 150m 이상 규모를 가진 동굴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시추를 통해 입구를 확보하여 동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규동굴은 당처물동굴과 이어져 있으며, 총길이는 150m로 측정됐다. 당처물동굴이 길이 110m의 미니동굴에서 360m의 중간동굴로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추가발견된 동굴내 독특한 형태의 탄산염 동굴 생성물 <제주도세계자연유산관리단 제공> 추가동굴은 당처물동굴과 같이 용암동굴이 형성되고 난뒤 탄산염물질이 동굴을 장식한 것으로 훌룡한 경관적·학술적 가치를 지닌 동굴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신규동굴 발견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과학적 조사방법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기록된다. 발행2013.0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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