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李白)-양양가(襄陽歌)
落日欲沒峴山西(낙일욕몰현산서) 뉘엿뉘엿 현산엔 해가 지는데
倒著接䍦花下迷(도저접리화하미) 흰 모자 거꾸로 쓰고 꽃 아래 헤매일 때
襄陽小兒齊拍手(양양소아제박수) 양양의 어린이들 신이나 손뼉치고
攔街爭唱白銅鞮(난가쟁창백동제) 거리를 메우고 백동제를 다투어 노래하네
傍人借問笑何事(방인차문소하사) 옆 사람에게 무슨 일로 웃는가 물어보니
笑殺山翁醉如泥(소쇄산옹취여니) 산옹이(내가) 고주망태되어 웃겨 죽겠다네
鸕鷓酌 鸚鵡杯(노자작 앵무배) 가마우지 모양의 술국자, 앵무조개로 만든 술잔
百年三萬六千日(백년삼만육천일) 인생이 백년산들 삼만육천일
一日須傾三百杯(일일수경삼백배) 하루에 모름지기 삼백 잔을 마셔야지
遙看漢水鴨頭綠(요간한수압두록) 저 멀리 한수는 청둥오리 머리처럼 푸른데
恰似葡萄初醱醅(흡사포도초발배) 포도주 갓 괼 때랑 흡사하구나
此江若變作春酒(차강약변작춘주) 이 강물이 만약에 봄술이 된다면
壘麴便築糟邱臺(누국편축조구대) 쌓인 누룩더미 산을 이루리
千金駿馬換小妾(천금준마환소첩) 천금의 준마를 소첩과 바꾸고
笑坐雕鞍歌落梅(소좌조안가락매) 안장에 미소 짓고 앉아 ‘낙매화’ 가락을 노래하리
車傍側掛一壺酒(거방측괘일호주) 수레 옆에는 술 한 병 매달고
鳳笙龍管行相催(봉생용관행상최) 행진 중 봉황 모양의 생황과 용의 장식을 한 피리로 연주하고
咸陽市中歎黃犬(함양시중탄황견) 함양에서 사냥개나 몰고 싶다고 탄식한 사람
何如月下傾金罍(하여월하경금뢰) 달 아래 황금 술잔 기울이는 것과 어찌 같겠는가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지 못했는가
晋朝羊公一片石(진조양공일편석) 진나라 양공의 한 조각 비석
龜頭剥落生莓苔(구두박락생매태) 거북머리는 떨어지고 이끼가 낀 것을
淚亦不能爲之堕(누역불능위지타) 눈물 역시 양공을 위해 흘릴 수 없고
心亦不能爲之哀(심역불능위지애) 마음 역시도 양공을 위해 슬퍼할 수 없다
清風明月(청풍명월) 맑은 바람 밝은 달을 사는 데는
不用一錢買(불용일전매) 돈 한 푼 들지 않고
玉山自倒非人推(옥산자도비인추) 옥산이 절로 무너지는 것은 사람이 밀어서가 아니리라
舒州杓 力士鐺(서주작 역사쟁) 서주의 술국자, 장사가 들던 무거운 술그릇
李白與爾同死生(이백여이동사생) 이백은(나는) 그대들과 생사를 함께 하리라
襄王雲雨今安在(양왕운우금안재) 양왕의 무산운우(巫山雲雨)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江水東流猿夜聲(강수동류원야성)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고 원숭이가 밤중에 우는구나
*이백[李白, 701 ~ 762,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은 중국 당나라 시인으로 시성(詩聖)으로 불린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으로 불렸고, 소년시대부터 검술을 좋아하여 협객 속에 끼어 방랑생활을 보내는 일이 많았으며, 42세 때 현종에게 그 시재를 인정받아 궁정시인이 되었으나 자유분방한 성격 등이 화근이 되어 장안에서 쫓겨나 다시 방랑하였는데, 두보가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기울인 데 대해서 이백은 자연과 술을 사랑하면서 절구에 뛰어났고, 작품으로는 “청평조사(淸平調詞)”, “장진주(將進酒)”, “월하독작(月下獨酌)”, “상삼협(上三峽)”, “협객행(俠客行)” 등이 있습니다.
*이백의 시를 밑바닥에서 지탱하고 있는 것은 협기(俠氣)와 신선(神仙)과 술이고, 젊은 시절에는 협기가 많았고, 만년에는 신선이 보다 많은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술은 생애를 통하여 그의 문학과 철학의 원천이었으며, 두보의 시가 퇴고를 극하는 데 대하여, 이백의 시는 흘러나오는 말이 바로 시가 되는 시풍(詩風)이었다고 합니다.
*위 시는 한문학계의 원로이신 손종섭 선생님의 “노래로 읽는 당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인데, 이백이 양양 땅을 지나면서 갖은 소회를 적은 시로 주로 정치와 부귀공명이 허무한 것이며 호방하게 술을 마시며 자연을 즐기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합니다.
*襄陽(양양) : 호북성湖北省 북부 한수漢水 기슭에 위치한 도시, 예로부터 행락처로 유명하다
峴山(현산) : 양양의 동남쪽에 있는 산
接䍦(접리) : 흰색의 모자
攔街(난가) : 거리를 메움, 수가 많음
白銅鞮(백동제) : 육조시대 양양에 유행했던 동요
山翁(산옹) : 이백을 가리킴
笑殺(소쇄) : 크게 웃음, 몹시 웃김
鸕鷓酌(노자작) : 가마우지 아래턱 모양으로 만든 술구기
鸚鵡杯(앵무배) : 앵무조개 껍데기로 앵무새 부리처럼 만든 술잔
鴨頭綠(압두록) : 청둥오리 대가리처럼 진한 녹색
醱醅(발배) : 발효함, 굄
壘麴(누국) : 쌓인 누룩더미
糟邱臺(조구대) : 하夏의 걸왕桀王은 유연遊宴을 일삼아 술로 못을 만들고, 술지게미로 높은 전망대를 쌓았다 한다
落梅(낙매) : 곡조 이름, 이별곡의 한가지, ‘낙매화’, ‘매화락’이라고도 한다
鳳笙龍管(봉생용관) : 봉황새 모양의 생황과 용의 장식을 한 피리
歎黃犬(탄황견) : 진秦의 재상 이사李斯가 사형에 처해지는 자리에서 그 아들 보고 하는 말이, “난 너와 함게 시골로 돌아가 토끼 사냥이나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글렀구나”하며 탄식했다는 고사
羊公(양공) : 진晉나라의 양호羊祜는 양양을 선치善治하여 민심을 얻었다. 그가 죽자 현산에 비를 세웠는데, 이 비를 보는 사람마다 눈물을 흘렸으므로 타루비墮淚碑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 한다.
玉山自倒非人推(옥산자도비인추) : 옥산은 누가 밀지 않아도 제 스스로 넘어진다는 뜻으로 만취된 눈에 비친 주체 객체의 전도된 의식 상태를 이름, 진晉의 계강稽康의 고사.
舒州杓(서주작) : 서주 지방의 명산인 술구기
力士鐺(역사쟁) : 역사力士의 상을 문양으로 넣은 노구솥
襄王雲雨(양왕운우) : 초楚의 양왕이 운몽雲夢에 놀았을 때, 꿈에 무산巫山의 신녀神女를 만나 정을 맺어 즐겁게 놀았다. 헤어질 때 신녀가 말했다. 자기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된다고, 이튿날 보니 과연 그러했다는 고사, 남녀의 정사를 운우의 정이라 하게 된 것도 이에서이다
첫댓글 참 대단한 시입니다....
호방한 그의 성품 그리고 술을 벗 삼아 자연을 노래하는 그의 시풍에
감탄사만 나옵니다....
네, 회장님 말씀처럼 풍취가 절로 이는 시인 듯 합니다.
이번 주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