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6·25를 앞두고 듣는
‘사랑은 아름다워’
----백일희 가수----
세월이 흘러도 때로는 쉬이 잊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1950년대 활약한 가수 백일희가
그러하다.
흔히들 트로트 가수라고 칭하지만,
그녀는 박춘석이 번안하고 창작한
팝 계열 노래를 많이 불렀다.
아름다운 외모와 맑고 청아한 목소리
로 지금까지도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자아내는 가수로 기억되곤
한다.
1940년대 말부터 연주 생활을 한
박춘석이 데뷔 음반으로 1953년쯤에
발매한
"맘보 아리랑"
을 백일희가 불렀다.
이 음반에는 ‘페기 리(李)’라는
예명으로 표기했지만, 이후에는
미국의 인기 가수
‘페기 리(Peggy Lee)’의 이름을 음차한
‘백일희(白一姬)’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녀가 부른
"사랑은 아름다워"
는 여러 면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 노래는 1955년에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
의 번안곡으로, 원곡은
포 에이스(Four Aces)
, 돈 코넬(Don Cornell),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 등
유명 가수들이 여러 차례 노래한
인기곡이다.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
- Connie Francis
이 노래를 주제가로 하는 동명 영화는
중국 태생 혼혈인 의사이자 작가
한수인(Han Suyin)이 1952년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정(慕情)’이란
제목으로 개봉해 큰 인기를 얻었고,
백일희가 노래한 ‘사랑은 아름다워’는
1957년쯤에 SP 음반(유성기 음반)으로
발매되었다가 이후
"모정"
이란 제목으로 LP 음반에 수록되었다.
‘사모하는 마음’의 ‘모정’이
모성애를 의미하는 ‘모정(母情)’으로
오인되어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는 홍콩의 병원에서 일하던
‘한수인’과 미국인 종군기자
‘마크 엘리엇’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다.
마크가 6·25전쟁을 취재하러 한국에
갔다 전사했기 때문이다.
한수인이 그와 사랑을 속삭이던 언덕에
올라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고 진실로
아름다운 사랑을 누렸소”
라는 마크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에서
주제가가 울려 퍼지며 영화가
끝난다.
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다면
그 추억으로, 그 사랑의 힘으로
험난하고도 허무한 삶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주제가처럼
“사랑이 살아가는 이유”
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두 사람을 갈라놓은 것이
6·25전쟁이라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랑하
는 사람을 잃는 것처럼 끔찍한
일은 없다.
전쟁을 게임 정도로 여기는 발상은
위험하며,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얻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라 하기
어렵다.
6월 25일을 앞두고 미움과 폭력
대신 우리 마음에 사랑이 깃들기를,
언젠가 세상의 모든 갈등이 종식되고
부디 평화가 찾아오기를,
백일희의
"사랑은 아름다워"
를 들으며 기원한다.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