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신인 지명회의에 임한 각 구단의 지명 전략과 특징, 각 선수별 스카우팅 리포트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두 번째로 다룰 팀은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다. ‘2014 신인 2차지명 리뷰’는 지명 순번에 따라서 4차례에 걸쳐 이어진다.
우타자 - 야수 보강에 주력한 LG 트윈스 지난달 1차 지명에서 임지섭이라는 대박을 터뜨린 LG는 2차 지명에서는 다가오는 내·외야의 세대교체에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LG는 현재 주장 이병규를 비롯해 박용택, 이진영 등 베테랑 외야수들이 있지만 30대 중·후반으로 연령대가 높은 편. 내야 역시 3루 정성훈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서서히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김용의, 문선재 등이 주전으로 자리잡긴 했지만 아직은 현재 성적이 ‘에버리지’라고 볼 단계는 아니다. 주전 유격수로 수년째 활약중인 오지환에 대해서도 건전한 경쟁을 펼칠 팀 내 견제 세력이 있는 게 바람직하다. 한 LG 관계자는 “올해 야수들이 모두 잘해주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여기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며 “현재 팀내에서 각 포지션별로 뎁스 차트를 만들어놓고 보면, 3년 뒤에도 계속 주전으로 뛸 거라고 확실하게 장담할 만한 선수는 많지 않은 실정”이라 했다.
이에 LG는 2차 드래프트에서 1번부터 5번까지 5장의 지명권을 내리 야수 지명에 집중적으로 할애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선수는 고교 외야수 중 최고의 ‘5툴 플레이어’로 통하는 성남고 배병옥. 정확성과 파워, 주력과 수비력에 강한 어깨를 겸비한 외야수로 향후 드넓은 잠실 외야를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다. 이어 2라운드에서는 고교 유격수 ‘빅 6’ 중 하나인 경남고 장준원을, 3라운드에서는 거포 3루수 동국대 양석환을 각각 선택했다. 외야, 유격수, 3루의 차세대 주역이 될 선수들을 차례로 지명한 것. LG 정성주 스카우트 차장은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해당 포지션에서 뽑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뽑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LG의 선택. 외야수 배병옥(우측)과 장준원(좌측)이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LG 선수들에게는 LG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 같다.
한편 4라운더 제물포고 유격수 류형우와 5라운더 외야수 한석현(경남고)은 향후 발전 가능성을 보고 지목한 선수들. 7라운드에서 고른 고려대 외야수 조윤성도 고교 졸업반이던 4년 전에 이미 두산의 지명을 받을 정도로 재능 있는 선수다. 뽑은 야수 6명 중 한석현을 제외한 5명이 우타자라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 최근 정의윤, 문선재 등이 부각되며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한동안 LG는 ‘좌편향 타선’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라인업이 좌타 일색이었다. 강승호, 심재윤 등을 뽑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우타자를 집중 지명한 이유다. 또 뛰어난 송구능력을 갖춘 선수들을 주로 선택한 점도 특징적이다. 배병옥, 장준원, 류형우는 고교야구에서 첫손에 꼽히는 강견을 갖춘 선수들. 배병옥과 장준원은 투수로도 140km/h 가까운 빠른 볼을 던진다. 양석환과 한석현도 수준급의 송구를 자랑하고, 10라운드에 뽑은 개성고 포수 박재욱도 정확하고 강한 송구가 장점. 신인 지명에 분명한 목표와 ‘테마’를 갖고 임한 LG 트윈스다.
하위 라운드에서는 즉시전력감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투수를 주로 선택했다. 올해 투수로 전향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린인터넷고 진재혁, 경남고 에이스로 활약한 오세민, 빠른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세계사이버대 김정택 등 우완 오버핸드 투수 3명이 주인공. 상대적으로 두터운 1, 2군 투수층과 군제대를 앞둔 투수들까지 감안해 장기적으로 키워볼 만한 투수들을 지목했다. 정성주 차장은 “1차 지명에서 좋은 투수들이 전부 뽑혀나가면서 2차 지명에서는 뽑을 만한 투수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LG는 막강한 투수진과 집중력 있는 타선을 앞세워 프로야구 판도에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아무도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진지하게 도전해 볼 만한 기회를 잡은 게 사실. LG가 강팀으로 거듭난 데는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지도력과 이병규 등 노장들의 리더십, 노장과 신예의 조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LG가 지난 수년간 선수 스카우트와 육성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 올 시즌 LG 주전 멤버 중에는 FA 영입과 타 구단 출신 선수도 있지만 정의윤, 문선재, 오지환 등 드래프트를 통해 자체 생산한 선수들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도 우규민, 신재웅, 신정락 등 LG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선수들이 한 축을 담당한다. 앞으로 1군 전력에 가세할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자체 생산 선수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도 LG는 10개 구단 중 최다인원(7명)으로 구성된 스카우트 팀을 가동해 고교야구 주말리그 모든 경기와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까지 세밀하게 살폈다. 특히 올해는 두산 화수분 야구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한 김현홍 팀장을 새로 영입했고, 아마추어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스카우트 인력을 충원했다. LG 한 스카우트는 “팀원들이 자유롭게 각자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고 팀장도 이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분위기”라며 “스카우트들의 활동에도 상당부분 자율이 보장되고 있다. 1차 지명 임지섭의 경우도 여러 차례 제주도를 방문해 연습경기와 훈련하는 모습을 체크한 게 지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올 시즌 LG의 돌풍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유다.
LG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성남고 배병옥 (외야수, 우투우타, 185cm/80kg) 2013년 16경기 60타수 25안타 4홈런 15타점 7도루 0.417 / 0.500 / 0.633 고교야구의 배 캠프. 야구 잘한다 싶은 선수는 죄다 투수로 전향시키는 추세 속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외야수 한 길을 걸어왔다. 덕분에 야구팬들은 박재홍 이후 한동안 멸종된 줄 알았던 ‘5툴 외야수’를 오랜만에 만나게 됐다. 모 스카우트는 “우수한 신체조건에 파워와 컨택트 능력을 갖춘 선수”라며 “자기 스윙을 하면서도 스트라이크존 전체를 모두 잘 공략하는 재능 있는 타자”라고 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도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겸비했고 외야 수비 범위도 넓다”며 “송구 정확성과 타구판단만 조금 보완하면 대형 외야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병옥이 1군 외야수로 자리잡게 되면, 더 이상 LG 경기에서 단타에 2루 주자를 홈까지 허용하는 안타까운 장면은 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5툴 중 가장 자신 있는 부분으로 ‘강한 어깨’를 들었다. 반면 주루 센스는 스스로도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그러나 스카우트들 평가로는 주루센스와 순간적인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전형적인 ‘LG 스타일’ 마스크를 지녔다.
경남고 유격수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장준원.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유격수로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
2라운드 : 경남고 장준원 (유격수, 우투우타, 183cm/77kg) 2013년 16경기 55타수 13안타 6타점 3도루 0.236 / 0.313 / 0.291 큰 키와 늘씬한 체형의 고교 탑클래스 유격수. 투수로 140km/h 가까운 빠른 볼을 던질 정도로 어깨가 강하다. 여기에 수비에서 발놀림이 좋고 좌우 수비범위가 넓어 까다로운 타구도 곧잘 처리한다. 포구에서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이 매끄럽고 올해 고교 유격수 중 가장 송구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타격에서도 올해는 좀 부진했지만 추후 발전할 여지가 많다. 아직 힘과 요령은 부족하지만 맞히는 능력이 좋고 떨어지는 변화구에도 잘 대처해낸다. 프로에서 충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치면 공수겸장 유격수로 성장을 기대할 만한 재목이다.
동국대의 장거리포 3루수 양석환. 정성훈의 뒤를 이을 3루수 요원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3라운드 : 동국대 양석환 (3루수, 우투우타, 185cm/90kg) 2013년 20경기 81타수 26안타 2홈런 13타점 0.321 / 0.378 / 0.469 몇 해전 입단한 김재율의 업그레이드 버전. 향후 장거리포 3루수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LG 스카우트 관계자는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 변화구 공략은 좀 약하지만 손목 힘이 탁월하고 배팅 파워가 좋다”고 평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도 “순발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고교 유격수 출신이라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준다”며 “타구 처리 동작이 매끄럽고 송구도 정확하다. 좋은 3루수가 될 것 같다”고 평했다. 차분한 성격에 리더십을 갖춘 선수로 멘탈도 좋다는 평가가 많다. 역시 태어날 때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태어난 듯한 마스크의 소유자다.
큰 키에 늘씬한 체형이 돋보이는 제물포고 유격수 류형우. 대형 선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재목감이다.
4라운드 : 제물포고 류형우 (유격수, 우투우타, 181cm/72kg) 2013년 16경기 58타수 22안타 12타점 4도루 0.379 / 0.493 / 0.603 장준원과 마찬가지로 유격수로는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이다. LG 관계자는 “내야수로 이상적인 신체조건을 갖췄고 몸이 유연한 게 장점”이라며 “공수에서 발전성이 높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타격에서는 날카로운 스윙을 자랑한다. 올해 3할대 후반의 타율을 기록하며 제물포고 타선을 이끌었다. 여기에 어깨도 강한 편이고 경기에서 상황 판단이나 수비 센스 등도 뛰어나다.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눈여겨볼 만한 선수다.
5라운드 : 경남고 한석현 (외야수, 좌투좌타, 181cm/73kg) 2013년 16경기 58타수 16안타 6타점 8도루 0.276 / 0.403 / 0.345 경남고 중견수로 올해 들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장타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배트 중심에 맞히는 능력이 좋고 밀어치기로 많은 안타를 만들어낸다. 빠른 발과 센스를 바탕으로 주루 능력에서도 좋은 평을 듣는다. 어깨도 중견수 치고는 괜찮은 편. 다만 중학교 때 뒤늦게 야구를 시작한 관계로 아직은 선수로서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 수비에서 첫 스타트나 낙구지점 포착, 상황 판단 등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성주 차장은 “늦깎이 선수라 아직 야구 감각이 떨어지는 편”이라면서도 “재능이 있는 만큼 잘 육성해서 언젠가 야구에 눈을 뜨게 되면 좋은 외야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경남고 중견수 한석현. 짧은 구력에 비해 외야수비와 타격에서 보여주는 재능이 뛰어나다.
6라운드 : 선린인터넷고 진재혁 (투수, 우투우타, 178cm/68kg) 2013년 10경기 2승 3패 41.2이닝 31탈삼진 평균자책 1.29 지난해까지는 주로 3루수로 활약하다 올해 들어 투수로 전향했다. 짧은 투수 경력에 비해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다. 정성주 차장은 “볼을 던질 때 임팩트를 가할 줄 안다. 슬라이더와 포크볼 등 구종도 다양하다”고 했다. 아직 제구가 다소 불안정한 게 흠.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명한 선수다. 성격이 워낙 좋아서 팀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7라운드 : 고려대 조윤성 (외야수, 우투우타, 187cm/88kg) 2013년 8경기 28타수 6안타 2타점 0.214 / 0.241 / 0.286 경기고 시절인 4년전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에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1번타자 겸 중견수로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아시아청소년 대표팀 멤버로도 뽑혔다. 하지만 길게 보고 고려대 진학을 선택. 아쉽게도 대학에서는 이런저런 불운으로 기량이 크게 늘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모 스카우트는 “코칭스태프의 타격이론과 본인의 스타일이 잘 맞지 않아서 약간 혼란을 겪은 것 같다”고 했다. 4학년인 올해 초에는 고교팀과 연습경기 중 몸에 맞는 볼로 골절상을 입고 오랫동안 고생했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외야 수비와 송구능력, 컨택트 능력을 갖춘 선수다. 줄무늬 유니폼이 불운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기를.
경남고 오세민이 주위의 다른 선수들에게 큰 부담감을 주고 있다.
8라운드 : 경남고 오세민 (투수, 우투우타, 186cm/83kg) 2013년 10경기 3승 3패 38.1이닝 31탈삼진 평균자책 3.75 경남고의 미소년 에이스. 유연한 투구폼에 기본적으로 하체를 사용할 줄 아는 투수다. 올해 속구 구속 141km/h까지 기록했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채로운 구종을 구사한다. 한 스카우트는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을 갖췄다”며 “후반기 주말리그 상원고를 상대로는 1피안타 완봉승을 따낼 정도로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다만 공이 다소 가벼운 편이고 높은 코스 실투가 많아서 장타를 자주 허용한다. 모 스카우트는 “팔 동작이 한창 좋다가 후반기 들어 바뀌면서 갑작스레 난조를 보였다”며 “팔꿈치 동작만 보완하면 원래 폼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LG에 꼭 가고 싶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었다.
9라운드 : 세계사이버대 김정택 (투수, 우투우타, 190cm/90kg) 2013년 7경기 1승 1패 17.1이닝 9탈삼진 평균자책 4.24 교과서적인 예쁜 투구폼을 갖춘 우완 정통파 투수. 190cm 큰 키에 투구폼이 부드럽고 투구 밸런스가 좋은 선수다. 지난해까지 130km/h도 안 나오던 직구 구속이 올해 들어 최고 139km/h까지 급상승했다. “계속해서 기량이 올라오고 있는 투수다. 피칭에 대해 눈을 뜬 것 같다”는 스카우트 관계자의 전언. 2년제 대학 소속으로 다른 대학 투수들보다 한 살 어린 나이도 장점. 게다가 군면제다.
10라운드 : 개성고 박재욱 (포수, 우투우타, 181cm/77kg) 2013년 14경기 52타수 11안타 2타점 0.212 / 0.241 / 0.288 LG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선택한 선수는 고교 포수 중 수준급의 수비력을 갖춘 개성고 박재욱. 지난 주말리그 마산고와 경기에서 상대 도루시도 4차례를 전부 잡아내며 스카우트들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 견제구로 잡아낸 주자까지 포함하면 당시 박재욱이 잡은 아웃카운트만 총 6개. 정성주 차장은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라며 “포수 출신 김성현 코치가 맨투맨으로 집중 훈련을 시켰다”고 했다. 도루저지의 비결은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송구동작. 타격에서도 스윙은 어느정도 기본기가 갖춰졌다는 평이다. 다만 발이 아주 느린 편이라는 게 약점이다. 수비형 포수로 장기적인 육성 대상이다.
컨트롤 피처와 우타 슬러거, 내야수에 집중한 넥센
“투수는 즉시전력감으로 쓸 수 있는 선수를, 타자는 팀에 부족한 내야수를 주로 지명했다.” 주성노 스카우트 이사의 말처럼 올해 넥센은 신인 2차 지명에서 뚜렷한 목표와 전략을 갖고 나섰다. 투수쪽에서는 안정적인 컨트롤과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주로 지명 명단에 들었다. 넥센 투수진의 고질적인 약점이 컨트롤 불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에 강윤구 등 주력 투수들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점, 4강권 순위싸움을 하는 강팀으로 올라선 팀의 위상도 빠르게 1군에서 쓸 수 있는 투수를 필요로 한 이유다. 지난해까지 성장 한계점은 높지만 육성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유망주(조상우가 대표적이다)를 주로 선택했던 것과는 달라진 부분. 이에 1라운드에서는 고교 최고의 제구력을 자랑하는 하영민을,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는 대학 정상급 투수인 구자형과 박병훈을 뽑았다. 9라운드에서 지명한 공주고 에이스 이재림도 제구력이 강점인 투수다.
넥센은 투수진 보강과 함께 내야수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주성노 이사는 “내야수들의 부상과 이탈로 팀내에 내야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강정호, 김민성 등 주력 내야수들의 공백이 생길 경우에도 미리 대비해둘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열린 1차 지명에서 대형 유격수로 성장이 기대되는 덕수고 임병욱을 뽑았고, 2차 지명에서도 덕수고 임동휘(3루수)와 야탑고 김하성(2루수), 경기고 송현우(1루수) 등을 두루 골랐다. 주성노 이사는 “1루-2루-3루-유격수를 하나씩 뽑으면서 내야 부족이 어느 정도는 해소된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3라운드에서 김하성을 얻은 게 의외의 수확이라고. 김하성은 대부분의 구단에서 2라운드 이전에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던 선수. 한때는 연고지 구단의 1차 지명 대상으로도 거론될 만큼 준수한 재능을 갖춘 선수다. “2라운드에 임동휘를 뽑으면서 김하성은 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봤는데 다행히 차례까지 돌아왔다” 주 이사의 말이다.
한편 넥센이 뽑은 야수들을 보면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오른손 타자라는 점. 1루수인 송현우를 제외하면 임동휘(스위치 히터) - 김하성 - 이용하 - 김광영 등이 모두 오른쪽 타석에 나서는 선수다. 넥센 고형욱 스카우트는 “이전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들 중에 고종욱, 이상호 등 좌타자가 많아서 이번에는 우타자 위주로 균형을 맞췄다”고 했다.
또 신인타자 전원이 파워히터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홈런 3방을 날린 임동휘와 공격형 포수감인 이용하, 장거리포 외야수 김광영, 중장거리형 좌타자 송현우 등이 전부 차기 거포감이다. 김하성도 포지션은 2루지만 파워히팅을 하는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주성노 이사는 “빠른 선수들은 팀내 기존 야수들 중에 충분하다고 봤다”며 “현재 프로야구에도 우타자 슬러거가 부족하지 않나. 앞으로 장거리포 우타자로 성장할 만한 선수를 많이 뽑았다”고 밝혔다.
넥센은 그간 신인 드래프트에서 잠재력이 풍부하고 뚜렷한 장점이 있는 선수에 초점을 맞췄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전력에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는 팀 상황에 맞게 신인 선발에서도 현재보다는 미래를 먼저 고려한 것이다. 허나 팀이 본격적으로 4강 싸움에 뛰어든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앞으로 지속적인 강팀이 될 수 있느냐가 달린 갈림길. 여기서 다시 하위권으로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4강권에 드는 강팀으로 가려면, 우선 1군에서 싸워줄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 또 시즌 중에 주전 멤버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체요원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전력 공백에도 미리미리 선수를 키워서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넥센은 제구력 좋은 투수들과 향후 주전으로 성장할 내야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팀에 꼭 필요한 부분을 채웠다. 우타자와 파워히터 유망주를 대거 발탁하며, 조만간에 찾아올 프로야구의 트렌드 변화도 미리 준비했다. 길었던 리빌딩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항상 미래만 있던 넥센에 이제는 ‘현재’가 생겼다. 달라진 넥센의 위상이 잘 드러난 올해의 2차 지명이다.
넥센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진흥고 하영민 (투수, 우투우타, 180cm/63kg) 2013년 16경기 6승 7패 103이닝 97탈삼진 평균자책 0.87
넥센 관계자는 “2차 지명 투수 중에 가장 뛰어난 투수를 뽑았다”고 했다. 빠른 볼 구속은 최고 141km/h.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고교 레벨에서는 가장 뛰어난 제구력과 경기 운영, 완투 능력을 갖췄다. 수비 실수로 무사 만루 위기가 와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실점 없이 막아내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에이스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투수라 할 만하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스트라이크로 구사할 줄 안다. 변화구의 각도 예리한 편. 여기에 내야수 출신답게 민첩한 번트 수비와 주자 견제 능력까지 발휘한다. 모 스카우트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투구폼과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를 갖췄다”고 평했다. 볼이 가벼운 편이라 일단 배트에 맞으면 안타로 연결되는 빈도가 높다는 게 약점. 앞의 스카우트는 “프로에서 잘 먹고 웨이트를 통해 힘을 키우면 지금보다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며 “선발투수 요원으로 키워볼 만한 투수”라고 예견했다. 주성노 이사는 “물론 볼 스피드가 늘면 좋겠지만, 지금 현재 갖고 있는 제구력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투수”라고 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3~4km/h 정도는 충분히 스피드를 늘릴 수 있는 재질을 지녔다”고 낙관했다.
덕수고 4번타자 임동휘. 황금사자기에서의 부진을 후기 주말리그와 청룡기에서 완벽하게 털어냈다.
2라운드 : 덕수고 임동휘 (3루수, 우투양타, 183cm/84kg) 2013년 21경기 71타수 25안타 3홈런 19타점 5도루 0.352 / 0.447 / 0.606
고교 내야수 중 최고의 장거리포를 자랑한다. 183cm의 좋은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배팅 파워가 일품. 올해 고교야구에서 홈런 3개로 배병옥(성남고, LG 지명)에 이어 홈런 2위에 올랐다. 연초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1할도 안 되는 타율에 허덕였지만, 타격폼을 바꾼 후반기에는 연일 장타를 쏘아 올리며 본 모습을 되찾았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양쪽 타석에 모두 들어서는 타자 중에는 드물게 중장거리포를 칠 수 있는 선수”라며 “수비에서도 올해 들어 부쩍 좋아졌다. 조금 굼뜬 편이긴 하지만 포구와 송구 모두 안정적이고 실수가 적다”고 평했다. 다만 타석에서 생각이 많은 편이라 한번 슬럼프에 빠지면 부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코너 내야수라면 장타력이 필수”라는 넥센 이장석 대표의 지론에 잘 부합하는 선수다. 한화 임주택 운영팀 매니저의 아들로 야구인 2세. 현재까지 성장세만 봐선 아버지를 넘어서는 아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3라운드 : 야탑고 김하성 (내야수, 우투우타, 178cm/70kg) 2013년 20경기 69타수 29안타 1홈런 17타점 18도루 0.420 / 0.523 / 0.710
올해 고교 2루수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야탑고 4번타자로 4할대 타율에 7할대 장타율, 18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공수주에서 모두 좋은 기량을 보였다. 체구는 다소 마른 편이지만 강한 손목힘을 바탕으로 곧잘 장타를 날린다. 수비에서도 포구와 송구 동작이 안정적이고 송구 정확성이 좋은 편이다. 타석에서 1루까지 4초 초반대로 빠른 발을 자랑하며 도루능력과 주루 센스도 뛰어나다. 다만 이따금 수비에서 집중력 부족으로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게 옥의 티. 기본기보다는 자기 재능에 의존한 플레이도 프로에서는 조정이 필요하다. 수비와 주루 능력 만으로도 팀에 빠르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인 건 분명하다.
넥센의 미래 키스톤 콤비? 임병욱(우측)과 김하성이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4라운드 : 동의대 구자형 (투수, 우투우타, 188cm/88kg) 2013년 10경기 6승 무패 35이닝 39탈삼진 평균자책 1.80
대학야구의 강자, 동의대 에이스다. 190cm에 달하는 큰 키에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듯한 투구폼이 타자에게 위압감을 준다. “큰 키를 잘 활용하는 선수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은 곳에서 형성되고 볼의 각과 무브먼트도 좋은 편”이라는 넥센 스카우트의 설명이다. 최고 142km/h의 빠른 볼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종도 다양하다. 다만 유연성이 떨어지는 편이라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주성노 이사는 구자형이 동의대 소속으로 여러차례 전국무대 우승을 경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많은 우승을 경험한 선수다. 많이 이겨본 경험이 있는 선수는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노하우가 있게 마련이다.” 주 이사의 얘기다.
5라운드 : 세한대 박병훈 (투수, 우투우타, 180cm/78kg) 2013년 8경기 3승 2패 34.2이닝 32탈삼진 평균자책 0.51
팀전력이 약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스카우트들의 평가가 좋은 투수다. 올해 34.2이닝을 던질 동안 단 3실점(2자책점)만 허용하며 0.51의 비디오 게임같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최고구속은 140km/h 정도로 아주 빠르지는 않은 편. 대신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대학 투수 중 최상위권의 제구력을 발휘한다는 게 넥센 측의 설명이다. 주성노 이사는 “고교 시절 내야수였다가 대학에서 투수로 전향했는데, 기간에 비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손끝 감각이 좋아 변화구를 잘 던지고 제구가 좋다”고 소개했다. 프로에서는 중간계투로 빠르게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고 포수 이용하(좌측)는 야구인 이병훈 해설위원의 아들이다. 고교 포수가 프로에서 자리잡기 쉽지 않은 시대. 이용하가 포수로 자리잡아 공격형 포수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6라운드 : 성남고 이용하 (포수, 우투우타, 185cm/80kg) 2013년 17경기 54타수 20안타 1홈런 14타점 0.370 / 0.493 / 0.519
이병훈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둘째 아들. 아버지는 몰라도 형보다는 확실히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 넥센 고형욱 스카우트는 “체격조건이 우수하고 타격에서 발휘하는 파워가 장점”이라고 했다.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는 공격형 포수로 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포수 수비에서는 모든 부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고형욱 스카우트는 “포수를 늦게 시작해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도 “블로킹은 괜찮은 편이고 어깨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아마추어에는 포수가 전문적인 지도를 받을 기회가 많지 않다. 프로에서 집중적으로 포수 훈련을 받으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간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1루나 외야수를 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계속 받았지만, 선수 본인은 “포수로 반드시 성공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7라운드 : 동아대 김광영 (외야수, 우투우타, 185cm/85kg) 2013년 14경기 50타수 18안타 12타점 8도루 0.360 / 0.417 / 0.440
파워와 컨택트 능력을 겸비한 호타준족 외야수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타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며 “소위 말하는 결대로 치는 타입이다. 외야 전역으로 타구를 보내는 타자라서 상대 수비수들이 위치를 잡는데 애를 먹는다”고 했다. 여기에 빠른 발과 수준급의 주루 능력도 갖췄다. 단 외야 수비에서는 빠른 발을 충분하게 활용하지는 못하는 모습. 첫 스타트가 약간 늦은 편이라 보완이 필요하다. 변화구보다는 직구 공략에 강점이 있다. 7라운드에서 뽑긴 했지만 1군에서 좋은 외야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다.
올해 넥센이 뽑은 유일한 좌타자 송현우의 타격 동작.
8라운드 : 경기고 송현우 (1루수, 우투좌타, 185cm/82kg) 2013년 19경기 72타수 20안타 1홈런 15타점 3도루 0.278 / 0.329 / 0.458
넥센이 지명한 또 한 명의 야구인 2세. 전 KIA 송인호 코치의 아들이다. 주 포지션은 1루수. 타격 정확성은 약간 미흡하지만 좌타석에서 발휘하는 파워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넥센 고형욱 스카우트는 “좀 과장일지 몰라도 타격하는 모습이 양준혁 해설위원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며 “그만큼 배팅에 소질이 있는 선수다. 구단에서도 방망이를 높게 평가해서 지명했다”고 했다. 올해 초까지는 이름이 송형찬이었다. 송형찬으로 기록한 성적은 타율 .231에 2타점. 그러다 “야구선수로 성공하려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어머니의 적극적인 권유에 송현우로 개명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홈런도 치고 타율도 2할 7푼대로 올랐다. 고형욱 스카우트는 “송구도 송형찬은 약간 불안한 감이 있었는데 송현우는 안정감이 있다”며 웃었다. 대학 진학 가능성도 있다.
9라운드 : 공주고 이재림 (투수, 우투우타, 184cm/90kg) 2013년 15경기 5승 4패 69.1이닝 43탈삼진 평균자책 2.76
최근 끝난 대통령배 대회에서 공주고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고형욱 스카우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구력과 경기 운영이 향상되는 모습이다. 대통령배에서 좋은 투구를 하면서 한 단계 성숙해졌다”고 평했다. 체구만 봐선 150km/h 광속구를 던질 것 같지만 실은 컨트롤 위주의 투수라는 게 반전. 최고구속 141km/h의 빠른 볼을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과 섞어 던진다. 타 구단 스카우트는 “투구폼이 부드럽고 제구가 좋은 편이다. 변화구를 섞어 완급조절도 할 줄 안다”고 했다. 주자 없을 때는 130km/h대 직구를 던지다 주자가 나가고 위기상황이 되면 140km/h 가까이 구속을 끌어올려 윽박지르는 투구를 한다. 체중조절만 잘 하면 지금보다 구속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이재림의 살을 떼어 하영민에게 나눠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주고 대통령배 우승의 주역 이재림. 육중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정교한 컨트롤을 자랑한다. 넥센 관계자는 "하영민은 찌워야 하고 이재림은 빼야 한다"고 했다.
10라운드 : 인천고 김윤환 (투수, 우투우타, 181cm/80kg) 2013년 7경기 1승 무패 15.2이닝 12탈삼진 평균자책 4.02
넥센이 뽑은 투수 중 유일하게 컨트롤이 아닌 볼 스피드로 승부하는 선수. 최고 구속 142km/h에 강한 손목힘을 바탕으로 힘이 실린 직구를 던진다. 투구폼도 무리 없이 안정적인 편. 다만 고교에서 뒤늦게 투수로 전향한 탓에 아직까지는 컨트롤이나 위기관리에서 약점이 많은 편이다. “마지막 라운드인 만큼 앞의 투수들과 달리 발전 가능성을 보고 뽑은 선수”라는 넥센 관계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