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만물상점]
(프롤로그)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눈이 떠졌다.
오늘도 이 귀찮고 지루하고 배고픈 하루의 시작인거다.
왜 눈은 떠지게 만들어져있는건지, 나도 좀 편안하게 쉬고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뭘 어쩌겠는가.
난 돈없고 힘없는 평민이다- 이거다. 그러니까, 돈많고 시간많은 귀족아가씨들과는 다르게
하루하루를 돈과의 씨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거다.
"하암…"
아직 눈커풀도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뭐, 익숙하니까 넘어가지.
내가 잠버릇이 심한건지 어떤건진 몰라도 항상 아침에 일어나보면 머리가 새집이 되어있었으므로
손가락을 머리빗 삼아서 쭉쭉 빗어봤다. 으으… 옅은 갈색빛이 도는 머리카락이 손에 걸려있는게, 또 한움큼 빠지는건가.
요즘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탈모증이 유발되는것 같다. 이거 안좋은데. 안그래도 머리숱이 많은편도 아닌데, 난 아직
햇빛을 받아서 샤르방- 하게 번쩍거리며 빛나는 대머리를 가지고 싶지 않다. 생각만해도 싫다. 근데 머리 관리같은걸 할시간도 없는데 어쩌리까.
어쨌든, 정신없는 머리를 다듬고, 대충 씻고 옷을 걸친후에 -밥은 못먹었다- 집을 나섰다.
…배고프다.
어젯밤에 감겨오는 눈을 간신히 열어서 했던 삯바느질거리를 담은 광주리를 가지고 나왔다. 이거 가져다줘서 받는 돈으로 아침을 해결해야겠네.
나의 사랑스러운 집은 정말 있어야 할것만 있는, 소위 말하는 '통나무집'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다만 보통의 통나무집과 다른것은, 보통 통나무집 하면 제법 커다란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인데
나의 집은 굉장히 아담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담하다는건 좋게말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정말 한사람이 간신히 생활할만한크기였지만.
그렇게 집에 문이 잘 잠겼나 , 손잡이를 몇번 돌려서 잘 잠긴것을 확인하고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슬슬 사람이 많아지는것이 느껴지면서 어느새 시끌벅적한
시장거리로 들어왔다. 내가 들어서자, 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사람들이 한번씩 쳐다보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역시 평소에 착하게 살고봐야지. 이래야 나중에 득도 되는게 많단말야.
음음. 내 인맥은 언제나 최고조지. 암, 그렇고 말고.
그렇게 한명한명 웃으면서 화답해 주면서 걷고있는데,
청색 좌판에 여러 색색의 과일을 올려놓고 과일을 팔고있던 아저씨도 내 아리따운 이름을 부르며
인사해주었다. 네네, 대답갑니다.
화사하게 웃는 얼굴로 상큼하게 대답해줬다. 내 미소로 남자몇명 홀릴수 있을것 같기도 한데, 꾈사람도 없단게 문제라면 문제구나.
"이야 - 이게 얼마만에 보는거야? 오랜만이다, 레아!"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그러더니 그 아저씨는 내가 옆에 끼고 있던 광주리로 잠깐 시선을 주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그 바구니는 뭐냐? 너도 뭐 팔러왔니?"
이 아저씨가 왜 남의 치부를 꾹꾹 찔러대시나. 안그래도 아파 죽겠구만?!
"에헤헤, 요즘 돈벌이가 쫌 안되서… 하하, 그럼전 가볼께요!!"
일단 이 낯뜨거운 상황을 어떻게 탈피해야했으므로, 대충 저런식으로 한마디 던진후에 그대로 내가 낼수있는 엄청난 초인스피드로
달려댔다.
***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
분명 내가 기억하는것은, 아저씨가 나의 지고한 자존심에 트리플 크리티컬로 데미지를 줄만한 질문을해서
돈 못 벌어서 삯바느질이나 하고있는 나의 한심한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아저씨가 안보이는 곳까지 무식하게 달렸던것 까지였다.
거기서 기억의 끈은 누가 마라톤 대회에서 일등해서 결승점의 끈을 끊어버린듯이 끊겨있었고… 아니 이제 그런것 따윈 중요치않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대체 여긴 어디인가 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을 설명하는덴 한 마디면 충분했다
'침묵의 거리'
정말 떠오르는 묘사어구는 이게 다였다. 분명 아직 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까까지 미친듯이 자신의 열기를 과시하던 태양은
어디론가 사라져 어둑어둑 했고, 그 분위기를 뒷받침 해주듯이 들리는 소리도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서있기만 해도 기분이 으스스 해지는 음산한 거리. 차라리 누군가 있어줬으면 조금이나마 이 두려움은 덜어졌을 텐데도
이 거리사람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 처럼 다들 어딜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좀 걷다 보면 뭐든 나오겠지. 설마 돌아다니는 순찰관도 없겠어?"
내가 나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 취지에서 입밖으로 소리까지 내가면서 말했지만,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확실히,
내 지금 속마음상태를 나에게 재확인이라도 시켜줄 속셈인지, 덜덜거리며 미칠듯이 떨려대고 있었다.
그렇게 거의 내 체내시계로 한시간 남짓을 이곳 저곳 돌아다닌듯 싶었다. 그러나 나의 간절한 바램을 하늘에사는 어떤놈이 개무시하는지 마주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포기 할수는 없었다. 하늘에 사는 어떤놈한테 복수해주기 전부터는 절대 여기서 죽을수없어!!
ㅡ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내 입밖으로 내기엔 너무 적나라하게 하늘에 사는 어떤놈을 욕하는 말이라서 입밖엔 내지 않고,
그냥 마음속에서 꿍얼댈수밖에 없었다. 혹시 정말 하늘에 누군가가 살았다가 방금 내말을 들어서 평생 여기서 안꺼내줄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들었으니깐.
결국, 계속 걷고 걷고 걷고 또 걷고의 발과 다리근육에 엄청난 무리를 주는 행동을 하면서 또 걸었다.
엄청나게 걸어대서 체내시계도 지쳤는지 시간감각도 슬슬 사라져갈 무렵, 난 또 계속해서 걷고있었는데,
눈앞에 제법 커다란고동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당장 톡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와장창 거리며 무너져 버릴듯이 연약한 자태를 뽐내는
게시판 하나가 보였다. 정말 낡았군, 이런건 철거안하나? 등등의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뜯어보려고 얼굴을 들이밀자 마자
떡하니 시커먼 고동색의 낡은게시판과 맞지 않게, 빳빳하고 새하얀게 새종이라는것을 눈만있으면 뻔히 알수있게 생긴 종이게시물이 붙어있었다.
뭔가 읽어야할듯한 기분이야. 읽고 싶어. 읽고싶다구우우?!
읽고 싶으면 읽어야지. 난 손을 뻗어서 그 무지하게 읽고싶은 지적충동을 일으키는 종이를 게시판에서 떼내서 눈앞에 대고 읽었다.
[ 만물 상점에 어서오십시오.]
"…만물상점?"
만물. 내 생각이 맞다면 '萬物' 이라고 쓰는 한자가 맞겠지. 만물이라함은 세상모든물건을 뜻하는 말일테고.
상점이라함은 말그대로 물건을 파는곳. 상점인걸게다. 근데 왜 글자만으로도 이렇게 사람을 기분나쁘게 만드는거지? 왜지?
나의 소중한 기분을 읽는것만으로도 상하게 만드는 이 엄청난 종이 쪼가리의 비밀을 캐내기위해서 밑으로 계속 읽어내려갔다.
[ 저희 가게는 손님여러분이 어떤 분이시든, 어떤 물건을 찾으시든, 그런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가지만 기억해 주시면 됩니다. 물건을 사실때는, 그에 맞는 대가는 반드시 받는다는
것을. 그럼, 저희 가게에 약도는 밑에 첨부하였으니 찾아오십시오.]
"정말 만물상점인가?…랄까 찾는 물건이 만약 없으면 어쩌려고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거지… 음? 밑에 뭐라고 더 써있는거 같은데…"
[ps. 아르바이트 구함. 급료는 상담후에.]
그 구절을 읽은 순간, 내 두 눈은 회심의 빛으로 가득찼다(덧붙여서 눈이 순간 $자로 가늘게 변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나에게는 돈이 정말 없었다. 삯바느질을 하면서 돈을 벌려고 해도 고작 바느질로 벌수있는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당장 바느질이라도 안하면 굶어죽게 생겼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바늘을 집어들었다만,
이 일이 언제까지 될지도 상당히 미지수였다. 그렇다면-
나는 양피지에 적힌 약도를 꼼꼼히 읽었다. 다행히 약도는 지금 서있는 이 자리를
기준으로 쓰여있었다. 이 침묵의 거리를 벗어 날수도 있었다. 이런걸 가지고 일석이조라고 하는것인가.
그리고 나는 약도를 보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이때의 나는, 앞으로 어떤일이 닥쳐올지따윈
상상조차 아니, 망상으로 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
올릴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결국 올리는군요.
재미없는데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개그센스의 한계가 소설쓰면서 보이는 이 뭐같은 현상을 겪고있는건 저뿐이겠지요.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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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알바!!! (= ㅁ= 엄청난 반전이닷.)
흐아 , 알바!! 이제부터 캐노가다 안습의 알바일기입니다!!<-
개그센스가 화려하게 넘쳐나시는군요(반짝) 다음편을 기대하는 류렌이었습니다(?)
캄사합니다 ㅠㅠㅠ 원래 재미없는 인생을 재미없는 말과 재미없는 행동으로 살아오던 저인지라 갑작이 이렇게 개그센스를 발휘하려니 손이 안움직이던데 ㅠㅠ 열심히 쓰겠습니다 ㅠ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실 대가래봤자 동그랗고 금빛 반짝이 정도인데다가 '대가'에 대한건 중후반에나 등장하니 일단은 캐안습 알바일기가 초반 내용이랍니다 [...]
만물상점... 용의 후계자(맞나?) 라는 소설책 맨 뒤 부록에 만물상점을 주제로 한 진짜 재밌는 소설이 있었다는... 크허허, 그거 보면서 진짜 웃었는데. 기대하겠습니다!
용의 후계자라 - 처음들어보는 이름인데 찾아봐야겠군요 ㅠ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어요~ =▽=* 다음편 기대되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
오오..기대되는 처음 맛보는 듯한? 전개랄까. 담편이 기다려 지네요~~ 기대하겠습니다 항상 화이팅!!
으으 성실연재가 목표지만 굼벵이랑 지렁이랑 달리기 시합해서 지는쪽보다도 느린 연재가 되버릴지도 모르겠심다 [...]
아아 잘봤습니다 ㅎㅎ 1편부터 다시.. ㅠㅠ 봐야곘다;; ㅎㅎ
헤헤 ^ㅠ^ 이거 두번째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