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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경기도 일산, 한국.
어느 빌라에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른 아침 6시, 늦가을과 초겨울의 경계시점이어서 그런지 밖은 완전 어두컴컴하다.
한 남자가 방금 막 샤워하고 나와서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있다. 그의 침대에는 온갖 옷들로 정리된 여행가방이 놓여있었고 가방 옆에는 여권이 놓여있다.
어디론가 떠나는 모양이다. 이 남자.....
이 남자는 화장실에서 나와 옷장에서 회색 목티 한 벌과 진한청바지 한 장을 꺼내 갈아 입고, 화장대로 가서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있다. 사실 거기에는 스킨과 로션밖에 없다.
화장대 서랍에서 무언가가 적혀있는 종이를 꺼낸다. '大阪府 大阪市(오사카부 오사카시)'라고 쓰여져 있는걸로 보아 이 남자는 일본에 가려는 모양이다. 남자는 그 종이를 곧바로 그의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는 여행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같은 날, 오사카부 오사카시, 일본
'金田(카네다)'라고 박혀있는 패가 대문 옆에 붙여져있고 그 뒤로 이층의 하얀집이 떡하니 놓여있다. 집 뒤쪽으로 돌아들어가보니 마루가 있고 마당으로 추정되는 곳에 정원이 꾸며져 있다. 마루를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먹다 남은 컵라면, 수십벌의 옷들,잡지,캔맥주, 무언가 쓰다 버린 종이뭉치들이 널부러져 있다. 그리고.............
움직이는 무언가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사람이다. 초록색 바탕에 허리서부터 발목끝자락까지 흰 선 한가닥이 수놓아져있는 츄리닝 바지에 하얀 민무늬 티셔츠를 입은 여자다. 때마침 한 구석에 있던 알람시계가 울리기 시작한다.
이 여자는 듣는 척도 안하고 잘도 잔다싶더니 짜증나는 듯이 일어나 알람을 끄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반대쪽 구석에 있던 다른 알람시계가 방금 전것과는 차원이 다른 음량으로 울리기 시작한다. 이 여자도 방금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짜증을 내면서 일어나 알람을 끈다. 그리고는 화가 났는지 화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이 여자는 머리감고 세수하고 이닦는데 1분도 안걸렸다. 헤어 드라이어도 안쓰고 수건으로만 머리를 말리면서 다시 거실로 나온다. 머리를 다 말렸는지 수건을 거실 한가운데 있는 코타츠(일본의 전통 난방기구, 쉽게 말하자면 이불덮인 탁상)위에 던져놓고 이 여자 방으로 추정되는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에 아까 전과는 달리 진한청바지에 사이즈가 조금 큰 흰 후드티를 입고 나온다. 이 여자는 다시 코타츠쪽으로 가서 수건 옆에 있는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뒤쪽 쇼파에 있는 갈색크로스백을 들고 집을 나선다.
길고 긴 주택가에서 혼자 걷고 있는 여자는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는걸 느꼈는지 손을 녹이고 있다.
"에리카!!!!!!!!!"
갑자기 먼발치에서 이 여자랑 같은 또래인 다른 여자가 부른다. '에리카'라고 부르는거 보니 여지껏 봐왔던 이 여자이름은 에리카인가보다.
"료코짱, 미안!"
이 친구 이름은 료코인가 보다. 이 여자한테 많이 화가 나 있나보다. 인상이 심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늦었잖아!!!! 30분이나!!!! 너는 화장도 안하면서 왜 그렇게 늦냐? 또 잤냐??"
"미안미안 헤헤.....갈까??"
대충 생김새로 보아서 두 사람 다 대학생인것 같다. 뭐랄까....수수하다고나 할까 뭇 여대생 필이 물씬 풍기는 애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이 동네에서 얼마 안떨어진 '나나호시 대학'이라는 한 대학교다.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캠퍼스안에 있는 학생들 다 저마다 추위에 떨면서 걸어다닌다. 캠퍼스로 들어와서 직진으로 쭉 걸어간지 얼마 안돼 료코라는 친구는 이따보자면서 옆길로 들어간다. 계속 앞으로 한참을 걸어간 에리카라는 여자는 '국제학부'라고 쓰여진 건물에 들어간다. 건물에 들어가니 1층 로비에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그냥.....국제학부학생들이 다 모여있는것 같다. 저마다 웅성웅성거려서 그런지 소음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시끄럽다. 이 여자는 그중에서 아는 사람을 봤는지
"선배!"
노란색 목티에 진한 스키니진을 입고 갈색 뾰족 구두를 신은 긴 생머리의 한 여자가 이 여자한테 잠깐 와보라는 식의 손짓을 한다. 에리카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선배쪽으로 걸어갔다.
"무슨일이에요? 여기 학생들 전부다 모인것 같은데요?? 그것도 3,4학년 선배님들만 있어요."
"사실 확인하러 갔다 온다더니 왤케 늦게와...."
"에? 누가요?"
에리카라는 이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2층 계단에서 허겁지겁 뛰어 내려온 한 남학생이 입구 쪽으로 달려가서 학생들쪽을 바라본다. 순간 그렇게 웅성거리던 학생들이 다 그 남학생에 조용히 집중하기 시작한다.
"여러분.............."
이 여자의 선배가 뭔가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킨다. 에리카라는 여자는 그 모습을 되게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런데 그 여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3,4학년 애들 전부 긴장을 하고있다. 입구에 있던 남자가 다시 말을 이은다.
"제가 좀전에 이와모토 교수님께 직접 물어본 결과.................."
그 선배라는 여자, 이제는 손까지 떨기 시작한다. 식은땀까지 나더니 눈을 심하게 깜빡이고 있다. 역시 이 여자 뿐만이 아니었다. 전부 다 벌벌 떨고 있다.
"내일 온답니다."
"꺄아!!!!!!!!!!!!!!!!!!!!!!!!!!!!!!!!!!!!!!!!!!!!!!!!!!!!!!!!"
"아악!!!!!!!!!!!!!!!!!!!!!!!!!!!!!!!!!!!!!!!!!!!!!!!!!!!!!!!!"
입구에 있던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비에는 아까 웅성거리는 소리보다 훨씬 큰 소음을 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 소음은 두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여자 선배들이 내는 환희의 소음, 다른 하나는 남자 선배들이 내는 절망의 소음. 도대체 누가 내일 오길래 남녀의 반응이 상반대가 됐을까...........
오후 12시, 오사카 공항
잊고 있었다. 이 남자. 오사카에 드디어 도착했다. 집나선지 6시간만에 도착한거보니 한국에서 볼일 마저보고 10시 반쯤에 비행기 탄거 같다. 이 남자는 바로 출국수속을 받으러 출국수속 밟는 곳으로 갔다. 남자는 거기에 있던 안내원에게 자신의 여권을 줬다. 그 여권을 펼쳐보니 이름은 '김성진'이다. 1983년 8월생이다. 뒷면에 여행기록을보니 2년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간 기록이 있었다.
"김성진상, 지문 찍을거니깐요, 여기에다가 양검지손가락을 올려주세요."
"네."
그렇게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온 이 남자는 핸드폰을 꺼내서 어디에다가 전화를 건다.
"네,아버지 지금 공항에 왔어요. 집에 계세요?.............네네, 택시타고 들어갈게요................열쇠가 어딨다고요???.....아아 우체통 안에요?.......네, 지난번에 알려주신 주소로 가면 되요?...............네네, 제가 일단 가게로 찾아갈게요 아버지. 네 이따뵈요."
남자는 전화를 끊고 공항 앞 택시승차장으로 가 택시를 탄다.
"나나호시대학이요."
출발하고나서 한참을 가고 있다가 대머리에 인자하게 생긴 택시기사가 말을 꺼낸다.
"일본사람이세요?"
"아니요, 한국에서 왔어요."
"아아, 일본어 잘하시네요?"
"아 네;; 여기서 태어나서 초등학교때 있다가 중고등학교는 한국에서 보내고 대학교는 여기서 다녀요."
"아, 대학생이세요?"
"네, 2년 휴학하고 내일부터 복학하려고요."
"2년동안 뭐하셨는데요?"
"아시잖아요. 한국 남성들은 다 20살 넘으면 병역의 의무랄까......거기서 2년을 보내죠 하하;;;"
아......나라의 부름을 받고 대학에서 휴학했구나.....
"아아아아 뭔지 알겠네요. 혹독하다고 들었는데, 괜찮던가요?"
"아 네;;; 처음에만요. 하하 나중에는 지낼만해요."
"고생하셨네요. 근데 정말 일본어 잘하시네요. 완전 일본사람이에요."
"하하 감사합니다."
둘이서 한참을 얘기하면서 가다보니 어느새 아까 그 여자가 다니는 나나호시대학에 도착했다. 남자는 내리자 마자 캠퍼스에는 볼일이 없는지 길을 건너서 어떤 골목 입구에 있는 '金田食堂(카네다 식당)'이라고 쓰인 한 식당에 들어간다.
"저 왔어요."
주방에 있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주방장이 놀라는 표정으로 이 남자를 보고는
"어서와!!!!어서와!!!! 일단 앉어. 아이고~ 딱 2년만이네 하하 시간 참 빨리 간다!!!"
이 남자 아버지인가 보다.
"아버지, 료는 어디있어요?"
"심부름."
누가 각종 야채들이 잔뜩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들어온다.
"다녀왔습.............오!!!!!!!!!!!!!!! 테츠카!!!!!!!!!!!!!!!!!"
이 남자이름은 김성진인데, 왜 방금 들어온 남자는 이 김성진이라는 남자를 보고 '테츠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아는 사람인가보다. 눈치상 방금 들어온 남자 이름은 방금 이 남자가 말했던 '료'라고 하는 남자인가보다.
"오랜만이야 료군. 잘지냈어?"
"잘 지냈지ㅜㅜ 보고싶었어!!!!!!!!!!!!"
활발한 료라는 남자에 반해 차분한 이 남자는 자기에게 와락 안기는 료라는 남자를 떼어내고 주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나서...
"얘, 성진아."
아버지가 남자의 맞은편에 앉는다. 이 남자도 다시 자리에 앉느낟.
"아빠가 갖고있는 이 근처 집말이다.....사실.............그 집에 사람이 있어."
"예?? 누가 살아요?"
"너 군대가고 반년있다가 여기 다닐거라는 어떤 여자애가 세들어서 살어.지금 한 2학년 됐나.."
"네, 그래서요?"
"번거롭겠지만말야 당분간은 걔랑 좀 지내야 될거같아."
"그냥.........저도 아버지랑 료군처럼 위에서 살면 안되요?"
"너도 알다시피 료군은 여기 아니면 갈데가 없어. 이제 거의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잖아. 그리고 위층은 너무 비좁아. 두명도 감당하기 힘들어. 비록 학교는 여기에서 보다는 거리가 좀 되지만, 거기서 다녀도 걸어서 10분밖에 안돼. 게다가 집도 넓잖아. 그리고......."
"그리고요?"
"그 여자애가 이뻐 하하하하"
이 남자 심하게 인상을 찌푸린다.
"아버지, 그런 거는 관심없어요. 근데 그 애는 제가 온다는거 알아요?"
같은 시각, 대학교 근처 편의점
이 에리카라는 여자가 무언가 고민이 있는지 컵라면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다. 이 모습이 못마땅한 료코라는 여자,
"너 왜그래? 요즘 무슨일 있어?"
이 여자, 룤라는 여자의 말이 안들렸는지, 계속 멍하니 앉아있다. 참다 못한 료코가 탁상을 때린다. 그러더니 에리카라는 여자가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료코라는 여자를 보면서
"나 불렀어?"
"에휴~~~한심하다......"
또 얼마 안가서 이 여자가 다시 또 멍하니 앉아있다.
"에리카, 너 왜그래? 무슨일 있어 요즘에??"
한참을 고민하고 있던 이 여자가 마침 알맞게 잘 익은 컵라면 한젓가락 먹고 말을 꺼낸다.
"그게..........우리 집주인말이야......."
"어어, 주인 아저씨가 왜?"
식당
"1주일 안으로 집구해서 방빼라고 그랬어."
"그러면 오래여봐야 1주일만 버티면 되겠네요."
"응응, 그러니까 좀만 참아. 니가 여자 싫어하는거는 잘 아는데말야."
"...................."
"너정도면 되~~~~게 잘생긴거야 임마!!!! 일본여자들도 이쁜애들 많다? 대학가면 여자 사겨야될거아냐. 너 복학하면 3학년이고 내년4월부터 4학년되서 취업준비한다고 연애못하잖아 남은 반년이라도 여자한번 만나봐라 임마."
"....................관심없어요. 저 이제 들어갈게요. 료군!!!!!!"
이 남자가 일어나서 주방에 있던 료라는 남자를 부르자 바로 나와서
"왜? 벌써가게? 좀 더 있다가 가지 뭐하고 벌써가??"
"내일 또 찾아올게. 갈게. 갈게요 아버지."
"조심히 가라."
식당에서 나온 남자는 그 집으로 가는듯했다 식당이 있는 골목으로 계속 걸어가다가 큰 차도가 보이고 거기를 건너더니 아까 여자가 아침에 걸었던 골목이 보였다. 남자는 그 골목에 들어가서 주머니에 주소가 적혀있는 종이를 꺼내 집을 확인하고 있었다. 한참을 찾다가 여자가 사는 집에 와서 주소를 확인하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金田(카네다)'라고 적혀있는 팻말을 만지고 그 옆에 우체통에서 열쇠를 꺼내어 집에 들어간다.
집에 들어가자 남자는 경악을 면치 못했다. 현관에는 신발들이 널부러져있었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각종 쓰레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거실로 들어가보니 거의 쓰레기장이나 다름 없었다. 쇼크를 받은 남자는 그냥 멍하니 서있다. 계~~~속.
"여기가............어디야............."
집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랑 전화를 하고있는 듯 한데 점점 커지고 있다. 집쪽으로 오는건가보다.
그 여자가 왔다.
'철컥'하는 소리에 문이 열리고
"글쎄, 선배님들이 죄다 소리를 지르는거야! 아니 도대체 누가 오는지도 안알려주고, 수업시간 내내 그생각만했다니까 그게 누군지..........."
오늘 신고 온 신발 정리도 안하고 바로 들어와 거실쪽을 향했다. 거실에 있는 남자는 계속 멍하니 서있다. 이미 정신줄을 놓은듯 하다.
" 그나마 오늘 오전수업만 있어서 다행이야. 오후에 집 좀 알아봐야하고.... 갑자기 주인아저씨가 사정이 있다고 집을 1주일 안으로 비우라시지 뭐야;;;;; 아 나 몰라~~ 캠퍼스근처에 싸고 좋은 집 어디 없...................."
여자의 눈이 갑자기 커지고 있다. 입도 쩍하니 벌어지고 있다.............남자를 본것이다.
남자도 어느샌가 정신을 차리고 인기척이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여자가 있었다.
"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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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인사드립니다.
이번에 '고로케 한 입, 김치 한 입'을 쓰게 된 빗방울교향곡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여러곳에서 소설을 써왔지만 인소닷에서 쓰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되네요^
그리고 원고지에만 써있는 소설을 처음 선보이는거라 더 떨리기도하고요.
재미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원고지에는 완결을 한 상태라 중단은 없을겁니다.
분량은 적당한지 모르겠어요. 적당하다면 이대로 갈거고요.
좀 짧다든지 너무 길다든지 그러신다면 2편부터 분량 조절하겠습니다.
이 그리고 이 소설은 매주말에 3편씩 올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재미있든 재미없든 읽으신다음에는 번거로우시겠지만 댓글도 써주셨으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