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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25
그는 깊은 한숨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디너를 위하여 식당에 간 후 라서 라비는 둘 밖에 없었다. 조용하였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빛이 사라진 눈동자에는 눈물만 가득하였다.
“제니와 나의 아기는 내가 죽였습니다.”
그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한번 끄득였다. 그리고 나는 기다렸다. 그의 얼굴을
보면서.
“베개로 얼굴을 덮어 질식하게 하여 죽였습니다. 그리고는 집을 뛰쳐나갔소. 내 아버지는 아이를 아주 좋아하셨지요. 내가 돌아왔을 때는 제니도 없었습니다. 그 일에 대하여서 그리고 제니에 대하여서도 아버지와 나는 묻지도 답하지도 않고 살았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도.”
아이에 대해서도 제니에 대하여서도 나는 울지도 묻지도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가슴속에 눈물 나무를 키우며 살았습니다. 언제 필지도 모를 꽃을 피우기 위하여 눈물만 하염없이 주었습니다.”
“홀스 스탁톤씨! 눈물 꽃은 그렇게 피는 나무가 아닙니다. 눈물 꽃은 희망의 꽃입니다. 피와 땀과 눈물과 고통과 인내와 사랑을 먹고서야 피는 꽃입니다. 당신은 감히 눈물나무를 이야기해서는 안되고 눈물 꽃을 피울 수는 없습니다.”
나는 그가 함부로 눈물 꽃 나무를 거론하는 것에 기분이 상했다. 고쳐주어야 한다 생각했다.
그는 웃었다.
“그렇소. 누구든 그런 나무를 심장에 심을 수 있고 심고 가꾸고 있을 거요. 당신도 그 점은 예외가 아니군요. 당신이 눈물 꽃 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듯이 나도 그렇게 가꾸고 있었소. 우리는그런 점에서 동호회원이군요. ㅎㅎㅎ.”
그는 웃었다. 마음이 다소 부드러워진 듯하였다. 서로 사이에 가졌던 긴장관계가 좀 풀어졌다. 그도 나도 몸을 의자로부터 조금 움직였다.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계속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홀스 스탁톤씨. 그렇다면 그동안 제니를 찾으려고 수소문은 하셨겠지요?”
“했었지요. 소문나지 않게 은밀히 찾았습니다. 내가 죽인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내 아기도 찾으려 애썼지요. 한계를 느낄 때까지. 그때의 나로서는 깊은 죄의식으로 정신적 방황을 하고 있을 때라 금방 한계를 느꼈지요. 그 다음은 포기했습니다. 자포자기하였지요.”
“잊어버리고 도피하듯 한 생활을 하던 중 조경순의 집 천장에서 발견된 마미의 소식을 신문에서 접하고 그 아기 마미가 당신의 아이라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맞아요. 그 긴 세월을 잊으려 했지만 잊을 수 없는 고통으로 살아왔는데… 실마리를 찾은 셈이지만, 이제 나로서는 어떻게 할수가 없습니다. 너무 늦었어요.”
이제는 퍼즐 맞추기를 해야 할 시점이었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다시 올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스탁톤씨. 당신은 갓난아이를 배개로 눌러 질식하여 죽게 한 후 두려워 아이를 그대로 둔 채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그 후 제니가 죽은 아이를 발견하고 신문과 가베지(garbage)백에 싸서 일 층과 이 층 사이의 천장 바닥에 숨겨두었고, 당신의 아버지는 아이가 없어짐을 알자 당신을 찾았고 제니에게 추궁하였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 “
“당신. 무섭군요. 어떻게 그렇게 추리를 할 수 있는지요. 당신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그런 스탁톤의 감정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도 그러한 결론적 추리에 겁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안개가 점점 걷혀가는 느낌이 엄습하였다. 뭔가 불안한 느낌도 함께 온몸을 감싸 소름이 돋치는 두려움으로 생각을 더 진전하지 못하게 하였다.
“제임스. 내가 죽기 전에 내 아들과 제니를 꼭 만나보게 해 주시오. 부탁입니다. 그래야 내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탁합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을 밝혔다. 처음 약속대로. 애플 레드릿지를 나서는 나에게 그는 두 손을 잡으며 죄인의 마지막 회개와 같이 눈물로 부탁하였다. 늙고 연약한 손으로 힘주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동쪽 하늘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하였고 서쪽은 마지막 남은 불씨로 밝히는 석양의 애잔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 결전을 앞에 둔 전사같이…
“릭 경감님! 지금 곧 만날 수 있습니까? 케롤 경사도 함께.”
릭 경감은 기다렸다. 그는 반가움으로크게 대답하였다.
“제임스! 지금 어디에 있소. 나는 케롤 경사와 함께 경찰서 네거리 동쪽 코너에 있는 드보체
비스트로(bistro. 식사와 술을파는 작은 카페 같은 식당)에 있겠소. 가능하면 빨리 오도록하시오.”
“나이아가라 노스. 해밀턴 사우스에있습니다. I got it. I am on the way and see ya soon.”
이어서 케롤 경사가 전화를 받아 말하였다.
“제임스. I got othersomethings from a fruit of Cho Kyomg-soon’s autopsy, for you”
“What’s that? Tell me now.”
“조경순의 이빨 사이에서 아주 작은 머리카락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혈액형은 B 형으로 나타났어요.”
“도도이프의 혈액형을 조사했습니까?”
“물론이지요. 그러나 그는 B 형이 아니었어요.”
“다른 두 명은 어떻습니까?”
“그들 세 명 중에는 공교롭게도 B 형혈액을 가진 사람은 없었어요.”
암담하였다. 그러면 누가 조경순을…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의 추리가 다 엉클어져 뒤죽박죽되었다. 쉬고 싶었다.
윌랜드에서 드보체 까지는 20 분이면 충분한 거리였지만, 한없이 먼 것으로 느껴졌다. 조경순이 살해 당한 지 벌써 10 일째 이지만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을 만난 것 같았다.
크리스. 1 번이 생각났다. 말리부를 Q.E.W. hiway 우측 쇼울더에 비상등을 켠 채 주차했다.
“크리스! 옆에 에드 아저씨 있어?”
“예. 지금 주무시고 있어요. 조금 전까지 식사하고 계셨는데, 피곤한가 보지요.”
“잘됐다. 깨워서 조 아주머니 휴대폰 전화번호와 계약회사의 웹 사이트에 들어가서 조 아주머니가 살해되기 전의 통화내역을 좀 조사해봐. 필요한 것은 에드 아저씨께 물어보면 돼. 너가 할 수 있는 곳까지 가봐. 조 아주머니의 살해 직전 통화내역을 알고 싶어서 그런다. 알겠지?”
“I got it and I will. 필요하면 전화드릴께요. 조심하십시오. 아버님!”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칭이다. 아버님. 때로는 태생적인 한국사람이 되는구나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흐뭇하였다.
어두워진 버링톤의 거리는 가로등과 네온사인으로 휘황하였다. 해밀턴의 오버브릿지를 넘을 때도 경찰서 앞 네거리를 건널 때도 뒤쫓아 오는 듯한 차는 없었다. 드보체는 찾기 쉬웠다. 온타리오 호수를 바라보며 주유소 뒤편에 자리하고있었다. 입구 좌측 옆에 검정색 알레로가 있었다. 케롤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알레로가 두 사람을 딜리버리 했음이 틀림없었다.
10 개의 장미목 Plank of wood 로 짜여진 문은 원목 그대로인 짙은 색 와인색갈을 하고 있었다.
고급스러웠다. 무거워 보였지만 실제로는부드러웠다. 캐나다에 살면서 여러 곳의 커뮤니티에 있는 레스토랑을 들어가 봤지만, 이곳도 역시 독특하였다. 5 미터 정면에 있는 카운터는 좌우로 약 5 미터 정도의 바텐드를 가지고 있었다. 카운터 뒷벽에는 조용한 분위기로 각국의 양주들이 가지런히 누워서 일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발 들어서자 좌우로는 둥근 테이블들이 각 쪽에 15 개씩 모여 소리 없는 잡담을 하고 있었다. 각 테이블당 의자는 5 개씩이었다. 보통 4 개나 6 개인데, 좀 특이하였다. 그의 대부분 탁자에는 저녁 식사를 하는 손님들로 차 있었다. 우측 코너에서 손이 번쩍 들렸다. 흰 색깔이 아니었다. 케롤이었다. 릭 경감은 연신 스테이크 위로 칼질을 하고 있었다. 둘이 앉아 있는데 스테이크는 3 인분이었다. 누구든 스테이크를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아마도 내가 싫다면 릭 경감이 차지할 것이 분명했다. 누가 지불할 것인지 분명해졌다. 내가 카운터를 등지고 케롤과 릭 경감 사이의 맞은 편 중간에 앉자 곧 케롤이 커피를 내 잔에 채워주었다.
“Thanks a lot of your mind to me. Carolain”
“You’r welcome.”
나는 스테이크에 포크를 찌르고 칼로 베었다. 보기보다는 아주 부드럽게 잘렸다. 조금 썬 스테이크를 입안에 넣으려다 넣지 못하고 멈추었다.나를 보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What? What’s wrong? Why?”
나는 놀라서 순식간에 말했다. 이해할 수가 없어서.
“왜? 어째서. 뭐가 잘못되었는가?”
“제임스! 당신은 소스 없이 스테이크를 먹는가?”
의아해하며 나의 입을 보던 릭 경감이 말했다.
“동양인은 회도 먹더니 맨 스테이크까지 먹는구먼.”
케롤도 역시 먹던 것을 중지한 채 내 입을 보고 있었다. 스테이크를 담은 접시 옆에는 후추와 양파 간 것 스테이크 소스들이 병 속에 든 채 늘어서서 내 손을 기다리고있었다.
내가 실수한 것이다. 격식을 차려야하는데, 잊어버렸다. 옆에는 빵도 있고 삶은 포테이토를 갈아서 범벅해 놓은 것도 있었다. 프라이드 포테이토를 찍어 먹는 그레비도 있었다. 별 곳에서 별 격식을 차려야 하는데, 잊었다. 별 곳이라서… 릭 경감의 턱밑에는 하얀 턱받이도 둘러쳐져 있었다. 케롤도 마찬가지. 나만 맨 턱이다. 별 곳에서 별 짓을 잊어버렸다. 내 실수이다.
그때 나를 구해주는 벨이 핸드폰에서 울렸다. 나는어깨를 들썩해 보이며 두 사람에게 보라는 듯이 스테이크를 그대로 입안에 넣고 전화를 들었다. 스테이크는 역시 전문 식당에서의 고급 것이 좋았다. 부드러웠다. 맛이아주 좋았다.
“데드. 찾았지만, 끝까지 갈 수는 없어요. 해당 수사관의 요청서가 있어야 한데요. 현재 조 아주머니에게 온 전화 내역과 아주머니에게 걸려 온 전화 내역을 프린트 아웃 하였어요. 내용은 역시 개인의 능력으로는 어려운데요.”
1 번이었다.
“지금 프린트한 것을 팩스로 보내줄 수 있지?”
나는 케롤을 보았다. 그리고 카운터를보았다. 케롤 이 소리 나지 않게 입으로 말했다.
‘팩스번호’라고. 나는 고개를 아래 위로 끄덕였다. 케롤은 즉시 일어나 카운터로 가서 팩스번호를 적은 메모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통화를 마친 후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자 기다렸다는 듯이 릭 경감이 입을 열었다.
“제임스. 우린 지금 혼란에 빠져 있소. 우리 경찰은 도도이프가 살해범이라고 단정하여 그에
대한 현장 증거들을 정리하고 있었소. 허나, 지금 조경순의 이빨 사이에 끼어 있던 머리카락이 우리를 혼란에 빠트렸소. 그 머리카락이 왜 그곳에 끼어 있는지를 생각해 봤지만, 추정은 반항하던 중 살인자의 머리에 입이 스쳐지면서 살인자의 머리카락이 그곳에 끼었다고 밖에는 다른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소. 이미 에드먼드의 혈액형도물어봤소. 그는 A 형이었고 조경순도 역시 A 형이오. 도도이프도 B 형은아니었소. 그 머리카락은 B 형으로 나타났소. 왜? B 형 머리카락이 A 형인 조경순의 이빨 사이에 끼어 함께 죽지 못하고 끝까지 살아 있는 거요? 과연 그 머리카락이 살해범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경로로 즉 음식물 등 속에 있다가 씹는 순간 그 속에 끼었는지를 알아내야 하오.”
“이 기회에 밝히지만, 저는 유감스럽게도 O 형입니다. 저는 이해합니다. 저도 다른 생각이
있어서 조경순의 살해되기 직전의 휴대폰 사용 내역을 뽑아 달라고 하였소. 또 다른 혼란은,
도도이프가 아니라면, 왜 그가 침묵한 채 살인혐의를 쓰고 있는가? 이며 다른 하나는
도도이프가 아니라면 우리가 먼저 짐작을 하지 못했던 또 다른 조직이 개입했었다는 것이며, 그들이 무엇을 위하여 왜 목숨을 걸고 20948 에 집착하고 있는 것인가? 입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케롤이 릭 경감을 보며 끼어들었다.
“저도 O 형이에요. I am innocent.”
두 손을 번쩍 들며 웃지도 않고 말했다.
“이게 무슨 운명이오. 나도 전혀 관계없는 O 형이오. 나도 크린하오.”
릭 경감이 말하며 웃었다. 허탈하게. 케롤이 내 뒤의 카운터를 보며 일어났다. 팩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케롤의손에는 1meter 나 될 것 같은 팩스 용지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이미 음식물 접시들을 옆으로 치워 둔 내 테이블 위로 늘어놓았다.
나는 놀랐다. 그 팩스 내용은 깨끗하게 수 발신 시각과 사용 시간 수신과 발신 번호가 날짜 별로 위에서 부터 지난날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었다. 살해되기 전날에도 통화한 기록이 있었다.
첫댓글 흥미진진하고 많은 생각을 하며 읽게 되는 소설, 잘 감상하였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소설 독자들은 대부분 내성적 성격인가 했는데, 소설을 올리며 처음 댓글을 봅니다.
감사하며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멋진 날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