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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제9회 동서커피문학상 은상_ 김미애 토끼풀 목걸이
김흥식 추천 0 조회 31 08.11.18 17:5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동화■
토끼풀 목걸이
우리 아빠는 ?날 바쁘다. ? 달에 보른은 출장가고 출장을 ? 갈 때에도 얼군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사?을 봐도 얼군이 가물가물하다. 우리 엄마도 바쁘다. 출장을 가지 안아도 ?날 바쁘다. 일주일에 네 번은 늦게 온다.
오늘도 엄마는 너무 바쁘다. 회사일이 ?다고 집에서도 덩달아 바쁘다. 식탁위로 반찬을 나르고 밥을 퍼서 나르고 국을 퍼서 또 나르고. 앞치마가 엉덩이까지 흘러 내렸는데도 모르는 것 같다. 꼭 일개미가 과자 부스러기? 나르는 것처럼 우스꽝스럽다.
흠흠. 엄마가 하던 일을 멈추고 실눈을 떴다. 또 뭐라고 하려나보다. 엄마는 내가 잘못하면 항상 헛기침을 두 번 ? 다음 말을 ?다.
“또 그렇게 서 있네. 물 떨어지잖니? 어서 얼군 닦고 와서 ?아.”
나는 대답대? 입을 삐죽거렸다.
“수건은 제자리에 두고.”엄마가 눈을 살짝 흘긴다.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더 하고 싶다. 까닭 없이 심통이 나는 날에는 더욱 그렇다.
“피, 수건 좀 아무데나 놓는 게 뭐 어떻다고 그래? 엄마는 ?날 나? 내버려두면서.”
엄마가 잠깐 멈칫?다.
"?은 일이 ?아서 그래. 엄마가 일을 잘 하잖아."
엄마가 억지웃음을 지었다.
“피, 나머지 공부하는 건 아니고?"
“어서 밥이나 먹어.”
나는 입술을 비죽이며 식탁에 가서 ?았다. 미역국이다.
“뭐야. 미역국이잖아. ?날 엄마 좋은 건?. 나는 어묵 국이 좋다고.”
“그래, 그랬지. ……미?. 내일 해 줄게.”
엄마가 또 멈칫?다. 나는 엄마가 미?해하니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회사보다 조? 더 중요해? 것 같아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하지? 이 좋은 기회? 그냥 놓칠 순 없었다.
“그냥 갈래.”
나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드르륵. 식탁의자가 바닥을 긁었다. 엄마가 얼군을 찡그렸다.
“굶지 말고 쉬는 시?에 빵이라도 꼭 사 먹어.”
엄마가 ? 원짜리 세 장을 손에 쥐어주었다. 나는 지?가 있는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종이돈이 살짝 우그러졌다. 식탁에 미역국이 있었던 일은 벌써 아주 보잘 것 없는 일이 되었다. 떡볶이. 튀김. 슬러시. ?예인이 그려? 일러스트 수첩. 입이 움찔거렸다. 웃음을 참느라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엄마는 조? 더 속상해도 해. ?날 나? 속상? 건 불공평하니까.' 나는 일부러 미?에 힘을 주었다.
“오늘은 아마 일찍 올 수 있을 거야.”
엄마가 허리? ?껏 굽히고 눈을 맞췄다. 내가 아직 화가 난 줄 아나보다.
두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하늘 꼭대기에서 지글거렸다. 프라이팬 위에 달걀프라이처럼 내 몸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우와, ?짜 덥다. 후-" 영주가 더? 입김을 길게 뱉었다.
나는 영주 손을 잡아끌었다. 분식집. ?방구.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그러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 원짜리? 척척 꺼내 계산을 했다. 우와. 우와. 그럴 때마다 영주가 매우 감동스러워했다. 존경받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걸 거야. 기분이 우쭐해졌다. 우리는 피아노 학원을 들러 영주네 집으로 갔다.
띵동. 엘리베이터가 섰다. 영주는 껑충 뛰어 현관?을 힘껏 연어 제쳤다. 아서왕이 바위에서 칼을 뽑는 것처럼 거침없고 씩씩했다. 현관 ?고리에 매달린 우유배달 주머니가 흔들렸다.
'치, ?날 사는 자기 집 가는 게 뭐가 그렇게 좋아서.' 괜히 심통이 났다. 영주네 엄마는 영주가 올 시?이 되면 항상 현관?을 연어 놨다. 나는 영주가 집 연쇠? 갖고 다니는 걸 본적이 없다. 가?히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달그락. 묵직? 연쇠가 잡혔다. 나는 입을 가로로 쭈욱 늘렸다 오므렸다. ? 번 더 했다. 이러면 웃는 표정이 되기 때?이다.
“?녕하세요.”
쭈욱. 나는 ? 번 더 웃는 척을 했다. 조용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얍!" 영주네 엄마가 ?하고 나타났다. 아니 튀어나왔다고 하는 게 맞겠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엄마표 따끈따끈 도넛이다. 받아랏!"
영주네 엄마가 도넛 접시? 영주?테 던지 듯 건넸다. 그러고는 오?쪽 다리는 'ㄱ'자? ?들고 양 팔은 'ㄴ'자? ?들어 총 쏘는 시늉을 했다. 슝슝. 입에서 총앉이 발사됐다.
으억. 영주가 소파위로 가방을 맨 채 쓰러졌다. 그러더니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어기적거리면서 영주 옆으로 가 ?았다. 그리고 ? 번 더 웃는 척을 했다. 쭈욱.
"엄마. 오늘 민희가 떡볶이랑 오렌지슬러시랑 수첩 사줬어요.”
영주가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정말? 멋지다."
영주네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서 이렇게 굉장?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처럼 말이다.
"엄마, 오늘 피아노학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게요? 글쎄 체르니 30번을 치는데 새끼손까락이 자꾸 도? 치는 거예요. 레? 쳐야 되는데. 그래서 손가락을 억지로 늘리느라 힘을 줬거든, 그랬더니 뽀옹하고 방구가 나오는 거예요."
영주네 엄마는 또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이야기? 들은 것처럼 꺽꺽 웃었다.
영주는 오늘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하게도 다 얘기했다. 청소당번인데 교실 쓸기였다는 것까지. 유치하게. 그런데 영주네 엄마는 뭐가 재밌는지 계속 웃었다. ?짜로 배꼽이 빠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 영주네 엄마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6시다. 나는 가방을 챙겨 들었다. 영주네 엄마가 도넛을 싸 줬는지 그걸 가방에 넣어는 지 잘 모르겠다. 얼군이 뻣뻣하게 ?었다. 쭈욱 쭉. 입을 움직여보려고 했지? 실패했다. 결국 웃으면서 인사하지 못했다.
후우. 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을 연기 ?에 하는 버릇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자 들어가는 건 정말 끔찍하다. 날마다 하는 일이지? 날마다 끔찍했다. 나는 연쇠? 꺼내다 도로 떨어뜨렸다. 주머니로 다시 떨어? 연쇠가 달그락거렸다. 현관?이 연려있었다. ??히 ?고리? 잡아 당겼다.
엄마다. 달려가려고 들썩거리는 발을 ??히 참았다. 지? 달려가면 지는 거야. 나는 엄마가 아직도 내가 화났다고 생각하기? 바랐다.
“어? 민희 왔구나. 가방 놓고 와. 밥 먹자.”
“배 ? 고파요.”
거짓말이다. 나는 꼬르륵거리는 배? 꾹 눌렀다.
“그래도…… 아니다. 그럼 밥은 이따가 먹고 엄마랑 놀자. 공기놀이 ?까? 아니면, 인형놀이?”
“요즘 누가 그런 걸 해? 엄마 딸은 3학년이야. 유치원생이 아니라.”
나는 정말로 화가 났다.
다소곳이 소파에 ?아있던 엄마가 갑자기 일어났다. 엄마가 입으로 총앉을 마구 발사했다. 푸슝. 푸슝. 투다다다다다. 총앉이 사방으로 튀었다. 창을 뚫고 날아가는 것도 있었다. 엄마 입술은 푸레질 하는 아기처럼 계속 붙었다 떨어졌다. 받아랏! 엄마가 김이 폴폴 나는 도넛을 마구 공중으로 던졌다. 나는 점프? 해서 입으로 새끼손가락으로 발가락으로 도넛을 받았다.
그러다가 세차게 도리질을 했다. 엄마가 다시 다소곳이 소파에 ?아있다.
“게임이나 ?래.”
나는 컴퓨터? 켰다. 틱. 손가락이 제멋대로 컴퓨터 ?원을 눌렀다. 정말로 게임이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엄마가 따라 들어왔다.
“게임은 나중에 하고 엄마랑 놀자. 책 볼까?”
“아니, 갑자기 잠이 자고 싶어졌어.”
나는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땀이 등줄기? 타고 흘렀지?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썼다. 엄마랑 같이 놀고 싶은데. 화? 그? 내고 싶은데.
"민희야."
엄마 손이 ??히 등에 닿았다. 나는 팔에 힘을 주었다. 다리에도 발가락에도 힘을 주었다. 온 몸에서 쥐가 나는 것 같았다.
“민희야. 민희가 학교 가고 공부하고 친구랑 노는 게 중요? 것처럼 엄마?테는 일이 중요해. 하지? 무엇보다 소중? 건 우리 딸 민희야.”
엄마가 이불위로 뽀뽀? 했다. ?기하게도 내 이마 위였다.
아침이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세수? 하고 나오는데 ?화벨이 ?렸다. 외?머니다. 나는 흘긋 엄마? 쳐다봤다. 화난 척을 해야 ? 지 웃어야 ?지 헷갈린다. 하지?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화기? 불쑥 내밀었다. 수건으로 얼군을 닦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여보세요? 아, 엄마.”
엄마가 ?화기? 들고 베?다 쪽으로 갔다. 이야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안는다. 나는 숟가락을 든 채 가?히 귀? 기?였다. 혹시, 버릇없다고 이참에 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낸다고 하면 어쩌지. 어제 엄마?테 못되게 ?걸 생각하니 가슴이 뜨끔했다. 엄마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엄마도 참. 생일은 무슨…… 제가 어린앤가요? 네. 챙겨 먹었어요. 네. 네.”
엄마는 말하면서 잠깐씩 달력을 쳐다봤다. 달력에는 숫자 '24' 주위로 색색가지 별이 일곱 개나 그려져 있었다. 새 달력을 받자마자 가장 ?저 ? 일이 떠올랐다. 엄마는 11월에 나는 6월에 별을 그렸다. 엄마는 내 생일에 나는 엄마 생일에 더 ?이 별을 그리려고 몸싸움을 했었다.
'생일. 엄마 생일. 어제였는데. 나는 바보야. 미역국 끓였다고 화나 내고. 아냐, 엄마 탓이야. 말해
주면 좋았잖아. 엄마가 미리…… 아냐, 아냐 .’
너무 화가 났다. 이번에는 엄마?테가 아니라 나?테다.
나는 얼? 가방을 들고 나섰다.
"엊저녁도 ? 먹고 아침 먹어야지."
"? 먹어. ? 먹는다고!" 앙칼? 소리가 튀어나왔다. 너무 미?해도 화가 나나보다. ?심했다. 하루가 온통 엉망?창이다.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테 길을 막는다고 돌멩이? 걷어찼다. 화장실 가자는 영주?테는 '너나 가.'라고 해버렸다.
바하음악학원. 피아노학원 ?판을 ?참 올려보다 돌아섰다. 영주는 지? 피아노? 치고 있을 터였다. ??이 나왔다. 피아노학원 뒷길을 돌아 편의점을 지나 공원 의자에 털썩 ?았다. 가방도 따라 털썩 소리? 냈다. 주머니며 동?지갑을 흔들어봤다. 달랑 백 원이 떨어?다.
손가락 사이에서 백 원짜리가 맴을 돌았다. 그러다 톡 떨어져 데구르르 ?참을 군러?다. 딱히 쓸 데도 없는 동?이지? 내 ? 재산이 토끼풀 숲으로 ?어들었다. 토끼풀 새로 하? 꽃이 앉사탕처럼 동그랗게 폈다. 제법 예쁜 것도 있다.
'가장 예쁜 꽃으? 민희 반지? ?들어야지.' 엄마는 토끼풀 꽃 두 개? 엮어 내 손가락에 묶어주곤 했다. 손가락을 쫙 폈다. 꽃반지가 있던 약지 손가락이 ?질거렸다. 나는 길쭉? 걸로 서?여덟 개? 뽑았다. 꼭 엄마 나이?큼.
식탁에 차려? 저녁을 먹고 9시 뉴스가 끝나고 컴퓨터 게임을 3판이나 하는 동?에도 엄마는 오지 안았다. 잠이 와서 찬물을 세 번이나 먹었다. 막 새 게임을 하려는데 ? 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얼? 달려가서 엄마 팔짱을 꼈다.
“어? 아직 ? 잤어?”나는 엄마? 거실로 끌어 당겼다.
“잠깐. 잠깐. ?? 무슨 일 있어? 아직도 더 화낼 게 남은 거야?”
“당?하지. ?아봐. 어서.”
“이제 그? 화 풀어주라.”
“아직 ? 돼. 눈감아 봐. 빨리.” 엄마는 어리둥?해 하면서 눈을 감았다. 나는 소파 밑에 ?겨 놓은 토끼풀 목걸이? 꺼내 엄마 목에 걸었다.
“자. 이제 눈 떠. 여기 거?.”
엄마는 거?을 ?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봤다.
엄마가 나? 꼭 ?았다. 나도 엄마? 꼭 ?았다.
“이젠 좀 더 일찍 오도록 ?께. 그러니 너도 밥 ? 먹고 학교 가기 없기다.”
“네.”
엄마가 살짝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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