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대구 인근 칠곡 휴게소다.
초등학교 동기들과 속리산 문장대 등산하러 가는 길이다.
아침 일찍 만난 관계로 식사를 못 하고 오는 바람에 배가 고팠다.
집근처 김밥집에서 김밥 5인분을 사 와서는 이곳에 들른 것이다.
휴게소 식당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30분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마치 도떼기시장 같다.
주차장을 들어설 때부터 수많은 차들을 요리조리 피해서 겨우 주차했다.
그것도 방금 빠져나가는 승용차를 뒤에서 기다렸다가 잽싸게 들이밀었기에 가능했다.
그 넓은 주차장이 온통 관광버스로 꽉 차 있고, 또 그 사이사이로 승용차가 들어차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들어왔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승용차를 주차장에 대자마자 화장실을 먼저 들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거기도 북새통이다.
줄을 서서 죽 들어가서는 볼일을 본 후 나오는 것도 정신이 없다.
옆에 만들어져 있는 여자 화장실은 더 심했다.
화장실 입구부터 사람들 떠드는 소리로 시끄럽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응? 전부 일 안 하고 놀기만 하나?"
서로가 서로를 보고 놀라며 혼자말인지 주고 받는 말인지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중얼거렸다.
화장실을 나와도 마찬가지였다.
화장실 가까이 붙어 있는 간이음식점 앞도 사람들이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삶은 감자, 삶은 옥수수, 치킨, 골든바, 오징어, 샌드위치, 핫도그, 호떡, 그리고 호두과자 가게는 각자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기에 바빴다.
계단 앞 쓰레기통 근처에는 담배 피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주차장 앞마당에는 온갖 잡동사니 생활용품을 실은 트럭에서 신나는 음악을 흘리고 있다.
이 음악이 식당 건물 모퉁이에 붙어 있는 노래 테이프 가게의 음악과 쌍을 이루며 정신혼란을 가중시킨다.
건물 안에 마련된 슈퍼마켓도 사람들로 들끓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식당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식당 앞에 마련된 이동용 간이 테이블을 끼고 앉았다.
김밥을 꺼내어 펼쳤다.
우리 63회 예안초등학교 카페지기인 강만구란 친구가 우동 두 그릇을 사 왔다.
또 장영식이란 친구가 등산할 때는 초콜릿이 최고라며 상자째로 초콜릿 과자를 사왔다.
김밥을 한 점 두 점 집어 먹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현상을 분석한다.
"휴게소가 왜 이래?"
"오늘이 놀토라서 그런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시간이 지금 몇 시인데 아침 일찍부터 이럴까?"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가 정말 잘 사는 것이 맞는가봐."
"잘 사는 것은 맞아. 동남아 가 보면 정말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으니까."
"여기가 이렇다면 전국이 다 이렇다는 얘긴데, 정말 대단하다."
"우리 어릴 때가 생각난다. 옛날에는 이렇게 돌아다니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야."
"이런 걸 보면 세상 불평하지 말고 그저 감사하고 살아야 한다니깐."
누구 말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이런저런 얘기로 김밥을 먹고 있었다.
이 분위기, 이 이야기만 생각해 봐도 정말 우리나라는 잘 살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아니 심지어 매주 한 번 산에 다닐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를 가졌다는 것은 정말 기적과도 같다.
옛날에 어디 꿈에라도 생각해 봤겠는가.
여기에 우리는 욕심까지 부리기도 한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까지 바라는 것 말이다.
아침 일찍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의 풍경에서 행복이란 이런 측면으로도 나타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나만 행복해 하지 말고 주위도 한 번 살펴봤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저 이 풍경 있는 그대로 길이 간직하고 싶을 따름이다.
2007년 6월 23일
멋진욱 김지욱 서.
첫댓글 사진보니 별로 안복잡한것 같은데...어딜 찍었나
칠곡휴게손데여, 사진 실력이 영 형편없네여. 복잡한 상황 그대로가 잡히질 않아요. 히히.
저기 '따끈따끈 골든바'는 어떤거죠? 처음 보는거 같아요.
천한 음식이라 사 먹지 못 해서 잘 몰라요. 그런 것 먹지 말아요. 엄청 천해요. 히히.
난 천한게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