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달일기
가끔씩 사람은 짜증이 난다. 오후 비를 반쯤이나 맞고 운동을 했더니 옷이 젖어 칙칙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주차장에 값비싼 승용차가 서있다.
일반적인 차들은 그렇거니하고 넘어가는 편이지만, 우리 이웃과 전혀 관계없는 경우가 더러있다.
후진 집에 웬 고급손님일까? 지나치려다 공연히 심사가 뒤틀린다. 대략 가진 사람들이 서민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 네까짓게 설마 어쩌랴?
권력이나 물질을 뽑내고, 못가진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때문이다. '그 네까짓 것'도 때론 화를 낼줄 안다는 것...
나는 못된 성격에 그런걸 절 못 참아내는 단점이 있다. 직장을 다닐때도 정의가 운운하는 듯, 그걸 지키려고 애썼다. 직장에선 상위 직급들이 주로 질서(범법)를 위반하다보니, 사정업무를 하는 나와 부딧쳤다. 결국엔 갈등으로 발전되고, 옳고 그름을 판가름 하게된다.
내가 느낀점은 평소엔 그렇게도 정직, 성실해 보이던 사람도 최고의 지위에 오르니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밑천들인 본전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어디 본전 뿐이겠는가? 가문의 영광인 그 자리를 십분 이용하고 싶은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작은 칼로서 큰칼에 맞서 어리석은 싸움을 했다. 그래도 미운정은 있었는지 정년을 채웠다.
이야기가 곁가지로 뻗어나갔다. 주차한 차량의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었더니, 여자가 절에 왔다는 것이었다. 편견을 가진 건 아니지만 우리집에 도둑주차를 하는 것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남의 피해보다 자신의 것에 대한 애착본능이 앞서기에 그럴 것이다.
"아니 왜 절에 오는데, 남의 집에다 주차를 하느냐?"며 당장 차를 빼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아예 받지도 않는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무시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산을 쓰고 사찰로 향했다.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은근히 주의를 촉구하고 싶어졌다.
사찰은 거리는 짧으나 경사가 심하다. 화가 더해졌으니 걸음에 숨이 가빴다. 종무소 사무실로 들어가 인근 주민이라며 사연을 애기했다.
관리인이 대웅전이 아닌 건물로 들어가더니 여자와 함께 나왔다. 여자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나는 '왜 전화를 몇번해도 받지 않느냐? 내가 사과받으려 이 오르막 경사진 곳을 올라온게 아니니 말듣고 싶지않고, 사찰에 오는 사람들에게 동네에 불법무단주차 하지 말도록 부탁하려 왔다'고 말했다.
사실은 평소에도 사찰에다 그말은 해주고 싶었다. 옛날 교회를 다닐때는 목사님이 설교전에 꼭 주민들에게 주차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었고, 그러면 한두명은 차를 옮기려 나갔었다.
내가 관리인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사찰이나 교회를 오는 사람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면, 부처님이나 예수님을 향한 올바른 믿음이 서겠느냐?'고 말하며 '주변 주민들의 피해가 있으니 사찰에 오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시켜달라'고 말하였다.
길을 내려와 기다리니 한참후에 그 여자가 내려왔다. 차를 빼려다 내가 보이니 변명을 해댄다. 나는 내말부터 들어보라고 말했다.
"이런 곳은 개인주택입니다. 아파트는 공용의 것이고, 관리인들이 불법주차를 하였다고 자기 소유도 아닌데 고소 고발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주택은 다툼이 있고 감정이 격화되면 고소를 하게 됩니다.
이때의 고소는 도로교통법 위반을 적용하여 경찰이나 구청에서 서로 미루는거나 하는 그런 위반 스티크를 끊는게 아니라, 경찰에 고소를 하게 됩니다. 남의 집에 물법 침입을 하였으니 주거침입, 지금처럼 차땜에 주차등이 켜지기도 할뿐만 아니라, 만약에 대비한 주차장 이용을 방해하였으니 재물손괴죄가 성립되어 검찰을 거쳐 법원에서 벌금이 처해집니다. 그러면 전과자가 됩니다. 전번에 서울에서 차 안빼어주고 애먹이다가 50만원 벌금 나온걸 보았어요. 오늘 일은 문제 삼지 않을테니 그냥 가세요."
그랬더니 그 여자 "법이 그런걸 처음 알았네요. 주차하다 옆차랑 부딧치면 곤란하겠어요."
"어쩌다 차를 주차하더라도 전화오면 바로 빼어주면 고소까지 하겠어요? 전화해도 안빼어주고 애먹이면 감정이 생기지요. 잘가세요."
그여자는 운전도 서툴었다. 단독주택에 산다는 그녀는 복잡하고 낯선 곳에 주차하면 일을 낼듯한 운전솜씨였다. 우리차도 한번 당한적이 있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은 차에 연락처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간 위급상황시 불법주차로 인한 손해발생, 교차로 주변이나 각지에 주차하여 교통사고 유발시에는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문제는 신뢰다. 그렇지도 않은데 그럴 것이란 생각, 그런데도 그렇지 않을 것이란 편견과 믿음...
주차, 나는 이웃들에게 차에 방문지를 적어놓거나 밤을 지낼경우 문자를 넣어주기를 희망했다.
저녁먹고 할일이 없어 글 적어보았다. 인간의 본성이 처음부터 악했는지, 살면서 악해졌는지 알 수가 없다. 어째 자꾸만 잘못된 곳으로 가는건 맞는 것 같다. 나 자신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