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를 따라간 식당
지난 18일 토요일 오전 한동안 서로 연락이 없어 궁금하던 고교와 직장 후배로부터 반가운 전화. 오늘 오후엔 별일이 없느냐? 고 묻는. 저녁이라도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다. 항상 바삐 사는 후배에게 만날 시간을 정하라고 했더니 오후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자신이 우리 아파트로 온다는 것이다.
‘족발과 메밀냉면 맛이 괜찮고 거리로도 가까워 선배님이 좋아하실 거’라며 후배가 안내하는 식당으로 따라 갔다. 식당은 유성 노은동 노은터널 4거리 수정초교 앞에 있는**면옥. 이 면옥은 1973년부터 대전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가양집’(기억하는 동창이 있을지도 모르는)이란 상호 아래 그 옛 맛 전통을 그대로 살려 이어오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곳으로 영업장소를 옮기며 이름을 바꿔 문을 열고 있었다.
식당 바로 앞에 차를 주차한 후배의 뒤를 따라 식당에 들어서자 홀과 주방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반가이 인사를 하며 다가와 후배를 맞았다. 후배가 권하는 족발부터 시켰다. 접시에 가득 담긴 국내산이라는 족발이 나왔다. 한 개를 뜯어먹어보니 좀처럼 맛보기 힘든 70년대 바로 그 맛이었다. 족발의 값도 양에 비해 싼 편에 속하는 것으로 보였다.
홀에서 음식서빙을 도맡다 시피 하는 30대 여인은 식당주인의 따님이고 함께 서빙을 하는 남자는 그의 남편이었다. 두 사람은 남매간 같았다. 주문받은 음식을 주방에서 만드는 두 분은 따님의 부모. 이를 테면 남편의 장인 장모. 10년 전에 아버지, 5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더 외로워진 외아들 사위를 식당으로 불러들여 한 가족이 오순도순 힘 모아 식당을 하게 된 것이다.
40년이 가깝도록 70년대의 그 맛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어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는 견인역할을 하고 있다는 닭과 사골 육수에 시원한 메밀냉면이 나왔다. 2인분을 3인분으로 나눠달라고 했는데도 그냥 3인분으로 나왔다.‘찾아주셨는데 그냥 드시라’는 따님의 말이 따랐다. 살얼음이 동동 뜬 메밀냉면 맛 또한 입에 밴 그 옛날 그 맛.
후배는 식당의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터에 열심히 사는 모습, 손님에게 항상 친절을 다 하는 영업 자세, 무엇보다 이어오는 70년대 메밀냉면 맛에 반했다며 자신은 모임을 가질 때나 간단한 만남을 할 때면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허물없는 친구들에게는 가급적이면 이용하도록 무급(?) 홍보를 한다는 것이다.
후배는 자기가 좋아해 이용하는 식당이 이렇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마 고마운 뜻을 전하기 위해 얼마 적은 식대는 될 수 있으면 현찰로 결재한다고 했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 따님의 신호를 받은 주방의 부모님도 우리 쪽을 향하여 빙긋이 웃으며 찾아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우린‘그리던 음식 맛이 있어 잘 먹었다’며 이구동성으로 화답.
후배는‘선배님 괜찮으시다면 앞으로 이 식당 자주 이용해주시고 오실 때에는 저도 꼭 불러주세요!’라며 홍보요원처럼 한마디, 함께 웃었다. (2010. 9. 22. )
첫댓글 맛있는 것 고루 먹을 기회가 많으니 천규는 행복해. 추석 잘 지냈나?
온 가족이 합심하여 경영하는 모습이 한결 정겹게 느껴지네. 이러한 정성스러움이 음식 맛을 한결 맛깔스럽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후배가 선배를 모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묘사 되었네. 뿌린 씨가 있었기에 선배를 늘 못 잊는 것이리라...
훈훈한 인간미가 물씬 풍겨나오네, 나도 한번 가서 먹고싶은 마음이드네.
백천, 좋은 친구와 좋은 후배 많은것이 뭐니 뭐니 해도 최고지, 식당의 현 위치가 어데인가 ?
식당은 유성 노은터널 사거리 수정초교 앞 왕가면옥이야.
온가족이 함께 하는 식당의 정겨움이 묻어 나는듯 하이, 나는 냉면에 별로 취향이 아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