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일 자유일정으로 빅아일랜드 투어를 신청했다
국내선 하와이안 항공으로 움직이는데 호텔조식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전날 사다 놓은 빵과 과일 그리고 룸에 비치된 커피메이커로 커피까지 내려 야무지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
하와이안 항공, 비행기도 예뻐요
빅아일랜드 힐로공항에 도착해서 공항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70-80년데 거실에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의 소파가 놓여있는 여기가 어디일까요?
GATES 번호가 적혀있는 걸 보니
네~~ 맞습니다
여긴 빅아일랜드(하와이섬)의 힐로공항이랍니다
뭔가 시골스럽지만 정겨웁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공항이 긴장감을 풀어준다
할머니 집의 다락에서 나는 냄새가 날 것만 같은 분위기다
처음 찾아간 검은 모래 해변에서는 제주 우도의 검멀레(검은 모래) 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멀레'는 모래의 제주방언이다
검멀레는 검은 모래가 된다
이곳 해안가에서 바위 위로 올라서려는 거북이 몇 마리를 만나기도 했다
거북이를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 그 틈새로 잠깐 만났다
위 사진에서 거북이 다섯 마리 이상 찾았다면 당신의 눈썰미는 A급입니다
일본식 정원에 잠깐 들렀는데
이곳은 일본의 사탕수수 노동 이민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헌사한 정원이라고 한다
우리 한국인 사탕수수 노동이민자들을 위한 장소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딘가 있겠지
멀리 보이는 일본식 정자와 다리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이다
난 작은 꽃에만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중
오래 봐야 예쁘다고 나태주 님이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사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다
마우나케아 화산국립공원에 들어서면서 우린 이 섬에 오길 정말 잘했다며 몇 번이고 되뇌었다
빅아일랜드는 하와이에 있는 모든 섬을 다 합친 크기의 2배가 넘는다고 하니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제주와 비교하면 5배가 넘는 크기라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화산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젊은 섬이라고 한다
곳곳에 이런 수증기가 분출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거대한 화산지대를 천천히 걷기도 하고 정글 같은 깊은 숲을 걷기도 하면서
이글이글 거리는 땅 속 마그마를 상상하며 다녔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거대한 분화구가 끝도 없이 펼쳐져있다
마치 그랜드캐년의 일부분을 보는 듯한 장엄함이 느껴진다
이 거대한 분화구에 내려가 횡단하는 트래킹 코스도 있다고 한다
실제 이곳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올라가니 개미만 한 생명체가 조금씩 움직이는 광경이 보인다
일순간 나도 걸어보고 싶다는 의욕이 넘쳤으나 2시간 넘게 땡볕을 이겨내야 한다는 설명에
'그래, 눈에 담아 가자'
하며 얼른 포기한다
점심 식사 전 잠깐 파머스 마켓에 들렀는데
생각만큼 과일이 싸지 않다
미국 본토를 이겨먹은 하와이의 물가에 과일값도 동참했나 보다
우린 미니오이 몇 개 사서 와작와작 먹으며 나왔다
오이는 언제나 좋지
우린 정글 같은 산길트래킹을 잠깐 한다
햇빛 좋고 물 많은 이곳 하와이에서는 모든 식물이 다 크다
더 걷고 싶다며 아쉬워하니 이곳 가이드가 작은 동굴을 안내하며 들어갔다 나오라 한다
가지에서 뿌리를 내려뜨려 땅에 다다르면 하나의 줄기가 되는 반얀트리가 이렇게 사정없이 자란다
내 키는 이 나무의 발목에나 다다를까
땅 위로 어지럽게 뻗어나가는 나무뿌리가 서로 손을 잡은 것 같기도 하고
견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식물세계에서도 경쟁은 치열해 보인다
저 누워있는 나무기둥에 턱 하니 올라앉을 수 있는 날렵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한다
둔한 내 몸은 그냥 기대어 서는 걸로.....
자 이제부터 정말 신비스럽고 광활하고, 장엄하고, 자연에 대한 외경심마저 느끼게 하는 장소로 이동한다
존재하는 모든 표현을 다 끌어모아도 모자랄 만큼 멋지고 독특한 장소다
흘러내리다 방금 멈추인듯 한 용암이 시간을 잊게 만든다
흐르다 멈춘 그 순간에서 얼마나 지났을까
이 황량하고 척박한 용암덩어리에 생명이 자리 잡았다
붉은 레후아꽃을 피우는 오히아 나무라고 한다
화산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하와이의 상징 같은 나무다
지평선과 수평선의 경계가 모호하고 검은 용암이 분출해 흘러내린 모양 그대로 끝도 없이 펼쳐져있다
그냥
와우~~~
어머나~~~~
오오~~~
하는 감탄사만 쏟아낸다
황량한 이 지역에 바람소리 요란하다
마치 폭풍의 언덕에 서 있는 캐서린 같은 기분이다
어디선가 히스클리프가 달려와 넓은 외투를 벗어 내 어깨에 입혀줘야 할 것만 같은.....
모자 붙들고 다니느라 고생하고 있는 나
어디에 서 있어도
어느 곳을 바라보아도
그저 감동이다
이 장면은 프랑스 노르망디 해협의 에트르타의 코끼리 바위를 연상시킨다
에트르타의 해변보다 물이 많이 차 올라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거친 파도가 치고 나면 코끼리가 코를 바다에 담그고 있는 모습이 제법 잘 보인다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용암이 폭발하고, 흐르고 흘러 결국엔 바다로 뛰어들었으니 그때의 수증기와 폭발음을 상상할 수 있다
이 광경을 목격하는 중이라면 자연에 대한 외경심에 온몸을 떨었을 것이다
바다로 쏟아지며 만든 거대하고 까마득한 절벽이 위용을 드러내고 서 있다
범접할 수 없는 단단한 위용에 그저 감탄만 나온다
아쉬움 뚝뚝 떨어뜨리며 이 장소를 벗어났다
이 바람을 언제 또 온몸으로 받아보랴
저녁비행기로 다시 오하우섬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좀 근사한 저녁을 먹어보자며 로꼬모꼬 햄벅스테이크 전문점을 찾아갔다
우아한 저녁식사를 위한 웨이팅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근사한 좌석도 안내받고 메뉴판도 건네받아 메뉴도 정했는데 도통 웨이트리스가 우리 테이블로 오질 않는다
손짓으로 부르면 잠시 기다리라는 제스처만 하고...
이렇게 웨이트리스를 오래 기다리고 주문한 음식도 오래 기다리다 보니
9시가 훌쩍 넘어 식사가 끝났다
무엇보다 한 끼 식사하는 과정이 너무 피곤하다
거기에 팁까지 음식값의 20%를 내야 한다니 배가 아프고.
다신 레스토랑 찾지 않을래 하며 사 먹어야 하는 경우엔 ABC 마트나 프랜차이즈 점의 테이크아웃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늘 저녁식사 너무 피곤했어
그렇지만 아일랜드 투어는 너무 멋졌어
그리고 우리 세 친구는 장렬히 곯아떨어졌다
꿈속에서도 이곳 빅아일랜드가 가끔 등장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