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3일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신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구(舊)주류 세력이었던 친문(親文)계가 나서서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이낙연·정세균계는 연석회의에 앞서 ‘계파 해산’ 카드도 꺼내 들며 당권 장악을 노리는 친명계를 압박했다. 신주류인 친명(親明·친이재명)계는 직접 대응을 자제했지만 계파 갈등은 확전되는 분위기다.
친문계는 이날 4시간 동안 진행된 연석회의에서 일제히 나서 이재명 의원을 비판했다. 회의 초반 “특정인을 공격하지 말자”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상 이 의원을 겨냥한 일사불란한 비판이 있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설훈 의원은 “이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를 찾아가서 ‘당을 살리자, 도와달라’고 삼고초려했으면, 선거에서 이기기는 힘들었어도 구청장 자리는 더 건졌을 것”이라며 “판단 착오인지 자만인지 모르겠지만 이 의원은 그렇게 안 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친문계 의원은 “이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를 인천 계양을과 서울시장에 공천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계는 연석회의에 앞서선 ‘계파 해산’ 공개선언까지 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인 이병훈 의원은 이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은 당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몇 차례 친목을 다졌었지만, 계파로 오해될 수 있는 의원 친목 모임을 해체하기로 했다”며 “모임 해체 결정이 당내 분란의 싹을 도려내고 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세균계도 이날 동시에 계파 해체를 선언했다. 정세균 전 총리와 가까운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해산을 선언했다. 포럼 좌장인 김영주 의원은 이원욱 의원과 기자회견에서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륜과 능력을 실현하고 더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었지만 당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패해 포럼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고, 더는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식의 훌리건 정치를 벗어나야 당의 재건이 가능하다”고 했다. 친문계의 잇따른 계파 해체 선언은 8월 전당대회로 당 장악을 노리는 친명계의 집단행동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친문계의 공격에 맞대응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한쪽의 주장만 있었다”며 “토론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친명계 의원들은 친문들에게 휘말리지 않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