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 리뷰-다이아몬드
성탄절 아침 매서운 바람을 뚫고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다아아몬드가 되고 싶었던 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퍼펙트 게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깜깜한 어둠속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첫 장면에 마음이 동하여 숨을 죽인다. 최 선수의 상처 때문이었다. 찢어져 일그러진 손가락에 순간 접착제로 붙이는 장면이다. 첫 장면을 통해 한 선수의 고집스럽고 강직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극단의 투지와 정신력, 책임감을 갖춘 노력파 투수로 묘사된 영화는 그렇게 시작을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 불릴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춘데다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노력을 멈추지 않기에 그 자리는 더욱 강고해질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세상 속으로 꿈을 던진 그는 다이아몬드가 되고 싶었던 선수였다.
뜨거운 경기가 이어졌지만 나에게는 최 선수의 고등학교 시절 코치 사이에서 오갔던 대화가 가장 가슴에 남는다. 어둑한 영화관에서 메모지를 꺼내어 그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최 선수로 하여금 투수 인생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해 준 말이기도 하였다.
'일구일생一求一生, 일구일사一求一死' 로 진짜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 어깨가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운드에서 뛰어야 한다는 대화내용이다.
“니, 내가 이렇게 힘들게 가르치서 밉제?”
“아입니더. 괜찮십니더.”
“니, 다이아몬드라고 들어봤제?”
“….”
“그기 말이다. 수만 년에 걸쳐서 엄청난 열을 받으면서 만들어지는 기라 카데.
그렇게 귀한 건데도 처음 땅에서 캘 때는 고마 형편없는 돌댕인 기라.
그걸 닦고 다듬고 빛을 내야 우리가 보는 번쩍번쩍한 보석이 되는 기라.”
“….”
“마운드에 서몬 뒤에는 투수 등만 바라보는 선수들이 있다. 같은 팀인데도 잘 던지몬 질투하고, 또 못 던지몬 불쌍하다면서도 욕을 한다. 그걸 이겨내는 방법은 딱 한가지인 기라. 어깨가 빠지는 한이 있어도, 마운드에서 죽도록 던지는 거를 보여주는 기다. 남들보다 100배, 1000배 더 뛰고, 더 던지는 수밖에 없는 기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기 같은 팀 선수들을 위하는 길이다. 에이스는 그런 기다. 어쩔 수 없다. 에이스는 외로운 기다.”
“….”
“일구일생, 일구일사. 공 하나에 살고 공 하나에 죽는다. 그런 마음으로 던지몬 빛이 나는 진짜 다이아몬드가 되는 기라.”
최동원 선수의 은사가 영화의 핵심을 말해주었다. 천재라도 실력파라도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만 빛날 수 있는 것이 다이아몬드라는...
자신들의 꿈을 걸어야 했던 두 선수들의 이야기였지만 나는 故 최동원 감독의 이야기에 더 공감을 했다. 죽도록 던지는 것을 야구로 생각했던 최동원 선수. 그는 산을 뛰어 넘고 싶었던 선동열 앞에서는 큰 산이고 싶었다. 단순한 야구영화가 아니라 야구역사의 전설, 죽을힘을 다해 '노력'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멋진 영화였다. 기록 이 퍽펙트 게임은 멋진 영화였다. 암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냉정한 집념 뒤에 있었을 고독이 느껴져서 눈시울이 젖었다.
파낼 땐 그냥 돌에 불과하지만 부단하게 깎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다. 최동원 선수는 극단의 투지와 정신결, 책임감을 갖춘 노력형 투수로 묘사되었다. 대한민국 초고의 투수로 불릴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추었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노력을 멈추지 않았기에 그 자리는 더욱 강고해질 수 있었다.
기회가 없는 자라도 부단하게 노력해야만 그 기회가 올 때 빛날 수 있는 법. 나는 한 해를 넘기며 엄살을 부린 것에 대해 부끄럽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야구선수 최동원이 아니라 한 인간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노력과 독기, 그리고 그의 인간성에 반했다.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 최동원 선수의 모습이 나를 감동시켰다. 이 영화는 경기 장면, 승부의 세계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순수하면서도 본질적인 인간의 감정을 담아서 공감이 갔다.
나는 어떠한가. 다이아몬드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엄살을 부렸다. 한 해 동안 겨우 글 몇 편 그려내고는 지쳐버렸다. 제대로 다듬지도 못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우쭐대었던 내가 아니었던가. 진정 빛을 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망각하고 건방진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한무릎 공부로 진리의 보석이 되고 싶었던 내가 부끄럽다. 원석原石이 귀중한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다듬어져야 함을 잊고 있었다.
누구나 자기 안에 다이아몬드를 품고 있다. 아직 빛을 내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품고 있다고 모두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석을 갈고 닦고 다듬어야 다이아몬드로 거듭난다. 피땀을 흘려가며 지겹도록 반복하고 연습을 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가공할 생각도 없이 스스로 돌멩이라 여기면 내 안에 숨겨진 보석도 끝내 빛을 보지 못하는 법니다. 나 지금은 비록 흑연처럼 약한 존재지만 이 고통을 견디면 언젠간 다이아몬드처럼 강하고 멋진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한국 프로야구사 최고의 롯데 최 선수와 해태 선 선수의 팽팽한 맞대결을 보여준 영화. 세상은 선후배였던 두 사람에게 승부만을 강요하지만 책임감이나 인간성, 그리고 승부에 대한 의지 등을 보여준 수작이라고 개인적으로 평하고 싶다. 승부가 나지 않은 그들의 마지막 악수 장면에서 영화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 Fair Play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그 속에서 보인 인간다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야구 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들에게 더 폭넓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피땀 어린 노력' 이라는 결정체,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순간을 그려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들은 그것을 공감하며 웃고 울 수 있기에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홀로 가는 길은 외롭고 고통스럽다. 그 순간을 이겨내며 갈고 닦아야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막이 내리자 나의 눈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 영화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방황하는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던진 퍼펙트 게임이었다. 굴곡진 상영관을 빠져나오며 얼마 전 타계한 故 최동원 감독님께 사랑과 존경을 표한다.
Alone on the Road (나홀로 길을 걷네)
Anna German
첫댓글 아침부터 재미나는 글 좋은 음악 듣고 갑니다. 좋은 세모를 맞이시기를...
선생님, 이 영화를 보며 참 부끄러웠습니다.
다이아몬드는 그냥 빛이 나는 게 아님을.
이제 책 낼 준비를 합니다.
그동안 써두었던 글을 잘 다듬어야 하겠지요.
빛이 나는 다이아몬드는 못 되더라도
갈고 다듬어서 내년 봄에 선을 보일 생각이랍니다. ^^
잘 던지몬 질투하고, 또 못 던지몬 불쌍하다면서도 욕을 한다.
세상사가 이런 심리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같아요. 선의의 경쟁이기 하지만
감동 입니다. 나도 퍼떡 한번 보고와야지요
몸은 좀 어떠세요?
빨리 회복하시어 하고픈 것들 하셔야지요.
새해에는 글도 많이 써보시길 바랍니다. ^^
두 선수의 멋진 면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어떤 부문에서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은 멋있습니다.
선배님의 책을 어서 만나고 싶어집니다.
써두었던 글들을 꺼내어 저울질해보니 가볍네요.
부끄럽지 않은 책이 되어야 할 터인데...
잘 다듬어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