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강물 앞에서》
진리는 입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진리는 상처 입은 영혼이 끝까지 걸어간 길 위에서만 피어난다.
싯다르타는 세상을 버렸지만 자신을 버리지 못했고, 세상을 얻었지만 자신을 잃었다.
고행도 지나고, 사랑도 지나고,
부와 명예도 지나고, 욕망과 절망마저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아무것도 붙잡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우리는 고통을 피하려 하지만,
고통은 언제나 우리를 가장 깊은 스승에게 데려간다.
사랑은 소유하려는 순간 상처가 되고,
놓아주는 순간 비로소 사랑이 된다.
아들을 잃고서야 아버지의 눈물을 이해했고, 자신의 눈물을 흘리고서야 세상의 모든 눈물이 하나였음을 알았다.
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깊은 진리는 언제나 침묵으로 흘러왔다.
강물은 앞으로 흐르지만, 그 속에는 과거도 미래도 함께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만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선과 악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았고,
기쁨과 슬픔도 서로를 밀어내지 않았다.
모든 것은 하나의 거대한 생명 안에서
서로를 완성하고 있었다.
세상은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존재였다. 깨달음은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는 것이다.
자아가 사라진 자리에
비로소 우주가 들어오고,
'나'가 침묵한 자리에
만물이 하나의 숨결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강은 하나의 소리만을 들려준다.
"옴."
삶과 죽음을 가르지 않고,
성자와 죄인을 나누지 않으며,
시작과 끝마저 하나로 품는다.
우리가 평생 찾아 헤매는 목적지는
세상의 끝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가장 깊은 자리이다.
그곳에 이른 사람은 한 줄기 미소만이 남는다. 세상을 이긴 사람의 미소가 아니라, 세상과 하나가 된 미소이다.